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 홀로 전생자-4화 (4/176)

#004

두 사람은 머리끼리 박치기했고, 다른 한 명은 쇠파이프에 맞았다.

세 사람은 갑자기 일어난 충돌 때문에 정신을 못 차렸다.

조민호는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것처럼 느긋하게 세 사람의 대추혈을 가볍게 문질렀다.

지금 조민호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 수단으로 대추혈을 압박했고, 그들 세 사람 특성 따위는 고려하지 않은 채 혼원기를 이용했다.

비록 작은 기운이기는 하지만 척수를 자극한 것은 당연지사.

세 사람은 바로 조민호를 공격하려다가 사지가 마비되자 몸을 부르르 떨면서 제자리에서 풀썩 쓰러졌다.

네 사람 중에 가장 눈치가 빠른 최태명은 상상도 못 한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조민호를 계속 공격해야 한다는 것조차 잊은 채 오히려 뒤로 물러났다.

조민호는 피식 웃으면서 천천히 최태명을 향해서 다가갔다.

“다, 다가오지 마!”

“웃기는 퍽치기군.”

그는 전생에서 현경에 까지 도달한 절대자였지만 명문무가 무인과는 달리 밑바닥에서 박박 기면서 올라갔고, 그 때문에 삼재권법이나, 태극권과 같은 무리에도 익숙했다.

아니 다른 고수와는 달리 그는 오히려 이 단순한 초식을 더 많이 사용했다.

그가 뒤늦게 달려온 최태명을 향해서 왼손으로 주먹을 잡은 채 빠르게 당기면서 반대 팔로 턱을 후려쳤다.

그 타격에 담긴 것은 비록 약하지만 혼원기였고, 호흡기와 관련이 있는 천정혈이었다.

최태명은 그 충격에 마치 폐렴 환자처럼 기침을 통하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조민호는 천천히 다가가서 최태명까지 제압한 채 쓰러진 채 필사적으로 바동거리는 네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네 사람은 갑자기 자신의 몸이 마비된 것 때문에 경악한 채 조민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조민호는 음산하게 웃었다.

“고문은 안 할 테니, 걱정 마.”

그나마 가장 적게 타격을 받은 황주식이 말을 더듬거렸다.

“도, 도대체 우리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기가 찰 노릇이다. 갑자기 뒤에서 기습해놓고, 저런 식이라니. 전혀 예상치 못 한 상황에서 완전히 정신을 놓아버렸다.

“재미있는 반응이네. 걱정 마,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조민호는 느긋한 걸음으로 60m 떨어진 곳에 주차된 그들의 밴을 끌고 와서 네 사람을 하나씩 차 안에 집어넣으면서 그들 신분증과 명함을 확인했다.

“어디 보자, 대홍실업이라.......”

뒤늦게 심상치 않은 상황에 황주식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제, 제발, 하, 한 번만 용서를 해주십시오.”

그는 밴 안에서 나는 짙은 피 냄새를 맡았다.

“혹시 인체실험이라고 들어봤어? 그래, 그거 한 번 해보자.”

“.......”

***

대홍실업은 겉으로 봐서는 건설 용역 회사였지만 실제로는 심부름센터와 비슷했다.

조폭 출신의 박주명 사장은 당시 자신이 속했던 파벌 두목이 살해당한 것을 보고 난 후에 후배 몇 몇과 같이 조용히 은퇴했고, 처음에는 나름 정상적인 생활 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도 참혹한 불경기 여파를 경험하고 난 후에는 다른 대안을 찾았는데, 그게 바로 여러 가지 일, 심지어 불법적인 의뢰를 맡는 일이다.

박주명 사장도 처음에는 청부 살인과 같은 일까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최대한 폭력을 동원해서 공격하는 일까지 하면서 돈을 모아서 그 돈으로 사채업까지 했다.

그는 그 와중에 몇 몇 인맥을 통해서 비자금 세탁까지 했다.

이 일이 뜻밖에 수익성이 높았다.

조민호 퍽치기 의뢰도 그 인맥을 통해서 들어온 일이었다.

박주명 사장도 몇 가지 조사를 통해서 조민호가 소소한 서민이라는 것을 알자 굳이 이 의뢰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렇게 잊어버렸는데.

의뢰자가 다시 이 일을 걸고넘어졌다.

박주명은 대수롭지 않게 다시 이 일을 진행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타켓이 사무실에 쳐들어와서 그를 제압했다.

“다, 당신 정체가 뭐야?”

몸이 마비되자 박주명은 두려움에 떨었다.

조민호는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은 채 밴에 잡아온 네 명을 사무실에 하나씩 옮긴 후에 미리 준비해온 시침을 꺼냈다.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시침은 마치 칼날처럼 번쩍였다.

“좋네.”

그는 손끝으로 시침을 잡은 채 사무실 중앙 테이블에 누운 채 두려움에 떨고 있는 황주식과 옆에서 지켜보는 나머지 네 사람을 교대로 쳐다보면서 황주식 왼쪽 뺨 위에 오돌오돌 솟아난 피부를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이게 신경피부염이란 거야.”

신경피부염은 일반 피부염과는 달리 심한 가려움을 동반한 채 구진이 이곳저곳에서 생겨나는 피부병을 지칭한다.

특히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간질환이 있는 이들에게 많이 생긴다.

황주식이 신경피부염이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조민호가 시침을 사용한 혈은 풍지와, 대추다. 이 두 가지 혈은 오히려 신경피부염 치료를 위한 혈이지만 오히려 화기를 더 강화해서 황주식 특성과 반대가 된다.

비록 공격력은 떨어진다고 해도 간염을 앓고 있는 황주식에게는 치명적이었다.

치료혈이 오히려 악혈이 된 셈이다.

더욱이 목기가 바탕이 된 간 조직이 그 대상이었으니.

황주식 빰에 나 있는 피부염이 급증해서 서서히 목을 타고 어깨 전체로 퍼져 나갔다.

목 주변의 진액은 마치 종기가 터진 것처럼 밖으로 흘러나왔다.

황주식은 지독한 가려움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움직이지 못했는데, 마치 공포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달달 떨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네 사람이 느끼는 공포는 오히려 더 끔찍했는데, 너무 참혹해서 억지로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조민호조차 너무 빠르게 진행된 신경피부염에 눈살을 찌푸리면서 다시 혼원기를 조절했고, 다행히 황주식 피부염은 더 나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황주식은 공포에 침을 질질 흘리면서 결국 기절해버렸다.

그는 이번 인체실험을 통해서 혼원기에 대한 숙련도를 올렸다.

“재미있지?”

“대, 대답하겠습니다. 바, 박상철 과장이란 자가 의뢰했습니다. 정말입니다. 거짓말 아닙니다. 제발 용서해주십시오.”

박주명 사장은 마치 실성한 정신병자처럼 박상철 과장의 의뢰 관련된 일을 미주알고주알 계속해서 늘어놓았다.

‘박상철 과장이라.’

***

조민호가 굳이 황주식을 인체 실험한 것은 복수 목적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는데, 이미 이 현대에서는 순수한 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다.

그것은 오염된 기(氣) 하에서 자라는 산삼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정석이라면 24시간 내내 소주천만 하면 효과가 있기는 했다.

그는 전생에서 이미 적지 않은 오염된 기를 필터링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차선을 고심했다.

‘사람의 선천지기는 좀 다르지.’

선천지기는 인간의 생명과 관련이 있는데, 그중에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뇌간과 같은 부분이다.

건강한 성인을 10으로 잡는다면, 그 밑으로 떨어지면 허약해지고, 그 위로 올라갈수록 좋아진다.

물론 이 선천지기 수치는 조민호 자신처럼 활용 가능한 수치가 아니라, 선천지기 잠재력 총량을 뜻한다.

단적인 예로 황주식 경우에는 이 선기가 무려 15를 넘고, 나머지 네 사람 역시 평균적으로 14 정도가 나온다.

조민호가 원하는 것은 이 선천지기 전체가 아니라, 그 자신의 특성과 맞는 일부다.

그는 황주식을 시작으로 착즙기를 돌리는 것처럼 네 사람을 상대로 선천지기를 조금씩 계속해서 뽑아내기 시작했다.

“흑흑흑, 제, 제발 살려주십시오.”

“으아아악!”

대추혈을 비롯한 몇 몇 경혈에 시침을 해서 선천지기를 뽑아내는 것은 지루하면서도 인내가 필요한 일이었다.

당하는 사람 처지에서 그 고통은 도저히 형언하기 어렵다.

신경 밑바닥을 날카로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고통을 계속해서 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다섯 사람을 살해하지 않고 최대한 뽑아낸 선천지기는 무려 50이었다.

실망스러운 일이지만 여기서 흡수가 가능한 기운은 고작 5에 불과했다.

띠링.

[선천지기 스탯이 개방되었습니다.]

[선천지기가 +5 올랐습니다.]

[내공이 선천지기와, 후천지기로 분리 되었습니다.]

[스탯]

[체력] 7, [근력] 5, [민첩] 6, [후천지기] 2,

[선천지기] 8, [정신] 1,283,232

‘효율이 극악하군.’

사실 단순 무식하게 흡수하면 선천지기 50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문제는 이 기운이 조민호 선천지기와 겉으로는 섞이는 것처럼 보이지 실제로 물과 기름처럼 분리된다.

이 불협화음이 신체 내에서 극단적으로 흐르게 되면 나타나는 현상이 바로 소위 말하는 주화입마다.

다르게 말하면 지금 조민호는 내공이 낮지만, 주화입마에 걸릴 확률은 한없이 0에 수렴한다.

‘흠.’

조민호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그래도 죽으라고 소주천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에 만족했는데, 더욱이 지금 현대에 악인은 넘쳐난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

‘갈 길이 멀군.’

그는 완전히 퍼져있는 다섯 사람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이놈들은 아낌없이 주는 호구야. 앞으로 이들을 이용해서 치료비를 받으면 되겠지. 거기에 간식으로 꾸준하게 선천지기를 뽑아 먹으면 더 좋고.’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이들 특성만으로는 다양한 환자를 치료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뛰어난 선천지기를 가진 사람이 많이 필요해. 대기업이나 이런 곳을 골라야 하는데, 입사 같은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까? 아니면 인간들이 많은 중국도 괜찮을 것 같아.’

다섯 사람은 조민호 시선에 마치 영혼을 저당 잡힌 악마의 시선을 느낀 채 바들바들 떨기만 했다.

그는 박주명 사장을 비롯한 다섯 사람에게 혼원기를 사용해서 족쇄를 살짝 걸면서 협박까지 한 후에 박상철 과장 추적을 지시했다.

다행히 박주명 사장은 꽤 능력이 있었고, 의뢰인에 대해서 사전에 알고 있었다.

‘미국이라. 벌써 날랐어?’

실로 이상한 일이었다.

조민호는 뒤늦게 박주명 사장을 괴롭혀서 상황을 다시 확인했다.

박주명 사장은 뒤늦게 사무실에서 몰래 카메라를 발견했는데, 박상철은 박주명 배신을 대비해서 사무실에 이미 감시 카메라를 설치해두고, 지켜보고 있었다.

조민호조차 새삼 혀를 내두르면서 쥐새끼 같은 박상철에 감탄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군.’

다시 박상철 신분에 대한 것까지 추가로 확인했다.

‘미래 투자 증권 기획실 과장이라니.’

이제 한창 커 나가는 젊은 회사인 미래 투자 증권 직원이 평범한 조민호를 대상으로 퍽치기 의뢰를 했다는 것은 누구라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조민호는 얼마 전에 병원에서 봤던 석연치 않은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면서 내심 인상을 찡그렸지만, 곧 훌훌 털어버렸다.

그는 이보다는 좀 더 수련해서 허약해진 몸을 단련하고, 무학을 다시 정립하면서 적당히 돈을 벌 생각이었다.

‘최영준 차장이라는 괜찮은 고객을 만들었으니, 굳이 영업할 필요는 없지.’

믿을 수 있는 최영준 차장 인맥이라면 적어도 1억 치료비는 부담 가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고객층으로 둔다면 생활에 필요한 돈은 금방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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