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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41화 (541/651)

제541화: 하이에나 우리를 나오다(2)

조수석의 장용철은 권악수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듯 상체를 뒤로 돌려 보며 물었다.

“누구?”

“내가 빵에서 나오자마자 이를 갈고 행방 물어 볼 놈이 세상에 한 놈 밖에 더 있소?”

이어 권악수가 버럭 소릴 질렀다.

“그 개자식, 권총수!”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

“블랙잭 훈련소가 뉴저지 주에 있잖습니까?”

파팟!

갑자기 권악수 눈이 빛났다.

“잘됐군. 당장 사람 좀 알아보세요.”

무슨 사람이냐는 듯 장웅철이 이마를 찡그렸다.

“양기사 담배 하나 주세요.”

그러자 재빨리 장웅철이 자신의 담배 한 개비를 건넨다.

딸칵!

권악수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뒷유리를 조금 내렸다.

“장팀장 일부러 그러는 거요. 아니면 늙어서 이제 순발력이나 눈치가 간 거요?”

장웅철의 표정이 굳어진다.

“권총수가 미국에 있고 당장 사람을 보내라고 하는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묻는거요?”

“히트맨을 부르시라는?”

“말이 통해야 뭘 해먹지.”

권악수가 인상을 쓰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려 버린다.

장웅철은 앞을 보며 반듯이 앉았는데 얼굴이 딱딱해 있었다.

권악수를 처음 자신의 차에 태웠을 때가 고1이었다.

아침 일찍 일이 생겨 권철악 회장의 집을 찾아갔는데 거기서 밥을 먹고 있었다.

물론 그의 양자문제를 자신이 직접 해결했기 때문에 전혀 이상한 모습은 아니었다.

식사를 끝낸 권악수는 버스타고 가기 싫다면서 처음 보는 자신더러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했다.

권철악은 학생은 학생답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절대 택시나 누구의 차로도 권악수를 등하교 시키지 말 것을 명했다.

하지만 워낙 권악수가 날뛰고 설치는 통해 아래 직원들중 한두 번 그를 태워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타거라!”

권악수는 재빨리 뒷좌석으로 올라탔다.

권악수를 태우고 한참 가는데 갑자기 입을 열었다.

“변호사라구요?”

“그래!”

“아버지가 자꾸 부르는 걸 보니 상당히 신망이 두터운 것 같은데 불만 같은 것 없어요? 걱정 말고 말해봐요”

운전하던 장웅철은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1학년 아이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무슨 불만?”

“아 왜 이러세요. 우리 아버지에게 불만 없어요. 월급이 적다거나 아니면 진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그런 것 있잖아요. 월급쟁이들 보면 쥐꼬리만한 월급 운운하며 회사 사장 씹던데.”

“글쎄 난 크게 불만 같은 것 없다.”

“불만이 없다는 건 거짓말일 테고, 조금만 참으세요. 어차피 천왕그룹은 내 몫이 될텐데 그때 가면 월급도 왕창 올려주고 자리도 빛나게 해줄테니.”

권악수의 눈이 번들거렸다.

그때 알아봤었다.

그때부터 이미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그건 기업가로서 자질이 아니라 칼을 쥐면 휘두르고 싶어하는 잔인한 칼잡이의 모습이었다.

그런 성격은 어느 분야에 데려다 놔도 위험하다.

기업가의 제일가는 덕목은 이해와 기다림이다.

히트작은 순간적으로 나오지 않는다.

오랫동안 참고 이해하며 아래 사람들을 감쌀 때 놀라운 아이디어가 생산된다.

쥐어짜면 된다는 식의 전형이 권악수였다.

‘으흠!’

저 아랫배에서 쥐어짜는 것 같은 통증이 밀려온다.

이제는 늦었다.

헤어질 수가 없다.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자신마저 옷을 벗는다면 권악수는 그야말로 천애고아가 된다.

누구도 그에게 충심있는 조언을, 긍정적인 미래를 위해 옳은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직원들이 그의 곁에 가는 것부터 무서워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 얼마나 삭막하고 메마른 허허벌판에 혼자 버려져 있는지 권악수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

회사 간부들이라고 해서 그와 마음의 벽을 허물고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될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장웅철은 일단 대답을 했다.

그러나 자신에 차거나 확신을 갖는 표정이 아니다.

이제 장웅철도 권총수에 대해 알만큼 알고 있다. 그는 최소한 누군가의 손에 쓰러질 사람이 아니었다.

어두운 바다가 펼쳐진 부둣가였다.

전화 통화를 끝낸 권총수는 피식 웃었다.

“왜? 서울 상황이 나빠?”

오민철이 차에서 내렸다.

“조금 엉키는 것 같은데.”

“어떻게?”

“돈이 위력을 보이기 시작하나봐. 현미정의 체포영장도 묵살됐고 권악수도 출소했다는군.”

“그 자식이.”

오민철의 눈이 커졌다.

“아무리 돈을 많이 먹여도 그렇지 어떻게 범죄 사실이 분명한 여자를 그대로 놔둔다는 거야. 세상 이렇게 돌아가면 안되잖아.”

“대한민국은 돼.”

권총수는 아무 말도 않고 어두운 바다 저편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국 돌아가면.”

권총수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죽일 놈들이 많아지겠군.”

태생이 다르다.

피가 다르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돈을 가방으로 담아 유혹을 해도 상식과 법에 어긋나는 일이면 거절하는 관리가 있고 즐거운 표정으로 주머니에 받아 담는 이가 있다.

그들은 들켜도 부끄럽다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여론을 의식해 대충 유감이라는 표현 하나 던지고 사라진다.

권악수와 그 주위 인물들 모두가 그랬다.

그때 권총수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멀리 바다에서 불빛 하나가 아주 느릿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느리지 않다.

단지 너무 멀리 있다 보니 그렇게 느껴지는 것뿐이다.

“오는 거야?”

“4,5킬로.”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4,5킬로 떨어진 곳에서 오는 작은 불빛의 배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오민철은 권총수의 내공이 더욱 높아졌다고 판단했다.

산타마리아호였다.

배 위에는 세 사람이 서 있었는데 다가오는 부두를 보며 소릴 지르고 기뻐했다.

“왔다. 아오오.”

“냄새!”

무려 왕복 두 달을 넘게 배에서 보낸 것이다.

물론 운반도 성공했고 무사히 돌아왔다.

세 사내의 환희에 찬 외침이 어두운 부두 멀리 퍼져나갔고 마침내 부두에 정박했다.

세 사람은 배에서 내렸는데 서로를 끌어안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떠들며 좋아하고 있을 때 멀리서 자동차 불빛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민철과 캐인은 재빨리 차 안으로 들어가 의자를 뒤로 젖히고 누웠으며 권총수는 부둣가 가로등 뒤로 몸을 감췄다.

완전한 잠영술을 펼치지 않았는데 그건 어둡기 때문에 극한으로 펼치지 않아도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벤츠 승용차였다.

딸칵!

문이 열리면서 한 사내가 내렸는데 정장차림이다.

“어서들 와.”

차에서 내린 사내는 배에서 막 내린 세 사람과 일일이 부둥켜안고 악수를 하며 수고를 격려했다.

“카푸!”

“세자르!”

리더인 세자르와 차에서 내린 카푸는 힘껏 끌어안았다.

“고생들 많았네. 피곤해 보이는군.”

카푸는 다른 두 사내들에게도 안부를 묻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다.

그러자 사내들은 약속이나 한 듯 밤새 여자와 뒹굴고 싶다면서 웃는다.

“좋아. 당연히 그래야지. 가자고, 마르티네스가 자네들을 기다리고 있어.”

일행은 벤츠에 올랐고 차는 방향을 틀어 부두를 떠나갔다.

권총수는 번개처럼 모습을 드러내며 포드 익스플로러에 올랐다.

캐인을 비키라 하고 자신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시동을 걸었다.

이윽고 앞서가는 벤츠를 따라가는데 라이트를 켜지 않았다.

구름까지 낀 한밤중이다.

라이트 없이는 일 미터도 갈 수 없는 도로인데다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까닭에 곳곳이 위험했다.

자칫 바다로 빠질 수가 있지만 권총수는 앞이 잘 보이는 사람처럼 여유있게 운전을 했다.

꿀꺽!

캐인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처음으로 분명하게 결정을 내렸다.

‘정말 다르다. 비교할 수 없는 특출한 능력을 갖고 있다’

인정했을 때와 불신이 지워지지 않았을 때의 상대에 대한 이쪽의 태도는 달라진다.

캐인 자신이 그러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베테랑 FBI요원이다.

그러나 이제는 철저히 권총수의 의견을 존중하고 그의 전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마음속으로 다지고 또 다졌다.

‘첨단 장비라고 해도 라이트를 끄면 위험하다’

시속 40마일이 넘는 속도인데도 구부러진 해안도로를 무리없이 달린다.

벤츠는 세르지피주 방캉 시내로 들어왔다.

방캉시는 부두에서 20킬로 떨어진 곳으로 환락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방원 30킬로 이내에 크고 작은 항구가 많아 화물선이나 원양어선을 타고 들어온 외국인의 발길이 끓이지 않으며 또한 그들이 뿌리고 간 달러가 방캉시 일 년 소득의 30퍼센트를 차지한다.

끼이익!

차는 방캉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골목으로 알려진 ‘센바랄가’로 들어서더니 ‘레인보우’라는 간판이 걸린 클럽 앞에 섰다.

뒷문이 열리고 산타마리아호에서 내렸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여기저기 흩어져 대마를 피우며 얘길 나누던 사내들이 몰려들었다.

“오오! 돌아왔군.”

“세자르!”

사내들 모두 코만도 조직원들로 보였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들며 악수를 나눈 뒤 산타마리아호에서 내린 세자르와 루시우, 쿠카쿠는 카푸를 따라 지하 클럽으로 들어갔다.

반대편 골목에 포드익스플로러가 멈췄다.

“저기가 아지트인가 본데.”

세 사람은 차 안에 있었다.

“클럽이니 일단 들어가 술이라도 한 잔 해야 하는 것 아냐?”

오민철이 빙긋 웃으며 묻는다.

일단 들어가자는 뜻이다.

딸칵!

권총수가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리자 오민철과 캐인도 따라 내렸다.

좌우로 차가 오는지 살피며 세 사람은 무단횡단을 했다.

주위를 한 번 살핀 권총수는 여기저기 삼삼오오 몰린 사내들을 보며 비릿한 뒷골목의 냄새를 맡는다.

그건 마약의 냄새였고 죽음의 향기였다.

세 사람은 지하계단을 통해 내려갔다.

문을 열고 들어간 세 사람은 흠칫했다.

지하를 가득 메운 사람도 사람이지만 귀청을 울리는 음악소리가 온 몸을 두들겨 패는 것 같았다.

거기에 콧구멍을 파고드는 이상한 냄새는 대번에 이마를 찡그리게 했다.

술 냄새 속에 섞인 또 하나 묵직한 공기가 온 몸을 요란하게 적시며 흔들었다.

‘코카인이다’

권총수는 대번에 알아차렸다.

실내는 굉장히 넓었고 절반은 이층으로 되어 있었는데 거기서도 남녀가 꽉 들어차 있다.

한 여자가 일 달러짜리 지폐에 작은 빨대를 대고 있다.

지폐위에 있는 흰 가루는 코카인으로, 빨대를 이용하여 비강 흡입중이다.

가끔은 탁자나 손바닥에 코카인을 놓고 지폐를 빨대처럼 둘둘 말아 흡입하기도 한다.

“어랏!”

그때 오민철이 뭔가를 발견한 듯 놀라는 표정을 했다.

“저기 좀 봐. 솜으로 한쪽 콧구멍을 틀어막은 놈들이 왜 이렇게 많아?”

권총수는 오민철의 시선을 따라갔고 다섯 명의 사내들이 앉아 술을 마시는데 그중 두 명이 콧구멍에 흰 솜을 막았다.

“코카인은 흔히 코로 마시는 약이라고 부르죠. 코를 통해 흡입하기 때문에 혈관 수축 작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자주 흡입하면 각종 비염이나 기관지 질병에 노출되기 쉽죠.”

지켜보던 캐인이 설명하듯 말했다.

“심하면 코의 조직이 괴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코카인 흡입자들은 코피가 자주 나기도 합니다.”

전문가다운 설명에 오민철은 어두침침한 실내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완전 합숙소구만.”

코를 막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눈에 많이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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