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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97화 (597/651)

제597화: 새는 빗물(2)

권총수는 이마를 찡그렸다.

자신의 중국 방문과 귀국 날짜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회사 사람, 그것도 채명천과 강순태 과장을 포함해 이사급 몇이 전부다.

권총수는 마음을 가라 앉혔다.

냉정해야 할 때다

갑작스런 만남 요청에 대북 5국장 정현웅은 긴장했다.

조금전 아무 탈없이 열한 명을 전부 블랙잭 사무실 앞으로 데려다주고 철수했었다.

고문을 한다거나 하는 물리적 사건도 전혀 없었다.

그런 탓에 약속시간 보다 무려 20분 빨리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두근거리는 가슴은 아마 긴장 때문일 것이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권총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난 뒤로부터 가급적 실수와 실례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냥 일반 사람이 아니다.

그와 앉아 있으면 사자 앞에 있는 느낌인 것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유일한 사내였다.

“일찍 오셨군요?”

권총수도 10분 일찍 도착했다.

권총수가 앉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정현웅은 달려가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커피가 만들어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고 기다렸다.

권총수도 기다렸다.

탁!

오 분여 시간이 흘렀고 정현웅이 양손에 커피잔을 들고 와 권총수 앞에 조심스럽게 놓는다.

“이상 없죠?”

아무리 생각해도 11명에 관한 일 말고는 자신을 만나자고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재차 묻는 것이었다.

“국장님! 어쩌면 중요 기밀사항이기에 묻기가 그렇군요. 대답하지 않아도 전혀 괜찮습니다.”

“말씀하세요.”

“파리 샤를리 에브도 잡지사 테러사건 아시죠.”

“알죠.”

신성모독의 카툰을 그렸다가 이슬람 원리주의자, 특히 IS의 표적이 되었다.

“주범중 한 명인 사이드 쿠아치.”

“동생은 미 무인기 공격에 얼마 전 사망했죠.”

“사이드 쿠치 최측근 아까올라 모치를 아십니까?”

“당연히 알죠.”

대북 파트이지만 국제적인 굵직한 사건 사고, 거물급 인물들은 알고 있었다.

“허면 얼마 전 아까올라 모치와 두 명의 부하가 일본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흠칫!

대북파트 책임자이므로 모를 수 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정현웅은 핸드폰을 들고 커피숍 밖으로 나갔다.

아마 해외공작 업무 관계자와 통화를 하여 확인해보려는 것이다.

권총수는 혼자서 커피를 마셨다.

커피숍 문을 열고 나가면 건물 로비가 나오고 또 다시 회전문을 열고 나가면 밖이다.

밖은 바로 앞이 왕복 8차선 도로이며 차들이 쌩쌩 다닌다.

천리지청술을 전개하여 통화를 엿들어 볼까 하다 권총수는 자제했다.

능력이 있다고 절제하지 못하고 남용하면 사고가 일어난다.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는 자신도 모른다.

때로는 적당히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삶의 이치이기도 했다.

정현웅의 통화는 의외로 길었다.

통화가 길어졌다는 건 어쩌면 국정원에서조차도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봐야 했다.

나간지 15분만에서야 들어왔는데 정현웅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권총수는 자기 예측이 맞았음을 알았다.

쭈욱!

정현웅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정색했다.

“제가 어떤 말을 해도 대표님께서는 상황 파악이 빠르실 분이니 있는 그대로 전해드리죠.”

권총수 앞에서 굳이 속이고 싶은 마음 없다는 뜻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첩보에는 아직 잡히지 않은 모양입니다. 가명으로 입국한 듯 싶습니다.”

CIA일급 지명수배자 사이드 쿠아치 오른팔이다.

이미 전 세계 공항에 아까올라 모치 역시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어 원래 신분으로는 IS에 우호적인 국가를 제외하고는 들고 나갈 수 없다.

“부탁하나 드리겠습니다. 그쪽에서 전달한 말인데 언론에 나가지 않도록 해주셨으면 합니다.”

아까올라 입국을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염려마세요.”

권총수는 정현웅을 안심시킨 후 물었다.

“국내 공항의 통관 시스템은 어느 정도 입니까? 만약 테러범들이 폭탄으로 사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물질은 분해하고 분리하여 들여온다면 잡아낼 수 있습니까?”

정현웅은 이마를 찡그렸다.

남북한이 갈라진 분단국가이긴 하지만 정치적 테러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무풍지대의 한국이다.

마약이나 고가의 밀수품, 또는 총기류 통관은 백퍼센트 차단한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C3, 또는 C4같은 컴포지션 계열의 여러 물질들을 분리해 들어오면 놓칠 가능성이 크다.

그런 부품들은 기계에 찍히긴 해도 일반 평범한 물건들로 인정받고 그냥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어려울 겁니다. 현장 관리들의 전문 지식이 아직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있죠.”

국내에서 자체 조달하지 못할 일은 없다.

하지만 뇌관이나 기폭장치등은 필시 반입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 엑스레이에 찍힌 사진이 아직 보관되어 있을지 모른다.

권총수는 정현웅에게 당시 찍힌 엑스레이 사진을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청했다.

국정원에서 보자고 하면 쉽게 내줄 것이다.

그날 오후 늦게 동영상 하나가 메일로 왔다.

정현웅이 보내온 것인데 정확히 보름전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세 명의 사내들이었다.

알라다이스, 카펠로, 키건이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한 사내들이었는데 그들의 가방을 엑스레이로 투시한 사진이 선명하게 보였다.

“으음!”

몇 번 영상을 돌려보던 권총수는 무거운 신음을 흘렸다.

다른 영상은 분명치 않지만 한 가지는 눈에 익다.

떡이다.

키리모치로 불리는 일본식 떡국이다.

우리의 가래떡처럼 길게 나오기도 하고 썰어서 나오기도 하는데 그런 떡을 담은 상자가 두 개였다.

두 개의 떡 상자속에 들어 있는 떡중에 폭발물 제조에 필요한 스테아르산을 넣는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스테아르산은 한마디로 동물성 기름이다.

떡과 똑같이 만들어 포장해버리면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스테아르산이면 C-4를 제조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이 화면을 보고 있던 해군 유디티 예비역 준위 유상모 이사가 말했다.

평생을 특수부대에서 보낸 사람이다.

부산에서 후쿠오카로 향하는 페리호 침몰사건때 인명구조작전을 진두지휘하다 입은 부상으로 제대했다.

C4는 거의 RDX를 많이 사용하지만 가끔은 왁스와 스테아르산을 사용한다.

물론 RDX로 조제한 것보다는 폭발력이 약하지만 살상력이나 파괴력에서는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탁!

권총수는 마우스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담배를 꺼내 피워 문다.

후우우!

길게 뱉어낸 연기가 사무실 천장에 달린 환풍구로 스며들고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권총수는 고개를 돌려 맞은편에 앉은 유상모 이사를 바라보았다.

“C4같죠?”

“최소한 7,80퍼센트입니다.”

결국 스테아르산을 포함한 컴포지션 C계열의 여러부속 장치를 이용해 폭발 시켰다.

스테아르산을 제외한 장비들은 청계천이나 을지로에 가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다.

“흐흠!”

IS는 오래전부터 사막의 흑새를 알라의 이름으로 처형한다는 공개 살인명령을 내렸다.

이란 정부 차원에서도 사막의 흑새를 노리고 있고, 이라크는 물론 현 아프카니스탄 정부를 장악한 탈레반 역시도 가만있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들의 폭탄제조 기술은 프로급이다.

미국과 오랜 전쟁을 하고, 끝없는 테러를 유발하다 보니 서방의 어떤 폭약전문가들 보다 뛰어난 솜씨를 갖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폭약을 밀반입하여 테러를 했으나 요즘에는 가급적 그 나라에서 자체 조달을 한다.

그 만큼 폭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 졌다는 뜻이다.

권총수 얼굴은 좀체 펴지지 않았다.

머릿속이 거미줄처럼 엉켜버렸다.

뭔가 보이면서 간단하게 정리가 될 것 같은데 쉽지 않았다.

‘누가 그들을 불러 들였을까’

그런 국제적 테러범들은 푼돈에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 청부 살인 같은 건 아예 접근하지도 않으며 오로지 자신들의 정치적 종교적 목적만을 위해 목숨을 던진다.

가명으로 국내에 들어왔다는 건 누군가 사막의 흑새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그들에게 흘렸다고 봐야 한다.

자신의 정보를 가장 분명하게 알고 있는 곳은 일단 회사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민철과 채명천을 포함한 이사급들과 경리과장 강순태다.

하지만 그들 어디를 살펴도 자신의 정보를 외부에 유출하거나 내다 팔 사람은 없다.

회사 사람 말고도 차분하게 살피면 자신의 동선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때 전화가 걸려왔다.

가레스 미 대사관 2등 서기관의 신분을 갖고 있으면서 CIA 화이트 요원이다.

“잠깐 시간 내줄 수 있겠습니까?”

“그럽시다. 어디서 볼까요. 그러죠 내가 곧 그리로 가겠습니다.”

권총수는 전화를 끊고 벗어 놓은 윗도리를 들고 일어났다.

“잠깐 다녀올테니 결재 받을 것 있으면 전자 결재로 돌리라고 하세요.”

“예 대표님!”

권총수는 옷을 입고 나갔다.

30분 후 권총수는 한강에 있었다.

누군가에게 감시는 받을지라도 대화가 유출되지 않는 장소로 가장 좋은 곳이 야외이다.

야외에서는 무슨 수단을 동원해도 사진 말고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상대가 모르기 때문이다.

권총수는 벤치에 앉았고 가레스는 서서 말을 했다.

“백서건설 아시죠.”

권총수가 어디냐는 시선으로 본다.

“백서그룹의 자회사 건설 말입니다. 작년 사우디 자프라 플랜트 공사 입찰권을 따냈더군요.”

하도 비슷한 건설사들이 많아 헷갈릴 때가 많다.

“그곳 현장소장이 콩고를 방문한 적이 있더군요. 두 달 전쯤입니다.”

맥보란과 CIA는 자동차 테러사건 배후에 한국 쪽 인물이 관여되어 있다고 확신했다.

시간과 장소까지 정확하게 알 정도면 한국내 인물이 아니고서는 힘들다.

결정적인 건 파리 샤를리 에브도 잡지사 테러 주범 쿠아치가 지금 콩고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의 오른팔이 사건을 일으킨다면 반드시 그의 재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 CIA는 테러 날짜 한두 달을 전후해 콩고를 입국한 한국인이 있는지 조사했다.

“백서건설 현장소장 유병구란 말이군요?”

“이미 공항 카메라에 찍힌 그의 얼굴 모습까지 확보했습니다. 문제는 그가 어떤 일로 콩고를 방문했느냐는 것이죠.”

콩고는 물론 아프리카 상당 국가가 여행 주의지역이다.

그 만큼 정정이 무질서하여 언제 무슨 사고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정부에서 자제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콩고에는 교민이라고 해도 채 50명이 살지 않는다.

대사관 직원과 관계자들, 그리고 개인적인 사업으로 머무는 사람 말고는 한국인은 드물다.

“유병구의 콩고 입국 화면을 원하시면 즉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 그리고 김해공항을 통해 입국한 세 사람이 묵었던 호텔도 밝혀졌습니다. 놀랍게도 호텔이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이 많이

묵는 게스트하우스였습니다.”

완전한 허점을 노린 숙박이 분명했다.

호텔은 여러 가지 감시 장치가 많아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분이 금세 드러난다.

치밀하다.

아마추어가 아니라는 걸 여러 가지에서 보여준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핸드폰을 꺼내 보던 권총수 눈이 빛난다.

병원에 있는 직원 전화였기 때문이다.

“대표님, 이사님께서 의식을 차렸습니다. 아직은 면회는 금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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