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74화 (74/176)

#074

치료받은 환자 대부분은 조민호에게 호감을 보인 바 있다.

이미 조민호도 이 원인이 혼원기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이번 테스트 통해서 증명했다.

실험을 반복하면서 몇 가지 사실을 추가로 발견했다.

메시지에 따라서 뇌를 자극하는 경혈 진동이 조금씩 다른 패턴을 보였다.

총 네 개의 메시지에 따라서 각각 진동하는 패턴은 다 특징이 있었다.

이 방식을 잘 활용하면 발달장애 환자 정신 장애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그 특징을 파악하면 그 부근부터 하나씩 바로 잡아가면 되니까.’

물론 쉽지는 않다.

발달장애는 다른 병과는 달리 말 그대로 장애다. 즉 폐암과 같이 혼원기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는 질병과는 종류가 달랐다.

대충 감을 잡자 이것을 이용해서 계속 같은 메시지를 반복했다.

‘딱 이 정도면 반복 학습을 한 것과 비슷해.’

최면 치료는 신경성장애나, 습관장애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암 환자도 간혹 사용된다.

이 방식이 마법적인 형태로 잘못 알려진 예도 있지만 실제로 현대 의학에서도 치료의 한 방법으로 연구된다.

조민호가 사용한 방법도 큰 범주에서 본다면 이와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약물 대신에 사람의 기 특성을 따르는 혼원기를 사용했고, MRI 대신에 진맥을 통해서 대체했다.

응용 역시 차이가 있는데, 기존에 혼원기를 사용한 방법은 수동적인 매혹 기법과 비슷하지만 지금 사용한 수법은 능동적인 매혹 기법이다.

물론 혼원기 자극이 강해지면 뇌세포가 파괴되어서 정신 착란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난다.

지금처럼 딱 제한된 범위 안의 작업은 다르다.

‘이 정도면 괜찮지.’

작업이 끝나자 진맥을 통해서 이상 여부를 확인했고, 나머지 일행에게 같은 작업을 한 후에 흡족한 미소를 한 채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났다.

‘뇌에 암시로 남은 기억은 대략 이주 후면 혼원기 효과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없어질 거고, 그 학습 효과 자체는 남겠지.’

***

김미애 기자는 한 시간쯤 지난 후에 깨어났지만 기절하기 전에 기억할 수가 없었다. 다른 동료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뒤늦게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게 중앙의 남자에 관한 관심이 잘 가지 않았다.

결국 의아한 마음을 한 채 다시 본사로 돌아와서 사진 분석에 착수했다.

“정말 마음에 안 드네.”

“그놈은 그냥 빼죠.”

“확인은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다른 동료와 같이 오성 바이오 임원진을 비롯한 조민호 역시 정체를 확인했다.

“한국대 물리학과 3학년 조민호란 친구인데, 최근에 인연 끊고 지내던 조수현 회장을 만나서 바지 사외 이사로 그 자리에 있는 것뿐입니다. 그 아버지도 과거 사업하다가 재산을 홀랑 다 날려 먹고, 지금 조수현 회장에 들러붙어서 산답니다.”

“운이 좋을 놈이네.”

“그래도 연봉만 10억이 넘는다는 소리가 나오니, 한 몫 제대로 잡았죠.”

그녀 동료 역시 시시덕거리면서 재벌 3세를 부러워했다.

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론화되자 조민호 이야기는 쑥 들어갔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오성 바이오 설립, 후계자인 김지수다. 그런데 이런 놈이 끼어들면 그 기사 초점이 흐려진다.

사진만 놓고 보면 추론에 문제가 많다고 느낄 수 있지만, 그들은 전혀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김미애 기자는 결국 찍은 사진 전체를 놓고 선별하기 시작했는데, 김지수에 가려서 조민호가 보이지 않는 사진을 골라냈다.

김지수가 다른 경영진에게 설명하면서 돌아섰는데, 그 덕분에 조민호는 그녀 뒤편에 위치해서 뒷머리 반만 살짝 드러났다.

“이걸로 하자.”

이 과정에서 그녀가 집중한 것은 오성 임원진과, 김지수였다.

물론 오성 바이오 홍보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일일이 확인했다.

반 이상은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머지 반은 홍보 차원에서 사실을 인정했다.

[......오성 바이오 제1 공장 착공식과 더블어서 본격적으로 신약 분야에 진출합니다. 이에 관련된 것은 앞으로 정식 기자 회견을 할 예정입니다.]

김미애 기자는 사실 부분을 다시 체크하고, 이를 토대로 이어지지 않는 이야기 부분을 다시 꼼꼼하게 메꾸었다.

특히 신약 바스클린에 대한 부분에 집중했다.

며칠 밤을 꼬박 새워서 이 작업이 끝내자 백병국 문화부장에게 원고 초안을 보여주었다.

“신약은 국내에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최태한 사장이 미국에 있는 아는 지인 통해서 라이센스만을 따로 사들였을 확률이 높아?”

“지금은 그렇게 봐야 말이 됩니다. 다만 오성 바이오가 왜 굳이 그 사실을 비밀로 했는지 더 취재를 해봐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이 사진을 보면 대략 답이 나옵니다.”

김지수가 딱 중앙에서 다른 경영진을 거느리고 제1 공장 착공식을 진행했다.

이 사진은 착공식이 오히려 조연이고, 김지수가 주연이었다.

촬영 각도가 절묘해서 조민호 일부만 나와서 누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김지수 후계 작업인가?”

“네. 그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전문 인력이 알아서 몰래 신약 라이센스를 받아왔고, 그 성과를 이용해서 김지수를 부각합니다. 오성 그룹 내에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됩니다.”

“전형적인 후계자 띄우기 수법이군.”

완전히 산으로 간 추론이었지만 백명국 문화부장은 오히려 찰떡같이 믿었다.

김미애 기자 역시 조민호에 대한 기억을 아예 의식 밑으로 내렸다.

“제 의견도 똑같습니다.”

“훌륭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은 백 부장님이 잘 이끌어 준 덕분입니다.”

“그런가?”

칭찬이 좋아서인지 백명국 문화부장 입가에는 미소가 걸렸다.

“좋아, 이 원안을 좀 더 보완하고 수정해서 최종 원고로 결정하자.”

“그런데 오성 바이오 측에서는 몇 가지 사실을 부인하는데, 그건 어떻게 할까요?”

“김지수가 오성 바이오 있는 것은 팩트잖아. 최태한 사장이 미국 제약 회사에 있던 것도 틀림없어. 신약 바스클린도 있는 이야기를 한 거잖아. 우리가 없는 이야기를 해서 명예훼손한 것도 아냐. 그 중간에 약간 다른 사실이 있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어.”

“알겠습니다.”

***

동이일보 일면을 장식한 기사는 ‘오성 바이오의 신약 바스클린!’였다.

이 기사는 혈관염 치료제 바스클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다루었다.

[ANCA 혈관염은 작은 혈관 외부에서 염증을 발생한다.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이다. 이 질병은 장기 문제로 오진해서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혈관염 때문에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환자가 많다.]

인터뷰에 응한 이 혈관염 치료제 개발에 참석한 박상원 교수는 이 질병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소혈관에 생기는 염증질환은 가볍게 생각해서 의료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그만큼 위험한 질병입니다.]

[스테로이드 계열을 처방하면 호전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전신 혈관에 악영향을 끼치는 질환입니다. 피로와, 어지럼증, 체중 감소와 같은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스테로이드 제제나, 면역억제제가 주로 사용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치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하면 오성 바이오에서 임상 1상에 들어가는 신약 바스클린은 이 혈관염 치료에 돌파구가 된다는 말씀입니까?]

[저도 아직 자세한 신약에 대한 정보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가 받은 자료만 놓고 봐도 혁신적인 신약입니다.]

[그러면 지금 오성 바이오에서 진행 예정인 임상 1상은 어떻습니까? 조금 터무니없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신약 개발 과정만 알면 이해가 될 겁니다. 흔히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신약 개발 단계입니다. 기초 탐색, 개발후보물질, 전임상, 임상시험, 신약 허가로 이루어집니다. 전임상이 바로 동물에 부작용이나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즉 다시 말해서 임상 1상만 해도 동물 실험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임상 시험입니다.]

50명 내외 사람을 대상으로 투약 용량과, 인체 약물 정도를 평가한다.

전임상에서 거친 독성 시험의 연장선이다.

[결국 그 말씀은 신약 개발 기간이 문제라는 말씀하시는 겁니까?]

[임상 전 단계에서 신약 물질을 찾고, 가려내는 데만 평균적으로 5년 이상이고, 전임상 경우도 2년 정도 잡아야 합니다. 이것만 다 합쳐도 7년입니다.]

[오성 바이오는 제가 알기로 개발 기간 고작 2개월 정도라고 들었습니다. 역시 문제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벤처라면 말도 안 됩니다. 오성 그룹이 그렇게 허술하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가정할 방법은 이미 전임상이 끝난 신약을 라이센스했거나, 아니면 다른 제약 회사에서 특허를 사왔을 겁니다.]

[그 부분은 오성 그룹에 확인해봤는데, 알려줄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제가 듣기로 임상 2상까지는 어떻게 간다고 해도 대부분 임상 3상에서 실패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어렵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임상 1상에서는 사람 안정선, 임상 2상에서는 150명 규모의 소규모 환자 대상으로 부작용 평가하는데, 최적 용량을 결정하는 단계인 셈입니다. 임상 3상은 수천 명 환자를 대상으로 장기 투여에 대한 안정성을 확인합니다. 이 이후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만 임상 4상이라는 시판 후 안정성까지 마무리 되어야 신약 개발이 종료됩니다.]

[복잡합니다.]

[비용만 1조 이상, 적어도 15년 이상 걸리는 작업입니다. 그만큼 신약 개발이 어렵고 위험한 일입니다. 다만 이 끝에는 달콤한 수익성이라는 과실이 존재합니다.]

인터뷰 내용과 관련된 기사 한 중앙에는 바로 김지수가 오성 바이오 경영진을 거느리고 이끄는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나왔다.

특히 기사 말미에 김건중 회장이 후계자로 김지수를 미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짤막하게 다루었다.

하지만 이 기사 파급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그 관심은 오성 바이오나, 신약 바스클린, 심지어 오성 그룹 후계 구도 문제가 아니라, 정작 그 관심은 김지수 본인이었다.

특히 긴 생머리를 바람결에 휘날리면서 오성 바이오 경영진을 압도하는 그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이 기사가 나가자 다른 언론사에서 부랴부랴 움직여서 짜깁기 기사를 내보내기 시작했고, 아침부터 온통 김지수 미모로 시끌버끌했다.

심지어 각 언론사에서 임시 방송 편성까지 해서 이 사태를 다루었다.

그들은 오성 바이오가 아니라, 정작 김지수 그 자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중에는 역시 한 시민이 제보한 과거 김지수 사진이 폭탄을 던졌다.

과거 미모와, 현재 얼굴이 너무 달라서 도저히 수긍할 수가 없었다.

전신 성형을 한다고 해도 체형 자체를 바꿀 수는 없었다.

심지어 팔다리가 길어지면서 이상적인 체형으로 바뀐 부분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했다.

“......”

기사를 본 조민호도 뒷머리(?)만 나온 사진에 가슴이 철렁했지만, 곧 안도했다.

김미애를 상대로 시험한 최면 요법은 자폐증 발달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전에 한 인체 실험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주의하여 본 것은 그 방법 사용 후에 뇌세포 파괴와 같은 부작용이다.

만약 혼원기를 사용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가 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보통 사람은 광인이 되거나, 미쳐 버린다.

다행히 그런 현상은 없었다.

그 자신이 원한대로 잘 풀렸지만, 그 덕분에 김미애 기자의 기본적인 사고 능력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그 덕분에 김지수 관련된 기사만큼은 제대로 나와 버렸다.

이 부분을 몇 번이나 돌이켜봤지만, 그 자신이 막을 수 없었다.

김지수는 이미 오성 그룹 막내딸로 공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도 이 부분이 살짝 아쉬웠다.

‘한 걸음 더 나가면 당장 폐인이 안 된다고 해도 서서히 정신이 망가질 거야. 그게 아니라고 해도 우울증으로 고통받을 수 있어. 인간의 정신은 간단한 것은 아니니까.’

다만 한 기사의 사진을 계속 바라보면서 고민했다.

하나는 김지수 대학 시절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지금 김지수 사진이다. 두 가지 모습만 놓고 보면 도저히 같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새삼 앞으로 환자를 치료할 때 자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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