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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49화 (549/651)

제549화: 아마존의 비명(2)

일어나야 한다.

어떻게든 일어서야 서랍에 들어 있는 권총을 쥘 수 있는데 꼼짝을 할 수 없다.

“아무리 봐도 이 지도 말이야.”

사내는 오민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조금전 그 비행기 혹시 이곳 중 어느 한 곳으로 날아가는 것 아닙니까? 내가 보기엔 그런 것 같은데?”

“도대체 당신들 누구야. 여기가 어딘지나 알고!”

퍼어억!

탁자 위에 올려진 묵직한 유리 재떨이가 면상을 찍었다.

윽!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재빨리 오른손으로 얼굴을 만진다.

끈적한 액체가 만져져서 보니 피다.

뿐만 아니라 코가 깨진 듯 푹 꺼져 있었다.

권총수가 손에 재떨이가 든 채 물었다.

“여기 활주로 말입니다. 코만도 소유입니까?”

코만도라는 말에 사내는 깜짝 놀란다.

경찰이라고 해도 이렇게 재떨이로 자신의 코를 부수지 못한다.

코만도 조직원을 아무 잘못없이 코뼈를 부러뜨리면 반드시 총을 맞게 되어 있다.

코뼈만 부러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안쪽으로 뼈가 틀어박힌 듯 숨을 쉴 수가 없다.

학학!

어쩔 수 없이 입을 크게 벌리고 말한다.

“그...그렇소.”

사내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가 하는 행동을 보면 겁을 주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죽어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을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지금은 후자다.

“조금 전 그 비행기는 어디로 간 것입니까?”

권총수는 재떨이를 움켜쥐고 물었다.

“3공장으로 가는 겁니다.”

“가만, 여기 3자라고 쓰였는데 이곳 아닙니까?”

오민철이 지도 한 곳을 가리켰다.

“맞소.”

“그 사람, 조금 전 비행기로 간 사람이 세르지뉴로군?”

“아...아니오.”

사내는 흠칫 놀라면서 더듬거린다.

그 순간 눈앞에 뭔가 번득였다.

그리고 엄청난 통증이 머리에 가해졌다.

빠아악!

수박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앞 이마를 타고 빗줄기처럼 피가 흘러내렸다.

화악!

사내는 더 이상 얻어 맞고 있을 수 없다고 여긴 듯 그대로 맞은편에 앉은 권총수를 향해 몸을 날렸다.

이판사판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음만 날아갔을 뿐 몸은 퉁기듯 오히려 뒤로 날아가 사무실 입구 벽에 쿵 소리가 날 만큼 세차게 부딪쳤다.

“으으으!”

사내는 일어나지 못하고 꿈틀거렸다.

왼쪽 어깨뼈가 벽에 충돌하면서 부서지고 만 것이다.

“어어어! 어어억!”

괴성을 흘리며 일어나려고 애를 쓰지만 끝내 천장을 보고 누워 버렸다.

숨을 헐떡일 때마다 신음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토해냈다.

권총수는 재떨이를 쥐고 다가왔다.

그리고 쭈그리고 앉아 피 범벅이 된 사내의 얼굴을 내려다 보며 말했다.

“당신을 죽일 생각은 없소. 하지만 이토록 말을 듣지 않으니 이 재떨이로 때려 죽여야겠소.”

“저기 서랍에 총이 들었는데 그것으로 쏴 주시오.”

너무 고통스러우므로 총을 숨겨 놓은 장소까지 말해 버렸다.

스윽!

오민철이 서랍을 열었고 권총을 꺼냈는데 베레타92였다.

“마지막 기회를 주겠습니다. 내 질문에 제대로 말을 하면 오늘 일은 이 정도 선에서 끝나는 것입니다. 물론 FBI와 의논을 하여 살길을 마련해 줄 수도 있고.”

FBI란 말에 사내의 눈이 커졌다.

“더글라스 아시죠?”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파울리뉴는 더 잘알 것이고.”

사내의 눈이 커졌다.

“그들 모두 지금쯤 미국에 있을 것이오. 직장도 주고 집도 주고 얼굴도 바꿔주고.”

역시 반응이 다르다.

조금 전까지는 비장하고 어떤 결의에 차 있었다.

그런데 미국 운운하자 사내의 눈에서 생기가 돌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일까.

그런데다 이해할 수 없는 권총수의 능력은 두려움을 넘어 충격이다.

자신을 일어나지 못하게 눌러 버렸고, 손도 대지 않은 것 같은데 90킬로의 자기 몸이 이렇게 날아가 버렸다.

아무리 생각을 뒤져도 90킬로그램의 거구를 손 끝 하나대지 않고 날려 버린 사람이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FBI’

그냥 겁주려고 하는 소린가 아니면 진짜인가.

내려다보는 권총수의 눈동자 어느 구석에도 허풍이나 가식은 보이지 않았다.

FBI요원이 아닐지는 몰라도 어떤 관계는 있어 보인다.

뚝뚝!

재떨이에 묻은 자신의 피가 얼굴로 떨어진다.

총 놔두고 재떨이로 패서 죽이겠다는 건 고통이란 고통을 최대한 맛보게 하겠다는 뜻이다.

지금으로서 선택은 한쪽 뿐이다.

살아야 한다는 것(生)과 상대를 믿는 것이다.

“정확히 맞소. 조금 전 비행기를 타고 간 사람은 세르지뉴가 분명합니다. 그는 지금 3공장을 향해 가고 있소.”

“여기 지도에 보니 숫자가 7까지 쓰여 있는데 설마 코카인제조 공장이 일곱 개란 말은 아니겠죠?”

오민철이 묻자 사내 오스발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죠. 일곱 개란 뜻입니다.”

아무리 큰 마약조직도 공장을 두 개 세 개 운영하지 않는다.

필로폰이든 코카인이든 제조 과정에서 폐수나 악취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장이 적은 건 제조 기술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코카인이든 헤로인이든 필로폰이든 기술자의 능력에 따라 최고 등급이 갈린다.

기술자라고 모두가 최고 등급을 제조하지는 못하는 것이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그렇게 많다는 건가?”

권총수가 묻는다.

“많소. 세르지뉴의 기술은 가히 지구상에서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경지에 있소. 7개의 공장 책임자들 모두 세르지뉴에게 집중적으로 기술을 전수 받았죠.”

권총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캐인! 잠깐 와주셔야겠습니다.”

재빨리 캐인을 호출했다.

전화를 끊은 권총수는 오스발두에게 담배를 권했다.

잠깐 머뭇거리더니 다치치 않은 오른손으로 말보로 레드 한 개비를 받아 물었다.

담배를 받는 손이 벌벌벌 떨린다.

불을 붙여준 권총수는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망설이며 눈치를 보던 오스발두였으나 권총수로부터 미국 시민권을 얻게 해준다는 언질을 받는 순간 결심한 듯 아는 건 모조리 토해 놓았다.

권총수의 눈을 피할 수는 없다.

권총수는 오스발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걸 알고 그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캐인이 나타났다.

오민철로부터 모든 내용을 설명 듣고 난 캐인은 무척 놀란 얼굴을 했다.

오스발두와 다정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오랜 친구 같다.

FBI는 엄청난 예산과 인력을 동원했지만 보도된 바와 같이 커다란 인명피해만 입었을 뿐 코만도의 마약사업에 어떤 데미지도 입히지 못했다.

그런데 권총수는 아주 짧은 시간에 이토록 깊숙이 침투해 들어왔다.

기술자가 없으면 마약조직은 태어날 수 없다.

다른 나라 어떤 마약 조직보다 월등한 제조 기술이 오늘날 코만도를 더욱 강맹한 집단으로 키웠다.

나무의 줄기라고 할 수 있는 기술자들만 제거해도 타격을 입을 건 분명했다.

‘이 사람은 신체적 능력 말고도 두뇌회전도 우리와 다르다’

캐인은 존경보다는 권총수에 대한 부러움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

자신도 나름대로 능력있는 FBI요원 소릴 듣는데 권총수에 비하면 아직 먼 것 같다.

“국장님!”

자신이 소속한 마약수사만을 전문으로 하는 제7국장 테일러에게 전화를 걸었다.

“브라질 축구 2부 리그 보타포구.”

“캐인 잠깐.”

캐인이 보고를 하는데 권총수가 재빨리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일단 끊으세요. 잠시 후 다시 한다고 해요.”

캐인은 이마를 약간 찌푸렸다가 말했다.

“국장님 잠시 후 다시 하죠.”

전화를 끊자 권총수가 물었다.

“미안하지만 무슨 전화를 하려는 거죠?”

캐인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의 통화까지 가로막은 것에 자존심이 상했는데 이제는 통화 목적과 내용까지 추궁하듯 묻는다.

“가장 분명한 범죄사실을 증명하는 길은 세무조사죠.”

“그래서 세르지뉴가 구단주로 있는 2부 리그 보타포구에 세무조사를 실시하도록 브라질 정부에 압력을 넣겠다는 것입니까?”

“안됩니까?”

캐인의 목소리가 약간 날카롭다.

“안됩니다.”

권총수는 단호했다.

“정보누설이 FBI가 작전을 실패하는데 결정적이었다고 고백하지 않으셨습니까? 브라질 국세청에 코만도와 선을 닿고 있는 인물이 없다고 무엇으로 보장하겠습니까? 국세청이야말로 범죄조직들이 돈 세탁하는걸 가장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는 기관이죠. 자신들 자금 운용을 제일 잘 들여다 볼 국세청에 사람 한두 명 심어놓지 않았을까요?”

캐인의 표정이 굳어졌다.

“허면 어떻게 하자는 것입니까?”

권총수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이 너무 단순했음을 깨달았으나 그냥 물러서기에는 왠지 낯이 뜨겁다.

좋은 방법 있으면 말해보라는 식이었다.

“보타포구 구단은 당분간 모른체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내버려 두는 거죠.”

“저기 공장들은 어떻게 합니까?”

“정확한 날짜와 시간을 정해 동시에 쳐야 합니다.”

캐인의 눈이 좁아졌다.

지역이 광범위하고 열대 우림지역이다.

그런 곳에 깊이 숨겨진 제조시설을 동시에 습격하기 위해서는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것이 아니다.

이런 엄청난 작전은 시간을 끌수록 비밀이 퍼져나갈 위험도 많고 작전 범위가 광범위 할수록 성공 확률은 낮아진다.

한시라도 빨리 공격해야 하는데 중무장을 하고 있을 것이 확실시되는 일곱 곳의 시설물을 누가 어떻게 파괴할 것인가.

브라질 군이든 경찰이든 믿을 수 없다.

FBI가 쳐야한다.

하지만 FBI 또한 일곱 곳을 공격하려면 빨라도 두세 달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비밀이 유지되리라고 보십니까?”

캐인이 좋은 생각 있느냐고 묻는다.

“방법은 한 가지 뿐입니다.”

그게 뭐냐는 듯 캐인의 눈이 빛났고 오민철도 긴장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오민철은 흘긋 캐인을 살핀다.

캐인은 지금 비위가 상해 있었다.

가뜩이나 권총수에게 밀려 망가진 체면과 자존심인데 통화까지 강제로 중단을 시키자 격앙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 캐인을 완전히 무너뜨리려면 확실한 방법을 얘기 해야하는데 과연 권총수 입에서 어떤 방법이 나올까.

“대서양에 씰팀 있죠? 씰 4팀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캐인의 눈이 커졌다.

군사분야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해군소속의 씰중 짝수팀은 대서양에 있고 그중 4팀은 자주 브라질에 입항하여 열대우림에서 정글작전을 벌인다는 정도는 안다.

씰팀이라면 손발 맞출 필요도 없이 바로 출동 가능하다.

그들은 언제 어떤 명령이 떨어져도 즉각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는 특수 부대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라면 내일이라도 가능하리라 봅니다.”

“흠!”

권총수의 말에 캐인은 입술을 물었다.

가능하냐 가능하지 않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권총수는 씰을 이용하는 방법을 내 놓았는데 자신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의 차이가 곧 능력의 차이다.

자존심 상하지만, 미국을 위한 일에 FBI와 군대가 따로 없다.

“나보다는 캡틴이 직접 통화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권총수는 망설이지 않고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군함 한척이 떠 있었다.

미해군소속 샌 안토니오급 백상어(man eater)함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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