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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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실에 있었던 일은 간단하다면 간단한 해프닝이었다.
그런데 오성 그룹은 그저 가볍게 넘기지 않았는데, 일단 1차 서류 전형을 검토한 인사과 직원을 일일이 감사했다.
그 과정에서 인사과 직원 한 사람이 뇌물을 받고 이 일을 불법적으로 처리했다고 결론 냈다. 지시 자체는 위에서 내려왔다. 그 일을 처리하면서 그 직원 스스로 감사의 표시로 돈을 받았다.
그 직원에 대한 처벌이 진행되었다. 물론 그 직원은 오성 그룹에서는 잘렸지만, 오성 그룹 관련 다른 회사에 바로 들어갔다.
그냥 자르면 어디 제보해서 문제 될 것 같아서 땜질한 것이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기다.
이현 역시 이번 특채에 결국 탈락하였는데, 다행히 검찰 수사까지 받지는 않았다. 이 일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당시 면접 지원자는 괜히 문제를 만들까 싶어서 입을 다물었다.
조민호도 경고용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다시 제보할까 고민했다.
‘법원행정처장이라고 했던가. 이번에 제대로 손 한 번 봐줄까?’
요즘 한가해진 것인지 최영준 차장이 벌써 소문(?) 듣고 겨울 방학 동안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조민호 앞에 나타났다.
“채용 비리 문제는 나도 아는 지인 통해서 들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지금 이 시기에 김건중 회장에게 한 번쯤 경고하고 싶었습니다.”
‘선천지기 흡수 문제도 있지만, 나중에 국내와, 해외에서 앨리엇을 부술 때 오성 그룹 이용하기 좋거든요.’란 내심까지 말하지는 않았다.
아직도 지난 김건중 회장 만남을 떠올리면 등골이 쭈뼛한 최영준 차장도 덤덤한 말에 혀를 내둘렀다.
“......알겠네. 하면 이 채용 비리 문제는 어떻게 할 건가?”
“아직 안 정했습니다.”
하지만 최영준 차장은 지난번에 김건중 회장에게 당한 일을 떠올리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이번 일도 좀 더 키우는 건 어떨까?”
“저야 상관없지만, 오성 외압 받는 차장님은 아니지 않습니까?”
“나도 복수하고 싶어. 그리고 언론 힘을 얕잡아 보지 말게. 굳이 내가 아니라도 이 정보를 얻으면 달려들 친구도 꽤 있으니까. 이보다 자네의 뜻이 중요해.”
조민호도 솔직하게 자기감정을 털어놓았다.
“이현이란 놈 행동 보니 좀 화가 났습니다. 힘들게 노력한 이들보다 부모 잘 만나서 쉽게 회사 들어가는 것 보니,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 그 일은 내게 맡겨 두게. 그런데 굳이 앞으로 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자네가 오성 그룹에 들어갈 필요가 있나. 회사 생활이 만만한 것은 아니잖아.”
조민호도 다양한 선천지기 흡수 때문이라는 것을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까지 치료한 환자 숫자는 고작 10명이 채 안 된다. 앞으로 그 숫자가 늘어난다면 다양한 특성 가진 환자도 나타난다. 그 자신이 고생해서 무리하면 되지만 굳이 그렇게 고생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내밀한 이야기까지 할 수는 없어서 말을 슬쩍 돌렸다.
“갑자기 사회생활이란 게 궁금하더군요.”
오성 그룹 내부 라인 통해서 이미 오성 바이오 지분 구조를 파악한 최영준이 툴툴거렸다.
“그럴 거면 차라리 오성 바이오 사외 이사로 들어가면 되잖아. 어차피 자네 이름으로 대주주 명의가 되지 않았으니,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아. 20% 오성 바이오 지분을 인수한 조수현 회장 조카인 점을 고려하면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사외이사는 경영진에 속하지 않는다. 대주주와 관련이 없는 이들이 회사 대주주의 독단 경영을 차단한다.
“사외이사라......”
어차피 자신의 목적 자체는 다양한 형질을 지닌 사람을 만나서 생명에는 그다지 영향 주지 않을 정도의 선천지기를 계속해서 흡수하는 거다.
즉 자신과 그들은 마치 대홍실업 직원처럼 일정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확실히 지압사보다는 났군요.”
“내가 그쪽으로 한 번 알아봐 줄게. 지수가 있으니, 자네는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야. 그냥 오성 바이오 사외이사로 견제하고 감시만 하면 되니까.”
“회사 출근이나, 시간도 제 마음대로겠죠?”
“감히 김건중 회장도 마음대로 못하는 자네에게 시비 걸 사람이 누가 있을까?”
사외이사란 자리가 원래 견제와, 감시 목적이지만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면 백수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대부분 그런 것이다.
“월급도 십억 대는 나올 거야.”
조민호 처지에서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감투가 생기는 것과, 두둔한 공돈이 매달 들어온다는 거다.
“......괜찮네요.”
“그러면 일차적으로 그렇게 정한 것처럼 하고, 나머지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네.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다시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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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준 차장도 후계자 수업 과정 중에 밑바닥 기자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인맥을 만들어 뒀다. 과거 만들어 둔 비밀 라인을 이용해서 이들에게 슬쩍 오성 채용 비리를 흘렸다.
스포츠 신문을 통해서 이 찌라시가 조금씩 말이 돌기 시작했다.
오성 그룹 비서실에서 금방 눈치를 채고 막기 시작했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이 찌라시 제보를 받은 한 시민 단체가 검찰에 오성 채용 비리를 제보했다.
보통 시기였다면 검찰조차 이 사건을 사전에 검토하면서 그저 보류했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양주민 검찰총장은 법원의 막가식 영장 기각 사건 때문에 잔뜩 분노했다. 결국, 그저 단순한 찌라시에 불과한 이 제보를 내사 단계부터 철저히 파해 쳤다.
“좌고우면하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하게 수사해!”
이 수사는 무영 그룹 수사에 열에 올리고 있던 김정환 검사팀에 배당되었다.
참고인 소환 조사가 이어졌다.
그 대상 중에는 백종식과, 김재연이 있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중앙지검에 불려 갔다. 겁을 집어먹고는 면접 볼 때 자신이 들었던 사실을 죄다 다 불어버렸다.
결국 이현 이름이 튀어나왔다.
중요한 단서가 포착된 것이다.
김정환 검사는 이미 몇 차례 영장 기각된 점을 고려해서 서두르지 않았다. 슬쩍 이 수사에 대한 것을 최영준 통해서 다른 언론에 흘렸다.
오성 그룹에 영향을 받는 언론은 입을 다물었지만, 그 반대쪽 언론은 이거 웬 떡이냐는 듯이 달려들어서 기사를 내보냈다.
곳곳에서 오성 그룹이 채용 비리 의혹에 관한 이야기가 조심스럽게 나왔다.
안 그래도 오성 X파일을 덮어서 겨우 숨을 돌렸는데, 갑자기 여론이 나빠지자 김건중 회장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김정환 검사는 그제야 슬그머니 오성 그룹 인사팀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을 신청했는데, 이 일도 언론을 통해서 흘렸다.
영장 전담 판사도 기각시키고 싶었지만,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판사 이름까지 기사에 나오면서 집중 조명된 것이었다.
결국 타협안으로 사전에 이학준 비서실장에게 미리 알리면서 압수 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김정환 검사는 결국 20명의 수사관을 데리고 오성 그룹 본사 인사팀을 압수 수색을 했다.
“서울 중앙지검에서 나왔습니다. 다들 잘 아실만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일어나서 한쪽으로 물러서 주십시오.”
이미 다급하게 급한 자료를 정리한 덕분에 혼란은 적었지만, 오성 인사팀 표정이 좋지는 않았다.
설마 오성 그룹 본사를 이런 식으로 전격 압수 수색할지는 몰랐다.
‘요즘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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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오성 공화국이라는 소리가 있다. 그만큼 오성 그룹이 모든 행정 기관에 오성 장학생을 박아 두었기 때문이다.
양주민 검찰총장의 성역없는 수사 선포 이후로는 이 시스템이 잘 동작하지 않았다.
이미 사전에 정보를 얻고 대비한 때문인지 압수 수색 결과는 썩 좋지는 않았다. 오성 그룹 내부 감사를 통해서 조치까지 취해졌다.
그래도 모든 정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김정환 검사가 애초에 노린 것은 오성 그룹 인사팀이 아니라, 바로 이현이었다.
정확히는 이현의 아버지 현 이용식 법원행정처장을 노렸다.
이미 특채와 관련된 혐의점은 확실히 나왔다.
일단 특채에 기본적인 조건이 있는데, 이현은 거기에 미달이다.
이현이 그렇다고 유명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무슨 대단한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두 가지 공모상을 받은 기록이 있었다.
“학점이 다는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마이크로마우스 세계 대회 입상자입니다. 그 정도면 오성 특채로 들어가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김정환 검사는 그 점을 인정했지만, 뒤로는 이현의 모교를 다시 압수 수색했다.
마이크로마우스 대회 동호회 모임도 샅샅이 뒤져서 공모전 기록을 살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수사보다는 오히려 제보가 더 많았다.
“이현씨는 그 대회에 관련해서 이름만 올리고 기여한 것이 아무것도 없어. 다른 친구 이야기로는 자네가 외압을 넣어서 협박했다고 하더군.”
“그, 그게......”
이현도 당황했다. 설마 동호회 모임까지 다 뒤져서 확인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채용 비리는 중범죄야.”
“......”
그는 창백한 안색을 한 채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옆에 변호사가 다독거려주기는 했지만 자기 잘못이 감옥 가야 할지 모른다는 점을 상상도 못했다.
‘이런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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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비리는 상황에 따라서 좀 다르기는 하지만 설사 1차 면접에서만 불법을 저질렀다고 해도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합격했어야 할 사람이 불이익을 받는 사회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면접위원의 오류를 일으키는 업무 방해죄 성격도 있다.
별것 아닌 일로 시작한 오성 그룹 채용 비리는 뜻밖에 시간이 가면서 점점 규모가 커졌다. 이현 아버지가 바로 현 법원행정처장이기 때문이었다.
이용식 법원행정처장은 현 정권이 법원에 박아 놓은 고위직이었고, 상황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는 것을 알자 윗선에 도움을 청했다.
불행히도 청와대조차 최근 양주민 검찰총장의 ‘너는 떠들어라, 난 수사한다!’식의 불통 때문에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들도 다양한 정치 공작을 준비해서 공격했다.
바로 건강을 핑계 삼았다.
양주민 검찰총장은 검찰 대변인 통해서 자신의 최근 건강 검진 내역을 낱낱이 공개했다.
드러난 의료 검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후반 성인 남성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킬레스건이라고 생각한 신경섬유종증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청렴해서 임명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그게 오히려 독이 된 경우다.
결국 외부 외압이 일단 사라지자 김정환 검사는 현직 이용식 법원행정처장을 검찰에 소환했다.
이 장면은 검찰 포토라인을 통해서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오성 그룹 측에서는 현재 면접관에 대한 업무 방해라고 주장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현직 이용식 법원행정처장이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서 취업 청탁을 했는데, 적정성과, 공정성을 저해했다는 점입니다.]
법원에서도 그 대단한 위세를 떨치는 이용식 법원행정처장은 포토 라인에 선 채로 대국민 사과부터 한 후에 검찰청 안으로 들어섰다.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서 사과드립니다.]
조민호도 오랜만에 큰아버지 본가에 가서 저녁 먹는 중에 이 뉴스를 봤다. 이 일을 부추긴 것은 자신이지만 저런 결과까지 예상하지는 않았다.
‘살살 좀 하지.’
지난 늑간동맥 이후로 조민호에 호감을 느낀 임서이는 마치 사위를 대접하듯이 진수성찬을 조민호 앞에 놓았다.
“많이 먹어요.”
“감사합니다.”
오성 바이오 때문에 어느 정도 짐작한 바가 있는 조수현 회장은 썰렁한 자기 테이블 앞을 보면서 임서이에게 눈총을 줬지만, 그보다는 지금 나오는 뉴스를 더 신경 썼다.
“민호야, 혹시 저 사건에 내가 개입한 거야?”
“?”
오히려 놀란 사람은 임서이를 비롯한 다른 가족이었다.
아직 오성 그룹과, 조민호 관계를 잘 모르는 조철영 역시 눈을 동그랗게 떴다.
“형, 도대체 무슨 소리야? 아니 저 뉴스랑 민호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거야?”
조수현 회장도 내심 이쪽저쪽 라인을 통해서 짐작하는 바가 있었지만, 자세한 것은 알지 못했다.
김정환 검사 라인이 워낙에 보안을 철저히 한 것도 있지만 양주민 검찰총장이 성역 없는 수사 영역 선포를 한 후로는 검찰 내부 정보를 더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조민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저 면접 자리에 저도 있었습니다.”
“뭐? 아니 그러면 채용 비리 현장에 너도 나갔다는 말이잖아. 가만 너 설마 오성 그룹에 면접에도 나간 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