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65화 (65/176)

#065

자고 일어나면 온통 강기창과, 연예인 섹스 파티 뉴스가 끝도 없이 쏟아졌다.

그도 뒤늦게 뉴스에서 그냥 카더라 정도로 흘리다가 가볍게 생각한 민정 수석 직위에 관해서 확인하고는 흠칫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앨리엇과 연루되어 있다고 했으니, 민정 수석과 연관된 애들을 계속 밟다 보면 뭔가 변화를 보일 거라고만 생각했다.

‘일이 좀 커지기는 했지만, 나랑은 무관하잖아. 내가 따로 강기창을 조사하라고 한 적도 없어. 비리가 터진 것뿐이지.’

이상한 점도 있었다.

TV 채널을 이리저리 아무리 돌려도 처음에는 ‘강기창’과 섹스 파티 뉴스가 같이 혼재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섹스 파티 기사가 지면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그룹 섹스 기사가 마치 블랙홀이 된 것처럼 모든 뉴스를 빨아들였다.

세 명의 여배우는 모두 공개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부인했다.

자연스럽게 정작 또 다른 여배우 역시 물망에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온갖 찌라시가 폭주하면서도 강기창 기사는 쑥 들어가 버렸다.

‘누군가 뒤에서 언론에 압력을 넣은 건가?’

조민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영준 차장에게 전화해보았는데, 예상대로 외부 압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도 이 일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복잡하게 엮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차라리 잘 되었군. 가만 앨리엇 이놈들이 도대체 국내에서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그는 그 과정에서 오성 그룹에 대한 수사 역시 탄력받는 것을 발견했고, 새삼 검찰총장 자리가 대단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조민호는 때마침 민경기 과장 면접 관련 안내 전화를 받았다.

이미 이전에도 저자세였지만 지금은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매달렸다.

그도 대충 좋게 이야기해주기는 했지만 내심 피식 웃었다.

‘똥줄이 타나 보군. 설마 내가 이 일의 배후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는 이 상황이 너무 흥미로웠다. 더욱이 양주민 검찰총장까지 손에 넣은 상황에서 김건중 회장과는 이제 자리를 피할 이유도 없었다.

한 가지가 더 있다면 환생 전만 해도 오성 그룹은 그조차도 입사하고 싶은 0순위 기업이다.

그런 기업에서 알아서 면접 보러 오라고 부탁받고 있으니.

‘어차피 한 가지 확인할 것도 있으니. 이번 기회에 가봐야겠어. 거기에 혹시 비리라도 하나 발견하면 김건중 회장에게 쓴맛을 제대로 보여줄 수도 있고.’

***

76년에 준공한 오성 태평로 오성 본관에는 오성 그룹의 오성 전자와, 그 유명한 오성 전략 기획실이 자리 잡고 있다.

오성 전자는 서초구에 지금 착공을 시작한 오성 타운 쪽으로 몇 년 후에 이전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태평로 본사의 상징성만큼은 퇴색하지 않았다.

이 빌딩 자체는 풍수지리학적으로 재물의 복이 넘쳤다.

주로 이쪽에서 실무 면접을 본다면 경영 쪽과 많은 관련이 있다.

물리학과 출신인 조민호 입장에서는 고개가 갸웃할 일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오라고 해서 이곳에 왔을 뿐이다.

애초에 입사할 생각이 없는 터라 편한 복장을 한 채 현대식 빌딩을 구경했다.

‘큰아버지 빌딩보다 더 크군.’

오성 그룹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 많아서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곳에서 뜻밖의 한 사람을 발견했는데, 바로 곱슬머리에, 잔정이 많아서 과 내에서도 인망이 있는 과 선배인 박사 1년차 장연주였다. 그녀는 정장과는 거리가 아주 먼 옷을 입은 조민호 모습을 봤다.

“어, 민호야, 너 여기 웬일이야? 이 근처에서 친구 만나러 온 거야?”

“면접 보러 왔습니다.”

그녀는 안 그래도 전혀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인을 만나서 반가웠다.

“대박, 너 대단하다. 가만 너도 2차 면접이야?”

“아뇨, 1차입니다만.”

“어, 그래? 다시 추가로 특채를 보는 건가. 뭐 어때, 하여간에 축하한다. 학부생 중에 특채 뽑는다니, 정말 놀랍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장연주은 내심 매우 놀라서 조민호를 다시 살폈다. 그녀는 따로 오성 그룹 특채에 상당한 준비를 해왔고, 정보도 모았다.

그녀가 쓴 석사 논문이나, 박사 연구 과제도 오성 전자 취업을 위해서 특별히 준비했다.

‘이상하다. 내가 알기로 학부 3학년을 대상으로 한 특채는 없는데, 가만 떠도는 소문에 미래 그룹 조수현 회장 친조카라고 했잖아. 설마 그것 때문인가?’

그것만이 아니다.

그녀는 솔직히 연구소가 몰려 있는 수원 쪽과 같은 지역에서 실무 면접을 볼 것이라 예상했다.

정작 결과는 오성 그룹의 심장부라는 이곳 오성 그룹 본관이다.

도대체 물리학과와, 이 오성 그룹 본관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아스러웠다.

그녀는 이미 하도 상황이 이상해서 선후배에게 전화를 돌렸는데,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결국 민경기 과장에게 직접 전화해서 다시 확인했는데, 결과는 아니었다.

이런저런 일 때문에 심사가 복잡한 그녀는 혹시나 부모님이 오성 그룹 쪽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이런 일이 일어났나 확인해보았다.

역시 아니었다.

그런 차에 보게 된 같은 과 대학 후배.

그런데 그녀는 뒤늦게 조민호 복장을 확인하고는 어이가 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귀를 뚫지 않은 귀찌 귀걸이가 양쪽 귀에서 치렁치렁 흔들렸고, 목에는 꼭 맞는 초커도 아닌, 그냥 둥근 모양이 달린 목걸이가 달려 있었다.

특히 귀찌는 불어오는 바람에 찰랑거렸다. 꼭 클럽 DJ같았다.

심지어 옷은 흔하게 굴러다니는 반바지, 반팔티를 하고 있었다.

“......너 설마 이대로 면접 보려고?”

조민호도 좀 지나치다는 것을 알았지만 확실하게 떨어지기 위함이었다.

“딱히 복장 규정은 없잖아요. 혹시 이러면 안 된다고 규정이 나와 있습니까?”

“그것은 아니지만......”

장연주도 후배를 위해서 나름 조언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최소한 그 귀걸이나, 목걸이는 좀 빼자.”

“괜찮습니다. 회사가 싫으면 저를 뽑지 않으면 그만이고, 저도 태클 거는 회사는 안 가면 됩니다. 아주 간단한 게임 이론입니다.”

“진심이야?”

“네.”

조민호는 대수롭지 않은 듯 그녀 시선을 피한 채 본관으로 향했다.

“자, 잠깐만!”

그녀는 과후배가 걱정되어서 잔소리를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민호야, 제발 내 말 좀 들어. 학부 3학년이 특채로 오성 그룹 들어가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네가 면접에 합격하면 다른 후배도 가능하다는 얘기잖아.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좀 마.”

“생각만 해볼게요.”

***

로비 앞에는 민경기 과장이 이미 기다리고 있다가 조민호를 발견하자 후다닥 그의 앞에 뛰어와서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흠.”

“......”

그녀도 익히 안면이 있는 인사과 민경기 과장이 면접 지원자를 상대로 저런 모습을 취하는 것에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도대체 두 사람은 뭘 하는 것인지 영문을 몰랐다.

‘설마 오성 그룹에 낙하산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경우도 조용히 뒷구멍으로 들어가지, 이렇게 대놓고 난리를 피우지 않았다.

다행히 민경기 과장은 장연주도 알아보았다.

“아, 연주씨도 오셨군요. 두 분이 마침 같은 대학이라서 비록 1차, 2차 면접은 같은 건물과, 날짜로 잡았습니다.”

이것도 이상한 일이다.

아니 같은 과 선후배를 배려해주기 위해서 같은 날짜로 잡는 것조차 말이 되지 않았다.

억지도 이 정도면 정말 욕 나올 정도다.

“.....그, 그런가요?”

장연주도 뒤늦게 이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처음에는 당황해서 못 느꼈지만, 자신과 조민호의 행동을 민경기 과장이 유심히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민경기 과장은 안 그래도 조민호가 멋대로 한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심지어 이학준 비서실장에게 직접 협박까지 받았다.

오성 바이오는 고사하고 자칫하면 정말 잘릴 수 있는 상황이다.

이제 과장.

정말 잘 나가는 시점에서 퇴출을 당할 수는 없었다.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사를 거듭했고, 조민호와 안면이 있는 장연주 면접을 뒤늦게 발견하자 둘을 같은 자리에 모았다.

살짝 태클 거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학준 비서실장 핑계를 대자 다들 알아서 입을 다물었다.

최소한 선배인 장연주가 있는 자리에서 조민호가 막 나가지 않을 것이라 계산했다.

그야말로 무리수에 무리수를 두어서 억지로 상황을 만든 것이다.

조민호는 힐끗 민경기 과장 표정을 살피는 것만으로 금세 이해했다.

“쓸데없는 짓을 하셨네요.”

“하, 하지만 아무래도 같은 학과이면, 긴장도 풀 수 있습니다. 서로 정보 교환해서 면접 대응하기도 좋습니다. 저 정말 민호씨를 위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정도만 하죠. 더 나가면 저 그냥 집에 가버릴 겁니다.”

“그,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면접 안 보는 것은 제 맘입니다. 이상한 소리 좀 마세요.”

“죄송합니다.”

식은땀을 주르르 흘리는 민경기 과장은 조민호 앞에서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저 자세로 그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

뒤에서 멍하니 따라가는 장연주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했다. 도대체 누가 면접자이고, 면접 지원자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완전 황제 면접이잖아.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가?’

***

걸음을 옮길 때면 마치 나뭇잎이 바람에 휘날리는 것처럼 귀걸이가 찰랑찰랑 거리면서 흔들렸다. 해수욕장에 여행 갈 때 착용한 반바지는 도심에서 잘 보기도 어려웠다.

이런 조민호였으니.

오성 그룹 본관에 오가는 사람들이 다들 쳐다보는 것은 당연했다.

심지어 경호원 몇 사람이 이들을 제지하러 왔다가 뒤늦게 연락을 받은 다른 경호원에게 붙들려서 조용히 사라졌다.

본관 입구에는 이미 인사과 직원 여섯 명이 나와서 본관을 따라서 마치 공항 스튜어디스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서 있었다. 그들은 혹시라도 조민호가 건물에서 헤맬 것을 염려해서 나선 것이었다.

그러니 이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절대 웃기지 않았다.

정적.

오성 그룹 본과를 오가는 수많은 임직원은 오히려 입을 다문 채 멍하니 조민호와, 뒤에서 살짝 떨어진 채 남인 양 행색 하면서 어색하게 웃으면서 식은땀을 흘리는 장연주를 쳐다보았다.

임직원 중에는 딱 봐도 나 높은 사람으로 보이는 이도 있었다.

그중에 한 사람이 김정욱 이사였다. 그는 최근 새로운 디지털 캠코더 홍보 때문에 독일 전시회에 갔다가 막 복귀했다.

오성전자 매출 올해 58조.

모든 오성 그룹 매출에 무려 43%를 차지하는 오성 전자를 경영하는 한 축이고, 오성 전자에 대한 자부심이 대한 사람이다.

그가 아는 상식으로 김건중 회장이나, 일가족조차 이 오성 본관에 저런 몰상식한 복장을 한 채 나타난 적이 없었다.

‘설마 잡상인인가?’

“잠깐.”

민경기 과장은 뒤늦게 김정욱 이사를 확인하고는 인사했다.

“김 이사님, 독일은 잘 갔다 오셨습니까?”

“아니 일만 생겼어. 단순히 새로운 캠코더만 전시했을 뿐인데, 괜히 오성 테크윈 주가만 박살 났잖아. 빌어먹을 홍보팀 놈들에게 우리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거라고 사전에 말하라고 했는데, 하지 않았지 뭐야?!”

단순 캠코더만 시연했을 뿐인데, 시장에서는 디지털카메라 쪽에 오성 전자가 손을 뻗었다고 헛소문이 일어나면서 일어난 일이다.

오성 전자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보여주는 일이다.

자부심이 강한 김정욱 이사는 덕분에 직접 독일에서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서 다급하게 전화를 했지만, 괜히 생고생했다.

그런 그가 잡상인을 본사에서 보자 화가 났다.

“잠깐 지금 그 이야기가 아냐. 이봐 민 과장, 도대체 저 친구는 뭔가? 설마 오늘 면접 있다고 하던데, 그 면접 보러 온 친구야?”

“아, 그게......”

민경기 과장은 뒤늦게 식은땀을 흘리면서 이 완고한 김정욱 이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불행히도 오성 전자 자부심이 깨졌다고 생각한 김정욱 이사가 굳은 얼굴을 한 채 조민호 앞에 가서 단도직입적으로 질문했다.

“젊은 친구가 너무 한 것 아닌가.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최소한 기본 예의가 있어야 하잖아. 최소한 세미 정장까지는 아니어도 단정하게 입고 다녀야 하잖아.”

조민호는 힐끗 김정욱 이사를 살피면서 눈빛을 반짝였다.

‘이거 진짜 놀랍네. 선천지기 잠재력 스탯이......30을 넘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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