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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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 그룹 후계자인 아내 때문에 가족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었던 최영준은 무려 7년 만에 가족 모임에 참석하면서 다른 가족들의 시선을 끌었다.
“오빠, 축하해.”
“고마워.”
아내 정연희 역시 다른 가족의 인사에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가족 모임에서조차 늘 바위같이 냉정한 모습을 보이던 최석준 회장조차 건강을 회복한 며느리 정연희를 새삼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이제 몸은 괜찮으냐?”
“네. 아버님.”
훈훈한 이야기가 한동안 이어졌는데, 가족 대부분은 최영준이 근 7년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 지 잘 알았기 때문이다.
미연이는 엄마 정연희 소매에 매달려서 아예 놓지를 않았다.
최석준 회장은 뒤늦게 다과가 나오자 최영준만 데리고 따로 서재를 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최영준은 잠깐 머뭇거렸는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골치가 아팠는데, 최미연의 절박한 요구에 반사적으로 들어주면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아내가 다시 깨어난 것이 아직도 잘 믿기지 않았고, 치료비 현금 1억을 조민호에게 넘긴 것도 마찬가지다.
불과 삼 일 사이에 일어난 일은 아직도 그에게는 꿈속이나 마찬가지다.
“그게 사실은......”
일단 입을 열자 그다음은 어렵지 않았다.
최미연을 통해서 이루어진 일 하나하나를 천천히 설명했다.
최석준 회장도 결과가 없었다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테지만 지금은 좀 달랐다.
“놀랍구나!”
“후유, 제 말이 믿기지 않는 것은 저도 압니다만 일단 제가 경험한 일입니다.”
최석준 회장은 서재 한쪽에 서 있는 비서실장에게서 서류를 받아서 테이블 위에 놓았다.
최영준은 힐끗 최석준 눈치를 보면서 그 서류를 확인했는데, 바로 조민호 치료 경과와 정연희 예후에 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네? 무슨 말씀이신지......”
“이게 만약 정말 마사지를 통한 치료 결과라면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며느리도 그렇지만 조민호 그 친구 담당의 말로는 현대판 기적이야.”
“말 그대로 운이 좋았던 것 아닐까요?”
“조민호 그 친구 혼자라면 그렇지만 네 처까지는 그렇지가 않아. 연속으로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은 단순한 행운으로 생각할 수만은 없다.”
“그게 저도 미연이가 하도 절박하게 부탁해서 허락하기는 했지만, 아직도 어리둥절합니다.”
“조민호 그 친구를 한 번 만나 봤으면 하는구나.”
“하지만 아버지는 딱히 아픈 곳도 없지 않습니까?”
“꼭 그래서가 아냐.”
그도 뒤늦게 최석준 회장이 조민호를 사업적인 다른 용도로 이용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일테면 비즈니스 관계에서 이해 당사자에게 치료를 해주면서 특혜를 받는 일이다.
“아버지, 그건 정말 아닙니다. 사람이라면 그럴 수가 없습니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 본인 의사를 들어보고 싶을 뿐이야. 그 친구도 알고 보니 아르바이트하면서 어렵게 대학 생활을 하더구나.”
“이전에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불가사의한 치료 능력이 있는데, 취업하려고 하겠습니까? 괜히 그 친구 자존심을 건드릴 바에는 안 하는 것만 못합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 없이 행동하겠느냐?”
“그러면 굳이 볼 이유가 있습니까?”
“난 솔직히 영준이 네 말과 이 자료도 믿을 수가 없구나. 내가 그 친구를 직접 보고 나서 판단하고 싶구나. 이 애비 부탁이다.”
최영준도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아버지 제안을 거절할 수 없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조민호는 꾸준하게 선천지기를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는 소주천과 신체단련을 병행하면서 3학년 2학기 개강 준비를 시작했다.
그도 다른 계획이 많았지만 다른 것을 떠나서 일반적인 성인에도 못 미치는 체력이나, 근력, 민첩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체력이 +2 올랐습니다.]
[근력이 +5 올랐습니다.]
[민첩이 +4 올랐습니다.]
[후천지기가 +6 올랐습니다.]
다행스러운 일이라면 너무 낮은 스탯 때문인지 처음에는 스탯이 빠르게 올랐다.
레벨업은 자연스러운 순서였다.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체력이나, 근력, 민첩은 13까지 도달한 후에는 주춤했다.
인간이 일반적인 훈련을 통해서 강해질 수 있는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후천지기나 선천지기 역시 딱 8에 도달하자 쉽게 오르지 않았다.
조민호는 현대 기의 한계를 이미 짐작한 터라 크게 당황하지 않았는데, 이보다는 선천지기를 어떻게 얻어야 할지 고민했다.
그조차도 현경에 도달한 후에 벽을 넘기 위해서 무수히 많은 시도를 하면서도 얻은 깨달음이었다.
그가 이렇게 번거로운 방식 결과는 당연히 그 혜택이 따른다.
까무잡잡한 피부가 점차 백태 하나 없는 피부로 변한 것이 그 하나고, 마이너스 시력이 조금씩 올라가면서 2.0을 단숨에 극복한 것이 그다음이다.
조민호는 뒤틀린 근골이 점차 교정되는 것과 자고 일어나면 지독한 이물질이 피부 밖으로 배출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바로 순리에 따른 환골탈태다.
하지만 강제적인 환골탈태와는 그 격이 전혀 다르다. 근골이 마치 물 흐르듯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위치에 자리를 잡으면서 변화하는 것이다.
순리에 따른 변화라서 고통도 없다.
13에서 정체된 스탯은 단숨에 20을 뛰어넘었고, 내기 역시 10을 쉽게 돌파했으며, 3레벨 역시 무난하게 넘어갔다.
퇴원한 지 불과 한 달 남짓 사이에 일어난 변화였다.
최영준 차장이 연락해온 것은 마침 이 시기였다.
“자네 민호군 맞나?”
“섭섭합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군. 허, 키도 자란 것 같은데?”
실제로 168에서 무려 4cm 자라서 172에 도달했는데, 한창 키가 크는 고등 시절에나 가능한 일이 20대 중반에 일어났다.
“깔창 때문이죠. 그런데 설마 나름 많이 바쁜 분이 고작 그런 말만 하려고 이렇게 직접 제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겠죠?”
“사실 다른 용건이 있네.”
최영준 차장은 잠깐 망설였는데, 뒤늦게야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조민호에게 자세하게 말하지 않을 것을 깨달았다.
“혹시 중아일보라고 들어봤나?”
“중아일보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가만 그러면 설마......”
“내 아버지가 그 중아일보 최석준 회장님이네.”
조민호는 애초에 입소문을 통한 고객 확보(?)를 위해서 최영준 처를 치료해주었지만, 설마 중아일보와 관련이 있는 줄은 몰랐다.
조중동 악명이 자자하다.
그런데 그게 뭐 어떻다는 말인가.
그가 전생에서 경험한 바로는 절대선과 절대악 따위는 없다. 오히려 겉으로 절대선이라고 하는 이들이 절대악보다 더 잔혹한 짓을 많이 저질렀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면 상관이 없다. 자기에게 해가 된다면 얼마든지 뜯어고쳐서 이용하면 그뿐이다. 지금은 물론 치료비만 잘 준다면 오케이다.
“놀랍네요.”
“별로 그렇지도 않아 보이네.”
“현금 1억을 그 자리에서 내놓을 수 있는 분이라서 재벌집이 아닌가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말씀하지도 않은 개인 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가.”
최영준 차장은 전략팀에 있지만 늘 따가운 주변 시선을 계속 받았지만, 조민호에게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다.
‘대화가 정말 편한 친구군. 역시 보통이 아니야. 도대체 이 친구 정체가 뭐지?’
“우리 아버님이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해.”
“최 회장님 말입니까?”
그도 예상 밖의 진행에 당황했지만, 굳이 거절하지는 않았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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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일보 본사는 원래 J빌딩을 소유했지만, 외환위기로 경영난을 경험하면서 오성 생명에 매각했고, 현재는 건물을 임차해서 사용 중이다.
독특한 사옥 외형은 지나가는 누구나 시선을 끌 정도였다.
조민호는 중아일보가 언론재벌이란 것을 알지만, 굳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 인맥을 이용하면 나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중아일보 본사를 힐끗 올려다보면서 새삼 자신이 현대로 돌아온 것을 깨달았다.
무림이라는 세상으로 가기 전만 해도 평범한 물리학과 대학생이었으니.
그는 지난 일을 떠올리면 최영준 차장을 본 중아일보 직원이 허리를 숙이는 모습을 보면서 크게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다.
나름 전생에서 절대자로 있을 때는 이와 비교하기 힘든 대접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영준 차장은 자연스러운 위압감을 풍기는 조민호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는 최석준 회장이 왜 굳이 자신을 직접 보자고 한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묵묵히 최영준 차장 뒤를 따랐다.
“참 내가 전략실 차장으로 있다는 것을 말했나 모르겠군. 나름 회사 내에서 힘 좀 쓰는 편이니, 혹시라도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게.”
굳이 순수한 상대 호의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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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송필영, 이번에 사장이야.”
“회장님, 굳이 지난 일을 가지고 계속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구속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제가 잘못한 겁니다.”
“우리 가문을 대신해서 자네가 억울한 옥살이한 거 아닌가.”
송필영은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오른손을 가까스로 내밀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하지만 제 손을 보십시오.”
그가 구속된 후에 감옥에 가서 우연히 패싸움에 휘말리면서 큰 부상을 얻었는데, 당시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손과, 오른팔이 점점 마비를 얻고 말았다.
간혹 치료를 받으면서 좋아질 때 있지만 그때는 무력감과 통증을 느꼈다.
지금은 이미 마비가 와서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다.
“이래서는 직장 생활하기 어렵습니다.”
최석준 회장이 지긋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면서 안쓰럽게 쳐다봤는데, 새삼 정치보복을 당했던 지난 일을 떠올리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시 정권이 언론사 세무조사를 명분으로 지속해서 괴롭혔고, 그 와중에 희생냥이 된 사람이 바로 송필영이기 때문이다.
마침 비서실장이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손님이 왔다고 알렸다.
“이 친구야, 걱정하지 말게. 자네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어.”
“회장님......”
최석준 회장은 막 비서 안내를 받아서 집무실에 들어온 아들 최영준 인사는 받는 둥 마는 둥 하면서도 새삼스러운 눈빛으로 조민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는 절로 감탄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서 있는 그 자세.
조민호의 부드러운 눈빛은 최석준 회장 자신을 만남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저 평범한 대학생. 퍽치기를 당해서 혼수상태로 병원에 입원한 것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없었다.
그런데 그 평범한 대학생은 그조차 호기심을 느낄 정도로 독특했다.
‘흥미롭군.’
최석준 회장은 한국에서도 몇 손가락으로 꼽히는 언론 재벌 회장으로 있으면서 많은 이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색다른 친구는 처음이었다.
“최석준일세.”
“조민호라고 합니다.”
“앉지.”
“감사합니다.”
“으음.”
그는 새삼 놀람에 가득한 시선으로 조민호를 다시 살폈는데, 최영준에게 이미 이야기를 들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