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60화 (60/176)

#060

양주민 검찰총장은 때문에 직접적인 수사 외압보다는 소극적인 수사 외압. 그저 눈치를 주는 선정도로 결정 내렸다.

그런데.

“흐흡, 헉억.”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이다.

“여, 여보, 괜찮아요?”

가슴 통증이 심해지면서 침대를 구르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의 아내는 경악해서 다급하게 119에 직접 전화를 걸었다.

“그만둬.”

보통 사람이라도 갑작스러운 흉통을 간과할 수는 없다. 유전 질환으로 평생 고통받은 양주민 검찰총장은 자기 주치의나 마찬가지인 오성 의료원의 정문호 교수를 바로 찾아갔다.

“흠.”

단순흉부촬영 사진을 보고 있던 정문호 교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흉통이 심하다고 하는데, 검사 결과는 멀쩡했다.

‘이건 또 이것대로 이상하네.’

“서, 설마 신경섬유종증이 재발한 겁니까?”

“그게......다시 한 번 확인해봐야 할 듯합니다.”

두 번이나 더 단순흉부촬영을 찍었다.

‘아무리 봐도 멀쩡해.’

“후읍, 헉헉.”

역시 짧은 주기로 호흡 곤란을 요청하는 양주민 검찰총장.

‘이상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딱히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 생활하는데, 꽤 지장이 있어 보였다.

정문호 교수조차 불가사의를 느끼면서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검사 결과만 놓고 본다면 건강한 사람과 비교해도 별반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저렇게 심한 호흡곤란이라니.

결국 흉부 전산화 단층촬영을 두 번 더 반복해보았다.

‘역시 특별한 증상이 없어.’

만약 전산화 단층촬영에 이상이 발견되면, 흉강천자술을 진행해서 혈홍을 진단하거나, 아니면 종괴를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이상이 보이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더욱이 상대는 무려 현직 검찰총장이다. 그의 가슴에 폐쇄성 흉관 삽입술을 했다가 ‘앗 이런 실수, 이상이 없습니다!’라고 할 수는 없었다.

나름 이 폐 질환 분야만큼은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꽤 명상이 자자한 그로서도 이렇게 예외적인 환자는 또 처음이다.

그의 가슴 한구석은 싸했다.

“최근 조용하나 싶었는데......”

“네? 선생님, 무슨 말씀입니까?”

“아, 아닙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별다른 징후는 보이지 않습니다. 헤모글로빈 수치도 증상이고, 혈액 검사나, 소변 검사에서도 별 다른 소견을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피로해도 숨을 쉴 수가 없습니다. 폐암이나 이런 질환을 떠나서 이상이 있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러게요.”

“네?”

“아, 아닙니다.”

불행히도 정문호 교수는 오성 의료원 내에서도 최고의 폐 질환 전문가다. 그런 그가 단순한 증상만으로 뭔가 하지는 않았다.

“조금 더 지켜봤으면 합니다.”

양주민 검찰총장도 이 상황이 좀 황당했지만 그렇다고 정문호 교수를 설득시킬 수는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

아예 숨을 쉬지 못하면 사람이 죽는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불행히도 양주민 검찰총장은 단순히 거북한 수준의 호흡 곤란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 차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일어났다.

정원상 법무부 장관이 한국전쟁을 통일전쟁으로 묘사한 전 최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을 불구속으로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6·25전쟁이 통일전쟁이라니.

국가보안법 이전에 상식으로 봐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특히 당시 6·25 전쟁에서 희생당한 유족이 최정구 교수를 무차별로 고소했고, 언론에서도 계속 유심히 지켜봤다.

이 사건을 만약 불구속으로 진행한다면 언론의 포화가 자신을 노린 것이 분명했다.

‘날 토사구팽하려는 건가? 아니면 족쇄를 만들어두려는 건가?’

물론 지금 당장이야 언론에 외압을 넣어서 지켜줄 것이다. 문제는 레임덕에 본격적으로 들어가서 권력이 통하지 않을 때다.

그때는 양주민 검찰총장이라고 해도 무사하기 쉽지 않았다.

특히 지금처럼 중앙지검 내에 여러 수사에 대한 외압이 늘어나는 경우는 정권 초기와는 달랐다.

검찰총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고민은 깊어갈수록 호흡 곤란은 더욱더 심해져갔다.

“크억, 크헉.”

그는 결국 다급히 병원을 다시 몇 번이나 찾았다.

넋을 잃은 채 심각한 표정을 한 정문호 교수는 여전히 앵무새처럼 같은 대답만 반복했다.

“죄송하지만 저도 예후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어떤 치료도 할 수가 없습니다.”

“헉억, 숨도 제대로 못 쉴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게 정상이라는 말씀입니까?”

“그게......”

검사를 아무리 해도 정상으로 나오는데, 약 처방도 할 수 없었다. 외과적 수술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잘못되면 의료 사고 과실로 정문호 교수가 책임져야 했다.

“죄송합니다.”

결국 양주민 검찰총장은 다른 유명한 큰 병원을 찾아갔다.

다른 병원은 정문호 교수가 진단했다는 말에 오히려 치료를 거부했다.

일반인이라면 시도라도 해보겠지만 차마 현직 검찰총장을 상대로 확실치도 않은 다른 시도를 아예 하지 않았다.

양주민 검찰총장은 시간이 갈수록 자기 상태에 대해서 미칠 것 같았다.

중요한 회의 도중에 호흡 곤란을 일으키면서 다른 이들의 주의를 끌었다.

유엔에서 진행하는 부패 관련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다들 심상치 않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중앙지검장이 보다 못해서 몇 마디 했다.

“괜찮겠습니까?”

“아, 조금 지나면 괜찮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회의가 끝나고 대검찰청에서 중앙지검으로 가려고 했던 변순기 1차장이 고민하다가 결국 서울대 대학 선배이기도 한 양주민 검찰총장 옆으로 다가갔다.

그 역시 서울 중앙지검 내에 카더라 소문을 들었고, 최근 무영 그룹 수사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짝 붙어서 속삭였다.

“차라리 한의사를 만나보는 게 어떨까요?”

“원인 불명의 호흡 곤란을 한의사가 치료할 수 있을까?”

“가능하지 않을까요? 조영돈 부장검사 이야기 들어보니, 김정환 검사 폐암도 그런 식으로 치료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조영돈 부장검사 본인은 여전히 믿지 않습니다만.”

그도 화를 버럭 냈다.

“아니 들은 인간도 못 믿는다면서 지금 날 보고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란 소리야?”

“그게 참......”

머쓱한 변순기 1차장이었다.

***

조민호도 중앙지검 내에서 돌아가는 이야기를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영준 차장 만나서 들었다.

최영준 차장은 왜 검찰총장이 호흡곤란으로 고통받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자네가 손을 쓴 건가?”

“글쎄요.”

“최소한 정보를 주면 안 될까?”

“원래 비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습니다.”

“......실망이네.”

“최영준 차장님을 못 믿어서가 아닙니다. 이런 일은 모르는 사람이 좋을수록 좋습니다. 제 경험이니 믿으세요.”

내심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민정수석이 연루되었으니, 이번 기회에 만약을 위해서라도 중앙지검과, 검찰청에 알박기해야겠어.’

진지한 조민호 말에 최영준 차장은 이상하게 수긍하고 말았다. 그저 하는 말이 아니라, 이상할 정도의 연륜을 느꼈다.

더욱이 요즘 들어서 조민호 앞에만 가면 주눅이 심하게 들었다.

최영준 태도에 만족한 조민호는 대충 자신이 예상한 대로 분위기가 흘러가자 다음 절차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김정환 검사는 숨김없이 그대로 자기 소문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가서 분명하게 입소문을 내라고 하세요. 대신에 다른 사람에게는 몇 년 여행을 떠났다고 하고, 양주민 검찰총장에게만 진실을 말하라고 하세요.”

“그런데 양 총장이 김정환 검사를 따로 부를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살짝 부정적인 면은 말하지 않았다.

‘질환 자체를 가속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마 현대 의학으로는 아예 그 원인을 알 수도 없을 거야.’

“음.”

그도 영문을 몰라서 더 질문하지 않았다. 묻는다고 조민호가 대답할 것 같지도 않았다.

‘차라리 검찰총장 주변을 지켜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

김정환 검사도 최영준 차장 통해서 조민호 지시를 받고는 의아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조민호 지시를 받자 약간 가진 의문조차 접었다.

그는 폐암을 대체 의학으로 치료했다는 소문을 쉬쉬하던 이전과는 달리 아예 작정하고 중앙지검 내에 퍼트렸다.

사실 이 일은 그 자신이 하면서도 살짝 걱정했다.

‘자기 정체가 안 밝혀진다면 괜찮기는 하지만 굳이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 필요가 있나 모르겠어.’

어차피 자기만 입 다물면 정확한 내막을 알기는 어렵다.

그 역시 굳이 조민호 정체를 누구라고 까발릴 생각은 없었다.

이보다는 조민호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중앙지검 내부 의견은 역시 엇갈렸다.

그래도 대체 의학을 믿는 몇몇 검사는 오히려 이 소문을 공감했고, 김정환 검사를 직접 찾아가서 확인까지 했다.

“당분간은 그분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다만 그도 슬그머니 자기가 정말 폐암 4기에 진입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심지어 그 과거 진단서까지 공개했다.

“맙소사!”

김정환 검사는 한 가지 선을 그었다.

“안타깝지만 해외에 여행을 떠나서 한 몇 년간은 그 분을 만날 수가 없습니다.”

결국 이 소문은 중앙지검을 넘어서 대검찰청으로 번져갔다.

양주민 검찰총장도 처음에는 한 귀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의 상태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다.

그도 호흡 곤란이 심해져서 사경까지 넘기고서는 도저히 참다 못해서 김정환 검사를 직접 호출해서 확인해보았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일이니, 너무 긴장할 필요는 없어. 정말 그 대체의학으로 지금 나 같은 경우도 치료 가능할까?”

김정환 검사도 처음에 조민호가 왜 일을 이렇게 키우는지 몰랐다가 양주민 검찰총장을 대면하고서야 화들짝 놀랐다.

그는 이미 양주민 검찰총장 정도면 정보를 공개해도 좋다는 사전 허락을 받았는데, 더욱이 자신의 본보기로 그를 존경했다.

다른 사람에게 했던 이야기와는 많이 다른 소리를 늘어놓았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 도움이 될 겁니다. 그런데 그 치료비가 좀 비쌉니다.”

“얼마이기에 그래?”

“현금 1억입니다.”

“하.”

어이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막상 김정환 검사 이야기만 들어보면 지압해주고 1억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 불법 문제를 떠나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런데 김정환 검사는 절대 웃지 않았다.

이미 중앙지검 라인을 통해서 누구보다 그 강직한 성품을 잘 아는 양주민 검찰총장도 안색을 굳혔다.

“진심인가?”

“야매라면 야매입니다. 폐암 3기, 아니 4기로 사형선고를 받아서 절망했던 제가 직접 그 놀라운 치료를 경험하지 않았다면 감히 총장님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 겁니다.”

실제로 그 증거를 내놓았다. 병원 진단서는 기가 차게도 자기 병에 대해서 아직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오성 의료원이었다.

‘오성 의료원이 돌팔이였던가?’

“놀랍군.”

“다른 지인은 괜한 오해만 살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지금껏 신경병 때문에 마음고생 한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기에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흠.”

아마 그도 일주일 전의 그였다면 조민호란 놈을 불법 의료 행위로 잡아넣으라고 했을 것이다. 그런데 조민호의 혼원기 공능 때문에 이상하게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더욱이 지금처럼 괴이한 고통을 경험하는 상황에서는 그럴 수가 없었다.

이제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가만 그러면 신경섬유종증도 치료할 수 있다는 소리잖아?’

“혹시 그 친구랑 약속을 잡을 수 있을까?”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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