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30화 (30/176)

#030

황주식은 마침 자기 집에 불이라도 난 사람처럼 후다닥 사무실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혀, 형님, 크, 큰일 났습니다. 기, 김, 김민식 검사가 찾아왔습니다!”

“뭐?!”

김민식 검사는 김정환 검사보다는 격이 좀 떨어지지만,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폭력 조직 전담 수사를 맡았다.

특히 박주명 사장도 몇 번이나 수사를 받아 본 적이 있어서 다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검은색 정장을 한 김민식 검사가 두 사람을 동행해서 나타났는데, 사무실 이곳저곳을 살폈다. 그는 자신이 이곳에 온 것 때문에 극도로 화냈다.

“여기 CCTV 없지?”

박주명 사장은 바로 저 자세로 아부했다.

“그렇습니다. 아니, 검사님이 어쩐 일로 여기 오신 겁니까?”

심드렁한 김민식 검사는 자신이 왜 이런 쓰레기처리장에 와야 하는지 심사가 편치 않았다.

“나 검사 그만뒀다. 이제 변호사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건 명함이니, 혹시 앞으로 필요한 일이 있으면 연락이나 해.”

“네?”

박주명 사장도 그렇지만 대홍실업 직원들은 다들 명함을 돌려보면서 멍하니 김민식 검사를 쳐다보았다.

김민식 검사가 동행한 덩치 한 명에게 눈짓하자 묵직한 배낭 하나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전달했다.”

“네? 아니 뭘......, 이것은......”

배낭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빼곡하게 들어가 있는 만 원짜리다.

전직 검사가 돈뭉치를 전직 조폭에게 넘기다니.

설마 했다.

이미 일전에도 이상한 놈들이 나타나서 1억 현금을 줄 때도 이상했지만, 오늘은 정말 그때와는 비교조차 하기 힘들었다.

김민식 변호사 역시 친구 김정환 검사 부탁을 받기는 했지만 이게 뭐하는 짓인지 영문을 몰랐고, 몇 가지 질문할까 하다가 깔끔하게 접었다.

“영수증 같은 것은 안 주냐?”

“그런 것 없습니다만......”

“그냥 이거 주고 끝이야? 너희가 설마 나에게 사기 치는 것은 아니겠지?”

“네.”

“어이가 없군.”

동행한 두 사람 역시 전직 형사로 김민식 변호사 일을 보조해주었지만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라서 어리둥절하기는 매 한 가지다.

하지만 전직 검사에게 현금 1억을 받은 박주명 사장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김민식 변호사는 다시 망설이다가 결국 조용히 떠나 버렸다.

늘 아첨만 하는 잿덜이 황주식도 혀를 내둘렀다.

“그분(?) 정말 대단합니다.”

“나도 이젠 모르겠다.”

대홍실업 직원은 그저 조민호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고, 지금부터는 그나마 가끔 하던 다른 엉뚱한 생각 따위는 완전히 접었다.

‘가끔 통증이 동반되는 것만 빼고는 별다른 일은 없잖아. 이젠 나도 모르겠다.’

***

조민호도 1억 현금을 받았다는 것과 같이 두선 건설 비자금 이야기를 들었는데, 비자금 부분은 김정환 검사에게 알리라고 전했다.

애초에 영화 히어로처럼 두선 건설 비자금 따위는 알고 싶지도 않았다.

앨리엇 경우는 그 자신을 공격한 배후였기에 계속 손을 쓴 것뿐이었다.

‘뭔가 더 있어. 김정환 검사라면 그놈들을 악착같이 물어뜯을 거야.’

평소처럼 조민호에게 연락받은 최영준 차장은 자기 명의 부동산 중에서 적당한 빈 사무실 하나를 그냥 골랐다.

‘지압으로 폐암 3기 환자도 치유할 수 있나?’

조민호는 물론 그의 의심을 알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폐암 3기 환자는 확실히 지압으로 치료하기 쉽지 않았는데, 선천지기 스탯이 다른 일반 환자와 비교하면 몇 배나 소요되기 때문이다.

폐에 음실증이나, 양실증과 같이 두 가지 서로 다른 특성을 나타내는 것은 체질에 따라서 다양한 기운이 존재한다.

그래서 폐암 말기 환자가 전통 민간요법이나 식이요법으로 치료하는데, 이것을 흔히 대체 의학 요법이라고 한다.

불행한 사실은 사람 체질에 따라서 그 특성이 저마다 다르고, 기운 역시 천차만별로 따로 존재해서 효과를 보는 경우는 로또 당첨 확률과 비슷하다.

죽음을 앞둔 절박한 이들은 기 치료나 굿판을 벌일 수밖에 없다.

김정환 검사 경우에는 음실증 특성이 있지만, 압통이 폐 조직 내부에 나타나는데, 업무 특성상 흡연을 많이 했다.

이 때문에 폐암으로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그의 비소세포성 폐암은 기관지에서 발생해서 점점 다른 조직으로 확산했다.

이 질환은 성장 속도 자체는 느리지만, 주변 조직으로 퍼져 나간다.

따라서 조민호도 이런 특성 때문에 폐암 치료를 위해서 과도한 선천지기가 필요했다.

[상태창]

[이름] 조민호(25살), 무인(Lv.3)

[경험치] 77/80

[스탯]

[체력] 21, [근력] 22, [민첩] 21, [후천지기] 14,

[선천지기] 17, [정신] 1,283,233

적어도 선천지기가 10 가까이 필요한데, 2 정도는 흡수한다고 가정해도 8이 소모된다.

다행이라면 최근 소주천을 꾸준히 집중한 효과가 나타났다.

띠링.

[후천지기 1이 선천지기 1로 전환됩니다.]

[체력] 21, [근력] 22, [민첩] 21, [후천지기] 13,

[선천지기] 18, [정신] 1,283,233

물론 줄어든 후천지기는 다시 소주천을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늘어나서 회복되어 빠르게 18까지 올라갈 것이다.

조민호도 이전 환자처럼 김정환 검사를 단기에 치료할 수가 없는데, 최근 극단적인 치료 효과 때문에 입소문이 계속 나도는 것을 고려했다.

만약 폐암 3기 김정환 검사가 자고 일어났더니, 완치되었다는 소문이 들면 이전 환자와는 그 파급효과가 비교하기 힘들다.

조민호는 결국 선천지기 3 스탯을 사용해서 공최, 척택, 중부에 지압했는데, 음실증을 고려해서 양의 혼원기로 메꾸었다.

그가 그 차선으로 선택한 것은 후천지기 9스탯을 같이 섞어서 이 경혈에 안착시켰다.

후천지기는 공격을, 선천지기는 방어를 취한 것이다.

선천지기와는 달리 후천지기는 암세포를 공격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몸에 사라져서 특성이 차이가 나도 몸에 큰 무리는 없었다.

이 방식은 마치 방사선 치료법을 사용해서 폐암 치료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그 효율은 수 십 배 이상 차이가 난다.

더욱이 김정환 검사의 선천지기는 보통 사람보다는 월등했다.

근실한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치료는 생각보다 효과가 좋았다.

다만 이게 폐 조직을 완벽하게 완치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치료하고, 나머지 일부분은 한쪽으로 몰아붙였다.

이 방식은 마치 암 조직 확산 억제하고, 면역력을 키우는 것과 비슷한데, 현대 암 치료 기전으로 본다면 섬유아세포성장인자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조민호조차 마의에게서 신체 오장육부를 다루는 법을 배웠지만, 막상 선천지기를 사용하고 난 후에는 아쉬워했다.

그가 아는 바로 선천지기를 키우는 방법으로 선단법과 같은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그것이 어쩌면 세상의 균형을 이루는 제약 조건이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반추한 채 전생의 무학 수련을 쌓던 기억을 하나하나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는 한 편으로 그래서 지금 상황이 더 기뻤다.

이런 난관은 절대혼원신공을 완벽하게 만들어 줄 실마리를 주기 때문이다.

물론 부작용도 존재했다.

띠링.

[마기 스탯이 개방되었습니다.]

[마기가 +3 올랐습니다.]

‘쯧.’

생각도 못 한 마기 스탯의 발현이었다.

마기가 오염된 기운이 하나로 뭉치면서 자연스럽게 생성되었다.

조민호도 전생에서 대주천을 이루고 난 다음에 급격하게 변했고, 그 때 이후로는 살인에 대해서 무감각해졌다.

경지가 오를수록 그 정도는 심해졌고, 현경에 도달했을 때는 마왕 그 이상이 잔혹함을 보여주었다.

당시 모든 세력은 조민호를 죽이려고 수년에 걸쳐서 수천 명씩 떼거리로 공격하다가 조민호 손에 산화되었다.

‘그랬던가.’

지금은 그나마 정신이 멀쩡해서 그 기억이 떠올랐고,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었다.

조민호는 조심스럽게 치유 중에 넘치는 김정환 검사의 선천지기 2 스탯도 흡수했는데, 효과는 확실히 좋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상태창]

[이름] 조민호(25살), 무인(Lv.4)

[경험치] 5/160

[스탯]

[체력] 21, [근력] 22, [민첩] 21, [마기] 3

[후천지기] 9, [선천지기] 20, [정신] 1,283,233

‘결과가 더 좋아.’

선천지기 스탯 17에서 정체를 보였는데, 단숨에 선천지기 스탯 20을 넘어갔다. 김정환 검사의 선천지기가 얼마나 순수하고, 대단한지를 잘 보여주었다.

조민호는 이 능력 변화를 보여주는 상태창을 믿는 것이 아니라, 일류 경지에 도달할 때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이 시점이 분기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전환점이 바로 힘을 제어하느냐, 아니면 힘에 지배를 당하게 되느냐 하는 시점이다.

‘일반적으로 삼류 단계에서 마기가 서서히 증가하다가 초절정에 도달하면 급증한다. 심법을 통해서 후천지기를 인위적으로 모으는 반대급부겠지. 지금 이 정도면 정말 양호해. 당분간 조용히 삼재심법만을 돌리면 대부분이 후천지기로 바뀔 테니까.’

더 치료해야 할까.

고심은 깊어갔지만 딱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아니 조민호는 솔직히 이대로 계속 진행해서 완치해보면서 흡수한 선천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변화를 알고 싶었지만 깔끔하게 접었다.

‘소모되는 선천지기도 문제지만 굳이 주변의 관심을 끌 필요는 없어.’

***

폐암 종류는 암세포 크기에 따라서 비소세포 폐암과 소세포 폐암으로 나눈다. 비소세포 폐암은 암세포가 작지 않아서 오히려 수술적 치료를 통해서 완치할 수 있다.

소세포 폐암은 수술 자체가 어려워서 전신으로 퍼지는데,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성 방식을 사용한다.

대체적인 분류가 이렇지만, 김정환 검사 경우는 두 가지 특성이 같이 나타났다.

소세포폐암 형태였다가 비소세포폐암 형태로 변해 가버렸다.

폐암 3기 환자이기는 하지만 이미 수술적 치료가 어려운 폐암 4기로 넘어가는 단계였다.

특히 기관지 상태가 심해서 그가 일상에서 받는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검사라는 직업 때문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그를 괴롭혔다.

김정환 검사는 놀라운 선천지기 잠재력을 가진 덕분에 지금까지는 잘 버텨왔지만, 이제는 한계였다.

그는 자고 일어나면 폐를 찌르는 고통과 지속하는 객혈 때문에 검사 생활도 이제 접으려고 했다.

그런데.

조민호가 고작 지압으로 몸 곳을 만지기만 했는데, 그 고통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이럴 수가.’

그 감각은 중앙지검에서 경험했던 것과는 또 차원이 달랐다.

당시는 그저 아픈 부위를 살짝 눌렀다면, 지금은 그 부위를 끌어내는 것과 비슷했다.

김정환 검사는 특히 시간이 갈수록 기관지에서 느껴지는 상쾌함에 진저리를 쳤다.

그것은 도저히 형언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조민호가 갑자기 손을 떼자 그 감각이 서서히 사라지다가 어느 단계에서 멈추는 것을 시작했다.

좋았다.

자신을 가슴을 갉아 먹던 그 고통이 반 이상이나 사라졌다.

김정환 검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민호 눈치를 보면서 민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돈은 제 친구 편으로 보냈습니다.”

조민호도 이전과는 달리 자신의 손발이 되어줄 김정환 검사에게 말을 높였다.

“아, 확인했습니다.”

김정환 검사는 뒤늦게 말해놓고서야 정치 비자금으로 오해한 그 돈이, 새삼 이 치료비라는 것을 금방 절감했다.

신비한 치료 효과를 고려하면 기존 의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도 깨달았다.

불법이라고.

이 현상에 대해서 어떤 합리적인 설명을 할 수는 없었다.

예외 없는 법칙은 없다.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저기.......”

“아직 완치된 것 아닙니다. 그리고 폐암 3기 환자가 갑자기 완치되면 무슨 일이 생기겠습니까?”

“그거야 그렇지만......”

조금 전에 몸으로 배운 것 때문에 김정환 검사도 아쉬웠다.

욕심이 더 생겼다.

조민호는 선을 그었다.

“저도 부담이 꽤 큽니다. 이번에는 차선으로 폐암 조직을 한곳으로 모았습니다. 잡다한 암세포는 시간이 가면 다 사멸될 겁니다.”

후천지기 스탯의 효과다. 선천지기와는 달리 이 혼원기는 몸에 남아서 암세포와 지속해서 동반 자살하게 된다.

그도 굳이 자세한 설명까지 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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