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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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도 아버지가 잘 적응하자, 동생 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종강 과목이 늘어나자 이제까지 번 수익 중에서 5억을 들여서 다시 정원이 있는 분당 근처의 단독 주택으로 이사했다.
넓은 정원이 달린 40평 단독 주택은 혼자 살기에는 좀 컸다.
그는 겨우 여유를 가지자 혼원기 단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번 수련은 맥관염(혈관염) 치료 중에 얻은 깨달음을 정리할 목적이었다.
12가지의 혼원기 시침은 손바닥 위에서 떠올랐지만 각 길이는 저마다 다 달랐다. 조민호 의지가 더해지자 그 길이는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줄었다는 반복했다.
각각의 특성에, 혼원기 강도가 다 다르게 적용된 경우다.
조민호는 그 혼원기를 다시 하나로 뭉치고, 풀기를 반복하면서 계속해서 조금씩 변화를 주었다.
‘흥미롭네.’
비록 혼원기 총량 자체는 다 달랐지만, 이 특성 덕분에 리핑 혈관염을 더욱 쉽게 치료했다.
그때의 감각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아쉬운 점은 이것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특성의 환자가 필요했다.
각 특성 환자마다 조금씩 차이를 준다면 그 효력이 어떤지 알 수가 있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혈관염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답을 찾을 수도 있다.
그는 내심 툴툴거리면서도 한 가지 아쉬움을 느꼈고, 이번에는 절대혼원심법의 하위 호환에 해당하는 혼원심법을 집중했다.
혼원신공은 그가 과거 전생에서 처음으로 창안한 심법인데, 삼재심법을 기본으로 해서 조금씩 발전이 된 삼류를 벗어난 심법이다.
하지만 이 심법도 나름 장점이 있는데, 안정성이 꽤 좋았다.
그럼에도 조민호는 혼원심법을 연마하기가 무섭게 몸속으로 파고드는 무서운 마기를 느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마기 스탯이 +1 올랐습니다.]
[마기 스탯이 +1 올랐습니다.]
마기가 무서운 속도로 몸속으로 파고들면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이 기운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정작 조민호는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탐욕과, 광기 때문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기운은 방 전체에 영향을 주면서 서류나, 책을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
조민호는 치밀어 오르는 피와, 파괴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는 마기를 어떻게 해서라도 정화하려고 해보았지만 그럴수록 더 빠르게 마기가 늘어나는 것에 이를 악물었다.
[마기 스탯이 +1 올랐습니다.]
[마기 스탯이 +1 올랐습니다.]
‘빌어먹을.’
그는 결국 혼원심법을 중지한 채 다시 삼재심법을 돌려서 마기를 정화해서 계속 몸 밖으로 배출하기 시작했다.
몸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는 방안을 가득 채웠다.
조민호는 가까스로 마기를 탈탈 털어내고 난 후에야 눈을 떴다.
마치 뜨거운 사우나를 이틀 동안이나 들어가 있었던 것처럼 몸이 축 늘어졌다.
‘역시 무리네. 이렇게 마기가 가득한 세상이라니, 이놈의 세상은 지옥이라도 되는 건가?’
조민호는 씁쓸한 표정을 한 채 상태창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정원 밖으로 나가서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역시 환자 치료를 통해서 선천지기를 흡수해서 선천지기 잠재력을 키우고, 그 바탕 위에서 내력을 키울 수밖에 없겠어.’
한 때 현경에 오른 그도 현대의 이 세상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다. 이런 일이 그저 운으로 일어난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선천지기 스탯이 좀 더 오른다면 그 차이점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지금 이 세상을 이루는 근원이 전생 속의 대기와는 다를 수도 있겠어.’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런 제약이 싫지만은 않았다.
‘이번 난관만 극복한다면 전생의 경지를 분명히 뛰어넘을 수 있을 거야. 아니 어쩌면 무학의 끝에 도달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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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도 여러 가지 수련 대안을 찾아봤지만, 답을 쉽게 찾지 못했다.
그것은 오성 바이오 역시 비슷했다.
김건중 회장 지시에 따라서 빠르게 기업 설립과, 해외 전문 인력 스카우트를 병행했지만 다른 신약 연구처럼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연구에 변화가 생긴 것은 최근 오성 의료원을 방문한 리핑 때문이었다.
그녀 역시 확인을 위해서 오성 의료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아마 다른 의료원이었다면 그저 확인하는 정도에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오성 의료원은 이미 원인 불명 환자에 잔뜩 독이 올라 있었고, 이 리핑 환자도 간과하지 않은 채 철저하게 조사했다.
그 검사 결과는 자연스럽게 기존 오성 바이오 연구에도 영향을 줬다.
인체 자가 면역 질환 혈관의 치료 답안이 나왔다.
이 실마리를 찾은 사람은 신경외과 전문의인 윤현종 과장 연구팀이었다.
특히 다양한 다른 혈관염 환자 치료 데이터와 비교하는 과정에서 치료 방식에 대한 공통점을 찾아냈다.
리핑 혈관염 치료 변화는 이 공통점에 대한 답을 제공해주었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리핑 혈관염이 워낙에 독특해서 이 치료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에 부작용이 발생했다.
하지만 비교 데이터를 통해서 그 부작용 문제는 생각보다는 쉽게 극복했다.
신약을 이루는 성분에 변화를 계속 줘서 가장 부작용이 떨어지는 경계값을 찾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 지침이 바로 리핑 치료 결과였다.
이 테스트 신약은 당연히 아직 판매할 정도는 아니지만 임상 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오재호 박사는 이 놀라운 소식을 들고 곧바로 김건중 회장을 찾아가서 설명했다.
“자네 말은 다양한 신경학적 발현을 보인 혈관염 환자 데이터와, 리핑 치료 결과를 비교해서 57종의 환자 혈관염에 대한 공통 치료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군.”
“맞습니다.”
그도 김건중 회장이 쉽게 이해를 하자 한 편으로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정도면 조금만 더 다듬어서 동물 실험에 들어가도 됩니다.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서 이론적인 오류 교정 작업이 끝나면 신약 개발의 가장 큰 산을 넘긴 것입니다.”
하지만 김건중 회장은 역시 냉정한 사업가답게 한 가지를 지적했다.
“내가 알기로 신약 하나 개발하는데, 수 천억이, 아니 수 조가 들어가는 거로 알아. 지금 연구 결과로 그런 장담을 할 수 있겠나?”
“그게 리핑 치료 결과 때문에 가능합니다.”
오재호 박사가 내놓은 것은 리핑 신체 데이터 상에 일어나는 변화였다. 마치 프로그래밍처럼 나와 있는 각종 혈액 검사 결과는 신기할 정도로 체계가 딱딱 자리 잡혀 있었다.
“리핑 환자 치료는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큰 고비를 넘겼지만 그다음 단계에서도 체계적으로 변화를 보입니다.”
노트북 화면에는 실제로 각 혈액 변화 시뮬레이션이 진행되었는데, 그 변화는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쉬울 정도로 바뀌었다.
윤현중 박사가 보다 못해서 중얼거렸다.
“이게 사실 표적 치료제 개발과 비슷합니다. 리핑 환자 치유가 왜 저렇게 된 것인지 몰라서 그것 때문에 고민입니다만......”
김건중 회장은 저런 변화가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질문이 아니라, 오히려 손을 들어서 막았다.
“체계적인 변화가 그렇게 중요한가?”
“당연합니다. 이 수치 변화를 통해서 근사적으로 필요한 신약 성분을 추려낼 수가 있습니다.”
리핑의 회복되는 과정을 토대로 해서 각 필요한 신약 성분을 정하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신약을 만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이 결과와 기존 혈관염 환자 데이터를 합쳐서 공통점을 찾아낸다.
실제로 그 테스트 신약은 이미 완성되었고, 실험용 쥐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토끼나, 개, 고양이, 원숭이 순으로 종류를 바꾸어서 확인하면 됩니다. 이미 이 작업도 현재 순조로운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놀랍군.”
혈관염은 혈관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여러 가지 요인과 결합하는 경우가 많은데, 면역계 이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면역 질환이다.
이 혈관염 자체도 문제지만 신경성 혈관염처럼 합병증인 형태가 많다.
쉽게 회복되는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리핑 경우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 계통 치료약은 부작용이 생각보다는 심하다.
특히 다른 병과 합병증이면 치료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만약 딱 이 혈관염 자체만 치료할 수 있다면 이 질병 관련 환자 치료에는 커다란 변화를 준다.
이 신약 판매가 성공한다면 앞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오 박사, 수고했네.”
“감사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성과 보상은 내가 따로 할 테니까. 가서 연구팀 위로나 해줘. 다만 보안 문제는 더 신경 써야 할 거네. 마무리까지 잘 끝나면 자네에게 오성 바이오 연구소 소장 자리를 주겠어. 물론 스톡옵션도 따로 주지.”
“고, 고맙습니다.”
“가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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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중 회장은 잠깐 상기된 얼굴이었다가 이학준 비서실장을 쳐다보았다.
“미래 증권이 상하이 미래 빌딩을 2,500억에 사들였다고 했는데, 그것도 류엔둥이 강제로 뺏은 건물을 받아 챙겼다고?”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앨리엇이 원래 사기로 했던 건물인데, 탈세와, 청부 살인 문제 때문에 손을 뗐습니다.”
“그것도 공안을 이용해서?”
“네.”
“그 건물이 지금 3,200억 정도, 현재 시세로는 3,500억 정도는 줘야 하고, 2년 후면 최하가 4,500억을 넘는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사모 펀드 형식으로 투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이미 미래 증권에서 사전에 보고를 받았고, 따로 오성 비서실에서 감시한 정보를 토대로 나온 결과였다.
김건중 회장도 약간 허탈한 듯 웃었다.
“돈 정말 쉽게 버는군.”
이번 신약 문제를 떠올리다가 결국 결론 내렸다.
“식약처를 비롯해서 신약 개발과 관련된 인사들 목록을 한 번 뽑아봐. 아, 그리고 바이오 지분을 적당히 챙겨야 할 정치권 쪽도 따로 추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조수현 회장을 만나서 이번 연구 결과를 대충 알아듣도록 설명해주고, 뇌물 소리 나오지는 않겠지만, 신약 특허권 매입에 대한 대가로 주당 5,000원 가격으로 오성 바이오 지분 20%를 넘겨.”
그도 자본금 1,000억 회사 주식을 주당 5,000원이라는 말에 움찔 놀랐지만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사실 알고 보면 이 신약 연구도 조민호 환자를 추적해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김건중 회장은 자기 선경지명에 나름 기뻐했지만 괜한 앙금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
“괜히 그 조민호 친구 비위 건드리지 마. 원하면 원한대로 다 줘. 그 친구 덕분에 이런 결과가 나왔어. 차라리 그에 대한 보상을 분명히 해두는 것이 후일을 위해서 더 좋아.”
“네.”
이학준 비서실장도 쓴웃음을 짓은 채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 그가 아는 김건중 회장은 회사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필요하다면 그 특허를 가진 기업을 갈가리 조각내서라도 챙겼다.
그런 그가 스스로 자백해서 선의로 특허료를 충분히 제공하라는 말은 개가 웃을 일이다.
‘중국 공안에 대한 영향력도 있으니, 이전과는 달리 그만큼 조민호가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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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모르겠습니다.”
조수현 회장은 다시 만난 이학준 비서실장이 내놓은 오성 바이오 지분 매각 관련 제안에 대해서 수상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가 신약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새로운 신약 혈관염 치료제 바스클린은 이미 어느 정도 동물 실험을 벌써 들어간 상태고,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문제가 된 부작용 역시 정식 임상시험을 통해서 충분히 보정이 가능했다.
이유는 이 바스클린이 이 구체적인 결과와, 그 이론이 불안전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나왔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아니 그는 솔직히 오성 그룹의 저력에 내심 경악했다.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일이 가능한 건가? 내가 아는 신약 개발은 보통 10-15년은 걸리는 것으로 아는데.’
신약 개발이 오래 걸리는 이유는 바로 부작용 때문이다.
한 번 실험할 때마다 나오는 문제 때문에 그 실험을 반복해야 한다. 그 시행착오가 많을수록 그 기간이 더 길어진다.
그 기간을 줄일 수 있으면 될 것 같지만, 불행히도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생명의 신진대사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학준 비서실장은 잠깐 망설이다가 결국 한 가지 사실을 털어놓았다.
“조카인 조민호군에 대해서는 잘 알 것 같으니, 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리핑을 치료한 것도 압니다. 운이 좋아서인지 그 리핑을 저희 오성 의료원에서 정밀 검사했고, 그 과정에서 이 신약을 개발한 겁니다. 실제로 우리가 한 것은 조민호군의 치료 방식을 베껴서 신약에 적용한 것뿐입니다. 즉 치료약 특허권자는 조민호군입니다.”
“......”
담담한 어조로 말을 했지만, 오성 의료원 전문가 수십 명이 조민호 치료 환자를 죽으라고 찾아다녔고, 그들 상태를 철저하게 쫓아다니다가 발견한 결과물이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우연히 나온 부산물은 절대로 아니었다.
하지만 그저 오성 그룹에서 지금까지 조민호를 감시했다는 또 다른 표현으로 받아들인 조수현 회장 가슴 한구석이 싸늘하게 식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