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6화 (6/176)

#006

송필영 사장 역시 의아한 눈빛을 한 채 그저 분위기만 살폈다.

조민호는 그런 송필영 사장 오른손을 쳐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이분이군요.”

최석준은 감탄한 채 은근히 기대 어린 시선으로 조민호를 쳐다보았다.

“고칠 수 있겠나?”

“네. 다만 치료비는......”

“치료만 해준다면 얼마든지 주겠네.”

“죄송하지만 선불로 현금 1억입니다.”

조민호 옆자리에 앉은 최영준이 움찔했지만, 굳이 입을 열지 않았다.

최석준 회장도 처음에는 눈살을 찌푸린 채 한마디 할까 하다가 생각을 바꾸었는데, 일단 며느리 완치를 떠올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언론사 재벌 회장으로 있으면 소위 용하다는 이들을 많이 만나 봤고, 소문이 아니라 실제로 능력이 있는 이들과 알고 지냈다.

“좋아, 자네를 믿지. 돈은 어디로 보내면 되나?”

“대홍실업 박주명 사장에게 보내면 됩니다.”

그도 대홍실업이 불법 의뢰를 주로 하는 심부름센터라는 것을 알았지만, 굳이 지적하지 않았다.

“대홍실업이라면......뭐, 자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는 눈짓으로 비서실장에게 신호를 보냈는데, 비서실장은 곧 밖으로 사라졌다.

불과 15분.

조민호는 박주명 사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전화를 받자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환자를 치료할 조용한 곳이 필요합니다.”

“따라오게.”

***

재벌과 언론 관계는 소위 말하는 악어와 악어새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오성 그룹과 중아일보 역시 이 선상에 벗어나지 않았다.

언론 재벌 역시 나름 재벌 압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데, 그 와중에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자금이다.

중아일보 역시 이 한계 때문에 오성 그룹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대표적인 결과가 중아일보 경영진을 차지한 오성 그룹 출신들이다.

송필영 사장만 해도 오성 그룹 비서실 홍보팀 출신으로 중아일보 경영이사가 되었다.

이때만 해도 송필영과 최석준 관계는 좋은 편이 아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이들 관계는 조금씩 달라졌다.

부사장급으로 넘어왔던 오성 실세들은 하나둘씩 물러났지만 송필영은 그러지 않았는데, 당당하게 자신이 저지른 책임을 지고 감옥까지 갔다.

송필영도 나름 은근히 최석준 회장을 믿은 터라 출소 후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지만, 막상 감옥에 있을 때 대기업 사냥개로 토사구팽당했다고 비웃는 이들을 그냥 둘 수가 없었다.

그는 결국 분노해서 싸움을 걸었고, 그 와중에 큰 상처를 입고 말았으며, 결국 휠체어 신세를 진 채 평생 살 수밖에 없었다.

편마비로 말미암은 하지 손상은 비대칭성을 만들었고, 시간이 갈수록 더 심해졌다.

그는 때문에 조민호에 대한 기대를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

‘쓸데없는 짓이야.’

최영준은 이미 아내 치료에 대한 것을 지켜봤지만, 여전히 뚫어지게 조민호 마사지를 보면서 실마리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불행히도 혼원기는 눈으로 본다고 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석준 회장이나 옆에 비서실장도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말 저런 방식으로 치료되나?’

겉으로 봐서는 스포츠 마사지가 가볍게 지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저히 뭔가 특이한지는 알 수가 없었다.

조민호는 이들 시선을 삭 무시한 채 편마비보다는 이에 따른 불균형으로 신체가 뒤틀린 것 때문에 혀를 차면서 부드럽게 압박했다.

신체 불안정성이 생긴 터라 보통 현대 의술로는 아예 완치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혼원기를 다룰 수 있는 그는 예외다.

조민호는 후두부의 아문과 풍지를 중심으로 부드럽게 마사지하면서 뒤틀린 신경을 조금씩 바로 잡으면서 척수를 따라서 문제가 된 근골을 압박했다.

그의 손끝을 타고 흘러나온 혼원기는 각 경혈 특성에 맞게 조금씩 변화해갔다.

조민호조차 마치 암호화된 코드처럼 변해버린 이 기혈을 바로잡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했는데, 무려 백만이 넘는 정신 스탯 때문인지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치료를 쉽게 진행했다.

아니 그는 전생에서는 미처 느끼지 못한 쾌감을 느끼면서 물끄러미 송필영 환자의 기 흐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뒤틀린 송필영의 경혈을 따라서 조금씩 제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은 신비 그 자체였는데, 설사 마의라고 해도 이런 식의 치료는 불가능했다.

더욱이 송필영은 최석준 회장 배려 때문인지 근골이 뭉치지 않았고, 건강 상태도 좋은 터라 치료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었다.

송필영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치료였지만 마사지를 한 지 불과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오른손이 시원한 것을 느끼면서 흠칫했다.

“어?”

오른손이 움직였다.

그 다음은 오른 팔꿈치 부근이었다.

마치 물에 퍼져 나가는 물감처럼 오른팔을 따라서 어깨 부위까지 이어졌다.

송필영은 이해할 수 없는 감각에 입을 딱 벌린 채 오른손을 조금씩 움직였다.

조민호가 경고했다.

“움직이지 마세요!”

“아, 알겠습니다.”

마사지는 한 번에 끝나지 않았는데, 뒤틀린 근골 때문이었다. 특히 편마비 때문에 중추신경계 일부 역시 손상을 입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부분도 조금씩 살아났다.

혼원기의 놀라운 공능 때문이었다.

‘정말 신기하구나.’

조민호조차 절대혼원신공이 치료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공격을 위한 것이라는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이 결과에 감탄했다.

사실 선천지기를 바탕으로 순수한 혼원기에 대한 공능은 전생에서 그조차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확인할 뿐이었다.

그 대단한 마의조차 이 기적적인 혼원기 공능에 경악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절대혼원기에 대한 비밀은 결국 마의를 통해서 알려졌다고 봐야겠지.’

중추신경계 손상이 이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관절, 근육으로 퍼져 나갔고, 전정기관 역시 자연스럽게 치료가 되었다.

송필영은 최근 우측 하지 마사지 때문에 힘을 쓰지 못했는데, 그 부분에 감각이 돌아오자 반사적으로 움직이려고 했다.

조민호는 그 움직임을 읽고는 가볍게 오른 허벅지를 눌렀다.

“가만히 계세요!”

“아, 네? 네.”

송필영은 마치 귀신을 본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뜬 채 멍하니 조민호를 쳐다보면서 경악을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최석준 부자는 뒤늦게 그 모습을 발견했지만, 환자 치료 과정 중이라서 차마 질문할 수는 없었다.

조민호는 치료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뒤흔들린 근골 일부를 붙잡은 채 가볍게 눌렀다.

탈골된 뼈가 뒤틀린 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송필영은 오히려 고통보다는 시원한 감각을 느끼면서 눈을 감았고, 몇 년 동안 그토록 자신을 괴롭힌 통증이 사라진 감흥에 참을 수 없어서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말았다.

그는 지금 자신이 경험하는 치료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귀영화가 좋다.

하지만 송필영은 한 번 잃어버린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지 처절하게 깨달았고, 지금 일어나는 기적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조민호는 자세교정이 끝나자 비서에게 부탁해서 교정 막대를 가져와서 끈으로 오른쪽 다리를 조심스럽게 부착했다.

“당분간은 절대로 움직이지 마세요. 삼일 정도 지난 후에 교정기를 풀면 됩니다.”

최석준 회장조차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서, 설마 지금 치료가 끝난 건가?”

“네. 오른손은 괜찮은 겁니다.”

송필영 사장은 마치 귀신에 홀린 것처럼 오른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멍하니 쳐다보기만 했는데, 그토록 자신을 괴롭혔던 마비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이, 이럴 수가!”

조민호 역시 나름 흩어지기 시작한 혼원기를 통해서 변화되는 기 흐름을 보면서 내심 경탄한 채로 피식 웃고 말았다.

‘예상보다 더 대단하구나.’

“정말 신기할 겁니다.”

최석준 부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이런저런 질문을 던졌지만, 조민호 역시 배운 대로 했다는 앵무새 같은 반복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조민호는 대신 그들에게 자기 비밀에 대한 것은 이야기할 수 없지만, 박상철에 대한 것은 좀 달라서 한 가지를 부탁했다.

“박상철 과장이란 자를 좀 조사해주십시오.”

“가장 빨리 처리해주겠네.”

‘어쩌면 나에 대한 것도 찾아낼지 모르지.’

***

조민호는 송필영 사장 완치 후에 그 인센티브 1억을 바로 거절했는데, 1억 이상 넘어가면 보상 심리가 생긴 것을 경계했다. 그는 괜히 비싼 치료비 때문에 엉뚱한 욕심으로 말미암은 부작용까지 참작했다.

그는 현금 1억은 다음 날에 박주명 사장을 직접 만나서 챙겼다.

박주명 사장을 동행한 나머지 네 사람은 마치 영화 속의 좀비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상태가 아주 아주 심각했다.

아니 인체실험 직전과 비교해서 많이 나아졌다.

‘3개월 정도면 정상인과 다르지 않을 거야. 앞으로는 5명 기준으로 40정도가 좋겠군.’

“딱 2년만 고생하면 자유를 주겠다.”

“알겠습니다.”

그들 다섯 사람 눈에 피어오른 것은 두려움을 넘어서 절대적인 공포였다. 배신의 싹 따위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딴짓할 수 있으면 마음대로 해 봐. 그때는 강도를 올릴 테니까.”

이미 공포에 잡아먹힌 전두명 사타구니가 축축해져 버렸다.

지독한 지린내에 조민호를 인상을 와륵 찡그리면서 툴툴거렸다.

“보통 사람처럼 열심히 살아. 그러면 그런 일은 다시 경험하지 않을 테니까.”

부드러운 목소리.

하지만 다섯 사람은 결국 바닥에 넙죽 엎드린 채 소리쳤다.

“형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얼핏 봐서는 왕에게 충성하는 모양새였지만 실상은 달라붙어서 뭔가 배우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관계가 늘 그런 것처럼 정이 생기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조민호는 무림 시절에 그 어떤 아부를 해도 명문세가의 무학 단 1초식을 얻을 수가 없었던 기억을 떠올리자 냅다 박주명 사장 턱을 걷어차 버렸다.

“지랄하네.”

박주명 사장은 피를 흘리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개소리하지 말고, 시키는 일만 해.”

“네, 넵!”

다섯 사람은 그저 허리를 숙일 뿐이었다.

***

조민호가 최영준 차장에게서 박상철 프로필에 대한 것을 받은 것은 불과 개강을 1주일 앞둔 시점이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서 최영준 차장에게도 꽤 친근감을 느꼈다.

-박상철 보고서

-나이 : 37

-출신 : 하버드 법대, 스탠포드 경영학 석사, 코넬 경영학 박사.

-골드만 식스에서 2년 정도 동아시아 투자를 담당했고, 현재 헤지펀드 앨리엇에서 동아시아 담당 파트에 있음.

* 미래 투자 증권은 앨리엇을 통해서 올 년 초에 300억가량 투자를 받았는데, 그 담당자 중에 한 사람이 박상철 과장임.

* 박상철은 최근 추가 투자 명분으로 미래 투자 증권에 관해서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했음.

조민호는 박상철과 관련된 세세한 보고서 내용을 차분하게 살피면서 내심 최영준 차장 능력에 감탄하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추가된 내용을 확인하면서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그가 보고서 뒤편에서 정말 예상치 못한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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