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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50화 (550/651)

제550화: 아마존의 비명(3)

함상에서는 CH-46중형 수송헬기가 쉬지 않고 이착륙 훈련을 하고 있었다.

지상이 아닌 배 위에서의 이착륙, 그것도 사람을 실어 나르는 수송헬기에게는 무척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다.

헬기가 뿜어내는 굉음과 강력한 회오리 바람에 높은 파도가 발생하며 바다는 사나워졌다.

갑판 한곳에 우뚝 서서 이착륙 훈련을 지켜보는 선글라스 사내가 있었다.

대령 리차드는 50여명의 해병대 병력을 싣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두 대의 헬기를 꼼짝 않고 관찰하고 있었다.

“제독님!”

그때 리차드 대령의 부관인 대위 카즈미어가 급히 다가왔다.

“전화좀 받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어디야?”

“펜타곤입니다.”

펜타곤이라는 말에 리차드 대령은 잠시 카즈미어 대위를 바라보더니 들고 있던 무전기로 말했다.

“오늘 훈련 끝, 이상!”

그리고 무전기를 카즈미어 대위에게 넘기고 재빨리 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선실 안쪽에서 리차드 대령은 전화를 받고 있었다.

두세 발자국 떨어져 카즈미어 대위는 부동자세로 서 있었는데 저 멀리 석양이 떨어지고 있었다.

선홍빛 석양이 리차드 대령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나왔다.

“잘 알겠습니다.”

리차드 대령은 전화를 끊고 난 뒤 부관 카즈미어 대위를 향해 말했다.

“4팀의 현재 위치는 어딘가?”

“세인트루시아 섬에서 상륙훈련 중입니다.”

세인트루시아는 프랑스령이다.

“당장 안토니오 중령에게 무전을 보내게. 내용은 지금부터 내가 불러주겠네.”

잠시 긴 호흡을 한 리차드 대령은 무전으로 전달할 내용을 차분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듣고 있는 카즈미어 대위의 눈이 커지기 시작한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빗줄기는 제법 굵었고 앞 유리를 닦는 와이퍼의 움직임도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끼이익!

포드 익스플로러 한 대가 길가에 멈췄고 우산을 쓴 두 사람이 내린다.

한 명은 권총수였고 다른 한 명은 운전을 한 오민철이다.

바다를 뒤집으며 절벽을 타고 올라온 세찬 바람에 두 사람은 우산을 숙이며 자세를 낮췄다.

삐이익!

두 사람은 재빨리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섰다.

우산을 접어 카페에서 제공해주는 비닐에 담아 실내로 들어섰다.

오후 2시의 카페는 조용했고 손님이라고는 남녀 한 쌍과 창가에 앉아있는 사내가 전부였다.

사내는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거친 대서양 바다를 자꾸 흘깃 거렸다.

“안토니오 중령님?”

커피를 마시던 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권총수와 오민철이 서 있었다.

안토니오 중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캡틴?”

“이렇게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무슨 말씀, 나야말로 캡틴에게 고개숙여 감사를 보냅니다. 이건 우리 미국의 일이고 미국의 사건입니다. 그런데 캡틴이 이토록 신경써주고 있으니 오히려 부끄럽습니다.”

세 사람은 의자에 앉았다.

잠시 날씨 얘기를 화제 삼아 부드러운 대화가 오갔다.

그 사이 오민철은 커피 두 잔을 받아 돌아왔고 좌석의 분위기는 훈훈하다.

촤라락!

권총수는 접어서 온 지도 한 장을 펼쳤다.

지도는 오스발두 사무실에 걸렸던걸 그대로 복사해온 것이다.

“이것 모두가 코카인 제조 공장이라는 말씀이군요?”

일곱 개의 번호를 가리켰다.

“맞습니다.”

안토니오 중령은 지도를 한참 살피더니 공장과 공장 사이의 거리에 대해 질문했다.

권총수는 1번 공장과 7번 공장은 1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이렇게 공장의 거리를 멀리 두는 건 경찰의 동시다발적인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군요. 한두 곳도 아닌 일곱 곳을 한 번에 기습하여 파괴한다는 건 쉬운일이 아니죠. 그렇다고 하나둘씩 없애봤자 정보가 새어나가 파괴되지 않는 다른 공장에서는 미리 대비를 할테니.”

안토니오 중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의 얘기는 상당히 길어졌다.

수많은 실전경험을 갖고 있는 권총수였고 안토니오 중령이다.

하지만 이번 정글작전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렵다.

“알겠지만 우리 씰4팀은 팀 본부와 8개 소대로 이뤄져 있습니다.”

씰 팀은 본부까지 포함하면 모두 아홉 개의 소대로 나뉘지만 본부는 전투보다는 지휘그룹이기 때문에 제외한다.

각 소대는 열여섯명이고 소대장은 대위가 맡는다

한 소대는 두 개의 분대로 이뤄지고 분대장은 중위, 부분대장은 하사였다.

얘기는 계속 이어졌고 안토니오 중령은 갈수록 놀라고 있었다.

권총수의 군사전략과 전술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오전 여덟시 정각에 권총수와 오민철은 다시 경비행장 사무실에 나타났다.

사무실에는 한 사내가 서 있었는데 잔뜩 굳은 얼굴이다.

그는 바로 그 날 경비행기로 세르지뉴를 태우고 갔던 조종사 토스탕이었다.

그날 세르지뉴를 태워다 주고 돌아왔을 때 사무실 동료이던 오스발두는 없었다.

권총수와 오민철을 만난 토스탕은 전후 설명을 듣고 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특히 오스발두가 배신을 할 친구가 아니라면서 그와 연락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권총수는 망설이지 않고 오스발두와 통화 연결을 시켜 주었고 본인 입을 통해 가족과 같이 미국으로 떠난다는 말을 들었다.

진심으로 하는 얘기냐.

강요에 의한 건 아니냐고 물었지만 오스발두는 미국으로 건너가 제2의 삶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너도 건너오라고 권유했다.

토스탕은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삶을 바꾼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토스탕의 결정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권총수에게 두 손을 들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걸 고백하고 진실을 털어 놓으면서 마지막에 오스발두처럼 미국으로 보내주겠느냐고 물었다.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오. 대신 당신 입에서 항상 올바른 얘기만 흘러 나온다면 말이죠.”

그렇게 하여 같은 편이 되었고 오늘 비행기를 타고 세르지뉴가 있는 콰우라울 이라는 지역으로 갈 것이다.

콰우라울은 아마존강 지류중 하나인 상구강 상류에 있었다.

수백 개의 크고작은 강들이 만나 아마존강을 이루는데 상구강은 그중에서도 매우 뚜렷한 강이다.

즉 크다는 것이다.

딸칵!

권총수는 담배를 피워 물었고 오민철은 사무실 구석에 설치된 싱크대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슥!

여전히 긴장하고 앉아있는 토스탕에게 담배를 권했다.

토스탕은 담배를 쥐었는데 손끝이 떨린다.

딸칵!

그것을 의식한 듯 권총수는 불을 붙여주며 자신있게 말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사막의 흑새는 결코 동료를 희생시키지 않습니다. 이번 작전이 끝나면 곧바로 미국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그때 자동차 시동 꺼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고 캐인이 들어섰다.

사무실에서 같이 만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캐인 커피?”

커피를 내리고 있던 오민철이 묻자 캐인은 빙긋 웃으며 좋다고 했다.

이틀전과 달리 캐인의 기분은 밝아 보였다.

이번 작전에 씰 팀을 운용하는데 자신이 거든 건 하나도 없었다.

권총수와 크리스 국장이 담판을 했고 CIA의 맥보란까지 뛰어들었고 끝내 백악관으로 요청이 들어갔다.

그렇게 펜티곤을 움직인 것이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권총수는 해낸다.

그렇다고 그가 건방지다거나 권력욕에 사로잡혀 유세를 떨지도 않는다.

그날 많이 섭섭했고 화가 난 건 사실이지만 그때 당시에는 어쩔수 없었다.

열등의식이라는 것이 자신에게는 없는 줄 알았다.

능력 있는 FBI요원으로 승승장구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못난 패배주의자들의 전유물 정도로 인식했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끓었고 권총수에 대한 분노가 치솟은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권총수는 자신에게 어떤 무례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자신이 무례했을 뿐이다.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자 한 잔씩 드시고.”

손잡이가 달린 스텐레스 컵에 네 잔의 커피를 만들어 각자 앞에 놓아주었다.

“감사합니다. 민철!”

캐인이 미소를 지었다.

“커피 맛이 아름답습니다.”

한 모금 마셔보던 캐인이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내가 커피를 좀 아는 편이죠. 그런데 왜 넌 아무 말이 없냐? 맛없어?”

오민철이 옆에 있는 권총수를 노려본다.

“좋아!”

“좋으면 좋다고 할 일이지 인상은 왜 쓰고 그래.”

“인상은 뜨거워서 쓴거야. 아이 진짜.”

권총수가 버럭 소릴 지르자 케인이 픽하며 웃는다.

권총수는 손목에 차고 있는 시간을 자주 보았다.

또한 수시로 전화가 걸려 왔는데 상대는 다름 아닌 씰4팀장인 안토니오 중령이었다.

같은 시간에 동시에 치고 들어가야한다.

어느 한쪽이 늦거나 하여 다른 곳으로 정보가 들어가 버린다면 인명피해는 물론 모든 계획이 헛수고가 될 수 있다.

씰의 여섯개 소대가 각자 코카인 제조 공장 하나씩을 맡고 세르지뉴가 있는 3공장은 권총수와 오민철 캐인이 직접 타격하기로 했다.

3공장의 규모가 가장 크고 세르지뉴가 직접 관리한다는 걸 조종사 토스탕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권총수는 커피를 마시며 펼쳐 놓은 지도를 살폈다.

경비행기 한 대가 열대 우림 지역의 상공을 날아가고 있었다.

가도 가도 숲이다.

왜 아마존을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온통 밀림이다.

사이사이 거미줄처럼 작은 강들이 뒤엉켜 있었다

“장난 아니군.”

오민철은 끝없이 놀란다.

사무실을 떠난 지 두 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오민철은 연신 와아 와아 하며 광대한 아마존 밀림에 감탄하며 흥분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한 번 기어이 아마존 탐험을 오겠다고 중얼거렸다.

“텔레비젼에서 보니 아마존에는 재규어가 살던데?”

“재규어 보고 싶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중대국면에 있는데 오민철은 엉뚱하게도 재규어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언젠가 한 번은 올수도 있겠지만 가볍게 한 번 보면 좋지. 넌 안보고 싶어?”

“다왔어. 장비 점검해.”

권총수가 의자 옆에 둔 자신의 M4를 꺼내 30발들이 탄창을 뺐다 다시 넣었고, 이번에는 권총도 한 번 더 살핀다.

캐인 역시 소총과 혹시도 모를 야간작전을 대비해 가져온 쌍안식 야시경을 닦으면서 손목 시계를 살폈는데 이른바 빵이 좀 크다.

여긴 열대 우림이다.

갇히면 아무리 독보법에 뛰어난 사람도 자칫 헤어나오지 못하고 죽을 수도 있다.

캐인의 시계는 바로 나침판 역할을 하고 GPS 기능도 갖고 있다.

핸드폰 역시 밀림에서는 통화기능 보다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아군에게 전달하는 신호용으로 사용된다.

“이상무!”

오민철이 장비 점검을 끝냈다며 외치다가 창문을 본다.

“마을이다.”

밀림속에 원뿔모양의 집들이 드문드문 보였고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아마존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원주민들입니다.”

조종을 하고 있던 토스탕이 설명해 주었다.

“리야카 족인데 아주 소수부족이죠. 저 산을 넘어가면 작은 평지가 나오는데 그곳에서 착륙할 것입니다.”

세 사람은 안전벨트를 멨다.

경비행기이기 때문에 이착륙 시 요동이 심하다.

비행기는 점점 고도를 떨어뜨리기 시작했고 발밑에 거대한 밀림이 휙휙 지나간다.

금방이라도 처박힐 것 같은 저공에 오민철이 눈을 부릅떴다.

“와우!”

“왜 겁나?”

홱!

매서운 눈으로 권총수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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