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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605화 (605/651)

제605화: 빨간 사막(4)

무게도 3킬로그램이다.

가벼운데도 발사속도는 분당 800발 이상을 쏟아 붓는다.

근접 전투, 즉 시가전에서는 이보다 더 분명한 총기는 없다.

탁탁!

두 사람은 30발들이 탄창을 끼워 넣고 권총 글록 19를 챙겨 옆구리에 꽂아 넣었다.

공장과 권총수 차량의 거리는 대략 일백 미터 정도.

스으으!

한 발 떼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공장 대문 앞에 바짝 붙어섰다.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여 버린 불영보는 거의 십이성 극성에 올라 있었다.

폐공장인 듯 조용했고 CCTV 따위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권총수는 차 뒤에 숨어 있는 오민철을 향해 전음을 날렸다.

“형 와도 돼.”

그제서야 오민철은 자세를 낮추고 전장에서처럼 번개처럼 뛰어 담벼락에 붙었다.

“기척을 보아 최소 30명은 있어.”

삼십 명이란 말에 오민철의 눈이 커졌다.

너무 많다.

“모하다미 장군의 경호병력이니 보나마나 정예들일 거야. 최소한 밖에 있는 경비병력은 소리없이 해치워야 돼.”

즉 공장 안에 있는 사람들이 총소리를 들으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바깥을 지키는 놈은 몇인데?”

“다섯!”

오민철이 낮은 소리로 묻자 권총수가 대답해 주었다.

스으윽!

권총수가 손을 뻗어 길가에 가로수로 심어진 대추야자나무를 향해 손을 뻗었다.

툭!

어른 손가락 굵기 만한 나뭇가지가 두부처럼 잘려져 떨어졌다.

권총수는 잔가지를 무형의 강기로 쳐 내고 20여 센티 크기로 잘랐다.

토토톡!

정확히 일곱 개를 만들더니 두 개는 주머니에 넣고 다섯 개를 왼손에 쥐었다.

나머지 두 개는 돌발사태시 사용할 것이다.

이어 오른쪽 어깨에 기관총을 멨다.

척!

오민철의 허리를 끌어 안더니 그대로 솟구친다.

그리고 공중에서 뜬 채 공장 담벼락 곳곳에 총을 들고 서 있는 사복차림의 사내들을 향해 왼손을 쭉 뻗었다.

사내들은 권총수를 발견하지 못했고 나무 토막은 그들의 목구멍을 뚫고 박혀 비명까지 차단시킨다.

스으으으!

이어 권총수의 오른손이 수평으로 그어졌다.

사내들이 넘어지면서 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막으려는 동작이다.

무형의 경기가 사내들을 감싸며 천천히 땅바닥에 눕혔다.

두 사람은 땅바닥에 내려섰고 권총수는 어깨에 멘 기관단총을 끌어 내렸다.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문은 두 곳이었다.

그런데 두 곳 모두 닫혀 있었다.

권총수는 또다시 내공을 끌어 올렸다.

말소리가 들린다.

한두 사람의 말소리가 아닌 여러 사람이 떠드는데 아마 각자 의견을 내놓는 모양이었다.

‘왼쪽!’

권총수 눈이 왼쪽 문을 보며 전음으로 얘기했다.

“형, 인질 따위는 없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오케이!”

닥치는 대로 없애 버리라는 뜻이다.

권총수는 왼쪽 문을 바라보았다.

총을 갖고 있다.

조금만 이상해도 그대로 갈길 것이다.

방법은 하나 뿐이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정신 차리지 못하게 밀어붙이는 것이다.

권총수는 오른손에 들고 있던 기관단총을 왼손으로 옮기고 오른손으로 내공을 끌어 모았다.

콰아아!

끌어올린 내공이 손바닥을 통해 뻗어나갔는데 온통 황금빛이었다.

소림의 보리옥룡인을 강력한 장력으로 변환시켜 펼친 것이었다.

꽈아앙!

반로환동의 경지에 들어선 내공이 실린 보리옥룡인은 두꺼운 철문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육중한 철문이 종잇장처럼 찢어지며 거센 폭풍이 밀려들자 안에 있는 사람들은 피하기에 바쁘다.

드르르륵!

초상비를 펼치며 들어선 권총수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뒤이어 뛰어든 오민철 역시 공장 곳곳을 향해 무차별 방아쇠를 당겼고 한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해버린다.

두룩!

두루루루!

권총수의 사격은 흔들림이 없다.

그리고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군인들을 정확히 제거하고 있었다.

티팅!

저항의 총소리다.

녹슨 선반기계 뒤에 있던 권총수는 몸을 움츠렸다.

‘형 세 명이 살았어.’

권총수는 20여미터 떨어진 철판더미 뒤에 숨어 있는 오민철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형이 있는 곳에서 3시 방향으로 한 명이 있어. AK74를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공장 뒤에 있는 벽 쪽으로 붙어 접근하면 어렵지 않게 제거할 거야. 아니면 그냥 속 편하게 수류탄

한 방 까서 넣든지’

외인부대 훈련소 사격교관 라파엘 중사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었다.

-군인은 탄(彈)이 아니라 총(銃)이다

여기서 탄은 포탄, 수류탄,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폭탄 등을 의미하는데, 군인에게 사격보다 더 중요한 기술은 없다는 뜻이다.

총을 잘 쏘는 군인이야말로 진정한 전쟁기술자이고 승전가를 부른다며 사격은 백번을 훈련해도 모자라지 않다고 했다.

사사삭!

오민철은 벽 쪽으로 이동하더니 작은 쇠붙이 하나를 주워 건너 편으로 던졌다.

툭!

하는 소리에 드르륵 하며 한 사내가 그쪽을 향해 총을 쏘았다.

슈우웅!

오민철의 몸이 철판을 절단하는 1미터 50정도 되는 높이의 기계를 점프하며 넘어가더니 착지 직전 왼쪽에 있는 군인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드르르르!

군인은 피범벅이 되어 나동그라졌다.

거의 같은 순간에 공장 안쪽 깊숙한 곳에서도 총성이 울렸다.

권총수의 총구가 한 사내를 겨누고 있었는데 머리에 집중적인 사격을 받고 으스러져 버렸다.

권총수는 총구를 완전히 지면으로 내리며 안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장군님!”

녹슨 기계와 많은 공구들이 널브러져 있는 안쪽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탁!

권총수는 MP5의 안전장치를 잠그고 권총을 뽑아들었다.

번쩍!

권총수의 몸이 떠올랐고 거의 동시에 총소리가 울렸다.

파팟!

조금전 권총수가 서 있던 자리에 두 발의 총탄이 박혔다.

흰색의 칸두라에 검정색 이갈을 두르고 있는 콧수염 가득한 사내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권총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는데 검정색 드럼통이 쌓인 벽 뒤에 숨어 있다.

조심스럽게 고개를 드럼통 위로 내밀고 전방을 살피지만 조금 전까지 보이던 표적이 사라졌다.

“장군님!”

“으헙!”

깜짝 놀라며 몸을 돌렸다.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권총수가 서 있었다.

“어엇!”

콧수염의 사내는 오른손을 떨었다.

방아쇠에 끼워진 검지가 당겨지지를 않는다.

팔꿈치까지는 움직이는데 그 밑으로는 완전히 마비 되어버린 것이다.

곡지혈을 제압당하면서 손목에서부터 움직여지지 않는다.

재빨리 왼손을 뻗었는데 역시 어깨에서 팔꿈치까지는 뜻대로 되지만 손가락은 얼어붙어 버린 것처럼 요지부동이다.

움직여지지 않는 양손을 과한 힘을 써서 움직이려 드는 바람에 상체를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누구야?”

오민철이 다가오며 물었다.

“모하마디 장군은 아닌 것 같은데?”

저벅저벅!

가까이 다가온 권총수가 손을 뻗어 쓰고 있는 뿔테 안경을 벗기고 콧수염을 잡아 당기자 찌익 하며 떨어진다.

전혀 다른 사내다.

오민철은 재빨리 핸드폰에 저장된 모하마디 장군의 사진과 비교했다.

“맞네.”

오민철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고 권총수는 전화로 사우디 비밀정보국 무카바라트 수장 호세이니에게 모하마디 장군을 붙잡았다고 말해주었다.

슥!

권총수는 마비된 손에 들린 권총을 가져가면서 곡지혈을 해혈했다.

모하마디 장군은 그제야 손을 움직였다.

딸칵!

권총수가 담배를 물자 오민철이 라이터로 불을 붙여준다.

이어 자신도 한 개비 꺼내 물고 불을 붙이더니 먼지투성이 의자 한 개를 끌어당겨 앉는다.

권총수는 서서 담배를 피웠고 오민철은 의자에 앉아서 피운다.

둘이 그렇게 말 없이 담배만 피우자 공장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모하마디 장군은 부상 입은 곳도 없고 몸의 움직임도 자유로웠다.

그는 이미 눈 앞에 있는 사내들의 정체를 파악했고 이 위기를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지금쯤 비밀 정보기관 무카바라트 요원들이 달려오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파흐드 정부가 들어서면서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처럼 보이지만 정치적 간섭과 감시는 이전 알살만 왕세자 때보다 더하다는 것이 모하마디 장군의 생각이다.

일반 국민들은 환호할지 모르지만 왕족들을 비롯한 고위 관료등 사회 엘리트층은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날 죽여줄 수 없겠소?”

모하마디 장군은 차분하게 입을 열어 말했다.

“난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 반역자요. 사우디 법은 나는 물론 가족들까지도 온전할 수 없소.”

두 사람은 시선을 던지긴 했지만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내 손으로 목숨을 끊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오.”

“장군님!”

오민철이 말을 잘랐다.

“우린 체포할 수는 있어도 장군님 신변에 대한 어떤 법적 처리나 징계의 권한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교전중 사살했다고 하면 되잖소.”

툭!

권총수는 담배 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발로 밟아 버리더니 공장을 걸어 나가버렸다.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인데 결국 오민철 혼자서 정보국 요원들이 올 때까지 모하마디 장군을 지켜야 했다.

공장 밖으로 나온 권총수는 전화를 귀에 댔다.

“지사장!”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박호명을 대신해 새로운 지사장이 된 이철술이었다.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작은 공원이 있죠. 주민들 쉼터로 이용되는데 그곳에 CCTV가 걸려 있습니다.”

혹시 그 카메라에 찍혔을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철술이 공원 관리자가 리야드 시청이라고 말꼬리를 죽인다. 개인적으로 동영상을 열람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알겠습니다. 내가 알아보죠.”

권총수는 전화를 끊었다.

그때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며 공장 대문이 터져 나갔는데 장갑차 한 대가 들어왔고 무장한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수십여 명의 군인들이 공장을 이 잡듯 뒤졌고 권총수와 오민철의 총에 사살된 시신들이 끌려나왔다.

그리고 모하마디 장군이 양손에 수갑을 찬 채 나타났다.

비밀정보국 무카바라트 국장 호세이니가 다가왔다.

“캡틴이 업무를 마치고 돌아갈 때까지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는 대통령 각하의 말씀이 계셨습니다.”

“그럼 한 가지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말씀하시죠.”

“시청에 작은 볼일이 있습니다.”

권총수는 공원에 설치된 CCTV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호세이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걸어 시청관계자와 통화한다.

“무조건 협조하셔야 합니다. 무조건!”

만약 불편하게 했다간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처럼 들렸다.

권총수와 오민철은 그 길로 시청으로 갔고 담당자를 만나 동영상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고가 난 당일부터 살폈다.

그 전까지 출입문은 이상 없이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그렇지.”

오민철이 눈을 빛냈는데 한 사내가 백팩을 메고 길을 쭈욱 따라 걷더니 갑자기 사무실 주차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기까지였다.

장애물에 의해 더 이상 찍히지는 않았다.

화면 위에 뜬 시간은 저녁 7시 40분이었는데 이땐 박호명과 저녁식사를 하고 있을 시간이다.

또한 다른 직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2층 사무실에 이철술과 고용천만 있었다.

화면은 계속 돌아갔다.

10여분 정도 지나고 다시 화면에 조금전 백팩을 맨 남자가 나타났다.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나오는 길인 듯 보였는데 권총수는 몹시 놀란다.

그만큼의 폭발력을 가진 부비트랩을 설치하는데 1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면 고도의 전문가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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