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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645화 (645/651)

제645화: 마지막 전쟁(1)

그렇게 10여분 정도 지나고 통화가 끝난 듯 핸드폰을 내린다.

“형 차 가져와.”

지하 주차장에 차가 있다.

“서울 간다는데.”

“누구 만나러?”

“일 단 차부터 가져와.”

오민철이 재빨리 건물 안으로 들어갔고 권총수는 차량 출구 쪽으로 걸어갔다.

검정색 벤츠 차량이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들어섰다.

홍나영은 중간 휴게소에서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렸다.

“도대체 뭔 일이지.”

홍나영 차다.

핸들 또한 그녀가 잡고 있었다.

서울로 진입한 홍나영의 차는 반포쪽으로 빠져 나갔다.

서울은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는데 홍나영의 차는 얼마가지 않아 자이언트 호텔 주차장으로 쏙 들어갔다.

권총수는 길가에 차를 세워 달라 말한 뒤 먼저 내렸고 오민철은 차를 끌고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두 사람이 다시 나타난 건 일 층 커피숍이었다.

휴일 초저녁 호텔 커피숍은 한가했다.

홍나영이 만나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백서건설의 구장철 사장이었다.

홍나영과 강원도에서부터 같이 왔던 사내는 한쪽 구석에 커피를 놓고 한참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두 사람과 권총수와 오민철이 앉아 있는 좌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권총수는 두 사람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자세히 듣고 있었다.

30여분 얘기를 나눴는데 양쪽 모두 표정이 굳어 있다.

구장철이 어디론가 전화를 했는데 앉은 자리인데도 허리를 굽신 거리는 것이 높은 사람인 모양이었다.

통화를 끝낸 구장철은 커피를 마셨다.

여전히 표정은 무겁다.

두 사람은 몇마디 더 주고 받는 듯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고 홍나영이 구장철 뒤를 따라가며 강원도에서부터 동행한 사내에게 사인을 보냈다.

홍나영은 구장철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십여분 정도 흘러 구장철의 차량인 검정색 제넥신 승용차가 주차장을 빠져나왔는데 홍나영이 타고 있었다.

그 뒤를 사내가 운전하는 홍나영의 흰색 소나타가 쫓았고 이어 권총수의 벤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홍나영을 태운 제넥신 승용차는 올림픽도로를 달리더니 미사리 쪽으로 빠져나갔다.

강변의 도로는 야외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차량으로 장사진이었지만 나가는 길은 한가했다. 국도를 따라 달리던 차가 오른쪽으로 빠져 나가더니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중앙선이 없는 포장된 길은 한눈에 공용 도로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가벼운 산길을 몇 번 돌더니 강이 내려다보이는 별장 한 채가 나타났다.

차가 도착하자 정문이 열렸는데 건장한 체구의 사내다.

그는 구장철의 차량을 향해 인사했고 제넥신이 들어가자 대문을 닫았다.

그로부터 2,3분 정도 지나 흰색의 소나타가 왔는데 홍나영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차에서 내려 대문 앞을 살폈다.

그리고 슬며시 밀어 보는데 잠긴 듯 꼼짝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할 때는 우선 내 몸부터 잘 숨겨야 합니다.”

홱!

사내는 소스라치며 돌아섰다.

권총수가 우두커니 서 있는데 대문 오른쪽을 가리켰다.

20여미터 오른쪽으로 CCTV가 돌아가고 있었다.

사내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지만 조금전의 동작은 찍혔을 것이고 차량 역시도 정확히 영상에 담겨졌을 것이다.

사내는 서둘러 차를 뒤로 후진하여 대문에서 떨어졌는데 CCTV각도를 벗어나려는 행동이었다.

차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세우고 내린 사내가 권총수를 살핀다.

홍나영의 남자친구는 껌을 씹고 있었는데 툭하고 뱉어버리고 가까이 다가와 물었다.

“당신 뭐야? 여기 식구들이야?”

별장을 가리킨다.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어디서 반말이야. 콱 혓바닥을 회 쳐 줄까.”

쩌렁한 소리에 재빨리 돌아선다.

오민철이 걸어오고 있었다.

“너 양아치지? 요즘 세상에 머리에 기름 바르고 가르마 탄 건달이 어딨냐 임마.”

사내의 표정이 굳는다.

둘!

일단 쪽수에서 밀린다.

그렇다고 별장쪽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권총수도 오민철도 자신을 보고 전혀 경계한다거나 두려워 하지 않는다.

“어느파에 있습니까?”

“어느파?”

탁!

오민철은 귀엽다는 듯 사내의 어깨를 토닥였다.

“홍나영씨와 어떤 관계죠?”

오민철이 정색하고 물었다.

“우리 나영이를 어떻게 압니까?”

“우리 나영이, 아주 잘 압니다. 그 여자가 다니는 블랙잭 이사거든요. 저쪽은 대표님이고.”

사내는 깜짝 놀라는 표정이다.

“난 당신들을 정선에서부터 따라왔어요.”

“형 여기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휘익!

권총수가 허공으로 몸을 솟구치더니 CCTV각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수평으로 날아가더니 별장 안으로 사라졌다.

“어어어!”

사내는 너무 놀란 듯 괴성만 흘리고 있었다.

꿈이 아니다.

분명 사람이 날아갔다.

권총수는 마당에 내려섰다.

경호원으로 보이는 대문을 열어주고 닫았던 사내가 마당 한쪽에 서 있었다.

그 옆으로 동료로 보이는 사내가 담배를 피웠는데 두 사람은 어제 있었던 토요 경마얘기를 나눴다.

둘 모두 상당히 털렸다면서 대화가 거칠다.

“말 좀 물읍시다.”

두 사내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엇! 권총수!”

한 사내가 알아본다.

“구장철과 나란히 들어온 홍나영이란 여자는 내 직원입니다. 어디 있습니까?”

휘익!

두 사내중 한 명이 차고 있던 테이저건을 뽑아 발사했다.

하니만 권총수는 어느새 사라졌다.

불영보는 테이저건을 가볍게 피하게 만들었고 빡하는 소리가 나더니 사내의 목이 꺾인다.

옆에 있는 사내 또한 테이저건을 쐈지만 엉뚱하게도 옆에 있는 은행나무에 박혔다.

우드득!

그 대신 사내의 목은 풍뎅이처럼 한 바퀴 돌아갔고 나동그라졌다.

두 사내는 숨이 끊어졌다.

스으으!

현관으로 날아간 권총수는 문을 열었다.

넓은 거실에는 네 명이 있었다.

권혜림과 구장철이 쇼파에 앉아 있고 놀랍게도 홍나영은 한 사내에게 머리채를 잡힌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홍나영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오른 걸 보아 뺨을 맞은 듯 보였다.

권총수는 다른 사람이 또 있나 실내를 훑었다.

“대...대표님!”

권총수를 발견한 홍나영은 소스라쳤다.

하지만 이내 표정이 안정되어 간다.

권혜림은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권총수가 나타났으니 최소한 권혜림의 손에 죽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한 것이었다.

“남의 회사 직원을 그렇게 두들겨 패면 되겠소.”

퍼억!

홍나영이 바닥으로 나동그라진다.

홍나영을 거칠게 내던진 사내가 테이저건을 겨누며 다가온다.

투항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권총수는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으로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휙!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는데 사내가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권총수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뱉었다.

담배는 비수처럼 날아가 사내의 목을 뚫고 목덜미로 빠져나가더니 다시 날아와 권총수의 입에 물렸다.

주르르륵!

담배에 뚫린 구멍으로 피가 흘러내렸다.

사내는 자신의 목을 움켜 쥐었는데 공포에 젖은 얼굴이다

담배가 자신의 목을 뚫은 것이다.

딸칵!

권총수는 피 묻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쿠쿵!

사내는 끝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엎어졌는데 조용해졌다.

끼이익!

그때 문소리가 들리고 오민철이 들어섰다.

“재필이는 차 안에 얌전히 앉아 있겠다는데.”

홍나영의 남자 친구를 말하는 것이다.

“자식들 테이저건이 무슨 절대보검이나 되는줄 아나. 마당에 뒈진 놈들도 전부 테이저건이던데.”

오민철이 사내가 떨어뜨린 테이저건을 주워 들었다.

“홍나영씨 일어나세요.”

오민철의 목소리가 차갑다.

홍나영은 일어나려고 하지 않았다.

죽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한 듯 두들겨 맞은 곳이 무척 아픈 것처럼 신음까지 흘리며 상체를 흔들 거렸다.

오민철의 이미가 좁혀졌다.

십억 대의 뒷거래를 할 여자라면 만만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민철은 웃는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 바로 여기서 시체로 만들어 드리죠.”

오민철이 다가가자 머리를 풀고 바닥에 엎어져 있던 홍나영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이...이사님!”

“사직서를 받는 선에서 끝내라는 것이 대표님의 지시입니다. 하지만 내 질문에 사족을 달면 그땐 이 자리가 당신 무덤입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저 친구 보세요. 목에 구멍이 뚫려 죽은

시체입니다. 홍나영씨에게 살인이 대단한 일일지 몰라도 우린 그렇지 않아요. 내 말 잘 알아 들었습니까?”

“네! 네. 사실대로 말할테니 살려주십시오.”

“백서그룹에서 얼마 받았죠?”

“십억 받았습니다. 그중 오억은 여기저기 빌린 도박빚 갚았습니다.”

“오늘 정선에서 털렸죠?”

깜짝 놀라는 듯 눈을 크게 뜨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네.”

“카지노 야외 휴게소에서 전화를 하던데 여기 있는 사람중 상대 있죠?”

“저기 구사장님.”

“오케이. 돈이 더 필요하다고 협박했군요. 그래서 얼굴이 그렇게 된 것이고.”

“사...사실입니다.”

“됐어. 형, 홍대리 데리고 나가. 이재필과 함께 차에 태워 보내.”

“그냥 보내?”

“일단 보내.”

오민철이 홍나영을 데리고 나갔다.

권총수 오른손이 파리를 쫓듯 걸어가는 홍나영을 향해 흔들렸다.

기억을 관장하는 혈도를 눌러 정선 카지노를 나와 여기까지의 일은 지웠다.

절대 모른다.

물론 차 안에 있는 남자 친구 이재필의 기억도 없앴다.

두 사람이 벗어나고 거실에는 세 사람만 남았다.

권총수는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버리고 구두로 밟아 껐다.

고급 양탄자에 담배 꽁초가 납작하게 붙었다.

저벅저벅!

권총수는 느릿하게 걸어가 쇼파에 앉았다.

“나 잘 알죠?”

권혜림에게 묻는다.

권혜림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공항에서 자동차 폭발사고, 평양 칠보호텔에 묵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측에 귀뜸 한 것 모두 회장님 작품이죠?”

“그건 내가 주도한 일입니다.”

구장철이 나섰다.

딸칵!

그때 권혜림이 여유를 찾으려는 듯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문다.

그리고 상체를 숙여 유리 재떨이에 담배 재를 털었다.

스윽!

갑자기 권총수가 재떨이를 거머 쥐었다.

“봉황이 새겨져 있군요. 청와대에 들어갔다 나오면 봉황이 새겨진 선물을 받는다고 하던데 재떨이를 선물로 줬을 리는 없고.”

빠악!

말리고 자시고 할 틈도 없었다.

두꺼운 재떨이가 맞은편에 앉은 구장철의 얼굴을 찍어 버린 것이다.

“아악!”

맞은 구장철보다 오른쪽 쇼파에 혼자 앉아 담배를 피우던 권혜림이 더 크게 비명을 질렀다.

주르르륵!

구장철의 얼굴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내렸다.

“당신은 날 죽이려고 했습니다. 암살을 시도했죠. 다행이 난 운이 좋아 살아났고, 피는 피로 갚는 것이 강호의 법입니다. 난 당신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고 여기서 죽이겠다는

뜻입니다.”

빠아악!

또다시 재떨이가 얼굴을 찍었다.

“끄윽!”

구장철의 얼굴은 완전히 뭉개졌다.

“그...그만해요.”

권총수의 시선이 소릴 지른 권혜림에게로 향했다.

구장철의 피가 권혜림의 얼굴에 파편처럼 묻어 있었는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그녀는 피우던 담배까지 바닥으로 떨어뜨렸는데 권총수가 바라보자 얼른 고개를 돌렸다.

"다시 묻습니다. 사장님께서 주도하신 일입니까?”

구장철은 머뭇 거렸다.

권혜림은 거의 석상이 되어 있다.

숨을 멈추고 어깨를 떨고 있는데 구장철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느냐에 따라 자신의 목숨이 결정된다는 걸 아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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