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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62화 (562/651)

제562화: 친위대장(2)

아라나 경위의 말이 아니더라도 권총수는 이번 작전에서 손에 사정을 두지 않기로 했다.

범죄, 그중에서도 마약 범죄의 재범률은 거의 백 프로에 육박한다.

투약자 뿐만 아니라 판매를 하는 조직원 또한 그러했다.

브라질 경찰의 통계에 의하면 갱단에 들어가 개과천선하여 바른 생활로 돌아온 사람은 채 1퍼센트가 안된다고 했다.

음지에서 양지로 돌아서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배신자에 대한 조직내 처벌과, 또 하나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그들에게 갱단은 삶의 동아줄이다.

더욱이 너무 쉽게 돈을 벌수 있다.

고생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장인데 결코 거절하거나 빠져나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나뭇잎이 쌓이면 썩듯 범죄에 깊숙이 빠지면서 더욱 악랄하고 무자비한 야수가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범죄가 아닌 직업인 것이다.

드르륵!

총소리에 더 이상 사람들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안에서는 비명과 기침, 사람 살리라는 소리가 귓청을 찢을 듯 들려나왔다.

오민철은 씨익 웃으며 캐인을 보았다.

잘 웃지 않던 캐인도 따라 웃는다.

말은 않지만 오랜만에 속이 후련한 모양이었다.

권총수는 자욱한 최루연기 속에서도 앞을 훤히 보고 있었다.

사내들은 미쳐가고 있었다.

이리저리 몸을 뒹굴고, 바닥에 머리를 찧고, 탁자 다리를 붙잡고 거품을 물었다.

학학!

크어어!

혼미한 정신과 앞이 보이지 않는 가스로 인해 출입구를 찾아낸다는 건 불가능했다.

설혹 찾아도 죽는다는 걸 알기에 사내들의 몸부림은 더욱 처절했다.

권총수는 사내들 사이를 걸어 한 곳을 향해 가고 있었다.

발버둥 치는 사내들 사이로 걸어갔는데 안쪽이었다.

서둘지 않는 발걸음이었다.

사내들을 밟지 않기 위해 빈 공간을 찾아 걷던 권총수의 걸음이 멈추었다.

크우우!

한 사내가 바닥을 쥐어뜯으며 온 몸을 떨고 있었다.

권총수는 허푸허푸 소리를 내는 사내를 한참동안 내려다보았다.

둥가.

레드 베저로 불리는 프레드의 친위대장이다.

친위대장이지만 언더보스급이고 프레드를 호위하기 때문에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같은 언더보스급이지만 구역장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술도 마시지 않는다.

오로지 프레드에게 충성을 하기 위해 결혼도 하지 않았다.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면 프레드에게 소홀해 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둥가의 의지와 주군을 향한 충성심은 프레드를 감동 시켰고 그의 신변안전을 맡긴 것이다.

캐인의 말을 빌리면 굉장히 깔끔한 성격의 사내라고 했다.

갱이지만 뛰어난 패션 감각과 유창한 영어로 가끔씩 여성잡지에도 등장한다고 했다.

누구도 그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다른 모습은 보지 못하고 있다.

자신을 철저히 인품과 격조가 높은 사업가로 포장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그였지만 이 무자비한 CS탄 앞에서는 그저 미물처럼 살고자 꿈틀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스윽!

권총수는 쭈그리고 앉았다.

둥가는 여전히 괴성을 뱉어내며 허우적 거렸는데 곁에 누가 온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허리에 차고 있던 권총은 저만큼 나동그라져 있고 단정하게 맸던 넥타이는 반쯤 풀렸으며 깔끔하게 가르마를 지어 빗어 넘긴 머리는 폭탄을 맞은 듯 헝클어져 있었다.

딸칵!

권총수는 담배를 꺼내 라이터 불을 켰다.

불을 붙이고 길게 빨아들인 권총수는 말보로 레드의 연기를 둥가에게 뿜었다.

후우우!

지독한 가스속에서도 담배 냄새를 맡았을까.

담배 냄새가 잠시 그의 정신을 돌아오게 해준 듯 움찔하더니 고개를 돌렸다.

사람은 보이지 않고 담뱃불만 보인다.

스으으!

권총수의 오른손이 둥근 원을 천천히 그렸다.

그러자 시야를 막고 있던 짙은 가스들이 밖으로 밀려나면서 두 사람 사이는 깨끗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또한 최루가스도 들어오지 않아 둥가는 그제야 조금 숨을 쉬겠다는 듯 헐떡 거렸다.

하지만 얼굴 여기저기가 따갑다고 만지는 바람에 쓰라린 고통은 피하지 못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멈칫!

권총수가 담배를 내밀자 놀란다.

콧물 눈물이 범벅이 되어 거지중의 상거지 꼴이 되었지만 담배 생각은 나는지 당황한 듯 했으나 곧바로 받아 들었다.

딸칵!

권총수가 불을 붙여 주었다.

둥가는 길게 담배를 빨아 들였는데 처음보다 표정이 좋아 보였다.

담배는 모든 감정을 초월한다.

백 마디 말보다 담배 한 개비를 주고 받으면서 모든 것이 통하고 해결될 때가 있다.

때로는 적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답답할 때 깊게 빨아들인 연기는 평정한 마음으로 세상을 관조하게 만든다.

특히 전장에서의 담배는 어떤 가치로도 대변될 수 없다.

“사막의 흑새?”

이미 알아차린 모양이다.

“어떻게 알았소?”

“이런 최루가스속에서 방독면도 쓰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막의 흑새 뿐일 것이라고 생각 했소.”

처음에는 몰랐다가 담배를 받으면서 눈치를 챘다는 뜻이다.

“난 당신의 상대가 아니군.”

권총수의 눈이 커졌다.

그건 엄청난 고백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자신의 실력이 모자람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인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건 몰라도 프레드를 위협하는 수많은 적을 찾아내 죽이는 최고의 청소부 입에서 권총수에게는 아직 멀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영원이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성이라 여겼는데.”

둥가는 어쩌면 코만도라는 브라질 최대 마약조직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을 드러낸다.

“딱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시죠.”

담배는 거의 필터까지 타들어가고 있었다.

둥가는 무엇이냐는 듯 눈을 치켜 떴는데 여전히 눈가에는 CS탄으로 인해 눈물이 글썽 거린다.

“당신의 주군 프레드에 대해 몇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죽이고 나갈까 했다.

상대가 코만도에서 차지하고 있는 무게만큼이나 예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 것이다.

그러나 프레드에 대한 정보가 여전히 모자란다.

좀 더 얻어내야 할 정보가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권총수는 깊은 눈으로 바라본 뒤 일어났다.

그리고 옆구리에 차고 있던 권총을 뽑아 들었다.

끌어 올린 내공을 풀자 무형의 강기막이 사라지면서 둥가는 순식간에 다시 최루가스속에 잠겼다.

쿨룩쿨룩!

피우던 담배를 떨어뜨리고 다시 고통스러워한다.

“당신, 소문과 달리.”

둥가는 따갑고 가려움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었다.

“멋진 사람이군. 좀 일찍 만났다면 당신을 섬겼을지도.”

둥가는 놀라운 발언을 터뜨린다.

권총수가 마음에 든다는 뜻이다.

그러더니 띄엄띄엄 프레드에 대한 애기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쯤 지나서 한 발의 총성이 지하 클럽에 울려 퍼졌다.

에르모소 클럽 사건은 전 세계로 긴급 타전되었다.

갱들의 전쟁, 마약조직의 혈전, 법은 그들에게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타이틀을 달고 뻗어나갔다.

그리고 브라질 경찰의 발표에 의하면 총격으로 사망한 숫자가 아홉 명이며 CS탄에 의한 호흡곤란과 심정지로 12명이 죽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만도와 라이벌 조직인 ‘칸 카수’와의 충돌이라고 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칸 카수에서는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우리는 절대 코만도와 부딪치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의 길이 있고, 우린 우리의 길을 갈뿐이다.

우린 항상 건전한 삶을 위해 노력한다.

결코 어둡고 사회에 불편을 끼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서 분명한 어조로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어느 정도 간부급 이상은 분명한 정보와 사실을 가지고 움직인다.

그래서 이번 싸움이 칸 카수와 벌어진 것이 아니라 사막의 흑새, 나아가 FBI와 벌인 것임을 알고 있다.

반면 저 아래에서 활동하는 조직원들은 언론이나 소문에 더 민감하다.

잘못된 보도나 소문을 믿고 칸 카수 갱들을 표적 삼아 방아쇠를 당길 수도 있다.

갑작스런 습격을 받는 칸 카수는 방어 차원에서 방아쇠를 당기지 않을 수가 없고 그렇게 오해가 엉키면 양 조직이 충돌을 일으키지 말란 법도 없다.

‘우리의 적은 칸 카수가 아니다’

프레드의 지시가 내려왔다.

우리의 적은 그들이 아니므로 쓸데없는 충돌을 일으키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FBI의 짓이라고 했다.

하지만 FBI에서는 펄쩍 뛰며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한 미국 연방법원의 영장을 들고 브라질을 가끔 찾아가지만 우린 결코 그들에게 총을 쏠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이에 맞춰 브라질 경찰 또한 FBI는 이번사건과 무관하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브라질 정부도 FBI를 슬쩍 옹호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놀란다.

아직 전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지금 코만도의 모습은 자신들이 우러러보던 멋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연일 패배했고 살기위해 도망치는 사람도 보았다.

브라질 경찰이 틈을 놓치지 않고 슬쩍 무임승차하며 코만도 소탕에 나선 것이다.

경찰이 도망치던 것만 보다 코만도 조직원이 달아나자 기분이 묘한 것이다.

마피아는 이름 자체로 일반인에게 두려움을 준다.

코만도 역시 그러해야 한다.

그런데 일방적인 도살이라 할 만큼 큰 상처를 입고 죽거나 도망치면 브라질 국민은 물론이고 많은 해외 갱단이 우습게 볼 수도 있었다.

프레드는 재빨리 손을 쓰기 시작했다.

이른바 프리랜서들이나 탐사 취재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과 접촉하여 그날 있었던 사건을 설명하고 기사화하는데 애를 썼다.

심지어 막대한 돈까지 지불해가며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이 아닌 CS탄으로 거의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을 살육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증거로 사막의 흑새와 FBI가 이번 사건의 집행자이고 배후라고 했다.

또한 정규 언론사에 전화를 하여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경고를 했고 시범케이스로 언론사 G1의 편집국장이 자신의 집에서 목이 잘린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그리고 그 곁에는 작은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정론 직필, 언론답게 있는 그대로를 전달하라’

사망한 편집국장의 손가락을 잘라 그의 피로 쓴 내용이었다.

그러자 일부 언론들은 경찰 발표를 의심하면서 자신들이 직접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찰의 발표가 일방적이고 문제가 있음을 알아냈다.

***

그는 천오백명의 여자를 거느리고 있다.

리우의 매춘 시장은 그가 쥐락펴락 하는 것이다.

매춘은 외상이 없다.

또한 신용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현금장사다.

마약은 워낙 단속반들의 눈이 많지만 매춘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그다지 감시라고 느낄 만큼 옥죄지 않는다.

그래서 토레스의 꿈은 더욱 커지고 있었다.

전 세계 모든 종족들을 식사 메뉴처럼 모아놓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이른바 취향에 맞는 여자를 선택하고 그런 시스템이 되면 매춘 경기는 더욱 호황을 누릴 것이다.

여자는 미친 듯 비명을 질렀다.

성적 쾌감에서 오는 신음이 아닌 사내의 거친 학대가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급기야 여자는 피를 보고야 말았다.

정상적인 체위나 행위가 아닌 짐승 같은 짓을 벌였고 끝내 상처가 생기면서 살갗이 찢어진 것이다.

“흐흐흐!”

사내는 만족스런 얼굴로 여자의 몸에서 일어났다.

다다닥!

바로 그때였다. 사내가 여자의 엉덩이에서 몸을 떼는 순간 창문을 향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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