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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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검사는 다른 많은 검사처럼 X파일 사건 관련해서 김석환 광주 고검장 행동에 분노했고, 심지어 이번 승진에서 어렵다는 뜬소문 때문에 이를 갈았다.
그는 그런 중에 김건중 회장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되었지만 자기 뜻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고, 다른 길을 모색했다.
검찰 조직 내에도 오성 비자금이 흘러간 루트를 몰래 조사했다.
문제는 김건중 회장 무혐의 판결이 난 시점에서 이 비자금이 해외 유령회사 쪽으로 흘러갔다는 것.
그는 끈기를 가진 채 계속 그 채널을 조사했는데, 반드시 국내 쪽으로 다시 들어올 것으로 생각했다.
실제로 비슷한 채널 통해서 외국에서 한국으로 돈이 들어왔다.
이 돈은 다시 자금 세탁을 통해서 한 곳으로 흘러들어 갔다.
‘그게 로이스 펀드였지.’
이 로이스 펀드 자금은 여러 갈래로 쪼개져서 사방으로 흘러갔는데, 그 지류 중의 하나가 정성근 이사장 쪽이었다.
‘꽝이었지.’
다른 한 통로가 사채 시장 쪽이었다.
대홍실업 박주명 사장도 이 로이스 펀드를 받아서 일반 서민에게 암암리에 고리대금을 놓았다.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을 이용해서 고리 사채 방식으로 자금 세탁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도 계좌 추적을 통해서 이 일을 진행하면서 뒤늦게 이 자금이 오성 비자금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는 처음에는 크게 실망했지만, 어차피 여기까지 온 김에 불법 자금을 계속해서 추적했다.
시간이 갈수록 생각도 못 한 문제가 생겨났다. 이 자금은 소액으로 쪼개졌고, 그 배후에 다른 재벌이나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다.
그도 이게 정말 로이스 펀드인지, 아니면 오성 비자금인지 갸웃했다.
“이봐 박 사장, 지금 나랑 장난하자는 거야?”
“정말 모릅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그쪽에서 돈을 보낼 때는 약속 장소와 시간만 정합니다. 제가 따로 확인한 바로 양오남이란 자입니다.”
양오남은 43살로 한 때는 주식 브로커 일을 했는데, 지금은 신용 불량자였다. 박주명 사장은 뜻밖에도 이 양오남의 신상에 대한 자료를 내놓았다.
“흠.”
그 자료에는 놀랍게도 양오남이 어떤 식으로 돈을 받아와서 약속한 장소로 보내는가에 대한 행적이 상세하게 기록되었다.
“문제는 그자가 돈을 받는 장소는 계속 바뀌고, 돈을 보낸 자 역시 등산로를 통해서 돈을 주고는 금방 사라집니다.”
“하면 배후는 정말 몰라?”
“보통 놈들이 아닙니다. 저희도 만약을 위해서 대비를 하려고 했는데, 그 어떤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면 그 조민호란 친구는 뭐야?”
“모릅니다.”
이봉기 조사관이 분노를 터트렸다.
“이 새끼가 지금 장난하냐? 왜 그 조민호 이야기만 들어가면 입을 다물어. 너 지금 받는 혐의가 몇 개인지나 알아?!”
“제가 받는 혐의라고 해봐야 돈 받아서 사채 이자를 좀 높이 받은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 일은 몇 년 전 이야기입니다. 아, 그리고 피해를 본 사람에게 불법으로 본 이익 대부분을 다 돌려줬습니다.”
“이게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좋아. 그러면 수억의 돈다발이 오고 간 것은 어떻게 설명할 거야?”
“모르는 사실입니다.”
이상한 일이지만 조민호 이야기만 들어가면 박주명 사장은 입을 다물었고, 이번에 조사를 받는 다른 대홍실업 직원 역시 비슷했다.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하면서 곧 눈살을 찌푸렸다.
‘도통 모르겠군.’
자신이 저지른 모든 범죄를 다 술술 불었다. 이것만 해도 이전에는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랬기에 박주명 사장에 대한 처벌 수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이미 그 당시 거래한 돈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증거는 없고, 스스로 자백한 말이 있다고 해도 소송에 들어가면 결과는 뻔했다.
‘일단 그 돈을 찾으려면 조민호 그 친구를 털어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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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검사도 재벌이나 대기업이 관련된 이상한 자금 흐름을 공개적으로 수사해봐야 위에서 커트해버린다는 것을 잘 알아서 지켜보기만 했고, 실제로 얼마 전부터는 그 작업조차 포기했다.
그런데 최근 와서 다시 조사하는 중에 출처 미상의 현금 뭉치 이동을 발견했다.
김정환 검사는 로또 당첨자처럼 쾌재를 불렀고, 불법 사채업을 통한 자금 세탁 혐의로 대흥실업을 압수 수색을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중간 자금 배달원(?)으로 보이는 조민호를 찾았다.
박주명 사장을 먼저 심문한 것은 그들 간의 관계를 먼저 파악하기 위함이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 와중에 조민호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민호는 뇌사 판정을 받아서 운 좋게 회복한 것과, 그다음에 미래 투자 증권 조현수 회장이 큰아버지라는 것이 드러났다.
딱 봐도 자금 세탁 통로로 추정되는 흔적이 전면에 드러났다.
‘대박이다!’
이봉기 조사관도, 이번 조사에 끼어든 다른 사무관도 다들 안절부절못한 채 힐끗 심문실 창을 통해서 안을 쳐다보았다.
밀폐된 방 안에 놓인 의자 위에는 다리를 꼰 채 느긋하게 앉아 있는 조민호가 있었다. 단 한 치의 당황이나, 두려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밀실에서 12시간 가까이 방치되어 있었는데,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여유를 보였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을까요?”
김정환 검사 역시 솔직히 그 여유에 감탄했다.
“보통 친구는 아닙니다.”
“박 사장은 딴소리하지만 놈이 숨기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저놈이 검사님이 쫓던 그 패거리가 틀림없습니다.”
“이번에는 성공해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김정환 검사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사람처럼 소리쳤고, 이제 조민호를 심문실에서 잘근잘근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서 심호흡했다.
“콜록, 콜록.”
이봉기 조사관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김정환 검사를 부축했다.
“검사님, 정말 괜찮습니까?”
폐부가 찢어지는 듯한 기침을 한 김정환 검사는 다급하게 손수건으로 입을 막은 후에 다급하게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별것 아닙니다.”
“제가 심문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제가 하겠습니다.”
“저 친구 심문보다는 병원부터 가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심문은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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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검사는 천천히 심문실을 들어갔고, 이봉기 조사관은 조용히 뒤를 따라 들어가서 벽에 등을 기댄 채 물끄러미 지켜보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이봉기 조사관 덩치가 있기 때문에 조폭같이 강렬한 느낌을 주었지만, 조민호는 웬 개가 와서 짓느냐는 표정이어서 결국 버럭 소리쳤다.
“야아, 똑바로 앉아!”
조민호는 팔짱을 낀 채 지그시 눈만 감은 채 조용히 있었다.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있는 모습은 어디 휴가라도 나온 사람처럼 여유로웠다.
이봉기 조사관은 이를 드러내면서 먹이를 앞에 둔 호랑이처럼 조민호에게 으르렁거렸다.
“냄새납니다.”
“이 새끼가!”
조민호는 힐끗 그런 그를 무슨 동네 강아지처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결국 분노한 이봉기 조사관이 멱살을 꽉 쥐고는 끌어 올렸다.
김정환 검사도 지켜보려다가 잘못하다가 한 대 치고 시작할 것 같아서 조민호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중간에 그를 말렸다.
대신 나서서 조민호를 겁주기 위해서라도 어조를 낮추었다.
“조민호씨는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십니까. 서울고등검찰청 산하 검찰 조직의 칼날로 불리는 중앙지검입니다. 여긴 재벌 회장이라고 해도 겁을.......”
조민호가 별달리 감정이 없는 얼굴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8개월 남았네.”
김정환 검사는 마치 가슴에 칼을 맞는 환자처럼 움찔 몸을 가볍게 떨었고, 감정적으로 흥분하자 공격적으로 소리쳤다.
“......무슨 헛소리야? 네놈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알고서 하는......”
“폐부를 칼로 찢는 듯한 고통을 느낄 텐데, 참을성이 대단해.”
그는 매일 자고 일어나면 주치의에게서 괴롭게 들었던 내용이라서 유령이라도 본 사람처럼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참다못한 이봉기 조사관이 김정환 검사를 대신해서 다시 조민호 앞으로 다가가서 심문 탁자를 쾅 소리가 나도록 두 손으로 후려쳤다.
“이놈이 감히 김 검사님이 어떤 분인지 알고 헛소리를 하는 거냐?!”
조민호는 부리부리한 눈으로 쳐다보는 이봉기 조사관에게 콧방귀를 끼면서 힐끗 김정환 검사를 묘한 눈으로 쳐다봤다.
선천지기는 정신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욕망에 휘둘려서 옆길로 새면 오염된 후천지기, 즉 마기가 점점 쉽게 파고든다.
결국 마기는 서서히 정신을 좀먹으면서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욕망의 노예가 되어 버리는데, 김정환 검사는 특별한 수련을 쌓지 않음에도 이런 마기에 잠식당하지 않았다.
그 기세는 한겨울 속에서 굳세게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는 설중매나 다르지 않았다.
그 덕분에 그의 선천지기는 불가에 귀의한 스님처럼 순수했다.
‘놀랍네. 이렇게 오염된 현대에서 그만큼 바르게 살아왔다니. 하지만 과연 자기 생명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을까.’
조민호는 의자를 뒤로 젖히면서 불쑥 말했다.
“3기라.”
“!”
김정환 검사는 이번에는 경악해서 심장마비 환자처럼 몸을 떨다가 다급하게 이봉기 조사관을 끌고 10분 정도 심문실을 나갔다.
불과 10분이 지나서 이번에는 그 홀로 다시 심문실에 들어왔다.
그의 안색은 마치 시체처럼 초췌하기 이를 때가 없었는데, 심문실 구석을 비추는 CCTV도 슬쩍 방향을 돌려 버렸다.
조민호 옆에 다가와서는 차갑게 쳐다봤다.
“정체가 뭐지?”
조민호는 마치 이 상황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슴 빗장뼈 밑에 기호를 집게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미리 준비된 혼원기는 마치 물이 흐르듯이 기혈을 따라서 손상된 폐 조직으로 흘러가면서 막힌 경혈을 뚫어버렸다.
김정환 검사는 갑작스러운 공격에 분노한 채 조민호를 손을 막으려다가 지금까지 밤낮없이 그 자신을 공격한 기침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가슴이 뻥 뚫리는 쾌감에 몸을 바르르 떨었다.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통증이 일시에 다 사라졌다.
‘이, 이럴 수가!’
그는 단 1cm라도 움직이면 다시 그 끔찍한 고통이 지속할까봐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면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도, 도대체......”
조민호는 그런 마음을 들여다본 것처럼 손가락을 치우면서 카운트를 시작했다.
“10.”
“9.”
카운트 시작은 7을 지나서 계속해서 낮아졌다.
김정환 검사는 마치 자신을 조롱하는 조민호 모습에 욕설을 퍼부으려고 했다.
“이 새끼가 죽으려고......”
“2.”
“1.”
“땡!”
이게 신호였다.
0을 기준으로 해서 김정환 검사 몸은 다시 과거로 돌아가 버렸다.
“.......크윽, 코, 콜록.......”
김정환 검사는 다시 손수건을 꺼내서 입을 막았지만, 피로 물든 손수건은 불과 며칠 전과 비교하면 더 심각한 것을 확인했다.
‘빌어먹을.’
조민호는 마치 지은 죄를 심판하는 염라대왕과 같은 시선으로 물끄러미 김정환 검사를 쳐다보면서 두 손가락을 펼쳤다가 하나씩 접었다.
“지금 당신에게 두 가지 선택의 갈림길이 있다. 하나는 8개월 후에 조용히 관으로 들어가는 것, 다른 하나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서 당신이 꾸는 꿈을 이루는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고 싶나?”
“.......”
김정환 검사는 조금 전 조민호의 카운트를 다시 떠올리면서 부들부들 떨었는데, 그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가 경험하지 못했다면 절대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아직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꿈인지 판단할 수 없었다.
늘 아침이면 죽음을 염두에 뒀다.
특히 아내와 자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단정의 아픔을 느꼈다.
김정환 검사는 그 지옥 같은 번뇌와 갈등을 다시 떠올리면서 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네놈이......아니 다, 당신이 정말 내 폐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조민호는 상대 태도가 바뀐 것에 피식 웃었다.
“당신 몸은 이미 답을 알 텐데?”
김정환 검사는 다시 기호혈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갈등했다.
조민호는 한 번 더 확신을 주기로 마음먹었고, 선천지기 1스탯을 사용해서 기호, 고방, 옥예를 차례대로 짚으면서 화기가 넘쳐흐르는 체질을 고려해서 음기 특성의 천원기를 다른 크기로 밀어 넣었다.
네 경혈에 가득 채운 혼원기는 처음과는 달리 마치 뱀처럼 둥지를 털었고, 뒤틀린 선천지기를 바로 잡으면서 폐 조직까지 파고들었다.
암 조직은 맹렬하게 반응했지만, 김정환 검사의 선천지기가 혼원기 도움을 얻어서 오히려 강하게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물론 몇 년 동안 누적된 폐암 조직이 그 짧은 순간에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래도 김정환 검사는 폐암이 걸리기 몇 년 전의 상태를 일시적으로나마 맛보았다.
정상인과 폐암 환자 사이가 교차했다.
그것은 현대판 기적이었다.
김정환 검사는 마치 자신이 꿈이라도 꾸는 것 같은 착각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 말도 안 돼, 이, 이게 어떻게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