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9
***
두칭리 보좌관은 초조한 얼굴을 한 채 조수현 저택을 쳐다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그는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천량위 어르신이 리핑에 관한 것은 다 하나도 놓치지 말라고 했어. 하지만......’
문제는 저택 입구는 자신들 일행이 지키고 있었지만, 정원 쪽에는 조수현 경호원이 대기 중이었다.
그 자신의 능력이라면 어떻게 틈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당장 그 의문의 지압사가 리핑을 정말 치료했느냐다.
‘설마 그냥 밖으로 다 내몰다니.’
두칭리 보좌관은 힐끗 다른 일행을 통제하는 장청리 부장까지 세심하게 살폈는데, 다른 경호원과는 달리 그는 꽤 부담스러웠다.
‘도대체 누가 보낸 놈일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후진타오가 자신의 심복이라는 류엔둥을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다. 최고 실력자를 보낸 것은 당연했다.
때마침 조민호가 홀로 느긋한 걸음걸이로 밖으로 나왔다.
두칭리 보좌관 눈빛은 살짝 바뀌었고, 마침 장청리 부장이 화장실로 가는 것을 확인한 후에 슬그머니 조민호 앞을 막았다.
“멈춰!”
“?”
“허락받지 않으면 못 나간다!”
“날 보고 하는 소리냐?”
두칭리 보좌관도 새삼 자연스러운 조민호 중국어에 감탄했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건물 안에서 기다려!”
말과는 달리 오히려 위압적으로 바짝 다가왔다.
조민호는 리핑 치료에 꽤 만족해서 흡족한 얼굴이었지만 두칭리 보좌관을 보자 처음에는 의아한 눈으로, 그다음에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아니 그는 힐끗 저택 입구를 지키는 다른 류엔둥 경호원을 차례로 살피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신동일이란 놈 외에 이렇게 오염된 기를 가진 놈은 두 번째군.’
하지만 그는 한 편으로 몸에서 풍겨 나오는 후천지기를 토대로 선천지기 잠재 스탯이 대략 20 정도에, 후천지기 스탯까지 있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2스탯 정도를 넘지 않아. 무리하게 수련하면서 선천지기가 더 많이 오염되었겠지. 애초에 욕망도 많은 놈 같군.’
얼핏 봐서는 후천지기를 단련해서 일반인보다는 놀라운 실력을 갖췄다. 그 반대급부는 선천지기 오염이다.
다른 신체 장기를 갈아먹으면서 수명까지 갈아 먹었다.
욕망과, 수련, 수명이 서로 절묘하게 대칭점을 이룬 셈이다.
조민호도 신동일과 이 중국인을 비교하면서 새삼 많을 것을 깨달았다. 인간의 신진대사 변화였다. 문득 전생의 자기 모습을 떠올리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두칭리 모습에서 과거 무학에 대한 욕망에 미쳐 있었던 자기 자신을 일부 기억했다.
그가 당시 걸어간 길은 피와 죽음만이 가득한 수라도였다.
기분이 갑자기 나빠졌다.
“꺼져!”
상대를 아주 깔아뭉개는 제대로 된 중국어 억양.
두칭리 보좌관은 어차피 놈이 리핑을 더 치료하지 못할 명분을 찾고 있었던 터라 잔인한 미소를 짓은 채 오히려 한 걸음 다가갔다.
“네놈이 죽고 싶구나!”
너무 빨리 일어난 일이라서 옆에서 지켜보는 이들이 어하는 순간에 두 사람은 불과 한 걸음 사이로 가까워졌다.
두칭리는 마보 자세를 취하면서 조민호 얼굴을 향해서 일격을 날렸다.
실로 절묘한 한 수였다.
하지만 이미 다른 계획을 염두에 둔 조민호는 목을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그 공격을 피했다. 솔직히 이렇게 자기 간격 안에 들어온 미친놈은 또 처음이다.
타인의 기량을 제대로 알았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행동이다.
그가 그렇다고 자기 앞에 놓인 진수성찬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명치 바로 위의 유문을 가볍게 건드리면서 툭 밀었다.
막 반격을 시작하려고 한 두칭리는 가소로운 표정이었지만 곧 유문을 따라서 들어온 혼원기가 시신경을 뒤흔들어서 자기 두 눈이 침침해지는 것을 느끼자 크게 당황했다.
눈의 초점이 사라지자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나려고 했다.
역시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최소한 그냥 상대를 향해서 반격이라도 했다면 그나마 좀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뒤로 물러나자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조민호는 무술을 익히기는 했지만, 그 무학 깊이가 천박해서 일어난 상대 허점에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조차 나지 않았다.
다시 일장을 쭉 펴서 유문에 인접한 신봉, 영허, 신장을 차례로 툭툭 쳤다.
네 가지 경혈은 모두 심포경의 경락으로 심장과 순환기 쪽을 조절한다.
그 경락에 이것저것 적당히 뒤섞인 혼원기가 침투하자 그 경맥과 연결된 장기 조직이 모두 격렬하게 반응했다.
“우엑!”
두칭리는 어제 먹었던 고기까지 죄다 토해내면서 바닥을 굴렀다.
미친 듯이 기침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심장 주변의 경혈이 뒤틀리면서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두 눈동자는 이미 풀린 채 입에는 거품을 물면서 새우처럼 몸을 웅크렸다.
“쿠엑, 크에엑, 크흑, 흐흐흑.”
사람이 낼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비명이 입에서 흘러나왔다.
장기 조직이 뒤틀리면서 일어나는 끔찍한 고통은 경험해보지 않는 이상은 알기 어렵다.
“?!”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두칭리 보좌관 일행은 모두 조민호에게 달려들었다.
“멈춰!”
그들을 막은 것은 막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는 장청리 부장이었고, 창백한 안색을 한 채 두칭리 상태를 확인하면서 조민호를 향해서 분노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냐?!”
조민호 분위기는 조금 전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지면서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었다.
몸 내부의 선천지기를 토대로, 후천지기가 자연스럽게 밀려나면서 120만 정신 스탯의 힘을 외부로 방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불과 5푼도 채 되지 않은 기세였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분개한 장청리 부장은 오히려 화들짝 놀라서 다른 일행조차 뒤로 물리면서 식은땀을 줄줄 흘린 채 와들와들 떨었다.
조민호 정신 스탯이 마치 드래곤 정신 공격처럼 장청리 정신에 충격을 줘서 뒤흔들었다.
그 압도적인 기운을 그나마 느끼는 것은 후천지기를 단련한 장청리 부장뿐이었다.
‘이, 이게 도대체 뭐야?!’
전신이 난도질당해서 조각조각 찢겨나가는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공포 그 자체다.
조민호는 여전히 물러나면서도 자기 기운에 대응하는 장청리 부장 모습에 한 편으로 감탄하면서 다른 한 편으로 자기 능력에 혀를 찼다.
‘형편없군.’
하지만 지금 현대에서는 이 정도만 해도 당적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장청리 부장을 보자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뒤로 물러나면서도 시선을 떼지 않는 모습에 감탄하면서 천천히 두칭리에게 다가가서 아랫배에 있는 횡골, 대혁 혈을 교대로 걷어찼다.
단순할 발길질에 두칭리는 결국 오줌마저 줄줄 싸면서 꺽 꺼억하는 앓는 소리만 토했다.
그 처절한 표정만 봐도 그가 경험하는 고통이 짐작할 수 있었다.
장청리 부장은 심각하게 갈등하면서도 다른 경호원이 나서는 것을 막았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아니 저건 또 무슨 수법이기에 저러는 거야?’
그냥 손으로, 발로 툭툭 찼는데, 상대는 마치 지옥에서 고문이라도 당한 것처럼 고통을 느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했지만 이대로 두칭리 보좌관을 둘 수는 없어서 조민호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조민호의 차가운 음성이 울렸다.
“누구지?”
역시 정신에 타격을 받은 장청리 부장은 흠칫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크윽, 제, 제발, 크엑, 이 고통을......”
“말하면 그 고통은 사라질 거다.”
“......처, 천, 천량위, 어, 어르신이......크엑, 제, 제발, 너, 너무 고통......”
두칭리는 도대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조민호가 하는 질문에 주절주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장청리 부장은 막 조민호에게 다시 달려들려고 하다가 ‘천량위’라는 말에 제동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조민호는 그제야 만족한 얼굴을 한 채 다시 두칭리 보좌관을 걷어차 버렸다.
두칭리 보좌관은 마치 바위에 충돌한 것처럼 정원 바닥을 굴려서 피투성이가 된 채 한 쪽 벽에 처박혔다.
장청리 부장도 도저히 이 잔인한 광경에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너무한 것......”
놀랍게도 두칭리 보좌관은 피투성이가 된 채로 무릎을 꿇은 채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몸을 일으키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의 그 무시무시한 고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에 경악했다.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이, 이럴 수가.’
조민호는 뒷짐을 진 채 두칭리 보좌관을 보면서 냉소했다.
“이번 한 번만은 특별히 아량을 베풀겠다. 다음에 그따위로 나대면 진짜 지옥이 뭔지 보여주마.”
“......아, 알겠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두칭리 보좌관은 감히 조민호에게 얼굴을 들지도 못한 채 넙죽 절했다. 그는 조금 전에 마치 정신이 붕괴라도 당한 것 같은 고통에 도저히 조민호에게 저항할 수가 없었다.
육체와 정신이 일시적이지만 일거에 무너지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
장청리 부장을 비롯한 지켜보는 이들은 이제 다들 입을 딱 벌린 채 이 기괴한 장면을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다.
개 패듯이 두들겨 맞고 나서 오히려 이 정도에서 그친 것에 고맙다고 절까지 한다.
불과 5분 남짓한 사이에 벌어진 일은 도저히 상리로 설명조차 하기 어려웠다.
조민호는 힐끗 얼굴이 단단히 굳은 장청리 부장이 두칭리 보좌관을 쳐다보는 모습에 만족했다.
그는 이미 같이 오랫동안 손을 맞춘 이들은 알게 모르게 그 선천지기 흐름이 비슷하다는 것을 한국대 야구부를 통해서 알았다.
‘어째 기질이 너무 다르다고 했어. 역시 첩자군.’
그는 전생에서 너무 능력을 감추면 오히려 떨거지들마저 달려들기 때문에 차라리 그럴 때는 실력을 일부 보여줘서 겁을 주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경험했다.
보물을 가진 것이 죄라고 설사 호의를 베풀어도 힘이 없으면 오히려 배신을 당한다.
장청리 부장이 두칭리 보좌관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으니, 나머지는 그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설사 두칭리 보좌관 배후가 있다고 해도 크게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이제 리핑 치료에 대한 것을 알게 된 두칭리 보좌관 배후가 굳이 조민호를 대적할 이유는 없다.
설사 딴 꿍꿍이가 있어도 그때는 대화가 우선이다.
‘나야 앨리엇을 박살 낼 무리만 규합하면 되니까.’
조민호는 뒤늦게 밖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라서 정원에서 일어난 자초지종을 들은 류엔둥이 자신에게 사과하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소소한 오해일 뿐입니다. 저도 별다른 감정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꾸벅 고개를 숙이는 류엔둥 표정은 조금 전과는 또 달라졌다. 그녀 얼굴에 긴장이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딱 좋군.’
저택 안에서 한창 혐의를 하던 조수현 삼촌이 뒤늦게 나와서 정원에서 일어난 소동에 고개를 갸웃한 채 조민호에게 다가왔다.
보상하겠다고 하는 류엔둥 모습에 조민호는 조수현 삼촌 등을 떠밀었다.
“무례에 대한 대가와 치료비는 여기 조수현 회장님과 혐의해서 처리해주십시오.”
류엔둥도 이제는 감히 조민호를 향해서 그 어떤 다른 마음을 먹지 못했다.
“선생님, 잘 알겠습니다.”
“그럼.”
그는 손을 흔들면서 저택 입구를 포위한 경호원 사이를 느긋하게 걸어갔다.
이상한 것은 검은색 정장을 한 경호원들이 오히려 조민호에게 길을 내주면서 마치 훈련이라도 한 것처럼 정중하게 허리를 숙였다.
모두 중국 내에서 철저한 훈련을 받은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한두 명도 아니고, 전원이 조민호에게 몸을 낮추었다.
저것은 시킨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보통 사람은 그 기백에 지나가지도 못하겠지만, 조민호는 그런 배웅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느긋한 걸음으로 저택을 나섰다.
“?”
조수현과 김재상 비서실장은 영문을 몰라서 서로 쳐다보기만 했다.
하지만 그도 무려 후진타오 심복이자, 상하이 권력자 당서기 류엔둥이 조금 전보다 훨씬 살갑게 다가오자 어색한 웃음을 짓은 채 그녀를 상대했다.
‘......후유, 일단 일은 잘 끝난 것 같은데, 민호 이 녀석이 또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분위기가 이러냐. 뭐 나쁜 것은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