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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607화 (607/651)

제607화: 미끼를 무는 고기(2)

탕!

총소리가 울리고 차가 술취한 듯 흔들린다.

빠아앙!

이어 사막에 크락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마 운전자가 총을 맞고 핸들을 머리로 박으면서 울리는 소리일 것이다.

스나이퍼.

사막의 흑새는 스나이퍼였다.

권총수는 몸을 날려 바위를 내려간 뒤 걸어갔다.

총을 맞은 사내는 일어났다 몇 걸음 걷다 넘어지고 다시 일어났다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권총수는 서둘지 않았다.

오른손에 총을 들고 천천히 비스듬한 경사 길을 걸어 내려가던 권총수 눈이 빛났다.

핏자국이다.

모래에 피가 떨어져 있었다.

또한 권총 한 자루가 떨어져 있었는데 사내의 것으로 보였다.

사내는 죽지 않았다.

그런데도 권총을 팽개치듯 떨어뜨리고 갔다는 건 그만큼 부상의 고통이 심하다는 뜻이다.

너무 고통스러우면 오직 살고 싶다는 본능 말고는 적이 오든 말든 어떤식의 저항도 꿈꾸지 않는다.

지금 사내는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

어떻게 감쪽같은 자신의 계획이 누설됐느냐는 믿을 수 없다는 충격과 육체적 아픔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처억!

엎어져 있는 사내의 눈에 갈색의 사막화 한 켤레가 보인다.

사내는 고개를 쳐들다 끝까지 볼 수가 없자 벌러덩 하늘을 보고 누웠다.

한 사내가 내려다 보고 있었다.

덜덜덜!

사내의 몸이 가는 경련을 일으키면서 몸에 묻은 모래들이 떨어진다.

“사...사막의 흑새!”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으나 이미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질리도록 봐왔던 얼굴이다.

“어딘데? 괜찮아.”

오민철의 전화였다.

“길 왼쪽으로 바위로 된 봉우리 보일거야. 넘어와.”

전화를 끊은 권총수는 주위를 둘러보다 모래 위로 불쑥 나온 돌덩이를 발견하고 다가가 앉았다.

딸칵!

라이터를 켜더니 말보로 레드에 불을 붙였다.

후우!

바람이 없는 사막에 연기는 곧장 뻗어간다.

해는 지금 막 떨어졌지만 낮의 열기는 아직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었다.

파팍!

권총수는 지풍을 날려 사내를 지혈 시켰다.

할 일이 많다.

지금 죽게 놔둬서는 안된다.

“아까올라?”

슬쩍 던진 질문인데 사내는 움찔했다.

지혈만 시킨 것이 아니라 몸의 통증까지도 상당히 가라앉았다.

통증을 진정시키는 혈도까지 점혈 한 것이다.

“총수야!”

오민철과 맥보란이 꼭대기에서 달려 내려오고 있었다.

두 사람이 다가오자 오민철을 보며 말했다.

“형! 저기 차에 가면 시체 있을 거야. 신원확인만 해.”

“알았어!”

오민철이 SUV차량을 향해 달려갔다.

“캡틴!”

맥보란이 권총수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의 표정은 아무리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M15대전차 지뢰가 터졌는데도 멀쩡한 것에 대한 놀라움이었다.

뿐만 아니라 권총수가 던진 미끼를 고기가 정확하게 물었다는 것이다.

그는 후자에 주목한다.

그건 자신의 부하중 누군가와 이들이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블랙잭일 수도 있다.

“아까올라.”

사내의 얼굴을 확인한 맥보란은 신음을 삼켰다.

굳이 핸드폰 속에 저장된 사진을 꺼내지 않아도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갔어.”

오민철이 크게 소리쳐 말했다.

‘시체는 버리고 신분증과 차만 확보해.’

권총수는 낮은 전음으로 말하고 나서 아까올라를 향해 돌아 앉았다.

스으으!

오른손을 뻗어 당기자 누워 있던 아까올라가 누군가 일으켜 주듯 상체가 세워지며 앉았다.

부욱!

담배꽁초를 모래 속에 집어 넣은 권총수가 나직한 소리로 물었다.

“우리나라를 다녀가셨다고? 알라다이스란 가짜 이름의 여권을 휴대하고 말이오? 부하도 두 명 대동했더군요?”

아까올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여기 있는 분이 누군지 알죠? 서로 칼끝을 겨누고 으르렁거리는 CIA 중동 책임자 맥보란씨를 모르지는 않을테고?”

시간이 흐르면서 사막은 점점 어두워 지기 시작했다.

“테러리스트들은 붙잡기도 어렵지만 그들 입을 통해 뭔가를 얻어 내기가 너무 힘들다더군요. 아무리 무고한 사람을 죽인 테러리스트라도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고문은 무조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그 틈을 파고드는 교활한 수법들이죠. 그런데 유감입니다.”

권총수가 앉았던 바위에서 일어났다.

“내가 사는 강호에는 인권 따위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힘 있는 놈이 마음대로 하면 되는 것이고 고문을 하든 온 몸을 토막내든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죠.”

스윽!

권총수는 아까올라의 면전에 쭈그리고 앉았다.

“우선 여기 있는 맥보란 서기관이 가장 급할테니 그에 관계된 질문부터 하죠. 랭글리 누구와 연결되어 있죠?”

아까올라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날도 덥고, 배도 고픈데.”

권총수는 서둘러 끝내고 가겠다는 듯 오른손으로 아까올라 몸을 번개처럼 더듬거렸다.

혈도 몇 곳을 짚은 것이다.

“우욱!”

순간적으로 몇 개의 칼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것 같다.

“크으으!”

아까올라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분근착골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까지 분근착골을 견디는 사람은 없었다.

약간의 시간차만 있을 뿐 거의가 2분을 넘기지 못하고 모든 걸 털어 놓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내려다보던 맥보란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몇 번 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경이롭다.

도대체 두들겨 패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기 코드를 몸에 쑤셔 고문을 하지도 않는데 상대는 너무 고통 스러워 한다.

단단한 뼈가 있는 인간이 고무처럼 온 몸을 뒤틀어 버리고 입에서는 피거품을 쏟아내는 모습에 내 몸이 아파온다.

“사...살려주시오.”

온몸을 비비꼬며 몸부림 치던 아까올라의 입에서 살려달라는 말이 나왔다.

맥보란은 어금니를 물었다.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교도소로 보낸 테러범들이 수십 명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누구도 살려달라고 애원한 자는 없었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을 갖고 있어 오히려 고문을 당하다 죽는 것을 신에 대한 충성이요 절대적 신뢰라고 확신하는 부류들이다.

비명소리는 들었지만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는 눈앞의 아까올라가 처음이었기에 맥보란은 침까지 삼켰다.

문득 배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총수 말로는 절대 현대 의학으로 부검을 한다고 해도 고문으로 죽었다는 사인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파파팟!

권총수의 손끝에서 지풍이 쏘아나갔고 새우처럼 웅크리며 뒹굴던 아까올라의 몸이 멈췄다.

그리고 아주 느리지만 천천히 펴지기 시작한다.

뼈가 부러질 만큼 돌아가버린 목도 점차 원래대로 회복하며, 얼굴의 피부를 뚫고 나올 듯 불거졌던 힘줄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춘다.

거러럭!

커르륵!

헐떡이는 아까올라 목구멍에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탁!

권총수가 가슴 한쪽을 치자 푸욱하며 목에 걸렸던 핏덩이들이 밖으로 쏟아진다.

이제 조금 호흡하기가 수월해진 듯 다소 안정된 얼굴을 했다.

스으으!

또다시 손바닥을 뻗어 잡아당기자 쓰러진 아까올라가 다시 일어나 앉는다.

입가에 피를 흘리며 권총수를 바라보는 아까올라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른바 처음에는 총을 맞았지만 죽일테면 죽여보라는 듯 살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까올라의 눈은 죽었다.

빛이 없다.

그건 포기다.

자신이 지닌 어떤 신념과 의지도 권총수 앞에 꺾이고 무너졌음을 말했다.

스윽!

권총수가 담배를 내민다.

움찔!

아까올라는 깜짝 놀라면서 권총수를 바라보았다.

받으라는 듯 권총수가 계속 내밀자 담배를 받았는데 쥐는 손이 벌벌 떨린다.

딸칵!

라이터까지 켜주고 사내는 천천히 담배를 빨아 들였다.

권총수도 담배를 피워 물었다.

두 사람이 뿜어 내는 담배 연기만 캄캄해진 사막을 채울 뿐 아무도 입 여는 사람은 없었다.

맥보란의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린다.

과연 아까올라의 입에서 무슨 말과 어떤 이름이 흘러나올지 두렵다.

정보요원의 배신은 단순히 한 사람이 이쪽을 등진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모든 정보요원은 자신의 직계라인만 알고 있다.

그래도 배신자가 발생하면 대대적인 수술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인적 수술을 필두로 조직 개편이 대대적으로 벌어진다.

“빌!”

너무 짧았고 갑자기 뱉어낸 말이어서 아무도 듣지 못했다.

“랭글리 빌 요원과 손을 잡았소.”

꿈틀!

맥보란의 눈썹이 모아졌다.

“빌?”

처음 듣는 이름이다.

자신이 모든 정보원의 이름을 외우고 있을 수는 없다.

또한 모른다는 건 자신의 직속이 아니라는 건 분명했다.

“혹시 서울에서 근무하는 우리 요원을 말하는 것이오?”

“도박을 좋아하더군요. 올 봄 휴가때 마카오에서 활동하는 우리 동료의 눈에 띄었소.”

아까올라의 말은 차분하게 이어졌다.

휴가를 받아 마카오 여행을 떠난 빌은 카지노 게임을 즐겼다.

이전부터 카지노를 즐겨 했지만 그날 따라 귀신에 홀린 듯 절제하지 못하고 베팅을 하다보니 가진 돈이 모조리 바닥 난 것이다.

그때 그에게 접근한 인물이 IS대원이었다.

IS라고 모두가 총들고 싸움만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세계 여러 나라에 골고루 퍼져 테러 표적을 살피고 정보도 수집하며 자금도 끌어모은다.

“허면 마카오 도박장에서 만난 그 IS요원이 한국에서부터 빌이라는 요원을 감시하고 있었단 말이오?”

권총수가 묻자 아까올라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오. 거기서 처음 만난거요. 마카오를 포함한 동남아 일대는 IS의 숨은 시장이오.”

“숨은 시장?”

맥보란이 눈을 빛낸다.

“무슨 뜻입니까?? 설마 테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이라도 판매한다는 것이오?”

흘긋!

아까올라는 묻는 맥보란 대신 권총수를 바라보더니 눈을 내리 깔았다.

그건 그렇다는 뜻이었다.

“사실...입니다.”

맥보란이 멍한 얼굴을 한다.

동남아 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알수는 없지만 IS가 중동 밖에서 자금을 형성하고 만든다는 얘긴 금시초문이다.

“허면 카지노에도?”

“그렇소. 카지노 기술자에게 자금을 대고 수익을 절반씩 나누죠.”

마약과 카지노라면 짧은 시간에 많은 자금 확보가 가능하고 미국이 감시하는 IS계좌가 아닌 사람의 통장으로 돈이 움직이기 때문에 쉽게 노출되지 않을 것이다.

아까올라의 얘기가 계속 되었다.

빌이 미국인이라는 것에 관심을 갖고 추적한 결과 한국에서 근무하는 CIA요원임을 알고 더욱 적극적으로 도박자금을 댄 것이다.

“흐흐흠!”

맥보란은 한숨을 쉬었다.

안도의 한숨이자 염려의 한숨이다.

안도는 자신의 부하가 아니라는 것에, 염려는 어쨌든 조직내 배신자가 있다는 뜻이다.

“얼마를 빌려줬나?”

맥보란이 묻는다.

“부채는 없소. 다만 그는 우리의 한 가지 조건을 수락했을 뿐이오. 미국의 정보는 필요 없다. 오직 사막의 흑새에 대한 것만 원한다고 했죠. 의외로 빌 요원은 안도하더군. 최소한

미합중국을 배신하는 반역자 노릇을 하게 된 건 아니기 때문이겠지만.”

알게 모르게 CIA는 권총수를 살핀다.

의심이 들어서가 아니라 요주의 인물들의 행적을 체크 하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권총수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표정이 밝지는 않다.

CIA 요원들의 체크를 모른 체 내버려 뒀더니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아까올라의 말은 빈틈이 없어 보인다.

그의 말이 사실일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날 죽이기 위해?”

권총수가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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