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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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여러 대기업은 김정환 검사 행보 때문에 그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가 과거에 떨친 악명 때문인 것도 있지만 최근 무영 그룹을 향한 수사의 칼날이 심상치 않았다.
한국대 비리에서 시작된 이 수사는 날이 갈수록 더 살벌하게 변해갔다.
처음 단순히 입시 비리가 아니라, 뇌물 수수나, 횡령과 같은 다양한 분야로 그 수사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 갔다.
죄가 있으면 처벌을 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모든 범죄 행위를 닥치는 대로 파헤치는 무자비한 수사가 꼭 좋게 보기는 힘들었다.
그 덕분에 김건중 회장도 물 밑에서 계속 작업 지시를 내리면서 이 지독한 김정환 검사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김건중 회장도 조민호 때문에 적극적인 공격보다는 오히려 만약을 위한 그물 작업에 오히려 더 집중했다.
그는 특히 최근 갑자기 비서실에 입사해서 조민호 관련 일을 다 맡겠다고 한 김지수 때문에 아예 이제는 지켜만 봤다.
아니 그는 김지수 일 때문에 신동일이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것을 염려해서 아예 사람을 보내서 경고까지 해주었다.
김지수는 그 덕분에 그룹 비서실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다른 직원 생각은 좀 달랐다. 그들은 김지수가 회사에 출근하면서 알아서 비켜나면서 감히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직급이 과장이지만 차장 이상의 직원도 슬쩍 시선을 피하거나, 아니면 김지수 앞에 가서 열심히 꼬리를 흔들었다.
“이 부장님, 이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야말로 이사나, 상무 정도도 감히 쳐다보기 힘든 위세였다. 심지어 사장이 직접 찾아와서 눈치를 볼 정도였다.
오성 그룹 막내딸이 가지는 영향력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파급 효과도 컸다.
그녀가 잠깐 나갈 때면 파파라치 몇 사람이 항상 대기했다. 마치 톱스타를 노리는 것처럼 김지수 사진을 카메라에 담았다.
경호원이 나서도 요즘 그렇지 않아도 여전히 여론이 안 좋은 김건중 회장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못했다.
아니 김지수가 나타나면서 오히려 김건중 회장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오히려 사라졌다.
그녀 존재 자체가 블랙홀이 되었다.
‘아, 이건 정말 싫은데......’
사무실에 있던, 아니면 밖으로 개인적인 볼일을 보러 갈 때도 늘 사람의 시선이 있었다. 그것도 숫자가 계속 늘어났다.
김지수도 과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회사 경영에 직접 나서지 않았는데, 이번 일에 뒤늦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하지만......’
그럴 때면 늘 조민호 얼굴이 떠올랐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 지금 받는 스트레스가 절로 다 사라졌다.
그녀는 누구보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본능적으로 잘 알았고, 그런 아버지조차 조민호에 대해서는 감히 별다른 태클을 걸지 않았다.
‘아빠도 부담스러울 거야.’
여자의 본능.
그녀 역시 비서실에 있는 만큼 지금까지 조민호에 대해서 모아놓은 정보를 굳이 열람하지 않아도 옆에서 하는 이야기만 들어도 알 수가 있었다.
그녀를 가까운 거리에서 지키는 서상희 경호부장이 입을 열었다.
“아가씨, 정말 조민호씨에게 관심 있습니까?”
“이상해요?”
“아니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아빠가 그런 소리 한다던가요?”
“회장님 반응은 좀 이상하지만 문제는 다른 가족분을 생각하셔야 합니다. 사모님은 이미 신동일에 대해서도 결사반대했습니다.”
“민호씨는 그 쓰레기와는 달라요. 그러니 엄마도 마음이 바뀔 겁니다.”
“하긴 평범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오성 그룹 김건중 회장님의 막내 따님입니다. 세상 누구도 부담스러워할 분인데, 그분 가족은 제가 알기로 문제가 있습니다.”
“민호씨가 언제 절 보고 거부감을 보이던가요?”
“그게 좀 이상합니다. 하지만 겉으로 그런 흉내를 낼 수도......”
“훗, 언니도 참 눈치 없다. 그게 고작 단순한 흉내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굴러다니는 돌보는 수준이던데요. 전 살아오면서 그렇게 차가운 시선 처음 받아봤습니다.”
서상희 경호부장도 혀를 찼다.
“그런데도 왜 그렇게 조민호씨를 좋게 보는 거죠?”
“그래서 좋아요. 아빠랑 비슷하지만, 오히려 더 커 보여요. 겉으로는 차갑지만, 속에는 뜨거운 열정도 있어 보여요. 세상 그 어떤 일에도 당당하면서 두려워하는 면도 없어요. 그런데도 인간적인 면이 넘쳐나요. 전 세상에 태어나서 그런 남자는 처음입니다.”
“아.”
‘......완전히 빠졌구나.’
그녀도 새삼 조민호를 옆에서 지켜봤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혀를 찼다.
‘확실히 그런 면이 있구나. 아가씨가 남자 보는 눈은 났구나.’
“우리 오빠 봐요. 오성 SDS와, 에버랜드 전환 사채로 받은 3,800억 중에 낸 세금은 고작 16억뿐이잖아. 그런 비겁한 면이 정말 싫어요.”
“그것은 사들인 오성 생명 주식 가격이 낮아서 그런 것뿐입니다.”
“주식 위장 분산이란 거 아는 사람은 다 알아요. 정말 그런 일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오성 생명 위장 분산 이야기는 이미 특수 관계에 있는 계열사를 헐값에 사들여서 세금을 탈루한 것과 관계가 된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압력을 가했다.
김지수도 지금까지는 그런 면에서도 다소 여유로웠지만,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언제라도 공격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새삼 구내식당으로 이동하면서도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오성 본사 직원에 약간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지만, 조민호 얼굴을 떠올리면서 내심 파이팅을 외쳤다.
‘오성 바이오 임상 1상 문제 때문에 또 민호씨를 볼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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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도 처음에는 그냥 그런가 싶었다. 지속해서 이어지는 김지수 전화가 귀찮았지만 그렇다고 핸드폰 착신금지를 할 수도 없었다.
전부 오성 바이오 일과 관련이 있었다. 특히 지분 20%가 조수현 회장을 차명으로 내세우기는 했지만, 실소유주는 그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일축하겠지만, 김지수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그런 중에도 최근 중국 문제 때문에 방치하고 있던 김정환 검사에 대한 근황을 최영준 차장 경고를 참작해서 확인했다. 그는 김정환 검사에 대한 최영민 팀장이 모은 자료를 일부만 확인했는데, 그것만으로 혀를 내둘렀다.
‘문제가 많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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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일에 미쳐 있는 김정환 검사는 최근 무영 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 수색 영장이 기각되자 다시 영장을 재청구했다.
두 번째 영장도 기각되었다.
영장 발부 판사는 충분한 범죄 행위가 소명되지 않았다 식으로만 말했다.
다시 영장을 청구했다.
역시 세 번째 영장 발부도 실패였다.
‘이상하군.’
뒤늦게 법원 라인을 통해서 이리저리 알아보았는데, 단순히 영장실질판사 단독으로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다.
사법연수원 동기 권우성 판사랑 따로 만나서 확인해보았다.
“이번 일은 아무래도 접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이번 영장을 기각한 선배가 날 싫어하는 것은 알지만 그렇다고 개인적인 감정까지 넣을 사람은 아니잖아.”
“그 양반 아냐. 그 위에서 이번 영장을 다 막아버린 거야.”
“법원에서 끼어든 거야?”
“아니 그 위다.”
“설마 법원장님이 이번 영장 발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거야?”
그는 하늘 쪽으로 손가락을 가리켰다.
“더 위다.”
“설마 푸른 집에서? 아니 왜?”
김정환 검사도 영문을 알 수가 없어서 당황했다. 무영 그룹이 대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10대 그룹과 비교하면 몇 단계 떨어진다.
권우성 판사도 이리저리 눈치를 보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민정수석실이라는 소리도 있다.”
“뭐?!”
“이번 정권 애들 이상한 것은 너도 알 것 아냐. 이번에 박현목 비서실장이 경질된 것도 로버트 힐 대사하고 너무 가까워서라는 소리도 있어. 특히 그놈들은 자기편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호해. 그러니 무영 그룹은 포기해.”
“설마 정치 비자금이라도 준 거야?”
“나도 몰라. 하지만 다음 대선 총알이라는 소리가 들리니까. 이번 수사는 이 정도에서 끝내는 것이 좋을 거다. 너 설마 이 정권하고 싸울 생각은 아니겠지?”
진지한 충고였다. 그의 친구답게 늘 불의에 물러나지 않던 권우성 판사가 저렇게 겁먹고 긴장할 정도라면 가벼운 충고는 아니었다.
그도 과거 이런저런 외압은 많이 받아 봤지만, 설마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라는 말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가만 그러면 무영 그룹 박중구 회장이 현 민정수석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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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김정환 검사도 ‘민정수석’ 연루설까지 듣자 굳이 고집을 부려가면서 법원과 충돌하지 않은 체 잠깐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역시 중앙지검 내의 다른 검사의 따가운 시선을 뒤늦게 알아챘다.
경제 범죄를 전담하는 형사 4부도, 아니면 부동산범죄를 전담하는 형사 8부 소속 검사도 복도나, 구내식당에서 마주치면 늘 잔소리했다.
심지어 자신보다 먼저 부장검사로 진급한 이정복은 바로 앞에서 협박했다.
“정환아, 너 그러다가 한 방에 훅 간다. 그만큼 한직으로 돌았으면 정신 좀 차려라.”
“잘 알겠습니다.”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민정수석이라면 검찰 내부에도 자기 인맥을 충분히 박아 넣는다. 아니 검찰청장도 따지고 보면 민정수석 위의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을 고려하면 단편적으로 봐서는 곤란했다.
그는 더욱이 검찰 내부의 조직 문화인 높은 기수 선배들을 면전에서 무시할 수는 없었다.
이대로는 곤란했다.
김정환 검사는 자신이 진행하는 수사가 알게 모르게 다른 부서 영역을 조금씩 침범한 것보다는 무영 그룹 외압이 그 원인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그런데 마침 조민호 연락을 받자 곧바로 서울 시내 한적한 공원에서 만났다.
조민호도 최영준 차장에게 받은 정보 때문에 확인 차원에서 질문했다.
“일은 잘 돼 갑니까?”
“반발이 만만치 않습니다.”
“외압인가요?”
“네.”
침울한 김정환 검사는 굳이 자세한 이야기까지 해주지 않았다.
“무영 그룹이겠군요.”
그는 차라리 이쪽 탓을 돌렸다.
“은광 종합토건에서 공사비용을 빼돌려서 비자금을 만들고, 무영 그룹 쪽으로 흘러들어 간 정황은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비자금에 관한 확인 작업이 필요......”
조민호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선천지기 흐름 변화를 통해서 파악했지만, 굳이 더 묻지는 않았다. 선천지기 변화를 통해서 하긴 힘든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됐고요.”
조민호는 자세한 수사 내용을 알기보다는 이미 중국 쪽과 동시에 투트랙으로 국내 앨리엇 흔적을 다 지울 생각으로 이 자리에 나왔는데, 필요하다면 김정환 검사를 적극적으로 도와줄 생각이었다.
‘무영 그룹이나, 두선 그룹을 희생냥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제 도움이 필요합니까?”
“그게 좀......”
김정환 검사도 머뭇거렸는데, 선뜻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했다.
조민호도 굳이 이런 일을 서두를 생각은 없었다.
“필요한 일이 생기거나, 아니면 다급한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하세요.”
조민호는 몇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후에 그와 헤어졌다.
‘분명히 검찰 쪽에도 놈들이 손을 쓸 거야. 이왕 도와줄거면 확실히 해야지. 아니 그런데 어떤 놈이 협박하기에 저 의지가 굳은 김정환 검사가 저 모양일까. 설마 검찰총장이 직접 나선 것은 아니겠지? 아무래도 한 번 자세히 알아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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