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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46화 (546/651)

제546화: 그들의 방식(1)

원래 문에 붙어 있던 501호란 알미늄 번호판은 사라졌고 누군가 매직으로 대충 갈겨놨다.

딩동!

베베투가 벨을 눌렀다.

반응이 없자 한 번 더 눌렀고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누구시오.”

탁한 목소리가 늙은 사람으로 느껴진다.

“헤르종 친구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시오.”

이어 조용해졌다.

지금 문을 열어주기 위해 걸어 나오고 있을 것이다.

처억!

베베투와 시바우는 AK를 들어올린다.

탁!

두 개의 문고리중 한 개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우! 아버지 열어주지 마세요.”

철컥!

거의 동시에 두 번째 자물쇠가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베베투가 힘껏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타앙!

총소리는 안쪽에서 먼저 들렸다.

하지만 문을 열어젖힌 베베투는 문 뒤로 몸을 숨기고 열었기 때문에 맞지 않고 총알은 문을 뚫었다.

드르륵!

베베투의 AK가 불을 뿜었다.

문을 열어준 예순 중반 가량의 노인은 가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힘없이 넘어지는 노인을 타고 넘어 일행은 집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두두두!

보이는 데로 갈긴다.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던 헤르종의 아내 안드레사가 갑작스런 총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드르륵!

베베투가 들어서며 부엌의 안드레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안드레사는 싱크대로 엎어진 채 숨이 끊어졌다.

방문이 열렸다.

두 명의 여자 아이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개를 돌린다.

시와우는 두 아이를 가만 보더니 미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오 맙소사!”

안쪽 침대에 누워있던 육십 중반 가량의 할머니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환자인 듯 누운 체 일어나지를 못했는데 시바우는 다가가 노인의 가슴에 총알을 쏟아 부었다.

“모두 몇 명이야?”

바깥에서 베베투가 소릴 질렀다.

“이 방은 모두 셋, 아이 둘, 할망구 한 명.”

“부엌에 마누라, 입구에 영감.”

“모두 다섯, 그럼 헤르종만 남았잖아.”

세 사람은 온 방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와당탕!

콰르르!

옷장이며 아이들 책상을 마구 넘어뜨리고 밀치면서 수색을 했지만 헤르종은 보이지 않았다.

‘피!’

같이 수색하던 파울리뉴의 눈이 빛난다.

안방 침대 위에 떨어진 두 개의 핏방울이다.

재빨리 닫혀 있는 창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을 열자 바람이 들어오면서 창밖은 어느새 캄캄해졌다.

투툭!

하는 소리에 고개를 숙였는데 오른쪽으로 옥상에서 내려오는 배수관 통을 잡고 한 사내가 내려가고 있었다.

“흐흐! 헤르종 그냥 내 총에 맞아 죽으면 더 좋을 걸.”

탕탕!

연거푸 두 발을 쏜다.

총소리에 다른 방을 뒤지고 있던 베베투와 시바우가 달려와 고개를 숙이며 내려 보았다.

“저런 개자식!”

두 사람의 AK가 밑으로 겨눠질 때 툭 하는 소리가 들리며 배수관 통이 떨어졌다.

헤르종이란 사내는 배수관 통과 같이 지면으로 떨어졌는데 퍼억하는 소리가 5층까지 똑똑히 들려왔다.

“잡아!”

파울리뉴가 소리치며 세 사람은 일제히 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왼쪽 발목이 부러진 것 같았다.

거기에 파울리뉴가 쏜 두 발의 총알 중 하나가 어깨를 관통했다.

그리고 맨 처음 문을 열고 갈기던 AK 총알이 목을 스치며 피가 흘러 내렸다.

목을 스친 상처나 왼쪽 정강이뼈 골절은 대수롭지 않다.

그 정도 상처에는 결코 죽지 않는다.

문제는 어깨를 관통한 총알로 인해 흘러내리는 피였다.

피는 마치 구멍 뚫린 물통에서 나오는 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다행히 아직 추격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엘리베이터가 워낙 느린데다 자주 덜컹거려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어쩔 때는 계단을 이용하는 것 보다 더 오래 걸릴 때도 있다.

도망자는 항상 자신의 상황을 불리하게 놓고 작전을 세워야 한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없이 내려 온다면 불과 15초가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 계단을 이용하는 듯 보인다.

헤르종은 있는 힘을 다해 차도를 향해 절뚝 거리며 걸어갔다.

그러면서 핸드폰으로 192 비상전화를 눌렀다.

“도와 주세요. 총에 맞았어요. 나쁜 사람들이 날 죽이려고 해요.”

“베인테라가 7번 맥도널드 매장, 맞나요?”

“예!”

저만치 불 켜진 맥도널드 간판이 보였다.

“기다리세요. 금방 경찰과 구급차를 보내드리죠.”

다다닥!

다급한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파트를 나온 세 사람이 달려 나왔다.

추락지점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파울리뉴가 소리쳤다.

“흩어져 찾아. 그 놈 총 맞았어.”

멀리 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얘기였고 베베투와 시바아가 갈라졌고 파울리뉴도 주위를 수색했다.

척!

처처척!

헤르종은 이를 악물었다.

잡히면 끝장이다.

가족을 도륙한 놈들이다.

특히 파울리뉴의 흉포한 심성은 조직원들 사이에서도 공포로 회자되고 그와 눈만 마주쳐도 온 몸이 지린다.

애애앵!

경찰차가 오는 모양이었다.

뒤이어 구급차 소리도 들렸다.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경찰이 있다고 파울리뉴의 총구가 주저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경찰차와 구급차 소리에 파울리뉴는 물론 흩어졌던 베베투와 시바아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판사판이다.

더 이상 숨는 건 의미가 없으므로 헤르종은 죽을 힘을 다해 맥도널드 매장 앞으로 뛰었다.

말이 뛰는 것일 뿐 오른 발 하나에 의지해 간다는 건 무척 느렸고 답답할 뿐이었다.

드르륵!

헤르종을 향해 사격이 이어졌다.

총소리에 경찰은 재빨리 순찰차를 엄폐물 삼아 반격했고 192 대원들은 낮은 자세로 다가와 헤르종을 부축했다.

드르륵!

앞뒤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사격이다.

총구에서 불길이 토해지며 수십 발이 쏟아졌는데 두 명의 구급대원 중 한 명이 나동그라진다.

“캄파나!”

다른 동료가 놀라 외친다.

캄파나라는 구급대원은 숨이 끊어진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운전석에 있던 세 번째 구급요원이 재빨리 내려 죽은 대원을 끌어 당기며 가더니 차에 실었다.

헤르종도 태워졌고 차 문이 닫혔다.

파파팟!

구급차에 총알이 박히고 애앵하는 소리를 내며 차는 떠났다.

경찰은 지원을 요청하며 세 사람과 맞섰으나 화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AK는 경찰차를 부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저녁을 먹고 호텔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담배를 물고 걸어 가지만 표정들이 밝지 못했다.

지난 열흘동안 최선을 다했으나 전혀 소득이 없기 때문이었다.

지이잉!

한참을 말없이 걸어가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렸다.

권총수는 주머니 속 핸드폰을 꺼내 보았는데 캐인의 전화였다.

“캐인!”

권총수는 전화를 듣기만 했다.

그런데 점점 눈이 빛나고 몸에서 열기가 뻗어 나왔다.

“알겠습니다. 곧장 그곳으로 가죠.”

전화를 내린 권총수가 오민철을 향해 말했다.

“형 여기 있어. 내가 가서 차가지고 올 테니까.”

그러면서 뭐라고 할 틈도 주지 않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텔을 향해 몸을 날렸다.

포드 익스플로러 한 대가 병원으로 들어섰다.

차가 멈추고 권총수와 오민철이 내렸다.

“캡틴!”

희미한 병원 가로등을 받으며 앉아 있던 캐인이 일어섰다.

늦은 저녁을 먹고 있는 캐인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한 사람은 FBI에서 뒤를 봐주고 있는 브라질 현지 경찰중 한 명이었다.

총을 맞고 192에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있다.

자신을 코만도 조직원이라고 밝혔고 코카인을 제조하는 기술자중 한 명이라고 했다는 것이 캐인이 전해준 통화 내용이었다.

세르지뉴는 코카인 제조에 관한 브라질 최고의 선수라고 했다.

그렇다면 세르지뉴에 대해 뭐라도 알고 있는 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권총수를 이곳으로 불러냈다.

“환자 상태는 어느 정도입니까?”

“곧 연락이 올 것입니다.”

지이잉!

말이 끝나자마자 핸드폰이 울렸고 캐인은 전화를 받았다.

“경위.”

캐인은 전화기를 귀에 대고 있었는데 워낙 조용하여 두 사람도 충분히 들을 수 있었다.

환자 상태는 다리가 부러지고 관통상을 입었지만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다.

이름은 헤르종이며 가족 모두가 그들에게 몰살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병원을 지키는 경찰관의 보고를 받고 다시 캐인에게 전화를 하는 걸 보면 제법 고위직 인물을 정보원으로 두고 있는 듯 보였다.

‘717호’

캐인과 통화했던 경찰이 헤르종이 입원한 병실을 말해 주었는데 권총수는 분명하게 들었다.

717호 앞에 AK로 무장한 정복 경찰 두 명이 나직하게 얘기를 나누며 서 있었다.

그때 의사 한 명이 가운 차림으로 복도를 걸어오자 두 사람은 이야기를 멈추고 잠시 바라보았다.

그때 다가가던 의사의 왼손이 잠깐 올라왔다 내려갔다.

파팟!

두 경찰관은 눈을 뜨고 있었으나 깜빡이지를 않았는데 수혈이 제압되어 곯아 떨어졌다.

당당하게 선 채 잠이 든 것이다.

의사로 변장한 권총수는 느긋하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왼쪽 다리 무릎까지 깁스를 했고 상의를 벗은 왼쪽 어깨에 붕대가 감겨 있다.

헤르종은 의사가 다가오자 입을 열어 말했다.

“병실이 여기 뿐입니까?”

“무슨 얘기죠?”

“특실 없습니까? 가족이 아니면 절대 면회가 안 되는 특실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들은 브라질 하면 가장 먼저 범죄를 떠올린다.

마약뿐만 아니라 인신매매 납치, 절도등 타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돈이 많은 기업가들은 자체 경호원을 두고 있었다.

국가가 국민생활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못하니 스스로가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당연히 사회는 범죄를 예방하거나 차단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데 병실도 그중 한 곳이었다.

특실 환자들은 범죄집단의 표적이 된다.

그러므로 가족이 아니면 절대 면회가 되지 않고 출입이 엄청 까다로운데 지금 헤르종은 자신의 신변을 무척 불안해하고 있는 것이다.

“두려우신 모양인데 경찰이 지키고 있잖습니까?”

“아직 날 죽이려고 했던 놈들과 선이 닿는 경찰에게 연락이 가지 않아서 그렇지 내일 아침이 되기 전에 그들이 나타나 날 죽일 것입니다.”

헤르종은 자꾸 혀로 입술을 핥았다.

두려운 사람의 행동이다.

“무서운가보군요?”

멈칫!

헤르종의 눈이 빛난다.

평범한 의사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변체환용으로 얼굴을 바꾼 권총수는 잔잔한 웃음을 지었다.

“당신 말이 맞소. 여기 있다간 반드시 죽을 거요. 내일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죽는 건 분명하죠.”

“누구십니까?”

자신을 죽이기 위해 온 킬러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듯 목소리가 급격하게 떨린다.

“FBI요.”

“헉!”

태어나 FBI가 이렇게 반가워 보긴 처음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그들은 철천지 원수였고 보이는 데로 죽여야 할 적중의 적이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사랑하고 싶을 만큼 반갑다.

“정말입니까?”

“나와 나갑시다.”

권총수는 병실 한쪽에 있는 휠체어를 가져왔다.

그리고 걸린 링겔 지지대를 휠체어에 걸었고 헤르종을 어렵지 않게 들어 앉혔다.

“밖에 경찰이 있는데?”

“걱정할 것 없습니다.”

권총수는 휠체어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

헤르종은 빳빳한 자세로 근무에 열중인 경찰관을 바라보았으나 그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드르르!

휠체어를 타고 가는데도 잡기는커녕 뭐라고 말 한마디 하지 않자 헤르종은 FBI와 이미 얘기가 되었다고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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