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68화 (68/176)

#068

그도 툴툴거렸다.

“저도 나름 인정받은 인재입니다.”

“하지만 공채라면 이해가 되지만 저건 특채잖아. 저 채용은 보통 경력직 위주 아냐?”

“제 경력을 인정해준 거죠.”

조철영은 눈동자를 굴리면서 지난 조민호 지난 대학 성적을 떠올렸다. 딱히 아들을 비꼬는 것이 아니라, 걱정돼서 질문했다.

“너 장학금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잖아.”

“아버지도 참.”

조수현 회장도 걱정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 너도 채용 비리와 관련이 있는 거냐?”

“글쎄요.”

그도 턱을 쓰다듬으면서 자신이 본 면접 과정을 떠올렸다.

‘그게 채용 비리인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그러면 최소한의 조사를 위한 소환 통보는 있어야지. 가만 김정환 검사가 담당 검사였어. 아니 역시 양주민 검찰총장이 압력을 넣은 건가.’

조철영이 결국 다시 입을 열었다.

“민호야......”

“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설마 채용 비리까지 저지르겠습니까. 애초에 그 회사 싫다고 한 사람에게 오라고 한 것도 오성 인사팀이었고, 사전에 날짜를 바꾼 것도 그쪽이었습니다.”

이미 세상 쓴맛 단맛을 경험해본 조철영은 누구보다 오성 그룹의 막강한 힘을 잘 알았다. 그들이 설사 채용 비리를 저지른다고 해도 아예 작정하고 봐주는 경우는 없었다.

“오성 인사팀이 지원자 상황까지 고려해서 편의를 다 봐준다고?”

“그냥 그렇다고 아시죠.”

조수현 회장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대화가 흐르자 결국 끼어들었다.

“야, 넌 아비가 되어서 아들을 그렇게 못 믿으면 어떻게 하냐. 그냥 민호 능력이 뛰어나서 특채 면접을 보러 간 것뿐이야!”

“형, 내가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임마, 그만 해라. 너 지금 자기 아들을 의심하는 거잖아!”

“아, 씨, 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걱정되어서 물어보는 거잖아!”

갈등이 막 점화를 할 시점에서 조민호는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김정환 검사님?

-아, 죄송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채용 비리 때문에 잠깐 오셔서 참고인 조사를 받아야 할 듯합니다. 그 자리에 있었던 네 사람 중에 한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죠.

조민호는 간단하게 통화하고 끊었지만, 옆에서 그 대화를 들은 이들은 ‘김정환 검사’란 말에 깜짝 놀랐다.

아들을 걱정한 조철영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미, 민호야, 서, 설마 검찰에서 널 부른 거야?”

“그냥 단순 참고인 조사입니다. 그 채용 비리 현장에 저도 있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정말 괜찮은 거냐?”

“네.”

그는 오히려 느긋한 미소를 한 채 가족을 위로해주었다.

‘나까지 호출하다니, 좀 이상하네.’

***

참고인 전화는 전화상으로 간단히 질문할 수도 있는데, 사건 케이스에 따라서 관련자를 직접 호출할 수도 있다.

김정환 검사도 그것을 알지만, 굳이 조민호에게 전화를 한 것은 이번 수사를 담당하는 다른 형사 3부 한양석 검사 때문이었다.

한양석 검사는 안 그래도 배당받은 강기창 경감 사건 때문에 긴장했다.

연예인 스캔들 뉴스가 모든 뉴스를 블랙홀로 빨아들인 후에 이 수사에 대한 외부 압력이 생각보다 강했다.

아는 지인 통해서 이쪽저쪽에서 별의별 압박이 다 들어왔다.

양주민 검찰총장조차 다른 사건과는 달리 유독 심해지는 외압 때문에 당황했고, 직접 나서서 외부 공격에 대처했다.

이런 와중에도 한양석 검사는 강기창 경감 압수 수색 자료에서 금품 로비 수첩을 발견했는데, 그 리스트에는 생각보다 많은 이름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은 그 이름 중에는 이용식 법원행정처장이 있었다.

놀랍게도 민정수석실의 강기창이 법원의 핵심 요직 중에 하나인 이용식 법원행정처장에게 금품 로비를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양주민 검찰총장은 결국 두 가지 수사에 추가로 검사 인력을 보강했다.

결국 김정환 검사도 조민호와 관련된 부분을 대충 넘기려고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참고인 조사도 최소한의 규정을 지켜야 했다.

조민호는 그런 내막까지 알 수는 없었지만 두 번째 방문한 서울 중앙지검 건물을 구경하면서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섰다.

입구에는 이봉기 수사관이 중앙지검 입구까지 친절하게 마중 나와 있었다.

“아, 이 수사관님,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머쓱한 이봉기 수사관도 그 저돌적인 성격을 조민호 앞에서 드러내지 못했다. 그 역시 이미 조민호 주변에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권력이 그를 보호한다는 것 정도는 느꼈다.

“지난 일은 죄송했습니다.”

“아,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러세요.”

뒷짐을 한 조민호는 이봉기 수사관을 앞세운 채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처럼 휘파람까지 불면서 느긋하게 중앙지검 안으로 들어섰다.

***

이현은 요즘 죽고 싶었다. 그 자신 때문에 아버지가 검찰에 불려 가서 수사받기 때문이다. 정말 이런 일은 상상도 못했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벌써 피고인이 된 이현은 도대체 어쩌다가 자신이 이 모양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마침 중앙지검 1층에서 어슬렁거리는 한 놈을 발견했다.

‘그 새끼잖아?’

그는 잔뜩 열 받아서 조민호를 향해서 달려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수사관 한 사람이 완전히 상전을 대하듯이 대우하는 모습을 봤다. 심지어 자신을 담당한 김정환 검사가 뛰어와서 놈에게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요즘 중앙지검에서도 핫하게 떠오르는 김정환 검사가 감히 얼굴도 내밀지 못한 조민호는 마치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한 채 그들 안내를 받았다.

“.......”

이현은 충격을 받아서 멍하니 그 광경을 보다가 조심스럽게 뒤를 따랐다.

***

도착지는 역시 김정환 검사 수사팀 사무실이었다.

이현은 조심스럽게 그들 뒤를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

조민호는 그 수사실 한쪽에 놓인 소파에 발을 꼰 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김정환 검사도, 이봉기 수사관도 시립한 채 조민호에게 지금 상황에 관해서 참고인 조사가 아니라, 브리핑하고 있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강기창 수첩에서 뜻밖의 무영 그룹 관련인 명단도 나왔습니다. 그것 때문에 무영 그룹 참고인 조사도 제 선에서 대충할 수가 없었습니다.”

“가만 그러면 그 강기창 경감이란 자가 로비한 상대 중에는 무영 그룹도 관련된 겁니까?”

“그 부분은 별건으로 수사 중입니다.”

“혹시 그 수첩 명단에 투자 펀드가 연관되지는 않았습니까? 아, 미래 증권만 제한해서 말입니다.”

“미래 증권이라면......박상철 과장인가 그 친구도 포함됩니다.”

“그래요?”

실마리를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찾았지만 조민호은 오히려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초가삼간을 모조리 불태우면, 앨리엇 연루 패거리가 우수수 나올 것이라 예상했지만, 설마 그게 민정수석실하고 연결될지는 상상도 못했다.

‘그 퍽치기가 설마 민정수석실하고도 관련이 있다는 말이야? 아니지. 박상철 과장 그놈이 결국 강기창 경감을 통해서 로비했다는 소리구나. 아직 거기까지는 확실치 않아.’

상황이 생각보다는 간단하지 않았다.

***

문 앞에서 지켜보던 이현은 그들 행동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저 새끼 정체가 뭐기에 저러는 거야?’

그만 놀란 것은 아니었다.

이번 수사에 뒤늦게 합류한 검사들 역시 김정환 검사의 이상한 행동에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지켜보기 시작했다.

형사 3부 한양석 검사를 잠깐 보러 갔던 조영돈 부장검사도 뒤늦게 조민호를 발견하자 이전과는 달리 쪼르르 달려가서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조 부장검사님이군요.”

천연덕스러운 조민호.

그런데 조영돈 부장검사가 저렇게 달라진 것은 역시나 양주민 검찰총장 때문이다.

양주민 검찰총장은 몸을 회복한 후에 김정환 검사도 그렇지만 그 역시 따로 불러서 조민호에 대한 것을 이것저것 캐물었다.

그 과정에서 양주민 검찰총장이 보인 행동은 그조차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그것은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양주민 검찰총장이 조민호를 마치 살아있는 의선처럼 추앙한다는 거다.

조민호도 원래는 이상하게 생각해야 하지만 전생에 절대자로 늘 대우받는 일이라서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지켜보는 검사도, 이현도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현은 특히 의문을 참을 수가 없었지만 일단 계속 지켜봤다.

참고인 조사는 물론 진행되었다.

“특채는 결국 오성 인사팀에서 알아서 나섰다는 말이군요.”

“이상하기는 이상했습니다.”

“오성 인사팀에서 보는 내부 기준이 있을 겁니다. 조민호님은 그만한 가치를 보고 특채로 채용하려고 했을 겁니다.”

“제가 그런 인재는 아닌데, 좀 무안하네요.”

“겸손하시군요. 그래서 오성 인사팀에서 더 배려한 것입니다. 불편하게 이렇게 나오라고 해서 제가 송구스럽습니다.”

“하하하.”

훈훈한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조민호는 커피를 홀짝이면서 김정환 검사 질문에 다 대답했다.

단답형으로 이어지는 질문은 다른 참고인이 받은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도대체 누가 검사고, 누가 참고인인지 모를 정도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야말로 황제 참고인 조사였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천만에요. 오늘 중앙지검 이렇게 구경할 수 있어서 좋네요. 꼭 내 집 같아서 정말 좋습니다.”

조민호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가려다가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이현을 발견했다.

“여어, 오랜만이다.”

“네? 네.”

“자식 왜 그렇게 놀라. 죄를 지으니, 늘 그렇게 피해의식 속에서 사는 거야. 이번에 처벌받고 나서 반성하면서 살아.”

“아, 네.”

이현은 내심 부글부글 끓었지만 차마 조금 전에 본 믿기지 않은 광경을 떠올리면서 조민호에게 함부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따가운 김정환 검사를 위시한 수사관 시선에 몸을 떨었다.

조민호는 그런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김정환 검사를 쳐다보았다.

“채용 비리 형량이 꽤 세더라고요. 그만큼 범죄가 무겁다는 뜻이죠. 철저하게 조사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처벌해주세요.”

“명심하겠습니다.”

“.......”

이현은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조민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세상 만만하지 않지? 인생은 연습이 아니라, 실전이다.”

조민호는 그런 이현 빰을 툭툭 치면서 밖으로 나가버렸다.

***

갑작스러운 참고인 조사는 조수현 가족에게도 큰일이었다.

그들은 조민호에게 계속 전화해서 본가로 다시 오라고 했다.

조민호는 그저 자신이 경험한 일을 가감 없이 다 털어놓았다.

큰아버지 조수현 조차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다야?”

“네. 워낙에 다른 사건과 연결되면서 이 사건이 커진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고인 조사를 한 겁니다.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고 말 나오면 그게 더 문제라고 합니다.”

“대단하다.”

“별거 아닙니다.”

하지만 가족들 시선은 전혀 달랐다. 그들 역시 검찰에 불려 갔다 온 조민호 표정에서 단 한치도 두려움에 대한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수현 회장은 그 기백에 감탄했지만, 힐끗 조철영과, 가족들 모습을 다시 살폈다. 지금까지 겉으로는 잘 지낸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동생 조철영은 기가 죽어 있었다.

지금은 문제가 안 되지만 결국에 갈등이 터질 수도 있다.

그는 차라리 마침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서 조민호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참 이야기 들었다. 지금 네 모습 보니, 왜 오성 바이오 측에서 널 사외이사로 추천한 것인지 이제 이해가 된다. 다만 넌 취업 안 한다고 한 것으로 아는데, 왜 갑자기 마음을 바꾼 거냐?”

“저도 졸업하고 나서 일을 해야죠.”

하지만 오성 바이오와, 사외이사란 말에 다들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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