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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74화 (574/651)

제574화: 반역의 눈동자(2)

권총수의 눈길이 훑자 모두가 움찔 거린다.

굶주린 맹수가 먹잇감을 놓고 입맛을 다시는 것 같았다.

“배후를 말할수 없다는 건데 그렇다면 할 수 없죠. 우린 반드시 알아야하는데 대답을 거부한다면 어느 한쪽이 죽는 수밖에.”

탁!

권총수는 한손으로 도끼를 들었다.

사내들이 놀란다.

오민철은 무거운 도끼를 두 손으로 들었다.

자신들이 보기에도 장작을 패는 일반 도끼보다 더 크다.

족히 10킬로 이상은 나갈 것 같은 도끼를 오른손으로 들어 올리는데 너무 가볍다.

비쩍 마른 막대기 하나들 듯 손잡이 끝을 쥐고 도끼날을 살피는데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았고 여기저기서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건 심상치 않다는 걸 간파한 긴장의 반응들이었다.

권총수 시선이 네 사내를 다시 한 번 훑는다.

사내들 모두 눈길을 피해 고개를 돌렸는데 오민철과는 분위기부터가 다르다.

오싹한 기운이 등골을 적신다.

“당신!”

권총수가 한 사내를 도끼로 가리켰다.

네 사내는 천장을 떠받치는 하나의 쇠기둥에 동서남북으로 묶여 있었는데 지목을 당한 사내가 깜짝 놀란다.

“내 질문에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말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검찰이 당신들과 손이 닿았을 리는 없고 필시 한국 내 제3의 인물이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그는 검찰이 아니죠.

이쪽에서 당신들과 접촉한 3의 인물, 아마 폭력조직을 가능성이 큰데 말해 보시죠?”

꿀꺽!

사내는 침을 삼켰다

권총수의 얘기가 크게 틀리지 않다는 걸 인정하는 신체 변화였다.

“누구입니까?”

“난 모르요. 그냥 돈만 받고...”

권총수는 아까부터 봐두었던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공장 한쪽 구석에는 정전을 대비해 냉동창고의 발전기를 돌리는데 사용할 목적으로 놔둔 석유통이 있었는데 그중 한 통을 들고 왔다.

“그거 뭐야?”

오민철이 묻는다.

“석유!”

뚜껑을 연 권총수는 사내에게 석유를 끼얹어 버렸다.

촤아아!

물폭탄을 맞듯 사내는 석유에 흠뻑 젖었다.

권총수는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낸 뒤 쭈그리고 앉았다.

“다시 한 번 묻습니다. 한국 쪽 연결조직을 말해보세요?”

“모...모릅니다. 우리는 의뢰만 받고!”

철컥!

라이터를 켰다.

불빛만 번쩍거리고 불은 켜지지 않았다.

철컥!

또다시 라이터를 켜는데도 이번에도 불꽃만 튕다.

“은근히 운이 좋군.”

권총수는 다시 켰다.

이번에도 라이터 돌만 튄다.

같이 묶여 있는 다른 세 사내는 잔뜩 긴장해 있었다.

거의 살갗을 대고 있다시피 하기 때문에 사내의 몸에 불이 붙으면 자신들에게도 옮길 것이다.

즉 같이 타죽는다.

그렇다고 묻지도 않는데 자신들이 대답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난 태워죽일 마음은 절대 없소. 대신 목숨이 꺼지지 않을 정도만 태울 생각이오. 화상 환자 본적 있습니까? 지옥의 아수라가 따로 없죠.”

권총수가 사내들을 아우르며 말을 이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보모로 일하던 캐서린이란 사람이 있죠. 그녀는 어느 날 아이와 함께 불길에 갇히고 말았소. 그 여자는 자신의 핏줄도 아니지만 아이를 살려내기 위해 창밖으로

던져 불길을 피하게 했소. 그러나 본인은 도망 나오지 못했죠. 어쨌든 목숨은 건졌고 텔레비전에 나온 그녀를 봤는데 얼굴은 누구도 알아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소. 아무리 선한

마음을 갖은 이도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자지러졌소. 그만큼 흉측하다는 거요. 평생 그런 얼굴로 살아가도록 해드릴까요?”

분명 석유를 뒤집어 쓴 사내를 향해 평생 그런 얼굴로 해줄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런데 세 사람 귀에는 너희 셋도 그렇게 얼굴을 태워주겠다는 말로 들린다.

딸컥!

마침내 다섯 번 만에 불이 켜졌다.

“말하고 싶소.”

한 사내가 다급히 외쳤다.

박일도 검사의 커피는 이미 차갑게 식은지 오래다.

부장검사 오해동과 차장검사 정모석 역시 굳은 얼굴이었지만 간간이 커피는 홀짝 거렸지만, 박일도는 입도 대지 않았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직원이 들어온다.

“여전히 연락이 안 된다고 합니다.”

“빌어먹을 자식.”

차장검사 정모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친구 전화번호 줘봐.”

그러자 들어와 보고를 했던 사내가 재빨리 문자로 보내주었다.

“보냈습니다.”

인사를 하고 사내는 돌아나갔고 정모석은 받은 번호를 누른다.

얼른 전화를 받지 않는 듯 이마를 찡그리더니 전화기에 대고 짜증을 낸다.

“이 깡패새끼는 왜 전화를 안 받는 거야. 여보세요. 누군 누구야 자식아 어떻게 된거야?”

“누구신데?”

“이런 개자식이, 나 정모석이야.”

“아이구 죽을 죄를 졌습니다. 차장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내로 연변 놈들을 찾아내겠습니다.”

“당연한 얘기를, 그리고 말이야. 사건을 방해 한 놈들 누군지 알아냈어?”

“지금 쫓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오늘 퇴근시간 전까지 정확히 찾아내서 보고해. 두 곳 모두.”

“예예!”

전화를 끊은 정모석은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깡패새끼들 대가리는 모두 돌덩이야. 팍팍 안돌아가나.”

신경질을 부리더니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 놈이야.”

어금니를 물었다.

“그 놈을 잡아 들여야 하는데, 권총수.”

“그렇습니다. 그 자식만 정리하면 게임 아웃이죠.”

부장검사 오해동이 맞장구를 쳤다.

“어떻게 잡지, 환장하겠어. 도대체 증거를 남기지 않으니.”

정모석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러나 찌푸려진 이마는 펴질 줄 모른다.

이복상은 버럭 소릴 질렀다.

“차장검사면 다야. 이런 씹새끼가 어디서 이 자식 저 자식이야.”

통화가 끝난 정모석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이젠 아예 날 갖고 노는구만, 망치로 뒤통수 한 대만 깠으면 원이 없겠네 시빨 개자식.”

이복상이 흥분해 외치자 사무실 분위기는 싸아 해졌다.

“야 물 한 컵 가져와.”

한 사내가 일어나 재빨리 정수기에서 물 한 컵을 받아 이복상에게 가져다주었다.

벌컥벌컥!

흥분한 듯 단숨에 비우더니 종이 컵을 손아귀에 넣고 구겨 버렸다.

이복상은 태성건설 사장이다.

그러나 태성건설은 경찰과 검찰의 눈을 피하기 위한 유령회사 일뿐 그의 본업은 사채와 인터넷 도박이다.

그렇다고 아예 건설 쪽에 손을 대지 않는 건 아니다.

가끔씩 소규모 다리공사와 각 구청에서 시행하는 관내 하수관 정비공사를 맡는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전자 입찰이다 보니 수(數)를 쓰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건 아니다.

담당자에게 공사대금의 2,3퍼센트를 지불하는 댓가로 얼마든지 따낸다.

컴퓨터가 하는 일이지만 조작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회사가 얻는 수익금의 80퍼센트는 사채와 인터넷 불법 도박이다.

일주일 전 잘 알고 지내는 검찰 수사관 한 명이 찾아왔다.

검사든 검찰수사관이든 검찰청 사람들에게는 무조건 허리를 숙여야 한다.

이따금 현직 경찰관들은 만난다.

물론 나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비즈니스였다.

경찰이라고 만능은 아니다.

그들도 아주 드물게 깡패들에게 은밀히 부탁을 하는 일이 있다.

예를 들어 집사람이 아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쉰다.

당연히 깡패는 눈치 빠르게 채무자를 찾아가 가뿐하게 해결한다.

아름다운 상부상조다.

그러다가, 검찰 수사관이라는 사람이 찾아왔다.

검찰 수사관의 방문은 처음이었기에 마석춘이 운영하는 어군으로 데리고 가 크게 한턱 쏜 것이다.

“해결사 한 명 소개해주시죠.”

술이 어느 정도 들어가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검찰수사관 문석도가 정색했다.

“자금은 우리가 될테니 그쪽에서는 사람만 챙기면 됩니다.”

“종류가?”

“햇빛을 봐서는 안되죠.”

이복상은 깜짝 놀랐다.

그건 누군가를 죽여 달라는 뜻이다.

“어떤 방법을 써도 상관없습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 되면 살인이 아닌 이상 우리 이 대표님은 평생 교도소 신세질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자기 위에 막강한 검찰 권력이 이번 사건을 주도하고 있다는 냄새를 진하게 풍겼다.

그렇게 해서 데려온 연변 조선족들이다.

그런데 그들의 표적이 쌩쌩하게 살아 오늘 아침 출근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그들은 지금쯤 땅속 깊이 묻혀 있어야 했다.

오히려 조선족들이 실종되어 지금 발칵 뒤집혔다.

똑똑!

노크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가장 문 쪽에 앉아 있던 사내가 돌아보며 묻는다.

“누구세요?”

문이 잠겼다.

그래서인지 다시 문을 노크한다.

“누구냐니까 왜 말이 없어.”

그러면서 사내는 잠금장치를 열고 문을 열었다.

후욱!

때리지는 않았다.

워낙 빠르게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부딪친 것이다.

사내는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는데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화가 난 사내는 대번에 눈에 살얼음을 깔았다.

“이런 씹새들은 또 뭐야?”

“맞나 봐봐, 형?”

권총수가 핸드폰과 이복상을 번갈아 보더니 오민철에게 보여준다.

오민철은 핸드폰을 받아 딱 한 번 이복상과 비교를 하더니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도장이야. 저 사람 맞아. 카악.”

오민철이 가래침을 뱉을 듯 목 쉰 소리를 뱉으며 이복상을 향해 말했다.

“이복상씨 되시죠?”

이복상은 오민철을 바라보더니 툭 뱉는다.

“너는 누구냐?”

“말하는 게 진짜 맞네!”

오민철이 앞으로 걸어가자 재빨리 조금전 문을 열어주었던 사내가 막아섰다.

“짭새는 아닌 것 같고.”

슥!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회칼을 꺼내든다.

그걸 본 오민철이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는다.

“이런 무서운 칼을 아무생각 없이 그냥 뽑아 들다니 이 새끼 아주 나쁜 놈이잖아.”

말을 하면서 상대 주의력을 잠시 분산시킨 뒤 번개처럼 오른손이 나갔다.

탁!

칼을 쥔 사내의 손목을 잡고 힘껏 끌어 당겼다.

빠아악!

휘청하며 끌려온 사내의 면상을 머리로 박아 버렸다.

사내는 칼을 놓치며 나동그라졌다.

쉬익!

이복상을 제외하고 사무실에 있는 사람은 지금 문을 열어주고 나동그라진 2대8가르마 사내와 한 스물 중반 정도 되는 다른 한 명이 있었다.

남은 사내가 구석에 세워둔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개새끼들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다가오는 사내를 향해 오민철은 조금 전 빼앗은 칼을 던졌다.

칼은 정확히 날아가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사내의 복부에 꽂혔다.

푸욱!

칼이 박히자 야구방망이가 힘없이 떨어진다.

오민철은 야구방망이를 주워들고 자신의 머리에 받혀 쓰러졌다가 일어나고 있는 사내의 등짝을 한 대 갈긴다.

빠아악!

사내는 완전히 바닥으로 뻗어 버렸다.

권총수는 천천히 이복상에게 다가갔다.

척!

이복상과 조금 떨어진 책상에 엉덩이를 걸쳐 앉더니 말보로 레드를 한 개비 꺼내 물었다.

“보나마나 지금 연변에서 온 사람을 찾고 있을 텐데 포기해야 할 겁니다. 그들 절대 만나지 못해요.”

이복상의 눈이 커졌다.

그건 연변에서 온 살인청부업자들이 권총수의 손에 있다는 뜻이었다.

후우!

권총수는 담배연기를 뿜으며 말했다.

“여기서 조용히 해결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모든 걸 털어 놓으라는 뜻이다.

이복상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인다.

상황을 파악하여 저울질 해보려는 것이다.

권총수의 입에서 나온 말을 종합해 보면 자신이 중심이 되어 진행한 이번 살인청부에 대해 깊이 알고 있다.

제거 의뢰는 검찰수사관이었는데 그 쪽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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