#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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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슈가 되어서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김지수 변화는 생각보다는 빠르게 확산하면서 정작 오성 바이오 신약 이슈를 삼켜버렸다.
마음에 들지 않은 얼굴을 의학 기술을 이용해서 고치는 것이 과거와는 달리 이상하지 않은 시대였기 때문이다.
성형 자체는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자체를 떨칠 수가 있다.
특히 이 성형에 죽고 못 사는 여자는 민감한 이슈였다.
김지수는 마치 이 성형 수술을 정당화하는 아이콘처럼 변해갔다.
아니 성형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김지수의 수수한 삶 역시 언론을 통해서 드러났다.
“어머, 그 언니가 오성 막내딸이었어?”
“저도 저 언니가 재벌가 딸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했는데, 사람들은 믿지 않았어요. 진짜 괜찮은 언니에요.”
“햄버거를 그렇게 좋아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좋은 이미지가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그 열기가 너무 뜨거워서 식지 않았다.
결국 이학준 비서실장이 부랴부랴 나서서 이 사태를 진화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서 김지수의 변한 모습을 인터넷 곳곳에 올렸다.
컴퓨터 조작설이 빠르게 퍼지면서 이 사태는 그나마 수그러들었다.
저녁때가 지나자 이 열기가 조금씩 가라앉았다.
빠르게 진화에 성공한 이학준 비서실장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김건중 회장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죄송합니다.”
“흠.”
김건중 회장은 오늘 나온 조간신문 종류를 전부 살피면서 혀를 찼다. 막내딸 김지수 변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막상 기사를 통해서 여론을 보고 나서야 혼자 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 믿을 수가 없군.’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네.”
“하지만......”
“괜찮아. 그 보다 이 사태를 만든 원인에 대해서 아직도 파악 중이야?”
“오재호 박사가 따로 연구팀을 배당해서 이 일을 진행하고는 있습니다만 아직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조민호 그 친구 이야기는 안 했겠지?”
“아무래도 민감한 내용은 잘랐습니다.”
“자네 생각은 어때?”
“최영준 차장을 직접 만나서 몇 번이나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분위기를 봐서도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정말 부작용이 맞을까?”
“조민호가 그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만 확실하지 않습니다.”
사실 김지수 변화는 조민호 본인조차 환골탈태 일부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조민호도 소우주에 가까운 인체 신비에 대해서는 일부만 알뿐이다. 아직은 그저 선천지기를 이용해서 교정하고, 바로 잡는 것뿐이다.
“아쉽군.”
이학준 비서실장 역시 김건중 회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오히려 부정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쉬운 방법이 아닐 겁니다. 조민호 본인도 지금처럼 치료하면 반대급부를 내놓아야 할 겁니다.”
“자기 생명력 같은 거 말인가?”
“전 그렇게 봅니다.”
김건중 회장도 파면 팔수록 계속 나오는 조민호 정체를 고민하면서 새삼 긴장했다. 특히 인간 신체를 상대로 마음대로 다루는 그 능력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두려워서 화제를 돌렸다.
“어차피 기획실에서도 이미 오성 바이오나, 신약 바스클린 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이 기사를 내버려둔 것 아닌가?”
“하지만 지수 아가씨가 이렇게 주목을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좀 과했어. 일단 지금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계속 손을 써.”
“알겠습니다.”
***
김지수 열기는 오성 그룹 비서실이 손을 써도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잔불씨는 여전히 남아서 또 다른 곳으로 불길을 퍼트렸다.
김재호의 처 백현주 장모가 대성 그룹 지주 회사 대성 홀딩스 등기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나서 버렸다.
이미 후계 구도에서 떨어진 여동생 김부경, 김지아도 최근 자신의 실적이 언론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부각 되었다.
덕분에 이 유탄을 맞은 사람은 김재호 상무였다.
최근 편법 증여 문제 때문에 이곳저곳에서 두들겨 맞으면서 오성 그룹 경영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봤다.
결국 자기 라인을 따로 모아서 긴급회의 나누면서 고민했다.
이학준 비서실장은 오성 그룹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리자 다급하게 김건중 회장을 직접 찾았다.
김건중 회장은 여전히 태평했다.
“다소 지나친 감이 있지만 괜찮아. 차라리 우리가 지수 홍보를 위해서 밀어줄 때 들어가는 비용도 이번에 절감했잖아.”
김지수가 딱히 오성 그룹 후계자 중에 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재벌 2세이기에 계열사 몇 개를 맡을 수는 있다.
최소한 이미지 작업은 필요했다.
그것도 장기적으로 진행되는데,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엄청나다.
이번 일 때문에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도 좀 오버야. 도대체 동이일보 이놈은 왜 일을 이렇게 키운 거야?”
그도 눈치를 봤다.
“백병국 문화부장이란 친구가 독자적으로 한 일입니다. 위에 제대로 보고도 안 하고 그냥 터트린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오성 그룹 홍보이니, 상관없다 그런 심보였어?”
“그래도 백상기 편집국장이 뒤늦게 사과를 해왔는데, 눈치를 보면서도 그 부분을 특히 간청했습니다. 하는 행동 봐서는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 새끼들이.”
하지만 그는 힐끗 중아일보 일면도 장식한 여신처럼 화려한 막내딸 김지수 모습을 흐뭇하게 보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단순히 그냥 미모가 대단한 것이 아니라, 그 위압적인 이미지 자체가 더 놀라웠다. 특히 오성 그룹에서 난다긴다하는 경영진을 거느린 채 리더하는 모습은 그조차 감탄했다.
치밀어 올랐던 노화는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이렇게 찍으라고 해도 못 찍겠어.”
“......네.”
두 사람은 서로 조간신문 탑면 사진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여론 반응은 어때?”
“며칠이 지났는데, 홍보실이 마비될 정도로 전화가 미친 듯이 옵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당황스러울 지경입니다.”
“좋아할 일이기는 한데, 그것도 문제군. 물타기 방법을 생각해 봐.”
그리고 신약 부분을 다시 지적했다.
“아직 전임상도 마무리가 끝난 것은 아니잖아. 거기에 인체 부작용 문제가 확인된 것도 아니고, 정말 다른 문제는 없겠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하지만 조민호도 있으니, 최악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봅니다.”
“아, 그놈이 있었지.”
“다만 아가씨가 너무 옆에 붙어 있어서 오히려 걱정입니다.”
“내버려둬.”
“알겠습니다.”
잠깐 망설이다가 이 자리에 온 진짜 이유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김재호 상무님 주변이 좀 이상한데, 아무래도 아가씨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그놈이 지수를 견제라도 하겠다는 소리야?”
“이번 사태 때문에 오성 그룹 내에서도 아가씨에 대한 분위기가 이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하.”
이미 오성 그룹 후계 구도는 결정 났다.
아무리 잘나가도 여자인 이상 선을 분명히 그어버렸다.
바이오 산업이라는 미래 신사업에 관여한 김지수가 너무 오성 그룹 상징처럼 떠오르자 최근 죽 쓰고 있는 김재호 상무도 긴장했다.
‘이 병신같은 놈이 진짜.’
부글부글 끊는 노화를 겨우 가라앉혔다.
“당장은 내버려 둬.”
“네.”
이학준 비서실장은 힐끗 동이일보 일면 탑을 도배한 김지수 기사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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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사태는 여러 가지 이런저런 난잡한 기사가 떠오르면서 조금씩 희석되어갔다.
하지만 오히려 인터넷 사이트를 중심으로 김지수 이슈는 더욱더 커졌다.
여론을 찍어 눌러도 김지수 사태는 생명체처럼 반응했다.
조민호도 처음에는 이 활화산 같은 사태를 처음에는 그저 구경꾼처럼 지켜보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자기 영향력이 과거와는 달리 생각보다 크다는 점이다.
딱히 이 힘을 다른 곳에 남용할 생각은 없지만 앨리엇 관련된 부분은 마음대로 쓰고 싶었다.
‘굳이 김정환 검사 수사만 보고 있어야 할까?’
검찰과, 법원의 갈등 때문이다.
김정환 검사가 무영 그룹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 기각 사태가 점점 표면화되면서 눈치만 보던 언론도 입을 열었다.
해마다 엄격해지는 구속영장 심사가 서서히 표면 위에 올랐다.
특히 중앙지검 영장 기각률은 전국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점이 드러났다.
비리 정치인이나 기업인 수사에서 나타나는 이 문제는 절대 가볍지가 않았다. 현 대통령 측근 최정희 구속 영장은 3번씩 청구해도 다 기각되었다.
아마 그쪽에서 거꾸로 조민호를 추적했다면 지저분한 상황이 연출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조민호가 먼저 검찰청에 손을 쓰면서 뒤통수 맞을 상황을 피했다.
‘여기까지는 잘 되었어.’
문제는 이 두 권력 기관의 해묵은 갈등이 하루아침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다.
마침 오성 바이어라는 이슈가 활활 타올랐다.
‘이번 최면 요법 테스트에서 느낀 것이지만 과한 반응은 반드시 부작용이 생겨. 리핑 부작용도 비슷한 현상이니, 1상에서도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결국 최영준 차장을 직접 따로 만나서 이 계획을 털어놓았다.
“자네 말은 오성 바이오 지분을 이용해서 앨리엇을 끌어들이자는 소리인가?”
“네. 아마 꽤 관심을 둘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굳이 앨리엇만이 아니라, 다른 해외 제약 업체에서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어.”
“그런가요?”
제약 회사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특히 이 분야를 꽉 쥐고 있는 미국 제약 회사는 더하다.
그들 중에 일부는 이미 한국 제약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최근 신약 관련 국내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그 현상이다.
특히 많은 제약 회사는 오성 그룹 역량 때문에 그들을 주시했다.
“내가 알기로 이미 이쪽저쪽에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 가장 걱정되는 것은 미국 제약 업계에서 FDA이용해서 압력을 행사할 거라는 소리도 있으니까.”
“......국내 이야기만 하시죠.”
“앨리엇을 끌어들이는 것은 조수현 회장님에게 부탁하면 어렵지 않아. 그런데 어떤 식으로 그들을 낚는다는 말인가?”
조민호는 굳이 부작용에 대해 자세한 설명까지 하지는 않았다.
“제가 알기로 임상 3상에서 다 실패한다는 소리가 있습니다. 바스클린 역시 그렇게 될 겁니다. 이번에 거품을 좀 더 키워서 비싸게 팔고, 그때 가서 앨리엇 뒤통수를 치는 거죠.”
단순히 그런 의도만은 아니었다.
“저도 지분 현황에 관해서 확인했는데, 이상한 애들도 많이 붙었더군요. 그런 애들도 이번 기회에 싹 다 정리해버리고, 오성 그룹에 대한 신뢰성 테스트도 같이 해버리죠.”
“정말 임상 3상에서 실패할까?”
“반드시 실패할 겁니다.”
“......최선을 다해서 돕겠어.”
최영준 차장도 수긍하기는 했지만, 고개를 갸웃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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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는 결국 조수현 회장을 만나서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다. 특히 팩트를 가지고 앨리엇 음모론을 몇 번이나 강조했다.
여전히 바스클린 신약 상업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조수현 회장은 일부 수긍했다.
“앨리엇 행동이 확실히 이상했어. 특히 박상철 과장이 진행한 자료를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데, 그중에서 특이한 자료를 많이 찾았다.”
그에게도 문제는 있었는데, 앨리엇이 고객이라는 점이다.
미래 그룹은 투자 회사인데, 고객의 불법적인 행위를 봤다고 해서 수사 기관처럼 수사할 수 없다.
“아마 그놈들도 오성 바이오 지분이라면 미친놈처럼 날뛸 겁니다.”
“이쪽에서 먼저 나서는 것은 곤란해. 오성 그룹 입장도 있어. 그쪽에 만약 지분을 매각하면 이의를 제기할 거야.”
오성 바이오 관심사가 갑자기 떠오르면서 이 회사 지분에 관한 관심 역시 커졌다.
많은 투자자가 오성 바이오 지분을 얻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었다.
그런데 오성 바이오는 아예 이 지분을 내놓지 않았다.
심지어 이미 오성 그룹 임직원 중에 지분을 얻은 이들조차 팔지 않았다.
장외 시장에서는 벌써 이 주식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조민호는 피식 웃었다.
“큰아버지가 그놈을 상대로 미끼 정도는 충분히 던질 수 있다고 봅니다만?”
“못할 것은 없다. 다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그쪽에서도 이미 관심을 가질 겁니다. 그러니 사전에 오히려 움직일 수 있도록 손을 먼저 쓰자는 거죠.”
조수현 회장은 잠깐 조민호 얼굴을 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미 놀라운 치료 능력 때문에 주시하고는 있었지만 이런 술수를 생각할지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어차피 오성 바이오 지분은 조민호 소유였다.
거기에 조민호 외할아버지 이충원 문제를 간과할 수는 없었다.
“다 좋은데, 만에 하나라도 3상 임상시험이 성공할지도 모르잖아. 그 경우는 오히려 죽 쒀서 개 주는 꼴이 될 거다.”
“무조건 실패합니다!”
“......그 일은 내가 한 번 알아보마.”
그 역시 망설이기는 했지만, 김지수 사태를 보면서 조민호의 신비한 치유 능력에 대해서는 굳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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