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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623화 (623/651)

제623화: 국경의 싸움(2)

일반인은 전화를 끊고 나서 주위를 살피지 않는다.

또한 전화 오기 전과 받고 나서의 표정에 미세하게 차이가 있었는데, 긴장하면서 무거웠다.

좋지 않는 소식이거나 아니면 더 신중해야 할 내용을 전화로 전달 받았다고 봐야 했다.

“뭐 하는 사람들일까?”

권총수의 감각에 잡혔다는 건 결코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라는 뜻이다.

두 사람은 주문한 명태구이를 먹기 시작했다.

권총수가 북한쪽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창가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비를 계산한 사내는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고 오 분이 채 되지 않아 화분 옆에서 스테이크를 먹던 사내도 자리에서 일어나 나간다.

북한쪽 인물로 추정되는 사내는 호텔 밖으로 걸어나갔다.

도로앞 횡단보도에 서 있다 신호가 바뀌자 빠른 걸음으로 건넜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내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더니 길가 공원으로 들어섰다.

벤치가 대여섯 개 군데군데 놓여졌는데 희미한 가로등 아래 두 명의 남자가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호텔에서 나온 사내는 저만치 혼자 앉아 있는 여자를 발견하고 다가가 앉았다.

그러자 여자가 환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는데 기다리던 남자친구를 웃음으로 맞는 듯 보인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았는데 사내는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후우!

연기를 길게 내 뿜고 물었다.

“이곳에 들어왔다고 했습니까?”

여자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긴급 지령이 전달됐고 추적이 시작됐어요. 완전히 없애라는 지시를 받았어요.”

“탑승객 명단에는 이름이 없다고 했잖습니까?”

“없어요. 하지만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23명에 대한 추적을 끝냈어요.”

권총수 일행이 타고 온 비행기에 한국 국적을 지닌 사람은 23명이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두 명이 비어요. 아직 찾지 못했죠. 그들일 가능성이 제일 커요.”

사내의 눈이 가늘어졌다.

탑승객 명단은 항공사보안 일급 자료다.

항공사가 소속된 국가에서도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함부로 들여다 볼 수 없다.

과연 이 여자는 어떻게 탑승객 명단과 국적까지 단시간 내에 확보 할 수 있었을까.

파팟!

담배를 피우던 사내, 양추수의 눈이 빛난다.

“왜 그러죠?”

여자 림금련이 묻는다.

둘은 국가보위성 소속 제5총국 소속이다.

제5총국은 중국과의 국경도시를 감시하고 특히 기업인을 가장한 남한의 첩자들을 색출해내는 임무를 벌인다.

부욱!

양추수가 담배를 껐는데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가볼 곳이 있습니다. 조금전 식당에서 남한 사람으로 보이는 두 사내를 보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닌 것 같군요.”

“호텔 식당?”

“그렇습니다.”

“외부인이 호텔식당에서 밥을 먹을리 없고.”

두 사람은 동시에 일어나 호텔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두 사람은 식사를 끝냈다.

폐점 시간이 다가온 듯 식당은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

오민철은 물로 입안을 헹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카드를 들고 계산대로 걸어갔다.

오민철이 계산을 하는 동안 권총수는 앞서 걸어 나갔다.

오민철이 카드를 받아 지갑에 다시 넣고 식당을 빠져 나갔다.

두 사람이 식당을 떠난지 5분이 채 안되어 양추수와 림금련이 나타났다.

계산대의 여직원은 두 사람을 아는 듯 들어서는데도 막지 않았다.

양추수는 권총수와 오민철이 앉아 있던 빈 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여직원에게 다가가 묻는다.

“저기에서 식사하던 두 사람 갔습니까?”

“네.”

“카드 계산이었을 텐데 계산서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러세요.”

여직원은 왜 그러느냐는 반문이나 질문을 하지 않고 조금전 계산한 카드기록을 넘겨 주었다.

여직원이 건네주는 종이를 살피던 양추수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오웰.”

카드에 찍힌 이름이다.

생긴 건 한국인이었으나 미국인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인?”

“아뇨. 한국말 썼어요. 계산할 때 남자.”

조금 떨어져 있던 림금련의 눈이 빛났다.

“이 사람인가요?”

림금련이 권총수 사진을 들이댔다.

“아닙니다. 전혀 달라요.”

“가만!”

림금련은 다시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는데 이번에는 오민철의 것이었다.

“이 남자?”

“아네요. 어, 잠깐만요?”

여직원은 오민철의 사진을 받아 살폈다.

오민철은 계산을 할 때 끼고 있던 뿔테 안경을 벗었다.

여직원은 그 모습을 떠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눈과 이마 쪽은 닮았는데 수염이.”

“됐어요.”

그러더니 림금련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와 몇 마디 나누고 끊었는데 오 분 정도 지나 정장의 남자가 나타났다.

“지배인님!”

림금련은 지배인이라는 사내를 잘 아는 듯 빠르게 말을 했다.

“식당 CCTV좀 봐야겠어요. 도와주겠어요.”

“그러시죠.”

지배인은 림금련과 양추수를 데리고 식당을 나갔다.

동북아 권에서는 제법 알려진 북한 기업인 리용호가 이곳 카이로스 호텔 주주중 한 명이다.

림금련과 양추수 역시 리용호가 운영하는 삼천리 건설 직원이면서 보위성 소속이다.

이곳 호텔 직원중 그들이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다

대련 상사라는 간판이 걸린 오층 건물 2층에 불이 켜져 있었다.

사무실에는 세 명의 사내들이 앉아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조금 전 카이로스 호텔에서 식사를 하던 화분 옆의 사내도 있었다.

이곳은 기업이란 간판을 달았지만 중국국가 안전부 연길지부다.

“들어 온 것만큼은 틀림 없습니다.”

짧은 스포츠 머리를 한 서른 초반 가량의 사내 오우동이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리콴총에게 말했다.

덜컹!

그때 문이 열리고 두 명의 사내가 급히 들어섰다.

“평양쪽 사람들 움직임이 심상찮습니다.”

이들 역시 국가안전부소속 요원들로 평양쪽이란 북한 보위성 인물들을 의미한다.

“남쪽 냄새는 그 친구들이 우리보다 잘 맡지.”

“어딨어?”

“조금전 카이로스 호텔에서 양추수가 빠져나가는 걸 보았습니다.”

양추수는 이곳에 들어와 있는 북한 보위성 인물들 중 조장이다.

보위성은 일반 정보국과 편제가 조금 달라 조장이면 작전 지휘관이다.

즉 같이 요원들과 현장을 뛰면서 전략 전술을 지휘한다.

중국 국가안전부가 확보한 그의 이력을 보면 525정찰대대 현직 대위다.

리콴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지금 중국 역시 국가 안전부 차원에서 권총수 제거 작전에 돌입했다.

과거 이집트에서의 건설 수주에 실패하면서부터 맺어진 사막의 흑새와의 악연은 그동안 중국 국내정치 사정으로 잠시 미뤄왔다가 두 달 전부터 정식으로 권총수 암살 공작이 시작된 것이다.

더구나 북한 특수부대 전역자들을 모집하느라 자주 중국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일단 양추수를 찾아. 그가 있는 곳에 곧 권총수가 있다고 봐야 해.”

“예!”

나중에 들어왔던 두 사내중 한 명인 우하천이 힘차게 대답했다.

“예!”

두 사람은 재빨리 다시 사무실을 나갔고 리콴총은 책상 서랍을 열더니 권총을 꺼냈다.

탄창을 꺼내 확인하고 다시 끼우더니 품속에 꽂아 넣는다.

호텔의 비상구와 엘리베이터, 그리고 객실의 창문까지 상세하게 체크된 커다란 종이를 놓고 양추수가 설명했다.

“창문 쪽은 버려도 된다. 15층이니 뛰어내릴 수는 없을 테고.”

“날아간다고 하던데.”

보위성 요원중 정무설이 말했다.

“자네는 그 말을 믿나? 사람이 어떻게 하늘을 날아간단 말인가?”

그러자 주위 다른 요원들이 빙긋 웃는다.

“엘리베이터가 일곱 개다. 내가 미리 연락하여 다섯 개는 수리중이라면서 10여분간 움직이지 않도록 할 것이다. 두 개중 한 개는 우리가 이용하고 다른 하나는 객실 이용객들이

사용하니까 무설이 자네가 잘 지키라고.”

“알겠습니다.”

“비상구는 차준과 김일수 두 사람이 맡는다.”

두 명의 사내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양추수는 꼼꼼하게 지시를 내렸다.

작전 실행을 위한 설명은 끝났다.

“반드시 없애야 한다. 당과 위원장 동지를 위해서 우린 오늘 밤 반드시 놈을 죽인다.”

“조장동지, 만약 권총수가 아니라면 어떡합니까?”

“틀림없다.”

양추수는 단호히 잘라 버렸다.

백 퍼센트 맞으므로 전혀 망설이거나 주춤하지 말고 인정사정 없이 갈기라는 뜻이었다.

“다시 한 번 총기를 살핀다.”

사내들은 각자 갖고 있는 AK소총의 상태를 확인하며 이상 없음을 말했다.

조장 양추수를 포함해 모두 일곱의 사내들은 사무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갔다.

바깥은 캄캄했다.

두 대의 승용차에 나눠 탄 일행은 허름한 사무실을 빠져나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카이로스 호텔은 어둡다.

객실의 불도 거의 꺼졌으며 호텔의 외곽 부대시설을 밝히는 가로등만이 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부우웅!

두 대의 차량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주차장에 도착한 승용차는 통로를 따라 돌면서 엘리베이터와 가장 가까운 지점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면서 양추수를 포함한 사내들이 내렸다.

사내들은 겨드랑이 쪽으로 AK를 끼어 최대한 외부로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

유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엘리베이터가 있었는데 양추수의 말처럼 다섯 개는 점검중이라는 빨간 불이 들어와 있었다.

그나마 나머지 두 개도 시간이 깊어서인지 1층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누르자 금방 내려온다.

일행은 두 대의 엘리베이터에 나눠 타고 사라졌다.

한 대에 몰리면 그럴 리는 없으나 한 번에 당할 수도 있다.

15층 복도는 조용했다.

비상구를 가리키는 불빛과 군데군데 희미한 전등이 켜져 있었지만 으스름했다.

엘리베이터가 소리도 없이 도착했고 문이 열리면서 사내들이 내렸다.

표적은 1550호와 1551호다.

1550호에 권총수로 추정되는 사내가 있고 오민철을 닮은 사내는 1551호에 투숙했다.

1550호 앞으로 네 명, 1551호에 네 명이 붙었다.

고양이 걸음이다.

걸어도 바스락거리는 소리도 흘러나오지 않는다.

1550호와 1551호 모두 이미 호텔측에서 카드를 제공해 주었다.

사내들은 카드를 단말기에 댔는데 문이 열린다.

동시에 문을 열고 들어간 사내들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냥 갈겼다.

아무리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라고 해도 타국 호텔에 침입하여 자동화기를 난사한다는 건 테러범이 아닌 한 어렵다.

또한 사람을 죽인다는 건 국제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어 극비로 진행되거나 아니면 일체의 증거를 남기지 않아야 한다.

그런걸 모를 리 없는 북한 보위성이다.

하지만 권총수만 잡는다면 얼마든지 조용히 마무리 될 것이다.

두두두두!

드르륵!

양쪽 객실의 침대는 완전히 벌집이 되었다.

탁!

스위치가 올라가고 불이 켜졌다.

없다.

침대는 텅 비었고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가 없다.

우당탕!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사내들은 화장실을 비롯해 객실을 뒤지기 시작했다.

펑!

퍼엉!

여기저기 사람의 흔적을 찾아 수색을 하고 있을 때였다.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순식간에 객실 안으로 하얀 연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CS!”

누군가 소리쳐 말했다.

으억!

쿨룩!

사내들이 기침을 하고 신음을 터뜨렸다.

삽시간에 퍼진 최루연기는 사내들의 정신을 흔들어 버렸고 앞다투어 출입문으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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