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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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혁은 경호팀 일원과 같이 가장 뒤에서 신동일 뒤를 따라서 한국대를 향했다.
신동일은 외모만 보면 어지간한 탑 연예인 못지않을 정도다.
더욱 대단한 것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친절한 미소다.
그 어떤 실수를 해도 오히려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가슴이 따스한 남자 모습이다.
한국대 여대생이 지나가면서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 새끼 정말 소름 끼치네.’
장혁은 다행히 신동일 옆에 최근 있으면서 그의 진 모습을 봤기에 저 표정이 얼마나 가식적인지 잘 알았다.
그조차 몇 달에 걸쳐서 지켜보면서 겨우 발견한 터라 소름마저 느꼈다.
‘인면수심이란 말을 듣기는 했지만 정말 현실에 존재하다니. 하지만 정말 저 새끼가 끔찍한 것은 그 점을 들키지 않으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는 거야.’
그리고 목표한 타켓.
신동일은 해맑은 표정을 한 채 후다닥 뛰어가면서 소리쳤다.
“지수야!”
“?”
김지수는 조민호 뒤를 따라가다가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
신동일 역시 바뀐 김지수 외모에 할 말을 잃었다.
그가 그녀와 만나지 않은 기간은 불과 몇 달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만난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외모가 변해있었다.
만약 그가 김지수와 연인 사이가 아니었다면 의심을 했을 테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앳된 과거 흔적을 보고서야 확신했다.
“저, 정말 예뻐졌구나.”
하지만 김지수 반응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다.
“분명히 연락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할 말이 있어.”
“아니 난 하고 싶은 이야기 없어. 지금 안 가면 경찰을 부를 거야. 아니면 내 경호원을 부를 텐데, 그들과 싸움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우리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면서 그래?”
완전히 적대적으로 변해 버린 그녀였다.
신동일조차 오성 그룹 김 회장을 떠올리자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지수야, 지난 일은 내가 잘못했어.”
눈물마저 보이면서 고개를 푹 숙이면서 무릎까지 꿇는 신동일.
마치 영화 속에서 헤어진 연인이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이었다.
그 표정과 행동은 지나가는 여대생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어머.”
남자가 오히려 멋있다고 서로 속닥이는 여자들.
하지만 김지수는 이미 신동일이 어떤 사람인지 최근에 와서 어렴풋하게나마 느꼈기에 오히려 치를 떨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당장 안 꺼져. 나 바로 신고한......”
그녀는 정말 119를 누르려고 했다.
신동일이 눈물을 보이면서 그녀 휴대전화를 잡았다.
“내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나 앞으로 정말 잘할게.”
“싫다고 하잖아!”
김지수는 손을 강제로 떼 내면서 조민호 뒤로 후다닥 숨었다.
조민호도 어지간한 일이라면 그냥 모른 척하고 제 갈 길을 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도 흥미를 느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보통 사람 기준으로 욕망이 있으면 선천지기가 오염이 된다. 그런데 그 갈증이 더 커질수록 이 오염도는 더 높아진다.
신동일은 놀랍게도 무려 20스탯이라는 선천지기 잠재력을 가졌음에도 그 오염도가 무려 80%를 넘었다.
선천지기 잠재력만 봐도 재능은 있었지만, 오염된 기운 기준으로 본다면 연쇄 살인마 정도는 찜쪄먹을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순정 만화의 남자 주인공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살인마가 아니라면, 역시 욕망에 잡아먹힌 거다.’
신동일은 조금 전의 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차가운 눈으로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당신은 누구지?”
조민호는 힐끗 뒤에서 떨고 있는 김지수를 일변한 후에 신동일 뒤쪽에 서 있는 경호원을 살피다가 가장 뒤쪽에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친구를 살폈다.
‘음? 저놈은 또 뭐야?’
선천지기 잠재력이 대충 봐서는 스탯 28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탯 20이 세계 최고 스포츠 선수 기준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육체 능력은 보통 사람이 절대로 아니었다.
하물며 그는 단순한 잠재력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체화시키고 있었다.
후천지기 역시 눈으로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지만 존재했다.
‘대략 5스탯 정도인가. 대단하네. 오염된 기운도 거의 없이 저 정도를 가지려면 지금 현대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죽으라고 수련해야 해.’
아니 어린 시절부터 수련해도 근골이 최고가 아니면 어렵다.
이것은 마치 더러운 세상에서 자기 수련을 통해서 홀로 존재하는 백조 같았다.
신동일은 아예 조민호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행동에 버럭 화냈다.
“비켜라!”
분노가 가득한 어조. 마치 자신의 물건을 빼앗긴 사람 같은 목소리였다.
조민호는 김지수와는 별개로 도저히 이놈을 그냥 이대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싫은데?”
“끌어내!”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서 있던 경호원 두 명이 조민호에게 오른발을 앞으로 쭉 내밀면서 오른손을 뻗어서 어깨를 잡으려고 했다.
조민호는 살짝 몸을 흔드는 것만으로 가볍게 피한 후에 오른쪽 가슴 위의 고방을 툭 쳤다.
손끝이 경혈에 붙었다가 떨어졌지만 다가온 경호원이 마른기침을 하면서 바닥에 풀썩 쓰러진 채 바닥을 굴렀다.
혼원기가 경혈을 타고 호흡기 쪽으로 파고들어서 조직 일부를 뒤흔든 것이다. 그 결과는 마치 폐병환자와 같은 지독한 기침이었다.
“콜록, 콜록.”
다른 경호원은 화들짝 놀라서 몸을 뒤로 뺐다.
조민호는 이미 오른발을 한 걸음 내디디면서 목 바래 아래 있는 기사를 가볍게 잡았다.
“카악.”
기사혈을 통해서 흘러들어 간 혼원기가 기관지를 뒤흔들었다.
눈매가 날카로운 경호원은 목을 잡은 채 컥컥 거리면서도 사지에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했고, 숨을 제대로 쉽지 못한 채 비틀거렸다.
뒤늦게 나머지 두 사람이 조민호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한 사람을 팔꿈치 위의 천부를, 다른 한 사람은 손목의 소상혈에 혼원기를 듬뿍 넣어서 죽일 생각까지는 없는 터라 가볍게 불어넣었다.
가벼운 접촉이었지만 이번에 사용한 것은 12가지 혼원기 중에 하나다.
그 특성은 각 경호원의 특성과는 대척점에 있는 것이었다.
세 번째 경호원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바닥에 엉덩이를 든 채 눈물까지 흘리면서 바들바들 떨었다.
마지막 경호원은 심장을 잡은 채 숨을 헐떡이면서 마치 죽음을 앞둔 사람처럼 조민호를 향해서 살려달라고 간절히 바라보았다.
그 고통이 얼마나 끔찍한 것인지 보는 사람 몸을 오그라들게 하였다.
신동일 역시 이 황당한 괴사에 눈만 끔뻑인 채 바라보다가 가장 뒤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장혁에게 외쳤다.
“장혁, 이 새끼야, 뭐하는 거야? 빨리 저놈을 처리하란 말이다!”
‘이 병신같은 새끼가.’
그로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과는 달리 조민호를 보는 순간에 그 속에 숨어 있는 120만 정신 스탯 기운을 느꼈다.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예민한 감각 능력 때문이었다.
이것은 싸우고 말 수준 자체가 아니다.
아예 두 사람 전투력 격 차이가 전혀 달랐다.
장혁은 신동일을 무시한 채 양손을 번쩍 들고는 자기에게 산책하듯이 다가오는 조민호에게 소리쳤다.
“전 이들과 무관합니다.”
“?”
조민호조차 걸음을 멈춘 채 어이가 없었는데, 그의 독특한 특성을 읽지 않았다면 절대로 그냥 두지 않았을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장혁 태도다. 그는 다른 사람과는 달리 땀범벅이 된 얼굴을 한 채 부들부들 떨면서 공포에 먹힌 것 같았다.
‘이것 봐라.’
그조차 전생에 온 이래로 자신의 정신 스탯 능력을 알아본 이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혁은 그것 일부 알아보았다.
“네놈은 누구지?”
“자, 장혁입니다. 저는 절대로 당신의 적이 아닙니다. 그저 월급쟁이 경호원으로 이 자리에 온 것입니다. 그러니 그냥 보내주십시오.”
“도망갈 생각은 없고?”
“당신의 허락이 없다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저랑 저 신동일과는 단순히 경호원과 의뢰인 관계일 뿐입니다.”
“눈치 빠른 놈이군.”
조민호가 굳이 손을 쓰지 않은 것은 선천지기 순도에 따른 차이 때문인데, 아무리 봐도 장혁이 이들과 한패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뒤늦게 벌어진 활극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 이들 때문이었다.
조금 전에 일어난 전광석화 같은 일은 너무 빨라서 촬영하지 못했지만 그다음 장면을 기대하면서 다들 숨조차 쉬지 않은 채 핸드폰을 들었다.
‘......아무래도 최영민 팀장 통해서 따로 알아봐야겠어.’
“저,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는 암묵적으로 조민호가 이미 허락했다는 것을 알자 호랑이를 만나 사람마냥 빠르게 도망쳐버렸다.
“......”
신동일은 기가 차서 멍하니 장혁 도주를 보면서 이를 갈다가 감정이 전혀 없는 조민호 눈빛을 보자 마른 침을 삼켰다.
“다, 당신은 지금 폭력을 행사하고 있어. 경찰에 신고할 거......”
신기한 것은 당장에라도 죽을 듯이 헉헉거리는 경호원이 오히려 영문을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 몸을 다시 일으켰다.
그들은 조금 전에 그 끔찍한 고통을 진저리를 치면서 이를 악문 채 신동일을 보호하기 위해서 조민호를 막아섰다.
다리가 후들후들 떠는 것을 봐서는 정말 필사적으로 두려움을 참고 있었다.
신동일 역시 영문을 모르기는 매 한 가지였고, 지켜보는 한국대 재학생 역시 비슷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조민호도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신동일을 바라보면서 입맛을 다셨다.
‘여기서 오염된 기와 선천지기 생체실험을 할 수는 없고, 조용한 곳에서 은밀하게 처리해야겠어.’
“꺼져!”
“두, 두고 보자!”
신동일은 마치 삼류 양아치가 늘 하는 말을 남겨 놓고는 이를 바드득 갈면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
조민호는 조금 전의 그 극적인 광경에 입을 딱 벌리고 있는 김지수의 매혹적인 모습을 보면서도 한국대로 들어가 버렸다.
‘정말 귀찮네.’
김지수는 뒤를 따르려고 했지만 마치 둘의 격돌을 지켜보다가 때맞추어 나타난 경호원 때문에 멈추고 말았다. 그녀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놀라운 조민호 무술 솜씨에 아직도 가슴이 요동치는 것을 쉽게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도대체 민호씨는......’
***
서울 도심의 한 카페는 젊은 연인이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나이가 지긋한 중년인으로 보이는 최영민 팀장이 카페라테를 홀짝였다.
카페 한쪽의 TV에서 나오는 뉴스 때문에 다들 그쪽을 바라봤다.
무영 그룹에서 분리된 은광 그룹 계열사인 은광종합토건에 대한 압수 수색 장면이 나왔다. 무려 30명 수사관을 거느린 김정환 검사가 오른손에 압수 수색 영장을 든 채 그들을 지휘했다.
앵커는 이번 은광종합토건에 대한 압수 수색이 한국대 공대 건물 부실 공사와 이 공사에서 공사비용을 부풀려서 만든 비자금에 대한 수사 때문이었다.
이 수사 칼끝은 현재 은광 그룹만이 아니라, 무영 그룹 박중구 회장을 겨누고 있는 터라 앵커 목소리도 갈수록 더 올라갔다.
‘익히 소문은 들었지만, 설마 한국대 입시 비리를 이용해서 여론을 부추기고, 그것을 토대로 설마 은광 그룹을 먼저 공격해서 무영 그룹을 노리다니. 그런데 저렇게까지 몰아붙이다니, 무영 그룹에 불구대천의 원한이라도 있는 건가?’
물론 그 맞은편에는 아무리 연락해도 거리만 두던 장혁이 호들갑을 떨었다.
“도대체 조민호 그 자 정체가 뭡니까?!”
뉴스가 다시 쓸데없는 내용으로 바뀌자 조민호와 김정환 검사 사이를 차분하게 떠올리면서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나도 잘 몰라.”
최영민 팀장은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누구한테 얻어맞기라도 한 거야?”
“말도 마십시오. 그 인간을 만났는데, 아직도 오금이 저립니다.”
“조민호를 만났어? 이상하네. 난 특별한 것을 못 느꼈는데......”
“팀장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 새끼가.”
“솔직히 말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전투력만 놓고 보면 저에게 상대됩니까? 다 나이 탓이니 하세요. 어쩔 수 없는 겁니다.”
“너 죽을래?!”
장혁은 귀를 후비면서 아직도 흐르는 식은땀을 다시 닦아냈다.
“개 소리 그만하고, 조민호 이야기나 좀 해보세요. 팀장님 능력이 떨어져서 그 자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설치는 겁니다.”
“무슨 뜻이냐?”
“그 자는 호랑이나 사자같은 부류 따위가 아닙니다. 뭐 표현하자면 그냥 괴물입니다. 우리와 같은 인간종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