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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634화 (634/651)

제634화: 지옥의 일부(3)

한국인 식당도 많지만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일감을 찾는 곳이다.

중국과 남한, 북한 3개국 사람들이 얽힌 도시.

뿐만 아니라 북한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살피려는 서방의 스파이들이 우글거린다.

거기에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보따리 상들까지 몰리면서 규모는 작지만 하루 유동인구가 오십만 명 가까이에 이른다.

두 사람은 재빨리 단둥시내로 들어갔다.

단둥역에 기차가 멈췄다.

하지만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고 안내 방송도 없었다.

내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 승객들에게 잠시 다시 앉으라는 승무원들의 지시만 있었다.

“무슨 일이래?”

“저 군인들은 또 뭐야?”

영문을 모르는 승객들이 수군거렸는데 차창 밖 옆사 앞 마당으로 무장군인들이 도열해 있었다.

군인들은 기차 문이 열리면서 일제히 안으로 들어왔다.

총을 든 무장군인들이 들어서자 승객들은 모두가 긴장하며 숨을 죽인다.

총을 든 두 명의 군인을 대동하고 올라온 정장의 두 사내가 승객들에게 신분증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승객들은 분위기에 짓눌러 누구도 왜 그러느냐는 항변 한마디 못한 채 가지고 있는 신분증을 일제히 꺼낸다.

정장의 두 사내들은 신분증 속 사진과 내민 사람의 얼굴이 닮았는지 살폈고 조금 이상하다 싶으면 머리를 잡아 당겼다.

“아아아!”

“뭐하는 거요?”

갑작스럽게 머리를 잡아 당기자 여기저기서 비명이 들렸다.

하지만 누구도 미안하다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거침 없이 안경도 벗겨 보고 심지어는 콧수염까지 당긴다.

“아 젠장 뭐야.”

마흔 가량의 깡마른 사내가 콧수염을 당기자 버럭 화를 낸다.

척!

순간 총구 두 개가 사내의 머리를 겨누었다.

뒤를 따르던 두 군인이 노려보았는데 금방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은 표정에 사내는 한차례 몸을 떨며 고개를 숙여 버렸다.

독사 모가지처럼 일으켜 세웠던 시선을 내리깔고 푹 늘어뜨린 사내의 어깨를 콧수염을 당겼던 사내가 탁 때린다.

마치 그러니까 조심해야지 하며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승객들 한 명 한 명 조사하면서 지나갔고 열차 안은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20여분간 정차했던 열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커덩거리며 역을 떠나는 기차를 바라보는 한 사내가 있었다.

정장을 했으며 약간 뚱뚱한 체격이었는데 매서운 눈초리로 사라지는 열차를 주시한다.

중국 국가안전부 연길지부장 리콴총이다.

기차가 아닌 이상 평양을 빠져나올 교통편은 없다.

밀항 따위는 더욱 불가능하다.

이웃을 고발하기 바쁜 북한 체제에서 낯선 사내가 아무리 많은 돈을 내밀고 밀항을 사정해도 먹히지 않는 나라다.

비행기 역시 불가능 하고 버스를 이용한 교통편은 없다.

물론 트럭이나 자가용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엄격한 검문검색이 이뤄지고 있다.

“이상하군요.”

스포츠 머리에 단단한 체격을 한 사내, 안전요원 오우동이 다가왔다.

오우동의 오른손에는 언제든지 방아쇠를 당기겠다는 듯 권총이 들려 있었다.

“오늘쯤이면 반드시 나타나야 하는데.”

북한은 불법 체류가 불가능한 나라다.

어디서든 검문 검색을 하고, 이상하다 싶으면 누구든지 신고를 해버리기 때문이다.

또한 곳곳에 시민 복장으로 활동하는 사회안전성 요원이나 보위성 관계자들, 또한 노동당 소속의 정보원들이 거미떼처럼 깔려 있어 내부 조력자가 있다고 해도 결코 닷새 이상은 버티지

못한다.

낯선 사람, 처음 보는 인물이면 곧장 신고가 들어간다.

신고를 하지 않아도 나중 엄청난 중범죄로 처벌받기 때문이다.

“앞으로 여객차는 몇 번 있나.”

“오후 5시에 도착하는 평양발 열차입니다.”

북한에서 중국을 넘나드는 기차편은 하루 3회 있다.

조금전 출발한 기차가 두번째 였고 5시에 단둥역에 도착하는 것이 평양에서 출발한 오늘의 마지막 열차다.

“철수!”

“네?”

“놓쳤어. 놈은 북한을 벗어났고 우린 잡지 못한 거야.”

“설마?”

“모두 철수해.”

이콴총은 걸어서 역을 빠져 나갔다.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사라지고 무장한 사회안전부 요원들도 하나 둘 각자의 자리로 들어간다.

이콴총은 ‘천리마 반점’이라고 쓰인 식당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꽤 컸고 이콴총이 들어서자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가 큰 소리로 인사를 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주인 사내는 이콴총을 햇볕이 잘 드는 창가로 안내했다.

“백주 한 병 하고 돼지 간 볶음 주시오.”

“예!”

주인이 돌아가고 이콴총은 탁자 위에 있는 주전자의 녹차를 컵에 가득 따라 마셨다.

‘죽일!’

실패다.

붙잡지 못했다.

주석궁(시진핑 처소)에서까지 관심을 갖고 있는 이번 작전이었는데 제거하지 못했다.

‘권총수’

이를 부드득 갈며 주방쪽을 향해 말했다.

“술부터 주시오.”

“그러시겠습니까?”

주인이 재빨리 안쪽에 진열된 술병중 하얀 백자에 담긴 술병을 들고 왔다.

뻥!

대나무로 만든 마개를 열어주고 잔까지 놓는다.

주루룩!

이콴총은 도자기로 된 작은 잔에 따른 술을 단숨에 부었다.

80도짜리 술이다.

라이터를 켜면 휘발유처럼 붙는다.

목이 불에 데인 듯 뜨거운 맛에 마신다.

하지만 뒤끝은 매우 깔끔하여 찾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지부장님!”

부하직원 오우동이 다가왔다.

“잘 왔어. 앉아. 여기 술잔 하나 더 주시오.”

맞은편에 오우동이 앉고 자신의 빈 잔에 술을 채워 내민다.

“근무중입니다. 비상근무이고.”

“나와 마시면 괜찮아.”

주인이 가져온 잔을 리콴총 앞에 놓는다.

“아냐 아냐!”

오우동이 따르기 위해 술병을 쥐려하자 리콴총은 자신이 빼앗듯 잡는다.

쪼르르!

잔을 채운 뒤 든다.

“마시지!”

쨍!

두 사람은 가볍게 잔을 부딪치며 잔을 비운다.

“크흐!”

오우동이 소릴 내며 인상을 쓰자 리콴총이 빙긋 웃는다.

“술이라는 것이 말이야 정말 좋은 것이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오우동이 갑자기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술에 대해 찬사를 할까 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딱 두잔 들어갔을 뿐인데 가슴속의 분노가 가라앉는군.”

오우동은 그제 서야 말뜻을 알겠다는 듯 빙긋 웃는다.

“우리에게는 기회이면서 위기임은 분명하네. 권총수를 죽이거나 체포한다면 자네와 나의 회사 생활은 탄탄대로이며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승진을 할걸세.”

그건 오우동도 같은 생각이다.

그동안 집권 연장을 위해 시진핑 정부는 반대파와 분란의 소지가 있는 정적들 제거에 온 힘을 쏟느라 바깥을 살필 겨를이 없었다.

얼마전 시진핑의 집권 연장에 불편한 시선을 보냈던 군의 일부 고위장성들을 모조리 제거했다.

그야말로 장기집권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러자 본격적으로 나라밖으로 시선을 던졌고 사막의 흑새에 대한 제거 계획을 검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돼지 간 볶음이 나왔다.

리콴총은 붉게 양념된 간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씹었다.

“백주에는 이것 만한 안주가 없지.”

“앞으로 계획이?”

“계획? 당연히 권총수 죽이는 거지.”

리콴총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북한 인력이 아니면 블랙잭 용병 수급이 어렵다는 것이 드러난 사실이니 오늘만 날이겠나. 앞으로 문턱이 닳도록 여길 오가겠지.”

기회는 또 있다는 여유다.

오우동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서둘지 않는 건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뜻이다.

우두머리인 리콴총은 그런면에서 확실히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실패를 오래 기억하는 사람이 되지 말게.”

그러면서 잔을 비웠다.

오우동은 술잔을 비우는 리콴총을 보며 속으로 상사 하나는 훌륭한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삶을 성공하려면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야 하고 주위에 묵직한 인물들이 있으면 좋다.

그런면에서 리콴총은 자신이 지금까지 모신 여러 상사들중 제일 든든하다.

충성은 바로 이런 상사에게 하는 것이다.

지이잉!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린다.

리콴총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보았는데 ‘이백’라는 글자가 찍혔다.

이백은 부하 요원중 한 명의 암호명이다.

“어딘가?”

젓가락으로 안주 한 점을 집어 입에 넣던 리콴총이 멈칫했다.

“그게 정말인가. 알았네. 즉시 가지.”

리콴총은 재빨리 전화를 끊고 일어났다.

“연변 공항이네. 의심스런 미국인이 저녁 6시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 있다는군.”

“알겠습니다.”

오우동이 자리에서 일어나 뛰어나갔고 그 뒤를 리콴총이 따라갔다.

팔랑!

리콴총이 던진 100위안 짜리 두 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연변공항에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공항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권총수는 알아차렸다.

인천공항 6시 비행기다.

정복의 공안들이 사방에 깔렸고 군데군데 사복차림의 사내들이 서성거린다.

국가안전부 소속 요원들이다.

비행기 탑승은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었는데 부리나케 공항 사무실을 들락거리고 하는 것이 탑승객 명단을 뽑아 살피려는 것이 틀림없다.

권총수와 오민철 모두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

CIA가 앞장서서 만들었다.

그건 두 사람의 환심을 사는 건 물론 필요할 땐 언제든지 협조를 받기 위한 공작이지만 권총수는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이 바닥 사업을 하자면 미국이란 나라의 힘이 필요하다는 걸 알기에 못이긴 체 받아들인 것이다.

권총수는 상의 안주머니에 있는 여권을 꺼내 펼쳤다.

사진이 있는데 검정머리의 히스패닉계다.

권총수였다.

이름은 맥도웰, 나이 마흔다섯.

노랑머리에 백인의 모습으로 변장할 수 없는 건 아니다.

변체환용은 용모변장의 제한이 없다.

단지 피부와 머리카락까지 변화시키자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내공 소모가 크다.

그래서 얼추 피부색과 머리카락이 비슷한 히스패닉계로 변장한 것이다.

오민철 또한 이십대 후반의 깔끔한 비즈니스맨처럼 용모와 복장을 바꿨다.

오민철은 럼스펠드, 스물아홉이다.

“마셔!”

권총수는 청사내 커피숍에서 테이크 아웃 해온 커피 잔을 건넸다.

“땡큐!”

오민철이 불안한 모양이다.

변장을 했지만 발각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물론 발각될 수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다.

한바탕 살육전이 불가피 해진다.

오민철이 끌려가도록 놔둘 수는 없으니 모조리 죽여야 한다.

아까운 생명들을 앗아간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 또한 전쟁이니 피할 방법은 없다.

살육전이 벌어진다면 내외적으로 권총수가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다.

현대무기로 무장한 중국 공안과 국가안전부 요원 수십 명이 죽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 보면 미국과 양강체제를 구축했다고 자부하는 초일류대국의 개망신이므로 쉬쉬 할 것이다.

또한 민간 분야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한국 정부에 대놓고 항의도 할 수 없다.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지만 만약은 대비해야 했다.

탁!

권총수는 오민철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긴장 풀어.”

“으아 쪽팔려. 내가 짱개 자식들 앞에서 심장 박동을 높이다니.”

오민철은 후루룩 소리를 내며 커피를 마셨다.

“어떤 놈도 형 못 건드릴 거야. 털끝이라도 다친다면 모조리 죽여 버릴거야.”

흠칫!

오민철이 놀라며 고개를 돌렸는데 눈동자가 흔들거린다.

“총수야. 고맙다.”

“그만해.”

“넌 나의 영원한 동생이야. 사랑한다.”

권총수가 인상을 쓰는 순간 탑승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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