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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34화 (534/651)

제534화: 역습(3)

뉴스 화면에서는 어제 밤 윤칠수 기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모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과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까지 나온다.

진청혜가 채불수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이런!”

채불수는 곧바로 일어나 안방으로 들어가더니 점퍼 차림으로 나왔다.

“어디가?”

“가긴 어딜가? 개 같은 일이 벌어지다니.”

쾅!

아파트 문이 세차게 닫는다.

“당신이 죽인 것 아니면 신경쓸 것 없잖아. 밥은 먹고 가라고.”

진청혜가 현관문을 열고 소리쳤지만 이미 엘리베이터는 내려가고 있었다.

채불수는 술 냄새가 풍길 정도로 숙취가 심해 택시를 탔다.

택시는 30분 정도 걸려 윤칠수 기자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고 차에서 내린 채불수는 멈칫했다.

아파트 입구부터 의경들이 입주민을 제외한 사람들을 통제하고 있었는데 채불수 역시도 가로막고 어딜 가려는 것이냐고 묻는다.

슥!

채불수는 품에서 경찰 신분증을 내밀었다.

“나 종로경찰서 채불수 강력2팀장이오.”

척!

의경이 재빨리 거수경례를 했다.

“들어가십시오.”

이곳 관할은 중랑경찰서다.

아파트 주차장으로 들어가는데 또 다시 의경이 막았고 이번에도 신분증을 보여주고 들어갔다.

아직 이른 시간인데 벌써부터 출근하는 입주민들이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고 있었다.

그들은 폴리스라인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찰관들의 움직임을 긴장하며 바라보았는데, 누군가는 살인사건 난 아파트로 알려지면 집값 오르기는 글렀다고 투덜대기도 했다.

또각또각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컸을까 감식반들을 지켜보고 있던 두 명의 형사가 돌아보았다.

이미 아파트 입구에서 검문을 하던 의경으로부터 무전을 통해 연락을 받은 듯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어서 오십시오. 중랑서 강력1팀장 지용수입니다.”

지용수는 약간 마른 체격이었는데 금테 안경을 끼고 있었다.

“저긴가요?”

채불수가 기둥 옆을 가리켰는데 각목 하나가 뒹굴고 있었다.

“범행 도구인 몽둥이까지 그대로 두고 갔어요.”

채불수는 가까이 다가갔다.

“살인 목적 같지는 않고 피해자의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때린 것 같습니다.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반듯 넘어진 걸 보면 뇌진탕일 가능성도 있는 것 같고.”

그러면서 지용수가 채불수를 바라보았다.

이미 채불수와 사망한 윤칠수 기자가 어제 술을 먹었다는 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난 택시를 탔고 윤 기자는 대리를 불러 떠나는 것까지 봤는데.”

사회부 기자와 강력계 팀장들이 술 한 잔, 밥 한 끼 하는 건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다.

사회부 기자쪽에서 정보를 얻을 목적으로 저녁을 산다거나 술좌석을 주로 만든다.

그러나 어제는 채불수가 주도했다.

자신이 먼저 전화를 걸어 술 한 잔 하자고 한 것이다.

“이해 하십시오. 무슨 일로 술을 마셨는지?”

소속 경찰서만 다를 뿐 같은 강력게 근무자들이다.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묻는 것임을 채불수도 알기에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내가 보자고 했죠. 알다시피 우리 서에서 요즘 블랙잭 대표인 권총수씨 청부살해 기도에 대한 수사를 하고 있잖습니까? 윤기자가 하도 정보 좀 달라고 매달려서 적당히 달랠겸 해서 한 잔 했습니다.”

지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가들이다.

딱 보면 거짓말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지용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자신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기자들과 술을 마신다.

물론 채불수와 같은 이유에서였다.

사무실을 들어서는 차명렬을 오세길 수사관이 납치하듯 옆방 휴게실로 끌고 들어갔다.

“뭔데 그래?”

“선배님 뉴스 보셨어요?”

“뭔 뉴스?”

“씨발 젖됐습니다. 윤칠수가 죽었습니다.”

“누가 죽어?”

“윤칠수요. 어제밤 우리가 작업했던 기자 놈.”

“헉!”

차명렬이 기겁한다.

“오수사관 어디서 들었어. 진짜야?”

“아침내내 온 밤송이 윤칠수 소식이었습니다.”

차명렬은 재빨리 핸드폰 뉴스를 검색했다.

화악!

눈이 커진다.

‘현직 기자 피살’, ‘사회부 취재 기자 살인’, ‘주차장 살인’ 등 자극적인 타이틀 기사가 인터넷 뉴스판을 도배했다.

죽일 마음은 전혀 없었다.

몽둥이로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키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다.

저항하는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해 몇 차례 몽둥이로 뒤통수를 때려 기절시킨 경험도 있다.

두 사람은 그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덜컹!

그때 사무실 문이 열리며 정장차림의 남자가 쓱 들어섰다.

“여기서 뭐합니까?”

담당검사 박일도였다.

조용해서 문을 열었는데 두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서있자 다소 놀란 얼굴이다.

박일도 얼굴을 보아 그는 아직 윤칠수가 죽었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

“뭔 일 있어요?”

두 사람의 표정이 굳어있다는 걸 파악하고 묻는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때 여직원 태유미가 열린 문으로 들어서며 생긋 웃는다.

두 사람도 좋은 아침이라고 인사를 했으나 떨떠름했다.

태유미가 돌아나가자 어제 야구 모자를 쓰고 작업에 나섰던 오세길이 입을 열었다.

“검사님 윤칠수가 죽었습니다.”

박일도가 눈썹을 찌푸렸다.

얼른 떠올리지 못하는 듯 했는데 오세길이 재차 설명하듯 말했다.

“어제 채불수로부터 USB를 넘겨받았던 대한신문 사회부 윤칠수 기자 말입니다.”

“오 수사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젯밤 나한테 USB 가져왔잖아.”

일이 끝나고 두 사람은 박일도 자택까지 찾아가 USB를 건넸다.

확!

번개처럼 밖으로 나간 박일도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뉴스를 보는 박일도 얼굴이 갈수록 굳어지고 꿀꺽하는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끼익!

박일도는 등받이 의자를 뒤로 젖히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삼십여 초 눈을 감고 있던 박일도가 다시 바르게 앉아 재차 뉴스를 살핀다.

10여분 정도 흘렀다.

“으음!”

박일도는 재차 비명 같은 신음을 흘리며 또 다시 눈을 감는다.

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수사관들 방으로 걸어 나갔다.

“담배 있어요?”

모두가 놀란다.

박일도는 담배 끊은지 2년여 가까이 됐기 때문이다.

“예 검사님!”

차명렬이 재빨리 자신의 담배를 한 개비 가져다주고 불까지 붙여 주었다.

탁!

박일도는 자신의 방문을 닫아 버렸다.

어쨌든 사태는 커져가고 있었다.

죽기 직전 가장 가까이 있었던 사람은 채불수와 대리운전사였다.

조금 전 대리운전사는 자기발로 경찰서에 들어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채불수를 바라보는 형사들 모두가 염려스런 얼굴이다.

‘꼬여도 이렇게 꼬이다니’

살인 혐의에서 벗어나는 건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건 이번 사건이 자신의 근무 평점에 들어간다는 것이며 그건 최소한 경찰서장 자리까지는 오르고 옷을 벗겠다는 채불수의 꿈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인사고과에 사회부 기자와 밥 먹는 자체도 청탁으로 간주한다.

수사관계자와 기자가 알고 지내는 건 상관없지만 동석하여 술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는 건 자칫 수사 정보를 유출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징계는 피할 수 없다.

한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윤칠수와 자신 둘 중 한 사람이 미행을 당한 것임이 틀림없다.

채불수는 자신이 감시를 받았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검찰의 결정에 고분고분하지 않고 걸핏하면 항의하고 따지는 자신이 곱게 보일리 없다.

즉 검찰측에서 본다면 연거푸 영장청구가 반려되자 이판사판으로 충분히 나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여 자신을 미행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감정이 격앙된 상태였기에 주위 경계를 소홀히 했다.

더욱이 시끄러운 술집에서 떠들고 마셨으니 더욱 지켜보는 눈을 알아 차렸을 리 없다.

“결국 검찰이란 얘기 아닙니까?”

조문철 형사가 눈을 빛냈다.

“그 자식들 아니면 누구겠어. 평소 하던 대로 적당히 기절만 시킨 뒤 USB만 가져갈 생각이었겠지.”

김황식 형사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때 채불수가 쥐고 있던 핸드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음, 그래 고마워.”

전화를 끊은 채불수는 눈을 빛내며 바라보는 형사들에게 말했다.

“부검 결과가 나왔다는군. 사인은 뇌진탕.”

“그렇다니까.”

조문철이 버럭 했다.

“술에 떡이 된 사람을 그런 식으로 처리하는 게 어딨어. 등신들 같으니.”

술 취한 사람은 위험하다.

함부로 몸에 충격을 준다거나 거칠게 다룰 경우 예기치 못한 사태를 만날 수도 있다.

음주는 심혈관계에 여러 형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취한 사람의 몸은 정상이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강력계 형사들도 취한 사람을 체포할 때는 매우 신중하게 움직인다.

“팀장님 과장님이 찾으십니다.”

정복 경찰 한 명이 다가와 말했다.

“드디어 조지자는 건가?”

김황식이 투덜거리듯 말했다.

“알았어요.”

제복 경관이 돌아가고 채불수는 잠시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꿈에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신문에 보도가 되면 여론을 등에 업고 영장을 받겠다는 계산이었는데 이토록 어긋날 줄은 몰랐다.

지나치게 흥분했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채불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파장은 도미노처럼 밀려왔다.

지검장 최승재의 표정은 완전히 돌덩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의 지휘자는 자신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영장 반려를 자신이 지시했다.

물론 워낙 상대가 거물이다 보니 총장에게 보고는 했지만 최종 책임자는 지검장이었다.

드르륵!

바람이 찬데도 창문을 열어젖혔다.

갑자기 가슴이 터질 것 같다

최승재는 길게 심호흡을 하면서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양팔까지 좌우로 벌려 가면서 호흡을 가다듬었는데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최승재는 시나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은 뭔가.

어떤 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은가.

뇌진탕이라고 해도 사회부 기자가 살해당했으니 여론도 이번 사건을 보는 눈이 평범하지 않을 것이다.

윤칠수 기자가 유난히 권총수 살해사건에 관한 기사를 냈기 때문에 경찰 수사는 배후에 검찰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충분히 갖을 것이었다.

그래서 더욱 악착같이 수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

최승재는 빠져나갈 시나리오를 짜기 시작했다.

일이 잘못되면 자신의 인생은 여기서 정리될 것이다.

돌아서서 핸드폰을 들고 번호를 눌렀다.

“나야. 지금 내 방으로 좀 와.”

박일도 검사를 불렀다.

* * *

모두 다섯 번에 걸친 실험을 진행했다.

실제로 마약을 운반하는 배처럼 여러 루트로 통해 운항을 실시했다.

공해 상에서 미국 영해로 들어오는 약 일백 킬로 구간에서 이뤄졌는데 결과는 모두의 예상을 벗어났다.

CIA와 국방부 따로 첩보 위성과 무인항공기가 찍은 사진을 비교했는데 두 번은 찍혔고 세 번은 희미하여 자칫 파도 덩어리로 해석할 가능성이 컸다.

어선으로 위장한 미국내 조직들의 배가 공해상으로 나와 물건을 받아 갈 때까지 마약 운반선은 마음 놓고 감시 장비를 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욱 놀라운 건 해상 레이더에도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FBI에서 분석하고 있지만 과학이 의외로 단순한 방법에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험 결과를 곧바로 해안 마약단속국(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과 해안 경비대 USCG (United States Coast Guard)에 보내주었다.

어차피 합동작전을 벌여야 할 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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