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61화 (61/176)

#061

***

신경종은 종양의 한 형태이며, 우연히 발견되나, 요통을 압박하는 증상에서 흔히 나타난다.

나타난 종괴를 제거하는 외과적 수술이 한 방법이지만 완치는 되지 않는다.

피부에 나타난 종양을 제거해서 다른 피부로 바꾸는 경우도 결국 자체적으로 치유된 것은 아니다.

조민호 역시 이런 유전 질환을 한 번에 치료할 수는 없었다.

김정환 검사를 외과적인 수술방법까지 이용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결국 이번 환자도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오히려 그 유전 질환을 가속했다.

얼핏 봐서는 테러로 보이지만 이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신경섬유종증 가속에 따라서 선천지기 역시 변화를 의도적으로 일으켜서 오히려 그 변화를 더 키웠다.

이 질병을 일으키는 22번째 염색체를 자극해서 그 틈을 더 벌리고, 그 안에 혼원기를 밀어 넣어서 변이 자체를 더 자극했다.

조민호도 이 신경섬유종증에 대한 이론적인 부분을 잘 몰라서 뒤늦게 의학서적을 뒤지면서 어떤 식으로 흘러갈 지를 조사했다.

그도 기존에는 혼원기를 남발해서 치료했지만 가능하면 혼원기 사용량을 줄이기 위함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굳이 외부 선천지기 도움 없이도 환자의 선천지기를 거꾸로 이용해서 치료할 수도 있으니까.’

토미 존 수술 방법을 응용한 셈이다.

오히려 환자 치료 과정에서 남아도는 선천지기를 환자 치료비 대신에 흡수할 수도 있다.

얼핏 어려운 일 같지만 선천지기 순도가 높아질수록 그 정교함은 더 강해지므로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혼원기가 양주민 검찰총장 선천지기를 자극하고, 그 기운을 이용해서 변이가 일어난 염색체를 바로 잡도록 한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양주민 검찰총장 증상이 더 심각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홍역을 앓는 것과 비슷한 상태였다.

조민호는 덕분에 이 유전 질환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느낄 수가 있었고, 이 경험을 토대로 기존 치료 방법이 얼마나 단순 무식한지도 깨달았다.

‘하긴 마의 시대와, 지금 현대 시대는 근본적으로 다르니까.’

그는 현대 의학에 관심을 두고 신경섬유종증에 대한 것을 살폈다.

겨울 방학이 시작된 마당이니 크게 부담 가질 일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민경기 과장이 도서관을 직접 찾아왔다. 그 뒤에는 박진민이 황당한 표정을 한 채 지켜보기만 했다.

“무슨 일이죠?”

“의학에도 관심이 많은가 봅니다.”

시작은 뜻밖에 소소했다.

하지만 조민호 입장에서는 설마 자신이 면접을 안 간 것 때문에 찾아왔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잠깐 확인할 것이 있어서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 1차 면접에 왜 오지 않은 지 알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일 때문이라면 저희가 다시 일정을 잡겠습니다.”

“오성 그룹이 면접 지원자 입장까지 고려해서 인사 담당자가 이렇게 찾아옵니까?”

“물론 대부분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회사 내부에서 최고의 인재라고 판단한 경우는 다릅니다.”

극도로 자세를 낮추는데, 이전의 그 오만한 태도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얼핏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 같지만, 이학준 비서실장이 조민호 면접 관련된 사안을 김지수와 별개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오성 그룹 내에 요즘 화려하게 떠오르는 김지수와, 오성 그룹의 실세라고 알려진 이학준 비서실장 두 사람이 이 면접을 감시했다.

오성 그룹 인사팀은 발칵 뒤집혔다.

결국 그 책임의 화살은 제일 힘없는 민경기 과장을 향했다.

특히 최진석 부장은 아예 작정하고 자신은 이 일과 무관하고, 조민호가 면접에 불참한 것도 민경기 과장의 직권 남용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민경기 과장도 대판 싸웠지만, 결과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이유야 어쨌든 결과적으로 조민호가 면접에 불참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이 일이 그저 황당할 수밖에 없다.

옆에서 지켜보는 박진민, 그리고 뒤늦게 나타난 김영탁은 아주 넋을 놓아버렸다.

조민호는 뒤흔들리는 선천지기 변화 덕분에 민경기 과장의 극도로 혼란한 의식을 확인하면서 의학 서적을 덮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마음을 바꾸어서 다른 회사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시 우리 회사가 민호씨에게 어떤 실례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도 장난삼아서 한 일이라서 살짝 미안했다.

‘설마 회사에서 잘리는 건가?’

“아뇨. 그런 거 없습니다. 제가 그렇게 정한 것이니, 그만 가주세요.”

이 정도면 알아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민경기 과장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그는 아예 조민호 옆자리에 앉은 채 오성 그룹이 가지는 장단점을 주야장천 늘어놓았다.

“......비록 최근 대규모 구조 조정 때문에 이미지가 좀 나빠졌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기업 체질 개선을 끝냈고, 많은 인재가 필요합니다. 조민호씨가 우리 오성 그룹에 들어온다면......”

한도 끝도 없는 이야기.

놔두면 일주일 내내 계속될 것 같았다.

면접하자는 것인지, 스카우트하러 온 것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조민호는 힐끗 완전히 넋을 놓고 있는 박진민을 비롯한 다른 친구의 시선을 확인했다.

그들은 아무리 재벌 3세라고 해도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조민호가 가지는 영향력이 얼마나 엄청난지 뒤늦게 깨달았다.

‘......대단한 놈.’

이전에 조민호가 그저 장난스럽게 던진 한 마디 한 마디.

당시는 그저 조민호가 거짓말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맙소사 정말 전부 다 진실이었다는 말이잖아?’

조민호도 혀를 찼다.

“그만 좀 하시죠. 이게 정말 말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제발 이렇게 부탁합니다. 꼭 우리 회사에 입사하지 않아도 됩니다. 최소한 2차 면접만 나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눈물마저 글썽이면서 고개 숙이는 민경기 과장. 아무리 좋은 회사에 다녀도 월급쟁이가 가지는 한계를 잘 보여주었다.

그도 고민을 좀 해보다가 딱한 민경기 과장 모습에 결국 혀를 차고 말았다.

“참석만 할 겁니다. 2차 면접도 있던 것 같던데, 그건 안 갑니다.”

2차 면접은 홍석우 이사 쪽 담당이다. 그것까지 민경기 과장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가, 감사합니다.”

꾸벅 고개 숙이는 민경기 과장. 그는 조민호 손을 붙잡고 그저 고맙다는 인사만 하고서는 다급하게 독서실을 떠났다.

“......”

박진민을 비롯한 친구들은 다들 너무 큰 충격에 그저 멍하니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조민호는 머쓱한 듯 툴툴거렸다.

“너무 그렇게 고깝게 보지 마라. 나도 솔직히 잘 모르니까. 그냥 김지수 찬스라고 해두자. 여자 잘 만나면 일어나는 일이야.”

“......너 진짜 대단하다.”

“흠.”

그는 굳이 더 말하지 않은 채, 의학 서적이나 봤다.

그런데 따가운 시선은 여전히 그에게서 떠나지 않았고, 심지어 그가 보는 의학 서적에 대해서도 말들이 나왔다.

‘귀찮게 하네. 선천지기도 채우고 해야 하니, 대홍실업이나 한 번 가봐야겠어.’

***

대홍실업은 중앙지검에 끌려가서 수사를 받기 전만 해도 고만고만한 조직이었는데, 오히려 사지가 멀쩡하게 풀려나온 후는 상황이 달라졌다.

박주명 사장을 아는 지인이 소문 듣고 하나둘씩 달라붙었다.

이권을 노린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도 처음에는 조민호의 주기적인 방문(?)을 받고 나서는 눈치를 봤다.

그런데 조용히 살고자 했던 조민호는 굳이 그들 일에 별달리 간섭하지 않았다.

아니 선천지기가 더 필요한 조민호 입장에서 직원 숫자가 늘어나면 선천지기 빨대 숫자가 늘어나서 더 좋았다.

조민호는 소진된 선천지기를 기존 대홍실업 직원에게서 흡수하면서도 유심히 늘어난 직원을 살폈지만, 딱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척하지 않았다.

그도 죄도 없는 덩치를 상대로 선천지기를 뽑을 수가 없어서 일단 최근 늘어난 직원을 당분간 지켜보기로 했다.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처리하면(?) 되겠지. 어차피 애들이 알만한 정보는 한계가 있고, 최영민 팀장이 이들을 감시한다고 했으니까. 정보 누출하는 놈들부터 처리하자.’

솔직히 그에게 대흥실업 직원은 살아있는 산삼(?)이나 마찬가지였다.

“환자 치료비가 곧 들어온 거야.”

“알겠습니다.”

***

박주명 사장도 아주 바보는 아니어서 문제가 될만한 놈들보다는 오히려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이들 위주로 선별했다.

이 일이 처음에는 별것 아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졌다.

재미있는 사실은 중앙지검 수사도 무사히 통과 받았다는 이야기가 더 퍼져가면서 대흥실업 배후에 권력이 있다는 소문이 들었다.

믿는 사람과, 믿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어졌다.

망치 전경인은 늘 이 일을 거드름을 떨었지만 역시 밑에서는 다들 따른 척할 뿐이었다.

그런데.

중앙지검에서 한 때 수사를 받은 적이 있던 단칼 전두명은 조심스럽게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두 사람 중에 김정환 검사를 알아보고는 파르르 떨었다.

동행한 조영돈 부장검사도 한 숨을 내쉬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설마 총장님이 이런 일을 부탁하다니.’

그들이 들고 있는 현금 가방 1억.

검찰총장도 이 일을 아무에게나 맡길 수가 없었다.

최상의 방법은 자신이 직접 이곳을 오는 방법인데, 그럴 수는 없었다.

그 대안이 이 일의 진실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다.

검은 선글라스를 쓴 김정환 검사 역시 이 일은 이전과는 달리 다른 지인에게 부탁할 성격이 아니라서 기분 좋은 얼굴은 아니었다.

“거, 검사......”

“조용해!”

“아, 넵!”

화들짝 놀란 그.

이미 김정환 검사에게 수사를 받았던 이들은 그를 바로 알아보았다.

“!!”

다들 경악한 채 입을 딱 벌렸다. 설마 현 중앙지검 검사가 이곳까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박주명 사장이 사무실에서 연락받고는 허겁지겁 뛰어와서 그들을 안내했고, 곧 1억 현금 가방을 받으면서 한 숨을 내쉬었다.

그도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조폭 시절에 보스가 괜히 권력과 관계된 일에 연루되어서 감방 가는 것을 봤다.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혹시 이 일이 잘못되어서 제가 잡혀가는 것은 아니겠죠? 권력 게이트나 뭐 그런 일은 아니겠죠?”

두 사람은 버럭 화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아, 네.”

하긴 돈만 전해주는 일이니, 그런 경우는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모르는 일이다. 만약 이 돈이 정치 비자금이라면 돈의 출처를 조사하는 사람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 돈을 평소 하는 대로 처리하면 그뿐이야. 오늘은 특별한 경우라서 우리가 직접 왔지만, 다시 볼 일은 없을 거야.”

한 번쯤 검사를 본다면 그게 죄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네, 그렇다면 상관없습니다.”

“여기 CCTV는 없겠지?”

이미 조민호에게 갖은 고문(?)을 당한 박주명 사장은 한 숨을 내쉬었다.

“일전에 다 제거했습니다. 다만 왜 이렇게 번거롭게 일을 처리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직접 전해도 되지 않습니까?”

“글쎄.”

그것은 두 사람 역시 의아한 일이었다.

당연히 직접 주고받으면 간단하다.

하지만 이 일 자체가 환자 치료와 관련된다. 즉 돈이 한 번 오가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대홍실업 직원의 선천지기가 필요했다.

얼핏 생각하면 조민호가 이들을 수하로 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실은 전혀 아니었다. 그들은 인삼에 불과했던 것이다.

김정환 검사도, 대홍실업 직원도 정확한 내막을 알 수가 없었다.

“시키는 대로 해.”

“네.”

박주명 사장도 두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깊은 한 숨을 내쉬고 말았다. 가슴 한구석이 싸해지는 것을 느낀 것이다.

‘나 같은 피라미가 권력 게이트에 휘말리면 뼈도 못 추릴 거야. 아무래도 보안을 좀 더 챙겨야겠어. 애들 관리도 다시 해야 하고. 생각해보니, 이상하네. 왜 사무실 규모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것일까?’

하지만 그는 곧 조민호에 대한 의문을 떨쳤다. 이상하게 조민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 자체를 할 수가 없었다. 더욱이 지금 이대로만 가도 크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조민호와 연루된 이후로 알게 모르게 의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의뢰인 신분이 좀 이상하지만 돈만 벌면 되지. 뭐 상관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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