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55화 (55/176)

#055

실제로 대기업에 따라서 좀 다르지만, 국회의원 찬스와 같은 특혜를 이용해서 특채로 회사에 입사하는 경우가 간혹 있다.

오성 그룹이라고 해서 이것이 절대로 안 된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문제는 이런 오성 그룹에 인맥 빨로 밀어 넣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조민호는 최근 오성 바이오 인사과로 자리를 옮긴 민경기 과장에게 다가갔다.

“혹시 특채는 이 설명회에서 하지 않는 겁니까?”

“특채라......”

민경기 과장 얼굴이 진짜 기괴하게 이리저리 변해 갔다. 그가 과장 달기 위해서 지금까지 고생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학생 마음은 알겠지만, 이번 취업 설명회는 일반 설명회다.”

“그래도 지원은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특별한 경력이 있으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처음에는 알아듣도록 설득했다.

조민호는 마치 앵무새라도 된 것처럼 계속 특채 지원서를 요구했다.

“자꾸 그러시면 오성 인사팀에 직접 전화해서 항의할 겁니다!”

“하아.”

민경기 과장은 힐끗 옆에서 킥킥 웃는 동료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이 천둥벌거숭이를 어떻게 골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결론 냈다.

“좋다. 서류를 줄 테니까, 일단 한 번 기재해 봐.”

“주세요.”

사실 오성 그룹만큼 뛰어난 이들이 많은 곳도 없다. 그런 곳이면 조민호 자신이 이제까지 고민한 선천지기 분포도 어느 정도 알 수가 있다.

‘몇 가지 확인만 하면 되는데, 이것도 귀찮네.’

***

조민호는 민경기 과장이 가방에 따로 보관하고 있는 특채 입사 지원서를 받아서 다른 두 친구에게 하나씩 주었다.

그는 천연덕스럽게 각종 필요한 자기 정보를 하나씩 기재했다.

“......”

두 사람은 마치 희귀 동물을 보는 양 조민호를 멍하니 쳐다보았는데, 팔짱을 한 채 한 쪽에서 차가운 눈빛을 번뜩이는 민경기 과장에 몸을 떨었다.

‘왠지 블랙리스트로 찍힌 것 같아.’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한 번 시도해보자. 잘 되면 재수고, 안 되면 운이 없는 것뿐이잖아.”

불행히도 오성 그룹에 신청한 서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 보관되는데, 이제 대학 3학년생이 특채 지원한 기록은 당연히 남는다.

“됐다.”

조민호도 어디까지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 겸사겸사 친구에게 편의를 봐줄 생각이었다.

“후회할 텐데?”

“됐어!”

“나중에 날 보고 뭐라 마라.”

“그럴 일은 절대로 없다!”

“쯧.”

민경기 과장은 조민호에게 서류를 받자 그 서류를 가방에 집어 넣어버렸다.

“특채 지원서 잘 받았습니다. 일반 입사 지원서도 좋으니, 두 사람 서류도 지금 당장 주십시오. 본사 내부적으로 검토를 거쳐서 통보 드리겠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진짜 그거 아닙니다.”

“아뇨. 진심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세 사람 철부지에 단단히 열 받은 민경기 과장은 의외로 단호했다.

두 사람은 울상을 한 채 결국 다시 일반 입사 지원서를 받아서 눈치를 보면서 자기 프로필을 기재하는 척하다가 가방에 넣어버렸다.

조민호도 살짝 혀를 내두르면서 그의 선천지기를 확인했다.

‘역시 선천지기 잠재력 스탯이 19정도인가? 제법이네.’

***

보통 대기업에서 타 계열사 이직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일이 계속 생기면 조직 내부에 위화감이 생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연봉이 좋은 쪽을 선호하는 편중화가 된다.

민경기 과장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지만, 다행히 오성 바이오는 예외적인 경우라서 쉽게 이직했다. 그가 원래 있던 오성 전자 내부의 인사 적체 문제도 한 이유다.

다만 오성 바이오 설립 과정에서 생긴 몇 가지 문제 때문에 여전히 오성 전자 인사팀에서 일했다.

그는 조민호의 특별 지원서를 꼼꼼히 읽으면서 이놈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쉬운 방법을 선택했다.

사이가 별로 안 좋은 인사팀장에게 이 서류를 슬쩍 올렸다.

최진석 인사부장도 민경기 과장과 사이가 안 좋아서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이해를 못 했다.

“조민호? 이게 뭐야? 대학교 3학년인데, 무슨 특별 채용이야?”

“자신이 꼭 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최소한 확인은 해봐야 하지 않습니까?”

일단 특별 채용 기준 자체에 미달이다. 딱히 무슨 입상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영어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다.

학점 역시 고만고만하다.

혹시나 다른 인맥이 있나 싶어서 확인해봤는데, 조수현 회장에 대한 것은 빠져 있어서 별 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너 곧 오성 바이오 간다고 일을 이따위로 할 거야?!”

“제가 설마 팀장님에게 엿 먹이려고 그렇겠습니까. 최소한 한 번 확인은 해봐야죠. 혹시 압니까. 위에서 관심 둘지?”

“민 과장, 정말 너무한 것 아냐?!”

둘의 갈등은 격화되었다.

평소에도 말이 많았던 두 사람이었다.

인사팀 이사 홍석우가 마침 회의 때문에 회의실을 가다가 다투는 모습을 봤는데, 두 사람 사이가 앙숙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무슨 일이야?”

“아, 홍 이사님, 별일 아닙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티격태격한 사이는 이미 팀 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인사 적체 과정에서 팀 내 갈등이 점화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홍석우 이사도 어떻게 해서라도 팀 내의 불화를 다독거렸지만 결국 쉽게 해결이 되지 않는 와중에 최근 설립된 오성 바이오로 민경기 과장의 발령을 승인했다.

그는 결국 두 사람 사이 때문에 자초지종을 물어봤고, 고작 대학생의 특채 지원서 때문이라는 것에 혀를 내두르면서 서류를 확인했다.

‘조민호라......,왜 이름이 귀에 익지?’

그의 안색이 심각하게 변했다. 오성 전자 인사팀 임원인 그가 잘 아는 이름이 평범한 사람일 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진석 인사부장은 안절부절못한 채 홍석우 이사를 설득하려고 했다.

“정말 별것 아닙니다. 지금 봐서는 애들이 잘 몰라서 입사 지원서를 신청한......”

“조용 해봐.”

“......네.”

홍석우 이사를 뒤따라서 회의실에 들어가려고 한 임직원 역시 의아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홍석우 이사는 이리저리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뒤늦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민경기 과장 컴퓨터를 사용해서 로그인했다.

설마 하는 심정으로 ‘조민호’ 이름을 쳤는데, 아니나 다를까 붉은색 마크 경고 표시가 떠올랐다.

-조민호와 관련된 모든 정보는 이학준 비서실장에게 바로 보고할 것.

‘역시. 아, 그 이름이었어. 지난주 사장단 회의 후에 사장님이 따로 지시를 내렸던 그 이름이었어.’

사실 이 조민호 관련 이슈는 오성 그룹 고위 임원조차 의아하게 생각했다.

‘갑부집이 숨겨둔 아들인가?’

홍석우 이사는 예정된 월례회의조차 취소하고 난 후에 조민호 입사 지원서를 들고는 휑하니 사라졌다.

다른 임직원은 의아한 눈으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진석 부장은 뒤늦게야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민경기 과장을 쳐다보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건가?”

눈이 동그랗게 변한 민경기 과장 역시 당황했다.

“.....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놈이 장난삼아서......”

“뭐야? 지금 그러면 애들이 장난한 서류를 나에게 보고했다는 거야?!”

“아니 팀장님도 조금 전에 보셨으면서 그런 소리를 하세요. 느낌이 뭐랄까요. 싸한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혹시나 하는 심정에 보고한 것뿐입니다!”

어이가 없는 변명이지만 결과가 또 잘 맞았다.

“끄응.”

두 사람은 결국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 봤지만,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도대체 대기업 회장 아들이라도 되는 거야?’

***

오성 바이오 설립은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신약 개발 임상 시험은 좀 다르다. 일반적인 과정을 거치면 관련 공무원이 세월아 내월아할 것이 뻔하다.

한국에서 신약 개발이 20년이 넘어갈지, 아니면 30년이 걸릴지 누구도 예상하기 어렵다.

하물며 오성 X파일과, 김건중 회장 청문회와 같은 이벤트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몰이를 한 오성 그룹의 새로운 계열사 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오성 그룹도 이전처럼 싫든 좋든 관계자에게 약을 쳤다.

대부분은 소소한 욕심 때문에 약간의 트러블이 있지만, 잘 해결되었다.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이도 있었다.

“최지민 민정수석이 지분 5%를 달라고 했다고?”

“네.”

“미친 새끼.”

이학준 비서실장도 당황스럽기는 매 한 가지였지만 그렇다고 이 일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최지민 민정수석은 지금 정권에서 큰 신뢰를 받고 있다.

특히 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어서 현 정권이 임기 반환점을 돈 이 시점에서도 다른 인사는 물갈이되는 상황에서도 잘 살아남았다.

“박현목 비서실장도 사임했는데, 그 인간은 이번에도 유임되는 거야?”

“아무래도 대통령 일가 비밀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미 집권 초기에 조사하라고 했잖아. 그놈에 대해서는 따로 밝혀진 것은 없어?”

정권이 바뀌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역시 대기업이다. 오성 그룹처럼 특히 눈에 띄는 기업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다.

“일부 밝혀진 것이 있지만......”

“뭐야?”

이학준 비서실장도 평소와는 달리 약간 난감했지만, 김건중 회장 표정이 변하자 어쩔 수 없이 자신이 조사한 것을 말해주었다.

“건축업자를 비롯한 이권 관계자에게 여러 가지 성 접대를 비롯해서 뇌물을 받아 챙기는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그도 심드렁한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그거 안 하는 놈이 없잖아?”

“그것과는 질이 좀 다릅니다. 자세한 것은 아직 파악 중인데, 워낙에 은밀하게 처리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김건중 회장도 반문했다.

“진담이야?”

“네. 특히 조폭과 연결된 건설업자가 성접대 로비까지 벌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새끼는 겉으로는 깨끗한 척하면서 결국 뒤로는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한다는 말이군. 그 자료는 인력을 더 보강해서라도 철저하게 자료를 모아놔. 파면 뭔가 더 나올 거고, 나중에 긴히 쓰일 줄 모르니까.”

“알겠습니다.”

“지분 5%도 차명으로 처리해서 원하는 대로 줘. 다만 혹시 뇌물로 엮일 소지가 있으니, 주당 5,000원으로 처리해. 그놈도 생각이 있다면 그것까지 거절하지는 않을 거야.”

뇌물죄가 의외로 형량이 가볍지 않은데, 특히 그 금액이 1억이 넘어가면 5년 이하의 징역형이 나온다. 만약 몇 달 전에 생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네.”

“만약을 대비해서 뇌물죄로 같이 죽자고 할지도 모르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 특히 신경을 써. 이제 곧 레임덕이 오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알겠습니다.”

***

이학준 비서실장도 곧 일 처리를 위해서 서재를 나갔다가 뒤늦게 비서실 직원을 만났고, 다시 김건중 회장 서재로 들어갔다.

김건중 회장도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학준 비서실장에게 사실을 확인했다.

“조민호가 우리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냈다고? 아니 왜?”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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