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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39화 (539/651)

제539화: 어둠의 자식들(3)

더욱이 후문이나 뒤로 통하는 어떤 문이 있다면 몰라도 출입구를 통하지 않고서는 들어갈 수 없다.

그런데 이곳에 숨어 맞은편 승용차 뒤에 숨은 버트를 공격하는데 어떻게 뒤에서 총을 맞을 수 있단 말인가.

“더글라스 잠깐 나와 보시죠.”

더글라스란 사내가 일어나 밖으로 따라 나섰다.

철공소를 끼고 돌아가는 골목에 두 구의 시신이 나동그라져 있다.

이들 또한 자신의 부하들이다.

더글라스의 얼굴이 굳어진다.

한참 동안 두 구의 시신을 바라보던 더글라스가 담벼락 옆에 주차해 있는 차량으로 걸어갔다.

차량 뒤에는 핏물이 굳어 붙었다.

총격전이 벌어졌음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버트는 이곳에서 총에 맞아 죽어가기 직전이었고 자신의 부하 두 명은 골목에서, 나머지 한 명 모디야는 철공소에서 집중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위기에 빠진 버트는 사라졌고 사냥감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 놓고 공격을 하던 자신의 부하들만 숨졌다.

더글라스는 부서진 차량을 자세히 살핀 더글라스가 몸을 돌렸다.

“허억!”

지원을 위해 자신과 함께 출동한 세 명의 부하들이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피가 조금씩 흘러내리는 걸 보면 지금 막 숨이 끊어진 것이 분명했다.

그중 한 명은 아직 숨이 덜 끊어진 듯 울대가 꿈틀거린다.

꿈인가 싶다.

불과 일분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던 세 명의 부하가 왜 죽었단 말인가.

총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설혹 칼로 죽였다면 최소한 찌르는 소리라도 들렸을 것이다.

“으음!”

더글라스는 골목 한가운데 서 있는 사내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부하들을 죽인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고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는데 아시아계였다.

더글라스는 상대가 범상치 않다는 걸 깨닫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지금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침착해야 한다.

“처음 보는 분이군요?”

더글라스는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는데 자신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적은 거의 알고 있는데 당신은 누구냐는 질문이다.

“미국에서 오셨소?”

FBI냐고 묻는 것이다.

그때 골목 저쪽에서 검정색 포드 익스플로러가 오고 있었다.

버트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캐인과 오민철이 다시 지원을 위해 오고 있는 것이다.

“잠시 날 따라 가야겠습니다.”

권총수는 부드럽게 말했다.

끼이익!

포드 익스플로러가 멈췄고 오민철이 조수석에서 내렸다.

“타시죠!”

오민철이 뒷문을 열어주었다.

더글라스는 멈칫했다.

타면 안 된다.

말은 최대한 부드럽고 예의를 차리고 있으나 죽음의 냄새가 진득하게 풍겨 나오는 사내다.

자신의 허리에는 권총 한 자루가 있다.

그러나 권총수 손에 들린 권총보다 절대 빠를 수 없다.

더욱이 자신의 귀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게 3명의 부하들을 죽일 정도면 좀 더 분명한 기회를 기다려야 한다.

더글라스는 어금니를 물며 뒷문으로 걸어갔다.

차에 오르려는데 오민철이 부드럽게 말했다.

“총은 내가 잠시 보관하죠.”

알고 있었다는 듯 허리춤에 꽂힌 권총을 자연스럽게 뽑아 가져가버린다.

“돌려 드릴테니 너무 걱정 마십시오.”

더글라스는 차에 올랐고 옆으로 권총수가 앉았다.

오민철이 문을 닫아주고 자신은 조수석에 앉았다.

“출발!”

부우웅!

차는 골목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버트 요원은 어떻습니까?”

“다행히 깊은 상처는 없어 보름 정도 치료하면 회복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권총수는 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로 갈까요?”

캐인이 룸미러를 통해 물었다.

“중요한 분인데 대화를 나누기 좋은 장소로 가시죠.”

멈칫!

캐인의 눈이 빛난다.

권총수는 지금 대화라고 했다.

대화를 나누기 좋은 장소란 필시 더글라스를 취조 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할 것이다.

자신이 아는 더글라스는 코만도의 중간 간부다.

코만도라는 조직 자체를 무너뜨리기 위해 온 사람이 그곳 중간 간부와 대화를 나누겠다는 표현을 했다.

확실히 듣기 좋은 표현이고 적의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데도 온 몸이 떨리는 건 왜일까.

“알겠습니다.”

캐인은 차의 속도를 높였다.

바람이 분다.

사방이 갈대밭이고 듬성듬성 모래가 깔린 이곳은 아마존강 지류중 하나인 텔리강이다.

물론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이 강을 따라 걷고 또 걸을수록 강은 커지고 나중에 아마존을 만나는 것이다.

“사람도 없고 진솔한 얘길 나누기에는 적당해 보이는데?”

검정색 포드 익스플로러가 갈대가 빙 둘러싼 공터에 멈춰 있고 오민철이 주위를 둘러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딸칵!

권총수는 담배를 피워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막 운전석에서 내리는 캐인을 보며 빙긋 웃는다.

그건 매우 만족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아름답군요.”

흐느적거리며 바람에 고개를 숙였다 폈다를 반복하는 갈대를 바라본다.

좋은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칭찬이다.

아직 더글라스는 차에서 내리지 않고 있었다.

코만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그는 이미 여기서 어떤 일이 벌어지려는 건지 짐작했을 것이고 오늘이 세상의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선뜻 차 밖으로 내려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어떤 범죄자도 죽음 앞에 초연하지는 못한다.

권총수는 서둘지 않았다.

잡아 놓은 사냥감이기 때문에 서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이런 상황, 즉 상대도 어떤 선택이나 결심을 해야 하는 중대한 상황에서는 기다려 주는 것이 예의다.

히죽!

오민철이 차량쪽을 보며 웃는다.

지금 어떤 심정일지 충분히 이해한다는 얼굴이다.

차에서 내렸다가 다시 제 발로 올라 탈수 있을지 모를지 계산이 한참일 것이다

전장을 누비며 납치 되거나 적에게 한두 번 끌려갔던가.

고문도 공포지만 기다리는 시간이야 말로 피가 마르고 영혼이 찢기는 심정이다.

그때 마침내 더글라스가 차에서 내렸다.

그는 잠시 불어오는 바람을 마시는 듯 서 있더니 이쪽으로 걸어왔다.

권총수 맞은편에 있는 바위에 걸터 앉는다.

“담배 하나 주시겠소?”

오민철이 말보로 레드를 한 개비 가져다 바람에 라이터 불이 꺼지지 않도록 양손을 감싼 채 불을 켜서 붙여 준다.

담배를 길게 빨아들이며 뱉는 더글라스가 나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쪽은 아는 얼굴이고?”

턱으로 캐인을 가리켰다.

그리고 권총수와 오민철을 바라보는데 누구냐는 질문으로 보였다.

“아 한 가지 미리 양해 말씀을 드리지 않았군요. 앞으로 더글라스씨는 어떤 질문도 할 수 없습니다. 오로지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해야 합니다.”

더글라스의 관자노리가 파르르 떨린다.

그건 당신의 자유를 지금부터 박탈한다는 얘기였다.

난 이겼고 넌 포로이므로 묻는 말에만 대답을 할 뿐 어떤 질문이나 부정한 행동도 안 된다.

“코만도 베르멜루?”

“맞소!”

“조직내에서 위치는 어느 정도에 있소?”

잠시 권총수를 바라보던 더글라스가 미소를 지었다.

“구역장이오.”

“구역장?”

그게 뭐냐는 질문이다.

하지만 더글라스는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구역장에 대해 설명을 하다보면 조직의 계보와 서열이 드러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스윽!

권총수가 속주머니에서 칼을 한 자루 꺼냈다.

순간 오민철은 깜짝 놀랐는데 틀림없는 사시미, 일명 회칼인데 일반적인 것과 약간 차이가 있었다.

도신이 더 좁고 얇다는 것이다.

나중에야 양고기 속살을 얇게 포 뜰 때 사용하는 이 지역 칼이라는 걸 알았다.

권총수는 눈부시게 빛나는 칼을 이모저모 살피며 말했다.

“칼에 대해 좀 아십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더글라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총은 사람을 죽이는데 매우 효과적인 흉기죠. 쏘는 사람도 죽는 이도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바로 죽으니까. 하지만 칼은 조금 다릅니다.”

쉬이익!

말이 끝나자마자 번쩍 하는가 싶더니 권총수 손에 있는 칼이 허공을 날아가 더글라스의 무릎뼈를 파고들었다.

컥!

비명이다.

더글라스는 무릎을 감싸고 온 몸을 떨었는데 굉장한 고통을 느낀 것 같았다.

‘으음!’

캐인 역시 입술을 비집고 신음이 흘러나왔다.

충격이었다.

FBI 훈련과정에 인간의 신체구조와 몸의 급소에 대해 자세히 배운다.

즉 적을 제압할 때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교육인데 자신이 아는 신체구조중 무릎은 온통 뼈다.

물론 슬개골과 허벅지가 내려오는 접힌 부분에 미세한 틈이 있고 그곳을 통해 가느다란 송곳 정도 들어간다.

하지만 폭이 3센티미터 정도 되는 회칼이 자루 턱밑까지 깊숙이 박혔으니 족이 25센티 이상은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그 부위를 잘 찾아 찌른 것도 아니고 5미터 정도의 거리를 놓고 던져 박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부르르!

더글라스는 뽑지도 못했다.

잘못 뽑으면 고통만 가중될 뿐이기 때문이다.

특히 뼈와 뼈가 연결된 부분이기 때문에 살짝만 움직여도 불로 지지는 듯 아픈 곳이다.

더글라스는 온 몸을 떨기만 할 뿐 무릎에 박힌 회칼을 바라보기만 했다.

스윽!

권총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천히 다가가더니 더글라스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더글라스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는데 잇새로 끊이지 않는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총과 칼은 분명히 다르죠? 누군가 나에게 총에 죽고 싶으냐 칼에 죽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난 망설이지 않고 전자에 손을 들것입니다.”

삭!

권총수는 무릎에 박힌 칼 손잡이를 잡았다.

“으아아아!”

손잡이만 잡았을 뿐인데 더글라스는 몸서리쳤다.

권총수는 손잡이를 약간 우측으로 젖혔다.

부들부들!

더글라스가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떤다.

슥!

쓰아악!

슬쩍 터치하듯 움직였는데도 더글라스는 겨울바람의 낙엽처럼 몸을 떨며 입을 열었다.

“자...잠깐!”

모두가 더글라스를 주시했다.

얼굴에 땀이 범벅이다.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다.

큰 고통에 이를 악물다 보니 피가 터진 듯 보인다.

“찔렀는데 소득도 없이 그냥 뽑기는 좀 그렇지 않겠습니까?”

권총수는 뽑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했다.

“블랙 워드(Blaek ward)”

좀 더 자세히 설명하라는 듯 권총수는 입을 다물었다.

“맨 헌터(man hunter).”

“뭐야, 사람 죽이는 일을 한다는 것 아냐.”

“그렇소. 배신자, 회사에 해를 끼치는 자는 누구를 막론하고 제거하는 일이오.”

“마피아의 살인주식회사 같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까?”

캐인이 묻는다.

“큰 차이는 없소.”

살인회사(Murder, Inc.)

초창기 라 코사 노스트라(La Cosa Nostra, LCN:미국 마피아) 에 방해되는 인물들을 죽이는 데 사용하기 위해 조직된 단체였다.

한마디로 마피아 내 척살팀이다

FBI 조사에 의하면 그들에 의해 약 400명~1000명이 제거되었다고 한다.

검은 구역이란 어둠속에서 활동하는 제거 팀이라는 뜻이었다.

그 우두머리, 구역장이 지금 눈 앞에 있는 더글라스이다.

‘어쩐지’

처음부터 달랐다.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고 놀라울 만큼 차분했다.

처음부터 평범한 사내는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지만 코만도의 암살조직인 블랙 워드의 리더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코만도를 이끌어가는 사람은 누구죠?”

오민철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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