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16화 (16/176)

#016

‘미, 믿을 수가 없구나. 이 손이라면......, 변화구는 물론이고 체인지업도 어렵지 않게 던질 수 있어.’

“그만한 가치는 있지?”

“......”

보통 토미 존 수술받아서 재활해도 보통 1년 잡아야 하는데, 다시 재발했으니 최소 그 이상이고, 이번 훈련은 1년을 훌쩍 넘길 확률이 높다.

유연진은 곧 졸업인데, 이제 대학 야구 생활 실적도 없다. 이제는 프로팀조차 과거 이력을 감안해서 받아주지 않는다.

야구 인생 끝이다. 조민호 덕분에 다시 야구 삶을 살 수 있었으니, 치료비 1억이 결코 비싼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저렴했다.

옆에서 조용히 구경만 하던 최영준은 방긋 미소한 채 잔뜩 인상을 찡그린 유연진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 뭐 메이저리그 가면 1억 현금은 용돈도 안 될 테니까.”

“정말 할 수 있을까요?”

“내가 장담하지만, 자넨 할 수 있어.”

“하지만......”

기가 죽은 유연진 어깨를 두들기던 최영준 차장은 피식 웃으면서 과거 전략팀 신입 시절에 작성한 ‘유연진 기사’와 팬을 꺼내면서 입을 열었다.

“혹시 메이저리거 탄생과 수출 경제학이라는 인터뷰는 들어봤어?”

“네?”

“지금부터 그걸 해보자고.”

그는 황당한 얼굴로 너무 굳어서 진지하다 못해 심각한 최영준 차장 얼굴을 살피면서 힐끗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조민호는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정말 이 정도면 괜찮습니까?’라고 계속 물으면서 과거 유연진 기사를 확인할 뿐이었다.

***

유연진 치료는 생각보다는 잘 끝났고, 이제 바뀐 몸에 적응만 하면 된다.

그는 정성근 이사장 약속을 믿었고, 모든 것이 잘 풀려갈 것이라 확신했다.

그런데 정성근 이사장은 역시나 다를까 또 뒤통수를 쳤다.

“이번 대통령기 대학대회에서 우승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4강 아니 적어도 8강까지는 올라야 해. 이것은 내 의견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나온 이야기야. 창피하다는 게 공통된 주장이야.”

아이러니한 것은 자격 정지된 기간이 이번 주에 끝나고, 대통령배 대학 야구 시합은 이미 정성근 이사장이 알아서 깔끔하게 처리해놓았다.

유연진은 이미 감정 대립으로 욕설을 비롯한 해보지 않은 것이 없는 터라 굳이 억지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은 채 물러났다.

아니 그는 한 편으로 지금 몸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면서도 은근히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다가 아니었는데, 정성근 이사장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답답한 마음에 시험 준비에 빠진 조민호를 찾아가서 푸념을 계속 털어놓았다.

“민현이 그 새끼도 야비하던데, 지 삼촌은......”

박진민이 참다 못해서 구박했다.

“우리 스타 연진이랑 알게 되어서 반갑다만 여긴 야구부가 아냐.”

“안다. 하지만 우리 친구잖아?”

“친구 김빠지는 소리 하네.”

조민호도 귀찮기는 매 한 가지였는데, 이것은 마치 물에 빠진 것을 건져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 것처럼 느꼈지만 한 가지를 지적했다.

“잠깐 민현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 거냐?”

“민현이 삼촌이 우리 대학 이사장이라고 한 것 같은데, 그거 몰랐냐?”

“흠.”

조민호는 비록 기억난 것은 아니지만 자기 전 여친을 꿀꺽했다고 하는데 기분 좋을 리가 없다.

유연진은 그 복수극의 양념 정도에 불과했다.

알고 보니, 아직 복수할 거리는 많이 남아 있었다.

그도 물에 빠진 사람 보따리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그 보따리 주인에게는 흥미를 느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영준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정했다.

유연진은 갑자기 전화하면서 나가는 조민호를 뒤를 쪼르르 따라갔다.

“야아, 조민호, 같이 가자!”

***

조민호는 유연진 입을 무시한 채 확실히 자신보다 현대 한국 재벌을 잘 아는 최영준 차장에게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횡령으로 고소해도 결과적으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말씀입니까?”

“교육부에 신고해도 별로 소용없지만 설사 소송해도 잘 나와야 집행 유예고, 열심히 해서 그 정성근 이사를 몰아내도 다른 놈이 오겠지. 그놈은 정성근 이사보다 더 지독하게 대학 재산을 갉아먹을 거네.”

“결국 한국대를 직접 사들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데, 이것도 무영 그룹에서 팔아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겠네요.”

“그렇지.”

최영준 팀장은 낙담한 유연진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자 지금까지는 현실을 말했고, 이제 내 제안을 한번 말해볼게. 답은 생각보다 간단해. 정성근 이사장은 자기 자리에서 물러나고 싶지 않아. 즉 그와 타협하면 모든 문제는 깔끔해.”

“이사장은 절대로 믿을 수 없습니다.”

“믿을 필요는 없잖아. 내 말은 횡령 범죄는 확실한데, 문제는 증거인데......”

“여기 있습니다. 그 증거요.”

최영준 차장은 유연진이 내민 대학 내부 고발자 문서를 받아서 힐끗 확인하면서 피식 웃었다.

“가서 이 증거를 들이밀고, 언론에 고발하겠다고 그래. 그러면 분명히 겉으로는 좋게 말해도 다른 방식을 협박하려고 할 거야. 그 때 내 핑계를 대. 그러면 나도 투고가 들어와서 다른 언론사가 폭로하기 전에 어쩔 수 없다고 말할 테니까.”

유연진은 조금 전과는 달리 눈빛을 초롱초롱 반짝였다.

“그리고요?”

“야구부 명목으로 횡령한 돈 다 채우면 없던 일로 하겠다고 그래. 남은 것은 이번 대통령배 시합이잖아?”

“사실 그게 걱정이에요. 우리 팀이 작년 수준 반만 되어도......”

“그 정민현이란 친구 말인데, 내가 알기로 제법 속구파야.”

“나름 괜찮죠. 하지만 너무 딱 정해진 투구폼에, 기초가 부실해서 쉽게 흔들리죠. 민호에게 홈런 맞은 것도 그 때문이니까.”

“내 생각은 달라. 그 친구가 그 잘 나가던 명문 야구부 그만둔 것도 서자 집안이라서 그래. 괜히 언론 통해서 알려지면 무영 그룹에도 큰 타격을 줄 테니까.”

정민현 일가가 박중구 회장 핏줄이라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 만약 이게 언론을 통해서 널리 알려진다면 상황이 좀 다르다.

기존에 일감 몰아 주기 한 것도 문제지만 탈세를 목적으로 한 내부 거래 역시 심각하다. 아마 세무조사 들어가면 한국이 떠들썩해질 것이다.

“내 말은 나중에 무영 그룹에서 알면 언론을 털어 막을 테니, 정민현이 유명해지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적당한 선에서 그만두겠지. 4회만 던져서 승리 투수 요건도 강탈하면 더할 나위 없고.”

유연진이 쾌재를 불렀다.

“좋네요. 그거 합시다!”

최영준 차장은 피식 웃으면서도 조민호와 둘이 되자 조금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지금 계획은 연진 때문에 한 말이고, 민호 너는 어차피 박상철과 연루된 흔적을 찾는 일이잖아. 분명히 불법이 연루되었을 테니, 이 기회에 괜찮은 검사 하나 골라서 밀어주는 거야.”

“실력 좋은 검사를 앞세워서 한국대와 무영 그룹을 조지라는 말입니까?”

“그렇지. 연진이 실력은 진짜잖아. 그러니 유명해지면 언론의 관심을 받을 거야. 그때 제보하면 한국대 비리는 제대로 박살 날 거야. 쉽게 막을 수도 없어.”

“그거 좋네요. 저도 한 번 고민해보죠.”

“그래.”

***

이번 한국대 시합은 이전과는 달리 정민현이 선발 투수로 나서면서 시합에 나갔기에 물리학과를 비롯한 주변 학과 역시 호기심을 가진 채 구경 갔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고 해도 정민현의 물리학과 영향력은 가볍지 않아서 적지 않은 한국대 재학생이 응원 나왔다.

그리고 뜬금없이 나타난 정민현의 145km 정통파 우완 속구는 초반에 꽤 통했다.

정민현은 한민대를 상대로 놀랍게도 4회까지 노히트노런을 이루었다.

그들은 노히트노런 투수에 이어서 5회 이후에 마운드에 올라간 유연진이 강력한 파워피칭을 보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열나게 두들겨 맞았다.

타석에 선 타자들은 그저 연습 배팅처럼 신이 나게 휘둘렀다.

안타만 무려 6개가 나왔다.

하지만 점수는 0이었다.

더 웃기는 사실은 이 기묘한 열기에 힘입어서 한국대는 8회에 기어코 1점을 얻어냈다.

8회에서 유연진은 점수를 줄듯 하면서도 마치 남녀 밀당 사이처럼 악착같이 단 1점을 주지 않았고, 한민대 응원단이 더 미쳐서 길길이 날뛰었다.

결국 시합은 1:0으로 한국대가 승리해서 무사히 16강에 안착했다.

“......”

시합을 지켜본 한국대 재학생은 승리했지만 늘어지는 시합 운영에 욕설을 퍼부었고, 유연진 주장의 독재를 비난했다.

스포츠 좀 아는 박민진은 이 기묘한 승리에 대한 해설을 늘어놓았다.

“병신같은 놈들 정말 야구 모르네. 저게 바로 맞춰서 잡는 거다. 이제까지 던진 투구수 숫자만 보면 답이 딱 나와. 특히 결정구로 체인지업이 일품이었다. 공이 손끝에서 완벽하게 긁히면서 타이밍을 뺐었으니까. 고등학교 시절 때 그 악명 높던 유연진표 마구보다 더 안정성도 높고, 공 끝이 더 사는 것 같아. 정말 죽인다.”

이번 시합 구경하러 같이 나온 최영준 차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모레 유연진 인터뷰 기사 나올 테니, 한 번 유심히 봐.”

“흥미 있겠습니다.”

최영준 차장을 처음 보는 박진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저씨는 누군데 이 자리에 있죠?”

“난 중아일보 전략팀 최영준 차장이라고 해. 앞으로 잘 부탁하네.”

늘 오만방자한 박진민은 허리를 바로 숙였다.

“오, 사회 선배님이시군요.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사회 선배 맞아.”

조민호는 혀를 끌끌 차면서 혹시 그 회사에서 사람 뽑냐고 계속 질문하는 박진민을 보면서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최영준 차장이 비록 조민호 비서 역할 대행을 하기는 했지만, 사내에서 그 나름 가볍게 평가받을 사람은 아니었고, 나름 중아일보 전략팀 차장으로 있으면서 기사의 흐름을 관리했다.

문제는 최근 그가 계속 전략팀 차장 자리를 비우면서 밖으로 돌았다.

그 와중에 조민호와 같이 일하면서 얻은 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

당장 전략팀 내에서도 조금씩 말이 나왔다.

“역시 후계자는 다르네요.”

“지난주에 회사 출근한 시간이 고작 다섯 시간이라는 것 아냐?”

“우리는 죽으라고 뼈 빠지게 일하고, 금수저는 정말 좋겠습니다.”

“진짜 다른 신문사 가든지 해야지 더러워서 못 다니겠다.”

전략팀 김원준 과장과 양봉석 대리가 휴게실에서 나눈 대화였고, 옆에서 빠끔빠끔 담배 피우는 다른 직원도 다 수긍했다.

최영준 차장도 자판기에 음료수 하나 뽑으러 가다가 우연히 들은 후에 이미 회사 내내 계속 나오는 이야기라 무시했다.

그나마 요즘 완전히 활기가 살아난 딸 최미연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와아, 아빠다, 아빠, 아빠, 그 혼수상태 오빠는 언제 집에 초대할 거야?”

“그 친구도 좀 바쁘구나.”

“이잉, 그 오빠 보고 싶다.”

다과를 챙겨온 정연희는 흐뭇하게 웃으면서 남편과 딸 이야기를 들었지만, 곧 한 가지를 떠올리고는 정색했다.

“여보, 혹시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아니.”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 요즘 당시 회사 출근 일수에 대해서 말들이 많아요.”

최영준 차장은 굳이 누구에게 들었는지 어림짐작했다.

“연화야? 아니면 현석이야?”

“두 분 다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최연화는 둘째로 콘텐츠 사업 하나를 제대로 말아먹고, 요즘 집에서 자중하는 중인데, 보강 창업 투자에서 잠깐 일하는 중이다. 그녀는 실패를 교훈 삼아서 새로운 전통 콘텐츠를 나름 준비 중이다.

막내 최현석은 현재 MBS 방송국에서 경영기획팀 과장으로 일하는 중이다. 그는 앞으로 최석준 회장이 그리는 새로운 방송국을 책임질 예정이다.

그는 최영준이 이미 중아일보 후계자 자리를 이미 정해졌다고 확신하고, 아예 방향을 바꾸어서 가끔 MBS 방송국 내에 자기 측근을 구축했다.

두 사람 다 이미 중아 그룹 후계자 자리에서 멀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최영준이 틈을 보이기가 무섭게 치고 들어갔다.

“이놈들이.”

최영준 차장도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지만 뒤늦게 이미 정해지다시피 한 후계자 위치에 자신이 너무 자만했다고 자책했다.

‘아직 대부분 지분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지. 아버지 마음이 바뀌면 언제라도 밀려날 수 있어.’

정연희도 심각한 최영준 모습에 흠칫했지만, 오히려 한 가지를 더 질문했다.

“이상한 것은 아버님이 별 다른 반응 보이지 않았어요. 아니 오히려 제가 7년 전에 봤을 때와는 달리 이상하게 당신에게 소극적이었어요. 두 분 다 얼마나 당황하던지 오히려 제가 더 불편했다니까요.”

그녀는 아직도 네 사람이 같이 이야기할 때 그 기묘한 광경을 선뜻 이해할 수도 없었고, 남편의 영향력을 새삼 깨달았다.

최석준 회장이 지난번에 오성 X파일 사건과 관련해서 조민호를 이용하면서 했던 일 때문에 좌불안석이었는데, 괜히 조민호에게 악의적인 이미지를 줬다고 어림짐작한 것 때문이다.

그도 이제 나이가 있어서 몸 곳곳에서 이상음이 들리는 것을 잘 알았고, 비록 지금 이 시점에서 그 누구보다 아들 최영준이 조민호 비서 대행 역할 하면서 돈독하다는 것을 이미 아는 터라 함부로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했다.

최영준 차장은 최근 유연진을 비롯해서 특히 지금은 길들이기 중이지만 앞으로 미래 고객이 될 오성 일가를 포함한 모든 환자를 하나하나를 떠올리면서 충분히 아버지를 이해했다.

‘민호 때문에 어쩌면 지분 승계를 더 빨리 받을지도 모르겠어. 그때는 따로 보상을 해줘야겠어. 스포츠카는 좋아할까. 부담스러워할 것도 같은데, 애매하네.’

“앞으로 잘 될 거야.”

“뭐가요?”

“정 궁금하면서 우리 회장님에게 물어봐.”

그녀도 샐쭉한 표정으로 남편을 째려봤다.

“당신 정말 그럴 거에요?”

“정말 나도 할 말이 없어.”

그런 두 사람 사이를 끼어든 것은 역시 곰돌이 인형을 붙잡고 있던 최미연이었다.

“혼수상태 오빠 보고 싶다!”

“그래. 이 아빠가 나중에 민호군에게 한 번 이야기해 볼게.”

“약속요!”

최미연은 뭐가 어찌 되었든 엄마랑 혼수상태 오빠랑 같이 지낼 수 있으면 좋았다.

***

최영준 차장은 다음 날 출근하기가 무섭게 전략팀 김원준 과장과 양봉석 대리를 불러서 불쑥 오늘부터 나갈 기사 관련 자료를 내밀었다.

‘메이저리거 탄생과 수출 경제학’ 이라는 특별 기획 기사였는데, 오늘을 시작해서 한국대 시합 일정에 맞추어서 무려 5회에 걸친 중아일보 메인 머리기사였다.

메이저리그로써 미국에서 야구 잘해서 한국 이미지 좋아지면 수출에도 좋은 영향 준다는 점에서 딱히 문제가 될 것은 없다.

다만 그 주인공이 고등학교 시절 토미 존 수술을 받아서 나락으로 떨어진 유연진 선수다.

양봉석 대리는 짬이 낮아서 고개를 갸웃했지만, 사회부와 경제부를 비롯한 다양한 경험이 있는 김원준 과장은 고민 고민하다가 아 하고 소리쳤다.

“이 친구 설마 등산고 괴물 유연진 입니까?”

“잘 아네.”

그는 뒤늦게 다시 기사를 차분하게 읽어보고 난 후에 소리쳤다.

“유연진이 무슨 메이저리그입니까. 한국 프로 야구에만 들어가도 기적 소리일 겁니다. 더욱이 팔꿈치 부상이 재발했다는 소문도 있던데,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말이 되고, 안 되고는 내가 결정해. 이 기사는 이미 메인타이틀로 결정 났어. 그러니 자네들이 할 일은 유연진 후속 기사를 취재하는 거네. 기획 기사로 나갈 내용이니, 여기 내가 정해둔 지침을 따라서 잘 조사하는 것이 좋아.”

거의 후계자 독단으로 결정한 일이고, 이미 위에서는 송필영(?) 사장을 제외하고 대부분 경영진은 불만을 토로했지만, 최석준 회장은 암묵적으로 묵인해서 이미 진행 중이다.

“하, 하지만......”

그는 얼음처럼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의사 결정은 내가 하는 거고, 실무진은 시키는 것만 하면 되는 거야. 책임은 모두 내가 지는 것이니, 싫으면 회사 관둬!”

“......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수긍했지만,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하다가 곧 인상을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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