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62화 (62/176)

#062

***

역삼역 도심 뒤쪽에 있는 빌라촌을 지나가는 차량 안에서 양주민 검찰총장은 눌러쓴 모자를 위로 올리면서 툴툴거렸다.

“돈은 잘 전달했나?”

“네.”

“하필이면 장소가 이런 곳인가?”

김정환 검사 역시 자신이 치료받던 곳과는 달라서 고개를 갸웃했다.

“의도적으로 장소를 바꾼다고 합니다.”

“불법이라서?”

“그건 아닙니다. 지압 마사지가 딱히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돈을 받지 않으면 그렇겠지.”

“그게 문제입니다.”

그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의문을 표했다.

“자네 말이 맞다고 한다면 굳이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가 있나. 차라리 전문 자격증 따서 당당하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만약 입소문이 난다면 혼란이 엄청날 겁니다. 검찰총장님 같은 분은 특히 더할 겁니다. 더욱이 평생 환자만 치료할 생각이 아니라면 굳이 자격증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하긴. 내가 낸 돈이 1억이니, 10명만 치료해도 먹고 살기에는 지장 없겠어.”

내가 치료해주고 싶은 환자만 치료해주고 어떻게 보면 세상 편하게 사는 거다.

양주민 검찰총장은 아직도 선뜻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효과 있지?”

“넵.”

“자꾸 확인해서 괜히 미안하네.”

“괜찮습니다.”

그는 곧 차량이 빌라촌 사이에 있는 4층 빌딩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자 조용히 내렸다.

지하 주차장에는 이미 몇 사람이 대기하고 있다가 그들을 안내했다.

***

겉에서 보기와는 달리 중아그룹이 소유한 건물 안은 대부분이 텅텅 비어 있었다. 워낙에 비싼 임대료 탓에 공실로 남아 있었다.

양주민 검찰총장도 의문이 많았지만, 김정환 검사를 믿고 묵묵히 따라갔다.

3층 건물 중에 한 사무실에 간단한 간이 설비가 되어 있었다.

안내해준 사람은 조용히 사라졌고, 김정환 검사 역시 다시 왔던 길로 사라졌다.

“입구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양주민 검찰총장은 아직도 찜찜한 얼굴을 한 채 안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예상과는 달리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20대 초반의 조민호가 조용히 기다렸다.

그가 먼저 말을 꺼내려고 하자 조민호가 손을 들어서 간이용 침상을 가리켰다.

“여기 누우세요. 불필요한 말은 하지 마시고, 치료만 받고 조용히 나가면 됩니다.”

“흠.”

아예 대화를 외면하는 조민호는 현직 검찰총장을 아예 강아지취급했다.

그도 이 독특한 상황에 말없이 조용히 간이침대에 누웠다.

이미 김정환 검사 통해서 사전 지시를 받은 대로 행하지만, 호기심을 떨칠 수가 없어서 조민호를 힐끗 쳐다보았다.

처음에는 평범해 보이던 그.

시간이 갈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기묘한 기세가 구름처럼 피어올라서 그의 심령을 억눌렀다. 그럼에도 조민호는 단 하나의 표정 변화가 없었다.

‘.....보통 친구는 아닌 것 같은데......’

***

조민호는 이미 신경섬유종증의 증상에 대해서 현대 의학 관점에서 살펴봤다. 그는 특히 혼원기를 사용해서 사전에 테러 못지않은 자극을 해뒀기에 지금 양주민 검찰총장 상태가 어떤지 짐작했다.

‘예상대로군.’

드러난 증상만 봐서는 심각해 보이지만 실상 그 내부는 좀 달랐다.

혼원기 자극 때문에 마치 끊어 오르는 물처럼 선천지기가 흔들렸다.

무려 25를 넘는 선천지기 잠재력 스탯 때문에 치명적인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 부분도 특이한 경우다. 특별한 수련을 하지 않은 보통 사람이 선천지기 잠재력 스탯이 20을 넘었다는 이야기는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이 선천지기 수치를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아마 검찰총장이라는 지위 때문일 것 같아. 아마 다른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 이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야.’

혼원기가 이 잠재 선천지기를 자극해서 오히려 신경섬유종증를 더 활성화되었다.

그 과정에 특히 호흡기 쪽을 자극했기에 원인 불명의 호흡곤란이 일어났다.

조민호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부풀어 오른 경혈을 바로 잡으면 된다.

족태양방광경을 따라서 두드러진 경혈은 호흡기 전체에 퍼져있었다.

천주, 대저, 풍문, 폐유, 궐음유를 지압하면서 달아오른 선천지기를 흡수했다.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기운은 점점 그 기세를 잃어가면서 정상을 찾아갔다.

하지만 조민호는 오히려 이 강도를 더 올려서 이 자극된 경혈을 더 압박해서 쥐어짰다.

이 작업은 족태양방광경을 따라서 반복되면서 점점 그 범위를 늘여갔다.

양주민 검찰총장도 목 뒷부분에서 느껴지는 조민호 손에서 용광로처럼 화끈한 열기를 느끼자 몸을 움찔했다.

놀랍게도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헉? 이게 뭐야?’

그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두려움이 치솟아 올랐다.

그저 단순하게 손끝이 지나가는데, 오히려 마치 전신마비라도 된 것처럼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다음에 찾아온 것은 고통이다.

목을 시작으로 해서 등 전체를 마치 바늘로 찌르는 통증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혼원기가 이미 족태양방광경을 따라서 신체 전체를 지배한 탓에 단 한 치도 움직이지 못했다.

마치 끓는 물처럼 과도하게 치솟아 오르던 선천지기가 쏠려나간 후에 남은 것은 경혈에 나 있는 비틀어진 흔적이다.

정상적인 경혈과는 달리 마치 상처를 입은 이 괴이한 흔적은 그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게 유전 결함이구나.’

유전자 변이 때문에 일어난 변화는 경혈에도 악영향을 줬다.

혼원기가 과도하게 더 자극하면서 그 상처는 증폭되어서 늘어났고, 그 과정에서 오염된 기운이 일거에 다 쏠려 나가버렸다.

다음에 한 것은 혼원기 12가지 상태를 변화시켜서 경혈에 생긴 틈에 맞는 혼원기를 만들어서 마치 경혈에 납땜이라도 하는 것을 메꾸었다.

조민호는 그 과정에서 가장 이상적인 특성 혼원기를 찾아냈다.

‘예상대로군.’

양주민 검찰총장은 마치 온몸을 도려내는 끔찍한 고통에 치를 떨면서 바들바들 떨었다.

그 끔찍한 고통은 그는 살아생전에 처음 경험할 정도로 지독했다.

‘흠.’

예상치 못한 결과에 흥미로운 눈길로 주시하던 조민호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양주민 검찰총장 상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아픈가? 마의에게서 배운 방식을 따라서 작업한 것인데, 이렇게 고통이 심한가?’

조민호 치료 방식이 대충 장난스럽게 치료해서 위험한 것 같지만 실상 선천지기 균형을 기준으로 해서 바로 잡는 작업이다.

애초에 별 다른 부작용이 생길 리는 없었다.

다만 마의는 어디까지나 환자 경혈을 바로잡아서 치료한 것이지, 신경 단위로 해서 오염된 조직까지 도려낸 것은 아니다.

심지어 강제로 합치지도 않았다.

그는 아차 싶었지만 이미 치료가 진행된 상황에서 멈출 수는 없었다.

다행이라면 양주민 검찰총장의 선천지기 잠재력 수치가 워낙에 높아서 강제로 몇 곳을 자극한다고 해도 다른 부위가 그것을 채워버린다.

‘보통 사람에게는 쓸 방법이 아니지만, 어차피 이 양반에게 강한 충격을 줄 필요가 있으니까.’

조민호는 덕분에 입에 거품까지 물면서 공포에 질려 있는 양주민 검찰총장을 완전히 무시한 채로 지압을 계속해서 강행했다.

바로 신경섬유종증을 만들어내는 근원까지 가야 했기 때문이다.

경혈을 따른 작업은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그는 마치 개울을 따라서 샘의 근원을 찾아가는 탐험가처럼 샘에 도착하고 나서야 뒤틀려 있는 흔적을 찾아냈다.

마지막으로 이미 확인 작업을 거친 혼원기를 이용해서 작업을 반복했다.

이 작업은 굳이 자신의 선천지기가 아니라, 양주민 검찰총장의 다른 경혈에서 남아도는 선천지기를 흡수해서 이용했다.

선천지기 잠재력 25가 넘는다는 말은 전신 어떤 곳에서 있는 선천지기를 끌어와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의미였다.

거기에 자기 선천지기를 가지고 작업한 것이니, 특성 차이로 말미암은 부작용 역시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마치 허벅지 살을 잘라내서 다른 부위에 피부 이식하는 것과 비슷하군.’

작업은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마치 오염된 수원을 정화하고, 강줄기를 따라서 오염된 지점을 제거한 것과 비슷했다.

정화가 끝나자 선천지기 흐름도 점점 정상을 찾아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잠재력 수치가 5 정도 소진되었지만, 생명 자체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유전 치료 중이라서 생각보다는 선천지기 동기가 꽤 오래 지속한 것에 걱정하기는 했지만 무시해버렸다.

‘이거 정말 괜찮네. 여기에 선천지기 5스탯 정도는 흡수해도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을 거야. 앞으로는 이 방법을 사용해야겠어.’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사람은 흔치 않았다. 선천지기 잠재력 스탯이 낮은 경우에는 조민호 선천지기를 사용해야 했다.

더욱이 선천지기 특성이 아예 동 떨어진 신동일 같은 환자 경우에는 큰 선천지기가 필요했다.

‘그런 점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겠어.’

그런데.

양주민 검찰총장은 침까지 질질 흘리면서 기절해 있었다.

심지어 지린내까지 훅 피어올랐다.

아니 야릇한 냄새까지 솔솔 나왔다.

‘쯧, 참을성이 그렇게 없나. 나머지는 김정환 검사가 알아서 하겠지. 메모나 남겨두고 떠나야겠어.’

***

“흠흠.”

무안한 양주민 검찰총장은 다급하게 옷을 갈아입으면서 거시기한 냄새가 피어오르는 자기 옷을 받아서 시선을 돌리는 김정환 검사에게 눈총을 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자신의 몸이 평소와는 뭔가 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힘은 없는데, 개운해.’

마치 42km 마라톤을 띈 것처럼 몸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신기한 것은 그럼에도 막힌 구멍이 뻥 뚫리는 듯한 쾌감을 느꼈다.

특히 놀라운 점은 호흡 곤란이 사라졌다. 심지어 피부에 생겨났던 혹 흔적도 일부 사라져서 아예 보이지 않았다.

지압 받을 때 그 끔찍한 고통 때문에 조민호 그놈을 죽여 버리겠다고 독하게 먹은 마음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양주민 검찰총장은 침침한 눈 역시 오히려 밝아진 현상에 아연실색했다. 다른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해도 시력이 다시 점점 좋아지는 것을 불가사의하기만 했다.

“괜찮겠습니까?”

“잠깐만.”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켜서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면서 자기 상태를 계속 확인했는데, 마치 이제까지 자신을 몸을 억누르고 있던 장애가 일시에 사라진 것을 느꼈다.

그것은 마치 죽음 날짜를 받아둔 사형수가 가석방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을 늘 조이기만 하던 그 증상 때문에 그는 늘 자기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현상마저 완전히 사라졌다.

수명이 늘어난 것 같았다.

“......이럴 수가.”

“......”

김정환 검사는 이미 자신이 경험해봤기에 별 달리 더 말하지 않았다.

다만 그 역시 신경섬유종증까지 지압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매우 놀랐다.

‘도대체 사람이기는 할까?’

***

신경섬유종증은 불치병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병이 무서운 것은 단순히 환자의 육체만이 아니라, 정신에 족쇄를 걸었다.

신체 내부에 종괴를 만들어서 호흡 곤란과 같은 질병을 만들 뿐만이 아니라, 신체 외부에 혹이 드러나서 다른 전염병으로 오염 받는다.

이성 관계가 특히 일반인보다 어렵다. 그 어떤 여자도 전염병이 아니라고 해도 그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남자와 결혼까지 하지 않았다.

이런 신체적인 결함이 정신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어지간히 강한 정신력을 가지지 않는다면 사회생활 자체가 어렵다.

양주민 검찰총장은 바로 자신의 고질병을 이겨내고, 검찰총장에도 올랐다. 그는 심지어 멋진 아내와 결혼까지 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결혼 생활이 좋지는 않았다.

최근 건강 상태가 심해지면서 특히 더 심했다.

그런 그가 자고 일어나니, 멀쩡한 몸이 되었다.

몸에 나 있던 그 징그러운 혹은 다 사라졌다.

심지어 최근 와서 특히 심해진 머릿속까지 괴롭히던 그 정신적인 혼란마저 없어졌다.

그 현상을 가장 먼저 발견한 그의 부인은 화들짝 놀라면서도 내색하지는 않았다.

“여보, 당신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갑자기 왜 그래?”

“뭔가 좀 바뀐 것 같아.”

당장은 피부 외적인 변화였고, 또 다른 점은 초점이 뚜렷해진 눈빛이다. 젊은 시절의 그 냉정하고, 차가운 눈빛을 다시 찾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는 점점 늘어났다.

어떤 여자가 봐도 매력적인 그 모습이었다.

그러니 그녀도 화가 나면 이혼하니, 마니 하는 그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실없는 소리 마.”

“좋은 거 있으면 혼자 먹지 마.”

“그런 거 없어.”

양주민 검찰총장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최근 몸이 나빠진 이후로 점점 두 사람 사이가 벌어졌는데, 더 걱정하지 않았다.

‘정말 신기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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