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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47화 (547/651)

제547화: 그들의 방식(2)

두 사람이 사라졌다.

30분정도 흘렀을까 문 앞을 지키고 있던 두 경찰관은 수혈이 풀리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

자신들이 자고 있었다는 건 알지 못하고 대신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중 한 명이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가 기겁했다.

“어디 간 거야?”

텅 빈 침대를 보며 가까이 다가가 시트를 걷어 치웠지만 아무것도 없다.

복도에 있던 나머지 경찰까지 들어왔고 둘은 온 병실을 이 잡듯 뒤졌다.

하지만 헤르종은 보이지 않았다.

태어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어떻게 하룻밤 입원도 하지 않고 아직 처방도 나가지 않았는데 미화 천 달러를 내놓는다.

“가장 좋은 의약품으로 치료를 부탁합니다.”

보호자로 보이는 사내는 매우 공손하고 차분하다.

“염려 마십시오. 제가 직접 환자를 살피며 깔끔하고 정돈된 치료를 할 것입니다.”

의사 또한 깍듯했다.

물론 돈의 위력이다.

“그럼 전 이만 치료 준비를 위해.”

의사가 병실을 나갔다.

병실에는 권총수와 침대의 헤르종만 남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오민철과 캐인이 들어왔다.

“의사 입이 완전 함지박이 되어 가는데 얼마 줬어?”

“천 달러!”

“완전 횡재했군.”

돈 보다 더 분명한 신뢰는 없다.

필시 리우시내 모든 병원을 뒤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총상환자이기 때문에 이런 개인병원까지 뒤질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을 대비해 치료비 선불 의미로 천 달러를 내놓은 것이다.

또한 이쪽이 그만큼 돈이 많다는 걸 암시했다.

돈을 더 뜯어낼 만하다고 판단하면 의사의 충성심은 더욱 강해지고 단단해 진다.

“왜 쫓긴거요?”

가장 궁금한 내용이다.

“코카인 제조 기술자중 한 명이라고 들었는데?”

캐인이 나서서 물었다.

헤르종은 망설이지 않았다.

이쪽이야 말로 자신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아군이라고 판단 한 것이다.

“돈이 필요 했습니다. 어머니 몸이 무척 편찮습니다. 고민 끝에 코카인 500그램을 빼돌렸습니다. 그게 들통 난 것입니다.”

캐인의 눈이 빛난다.

“그 말은 코카인 제조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되는 것입니까?”

“내가 일하는 공장은 압니다.”

“공장이 한 개가 아니라는 건가?”

오민철이 끼어들었다.

헤르종은 오민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곳에서 작업을 할 경우 위험하죠. 경찰이나 FBI가 들이 닥치면 꼼짝 못하고 파괴될 것 아닙니까? 시설 하나 짓는데 아무리 빨라도 반년 이상 걸립니다.”

“허면 코만도 조직의 코카인 제조 공장은 모두 몇 개나 되죠?”

캐인의 질문이 다시 시작되었다.

헤르종은 자신은 알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하는 일 말고는 타 공장에 대해 어떤 것도 알 필요 없고 알려고 해서는 안된다.

확실히 정보의 한계는 있었다.

캐인은 정말 치밀하고 조직적인 집단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세르지뉴란 이름 들어봤소?”

“한 번도 보지는 못했지만 이름은 들었습니다. 조직 내에서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날 죽이려고 온 파울리뉴가 그의 오른팔입니다.”

화악!

세르지뉴의 오른팔이란 말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파울리뉴?”

헤르종은 파울리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얘기를 듣는 권총수의 눈이 형형하게 빛났고 어금니까지 물었다.

마침내 접근할 수 있는 단서 하나를 잡은 것이다.

그때 정장의 백인 사내 둘이 나타났다.

헤르종을 지킬 FBI요원들이다.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포드 익스플로러 한 대가 아파트 길 건너에 정차해 있었다.

어제 밤 일가족 다섯이 살해당한 장소답게 사람들이 웅성거렸고 경찰은 폴리스 라인을 치고 출입을 막고 있었다.

“저놈 아냐?”

권총수와 오민철은 헤르종의 설명을 토대로 파울리뉴와 베베투, 그리고 시바아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을 들고서 몰려있는 동네 사람들을 한 명씩 살피고 있었다.

코만도 조직 입장에서 보면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부모와 자녀들이 숨진 아파트에 아빠이며 아들인 헤르종이 한 번은 나타날 것으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전제에 세 사람의 얼굴이 그려진 초상화를 들고 나타난 것인데 오민철이 한 명의 사내를 가리킨 것이다.

권총수는 고개를 돌려 오민철이 설명한 사내를 찾기 위해 구경꾼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팟!

옅은 베이지색에 꽃무늬가 있는 셔츠와 하늘색 치노바지를 걸치고 선글라스를 낀 사내에게 멈췄다.

“이 친구 닮지 않았어?”

오민철이 초상화가 그려진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좀 더 자세한 대조는 어렵지만 베베투와 거의 흡사했다.

파팟!

권총수의 눈에서 예기가 쏟아졌다.

머릿속에서 선글라스를 벗긴 얼굴을 초상화와 대조해 보는 것이다.

또한 초상화에 상대가 쓰고 있는 선글라스를 끼어 보았다.

“놈이야.”

권총수의 눈이 차가워진다.

딸칵!

권총수는 어느새 차문을 열고 내렸다.

도로를 건너 아파트 입구로 걸어갔는데 계단과 엘리베이터 모두 경찰이 지키고 입주민이 아니면 일체 들여보내지 않는다.

권총수는 사람들 속에 슬그머니 파고들어 베베투 곁으로 접근했다.

권총수는 지근거리에서 사람들을 훑고 있는 베베투를 다시 한 번 확인 한 뒤 빠져 나왔다.

“맞아?”

오민철이 유리를 내리고 묻는다.

“정확해!”

“당장 잡아가야지.”

“좀 더 지켜보자고.”

권총수는 차에 올라 유리를 내리고 담배를 피웠다.

멀리서 승용차 한 대가 다가와 사건 현장 근처에 멈추더니 사내가 내렸다.

사내는 목을 한 바퀴 돌리더니 구경꾼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누굴 찾는 모양인데 한참을 더듬다 한곳을 향해 걸어갔다.

붉게 핀 하와이 무궁화 그늘아래 있는 베베투에게 다가간다.

다가간 사내는 빙긋 웃으며 베베투와 가벼운 대화를 나누었다.

이윽고 베베투는 교대하는 듯 돌아서서 길가에 있는 사내가 끌고 온 승용차에 올랐다.

“저놈이 시바아란 놈 같은데.”

감시 교대를 하는 사내와 다른 초상화속 인물이 너무 닮았다.

부우웅!

시동을 건 오민철은 자신들의 차를 추월해 가는 검정색 벤츠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벤츠가 멈춘 곳은 외곽에 있는 낡은 주유소였다.

주유소 사무실 앞에 차를 세운 뒤 베베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

뒤를 따라오던 포드 익스플로러는 주유소 20여 미터 전에 멈췄다.

“어떻게 할까?”

길가에 차를 세우고 핸들을 잡은 오민철이 물었다.

“일단 기름을 넣어봐!”

차는 천천히 주유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주유기 앞에 차를 멈추고 시동을 껐는데 작업복 차림의 직원이 다가왔다.

조수석의 권총수가 말했다.

“가득 넣으세요.”

직원은 힘차게 대답을 하고 주유기를 열고 기름을 넣기 시작했다.

딸칵!

권총수는 차에서 내려 기름을 넣고 있는 직원을 향해 물었다.

“화장실 어디죠?”

“저쪽입니다.”

건물 왼쪽 끝에 화장실이라는 작은 팻말이 붙어 있었다.

권총수는 화장실로 가는 듯 하더니 어느새 방향을 바꿨다.

스으으!

불영보는 육안으로 쫓기 힘들 만큼의 속도로 권총수는 사무실 앞으로 데려가 버렸다.

권총수는 문을 밀고 들어갔다.

주유소 사무실에는 세 명의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은 조금 전 들어온 베베투였다.

그는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뭡니까?”

주유소 사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권총수의 위아래를 훑으며 묻는다.

권총수는 베베투는 물론 주유소 사장과 다른 한 명의 사내 역시 한 패거리라는 것을 알아 차렸다.

더욱 중요한 건 베베투와 주유소 사장 말고 다른 사내였다.

그의 얼굴 또한 자신의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초상화속 인물을 닮았다.

파울리뉴로 불리는 사내가 분명했다.

주유소 사장은 창문을 통해 기름을 넣고 있는 포드 익스플로러를 흘깃 바라본다.

“파울리뉴?”

권총수는 확인을 위해 이름을 불렀는데 사내는 깜짝 놀란다.

씨익 웃는 권총수를 보며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반사적으로 허리에 꽂힌 권총을 뽑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파악!

하지만 뭔가 절단되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신음이 터진다.

“컥!”

맞은편에 앉아 햄버거를 먹고 있던 베베투의 눈이 커졌는데 파울리뉴의 오른손목이 잘려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뚝!

주유소 사장 또한 권총을 뽑으려다 그걸 보며 멈췄다.

엉거주춤.

오른손이 옆구리에 멈췄지만 이내 신속하게 권총을 잡아갔다.

쉭!

사무실 안에 은빛 광채가 또 한 번 번쩍였고 뭔가 잘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싹!

“으아악!”

비명이 메아리쳤다.

“내...손, 내손!”

주유소 사장 가린사는 잘린 자신의 팔을 들고 기겁했다.

뚝뚝!

잘린 팔목에서 피가 흘러 내렸다.

권총수는 손에 들고 있는 회칼을 이리저리 살핀다.

촤촥!

또다시 섬광이 피어났고 파울리뉴는 멈칫했다.

눈 앞으로 번갯불이 번쩍 거렸지만 어떤 피해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억!”

그것도 잠시 뿐 십여초 정도 흐르자 파울리뉴 입에서 신음이 터졌다.

베베투와 주유소 사장 모두 목이 잘려지고 있었다.

머리통이 천천히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은 소름이 끼쳤고 가슴을 떨게 했다.

쿵!

쿠쿵!

베베투의 것이 먼저 떨어지고 가린사 머리는 나중 떨어졌는데 데굴데굴 두어 번 구르더니 멈춘다.

콸콸콸!

마치 상수도 관이 터진 듯 두 사람의 잘린 목에서 엄청난 피가 쏟아졌다.

“으허헉!”

문을 열고 들어온 주유 직원은 얼어붙었다.

너무 놀란 듯 끝내 쓰러지며 기절해 버렸다.

손목을 자르고 목을 베었지만 권총수의 칼에는 핏방울 하나 묻지 않았다.

털썩!

권총수는 베베투의 몸통을 한쪽으로 밀어 버리고 앉았다. 바닥으로 피가 흥건히 흐르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파울리뉴는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얼굴이었다.

“세르지뉴 알죠?”

권총수는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세르지뉴란 말에 파울리뉴가 어깨까지 들썩이며 놀란다.

그때였다. 바깥에 있던 오민철이 사무실 셔텨를 내리며 외치듯 말했다.

“오늘 영업 끝.”

문 앞에 클로즈(close)란 팻말을 걸었다.

셔터가 내려짐으로 인해 사무실은 어두웠다.

셔터 틈새로 햇빛이 들어오긴 했지만 상당히 캄캄해 시력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데 시간이 걸렸다.

꿀꺽!

조용한 탓에 파울리뉴의 침 삼키는 소리가 똑똑하게 들렸다.

‘밖에도 일행이 있다’

셔터를 내린다는 건 마음껏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지원사격인 셈이다.

외부와 모든 것을 차단했으니 넉넉하게 여유를 갖고 목적을 달성하라는 의민데 파울리뉴는 가슴을 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셔터가 내려지는 순간 승부가 기울었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때까지 뛰지 않았던 심장 박동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세르지뉴라는 분 말입니다. 5인 평의회 참석 자격까지 지녔다고 들었습니다만?”

“FBI?”

권총수는 빙긋 웃었다.

“솔직히 말해주겠습니까? 아 참 FBI냐고 물었죠. 요원은 아니고 그들로 부터 코만도 조직을 궤멸시켜 달라는 청부를 받은 사람입니다.”

세르지뉴 눈이 커진다.

외부에서는 코만도 조직을 제3의 브라질 정부라고 한다.

그 만큼 크고 강맹하다는 뜻인데 그런 조직을 궤멸하려면 전쟁을 일으키거나 원자폭탄이 떨어지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FBI로부터 단독 청부를 받았다는 말에 눈이 한없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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