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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61화 (561/651)

제561화: 친위대장(1)

프레드의 친위대 레드베저의 우두머리 둥가는 여전히 나타날 줄 몰랐다.

그날 이후 5일째 진을 치며 기다리지만 어쩐 일인지 둥가란 사내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종적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답답한 일이긴 하지만 둥지 근처에서 잠복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패죽일 놈.”

오민철이 이를 부드득 갈았다.

지이잉!

핸드폰이 울렸고 권총수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

캐인이었다.

“CIA에서 정보 하나를 보내왔습니다. 코만도에서 작전을 바꾸려는 것 같습니다. 오늘부터 일반 손님을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영업을 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하죠. 대신 조직원을 손님으로 가장해 밀어 넣을 모양입니다.”

권총수의 눈이 좁혀졌다.

“손님 대신 조직원들을 채워 넣는단 말입니까?”

“표면적으로는.”

“식구들로 뭉쳐 있다가 내가 나타나면 일제히 공격하겠다 뭐 그런 작전이군요.”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권총수는 몇 마디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오민철이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보자 권총수는 낮은 목소리로 말해 주었다.

“병신들!”

얘기를 듣고 난 오민철이 단번에 비아냥거렸다.

“아니 함정만 팔줄 알았지 자기들도 함정이라는 걸 모른단 말이야.”

오민철은 풍부한 전장의 경험을 바로 드러내 보였다.

즉 매복은 적이 몰라야 한다.

그러나 만에 하나 위치가 노출되면 그건 매복이 아니라 공동묘지가 된다.

지금 코만도 조직원들이 그런 작전을 펼치려는 것이다.

권총수가 나타날 것에 대한 대비만 했지 폐쇄된 공간이고 그런 장소에 수류탄 하나만 터져도 피해가 어느정도 될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훗! 진짜 웃기네.”

오민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했다.

클럽 안으로 들어가는 손님들은 많았다.

하지만 일반 손님과는 분명하게 다르다.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사내들은 평범한 시민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옷 차림새도 틀리고, 풍기는 분위기도 완전하게 차이가 난다.

걸음걸이도 구별이 되고 말투도 대비된다.

야수가 아무리 얌전하다고 해도 피식자는 금방 알아차린다.

여자들도 상당수 보인다.

보나마나 애인이거나 아니면 코만도 조직의 보호를 받고 있는 거리의 여자들일 것이다.

자신들의 목줄을 쥐고 있으니 잠시 같이 가자고 하면 따라나서지 않을 수가 없다.

어쨌든 이런식의 작전은 그들 또한 권총수가 나타난다는 걸 확신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들의 예상이 틀린 건 아니다.

변장을 하였고 단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있긴 했지만 벌써 닷새째 길거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고 있었다.

열흘째다.

예상보다 참을성이 있고 끈질기다.

여전히 조직원들로 클럽을 채운다.

“만만찮은 놈이군.”

오민철은 오늘 늙수레한 노인으로 변장했다.

열흘이면 클럽의 손해가 한두 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지루한 방법의 작전을 전개하는 걸 보면 코만도 쪽에서도 갈 때까지 한 번 가보겠다는 생각인 모양이었다.

“둥가 자신을 미끼로 널 잡겠다는 계산이겠지?”

오민철의 말에 권총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막의 흑새는 자신을 잡기 위해 클럽 근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결국 이런 대치가 이뤄지다보면 놈도 한 번 정도는 나타날 것은 분명한데.”

오민철이 씨익 웃는다.

은근히 재밌다.

이런 신경전은 IS나 탈레반을 상대로 펼쳐봤지 민간시장에서는 처음이다.

해가 떨어지고 땅거미가 몰려온다.

그럴수록 클럽 에르모소의 공기는 뜨거워졌다.

입구에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 있는데 평소와는 분명히 다르다.

열흘 전까지만 해도 입구를 지키는 사내들은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며 잡담을 했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없었다.

사내들은 담배도 무척 조심스럽게 피웠고 자꾸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골목은 그대로였다.

코만도 조직원들은 보통 열두시쯤 골목에 나타나 세시가 되면 하나둘 클럽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떠나고 남은 빈 자리는 관광객들과 일반 시민들로 다시 채워졌는데 외형적으로 봐서는 지금 이곳에 생사의 파도가 넘실대고 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때 골목 위쪽에서 캐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왼손에 커다란 캐리어 한 개를 끌고 오고 있었다.

완전 관광객 모습이다.

두 사람이 앉아있는 탁자로 다가오더니 캐리어를 권총수에게 슬며시 건네주었다.

“모두 열다섯 발입니다.”

권총수는 가방을 열고 슬쩍 안의 내용물을 살폈다.

원통형으로 높이가 15센티 정도 되는 노랑색 물건이 들어 있었다.

권총수는 입가에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클로로벤질리덴말로노나이트드릴(chlorobenzylidenemalononitrile), 일명 CS탄으로 불린다.

오민철이 뭐냐는 듯 바라본 뒤 물건 한 개를 쥐고 살피더니 알아차린 듯 히죽 웃는다.

눈에 익어도 너무 익은 물건이다.

자신은 물론 대한민국 군대를 한 번쯤 다녀온 사람이라면 모를 리가 없다.

아무리 품위를 지키려고 해도 자세가 안 나오는 막장의 훈련장이 바로 화생방이다.

707 시절뿐만 아니라 외인부대에서도 여러번 경험했고 IS진압 때 자주 사용했기에 낯선 물건은 아니지만 괜히 흥분이 된다.

“캡틴 것은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캐인이 캐리어 안에서 방독면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캐인 자신이 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민철의 몫이라는 뜻이다.

권총수는 씨익 웃었는데 괜찮다는 의미다.

언제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쪽에서 일단 한 번 건드려 보기로 한 것이다.

“너무 양이 적습니까?”

캐인이 CS탄을 사용해 보지 않아 던진 질문은 결코 아니었다.

권총수의 입에서 어떤 말도 흘러 나오지 않자 그냥 말을 걸어 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설마 이걸 전부 사용할 생각이냐고 묻는 의미도 담겼다.

“사용 못할 것도 없죠.”

그러면서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언제 할거야?”

오민철이 물었다.

오민철도 기다리기에 지친다고 며칠 전부터 투덜거렸다.

당장 오늘이라도 한바탕 뒤집었으면 좋겠다는 눈빛이었다.

“아직까지 단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변장하고 들어갔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캐인이 눈을 빛냈다.

“그렇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민철이 고개를 저었다.

커피를 마시며 노닥거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의 눈은 한시도 클럽의 출입자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라면 몰라도 권총수의 눈을 속이고 들어가지는 못한다.

아무리 변장을 해도 반노환동의 고수를 속인다는 건 불가능했다.

그때 검정색 승용차 한 대가 다가오더니 클럽 입구에서 멈췄다.

세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검정색 승용차에 멎는다.

운전석과 조수석 문이 재빨리 열리며 총을 든 두 사내가 내렸고 뒷문이 열리면서 정장의 사내가 내린다.

파팟!

권총수의 눈이 빛난다.

둥가였다.

전혀 변장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친다.

둥가는 주위 사내들을 훑어 본 뒤 두 사내의 호위를 받으며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오민철이 돌아보며 웃었다.

“우리가 이긴 것 같은데.”

엄밀하게 말하면 거의 비슷하게 움직였다.

양쪽 모두 제거 대상자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것 말고 다른 작전은 없었다.

서로가 먼저 걸려들길 기다리는 인내심 싸움의 연속이었다.

결국 권총수는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오늘 작전을 벌이기로 했는데 우연히도 상대 또한 나타났다.

효과 없는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둥가 역시 참지 못하고 움직인 것이다.

사실 급한 쪽은 권총수가 아니라 코만도였다.

밀림속에 숨겨 놓은 공장이 모조리 파괴되고 적지 않은 언더보스들이 실종되고 제거되었다.

지나친 복수욕은 참을성을 앗아가는데 결국 그들이 먼저 둥지 밖으로 나온 것이다.

권총수는 캐리어 속에 들어 있는 CS탄 다섯 개를 아랫주머니와 윗주머니에 넣었다.

“내가 전음으로 지시 할 테니까 그전까지는 대기하고 있어.”

권총수의 몸이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사라져 버렸다.

여전히 캐인은 놀란다.

보고 또 봐도 그저 신비롭고 경이적이다.

권총수는 잠영술을 펼쳐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문은 닫혀 있었고 입구에 두 명의 사내가 지키고 있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둥가는 무대쪽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오십여 명의 부하들을 향해 말했다.

“아무래도 놈이 눈치를 챈 것 같다.”

손님이 아니라 조직원들만 출입하고 있다는 것이 노출되었다는 뜻이다.

“당장 오늘부터 일반인들에게 개방한다.”

“허면 우린 철수 합니까?”

한 사내가 물었다.

여러 구역에서 동원되었기 때문에 비록 한 솥밥을 먹는 사이지만 서먹서먹한 것이 여간 껄끄럽지 않은 것이다.

“아니다. 손님들 속에 같이 행동하고 생활한다.”

“손님들이 있으면 난처해지지 않겠습니까? 한두 명이면 몰라도 많은 시민이 죽기라도 하면...”

아무리 코만도지만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지만 뒷말은 끊었다.

“내가 책임진다. 사막의 흑새를 죽일 수만 있다면 몇십명이 아니라 몇백명이 죽어도 개의치 않을 것이다.”

둥가의 말에 일부 사내들 표정이 굳었다.

잠영술로 조직원들 속에서 숨어있던 권총수는 안색이 변하는 몇몇의 사내들을 보며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 친구들이라고 여겼다.

그나저나 당장 잠시 후부터 일반 사람들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그러기 전에 일을 끝내려면 서둘러야 한다.

백퍼센트 적이므로 작전하기는 이보다 좋을 수가 없었다.

투툭!

재빨리 CS탄을 터뜨렸다.

촤아아아!

갑자기 흰색의 연기가 뿜어 나왔고 권총수는 장력으로 연기가 빨리 퍼지도록 했다.

펑!

퍼펑!

푸슈슈!

푸시시!

마지막 다섯 개까지 터뜨렸고 휘두르는 장력에 넓은 클럽 안은 순식간에 최루 연기로 가득 차고 말았다.

“최루탄이다!”

“누구야! 콜록.”

천하장사도 최루가스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더욱이 지금 터뜨리는 건 CN가스(클로로아세트페논: chloroacetophenone)와 성분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한마디로 CN계열이 CS보다 순하고 약하다.

CS를 과도하게 들이 마실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주로 이스라엘군들이 팔레스타인 난민들을 향해 발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국제적으로 말들이 많다.

순식간에 클럽 안은 CS가스로 차버렸다.

한편 오민철은 클럽 쪽에 시선을 고정하여 잔뜩 긴장하고 있는데 권총수로부터 전음이 들렸다.

‘문을 열고 나가는 놈은 모조리 없애 버려’

“잘 알았다 오버.”

오민철은 무전을 하듯 중얼 거렸다.

전음은 캐인에게도 동시에 들렸기 때문에 캐인도 자리에서 같이 일어났다.

푸숙퓨숙!

캐인의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입구에 서 있던 세 명의 사내를 사살했다.

타타탁!

두 사람은 재빨리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고 두 사내가 뛰쳐나왔지만 오민철의 자동소총이 가만 내버려두지 않았다.

드르륵!

두 사내는 그 자리에 무너졌다.

총소리가 유난히 크다.

즉 나가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사내들은 밖으로 뛰쳐나왔다.

드륵!

드르르르!

오민철의 총은 용서가 없었다.

‘몇몇 양심있는 간부들에게 만약을 대비해 다짐을 받아 놨네. 자신들이 갱단들 간의 싸움으로 만들어 놓을테니 주저말고 방아쇠를 당기라는 거야’

아라나 경위가 큰 소리로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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