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26화 (526/651)

제526화: 대책회의(1)

경찰들은 사내들 수갑을 채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순순히 받은 사내는 없었고 은근 슬쩍 저항하며 비명을 질렀다.

“가만 있어!”

경찰들은 인정사정 없었다.

여기저기서 수갑 채우는 소리가 들렸다.

애애앵!

누군가 119를 부른 듯 싸이렌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잠시 후 119가 왔는데 이동 들것을 들고 뛰어왔다.

“다친분 어디 있습니까?”

사내들이 수갑을 차느라 땅바닥에 엎드려 있으므로 인해 119대원들은 얼른 부상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어딨죠?”

다시 물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여기!”

권총수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힘겹게 일어났다.

“윽! 아이고!”

깨진 머리에서 흐르던 피는 멈췄는데 스스로 지혈을 했다.

야구방망이로 맞은 오른쪽 어깨뼈는 호신강기를 펼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탈 없었다.

너무 멀쩡해도 나중 언론 보도에서 대중의 주목을 받는데 약하다.

그래서 머리에 맞았고 일부 타격을 피하지 않았는데 특히 흘러내린 피가 얼굴에 묻어 현장을 촬영하는 파출소 경관의 캠코더에 정확히 잡히고 있었다.

“일단 누우시죠.”

털썩!

권총수는 그대로 들것에 쓰러졌다.

“빨리 옮겨.”

119대원들이 이동들것을 밀고 대문 밖으로 사라졌다.

의경들이 지원병력으로 오면서 장내는 빠르게 수습되기 시작했다.

마도로스파 조직원 전원이 연행되었고 어떻게 연락을 받았는지 사회부 기자 두 명이 여기저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팀장님 잠깐만요. 팀장님!”

채불수는 기자들에게 시달리지 않기 위해 재빨리 승용차로 걸어가는데 기자 두 명이 다가와 앞을 막았다.

“주민들 말로는 총소리까지 들렸다던데 한 말씀만 해주시죠?”

두 기자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별 것 아닙니다. 내일 사건에 대한 언론 브리핑이 있을 것입니다.”

“내일은 내일이고, 채 팀장님 우리가 얼굴 한두 번 봅니까?”

“단순 사건이라니까?”

“단순 사건이 무슨 사람들을 굴비 엮듯 줄줄이 수갑 채워 차에 싣습니까? 이러지 말자구요. 우리사이 멀어져요. 어떻게 쌓아 올린 사이인데.”

두 남자의 하소연에 채불수 팀장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딸칵!

오른쪽에 있는 기자가 재빨리 라이터로 불을 켜준다.

채불수는 길게 담배를 한 번 빨아들이며 말했다.

“박기자 담배 안 피우잖아요.”

“비록 난 피우지 않지만 팀장님처럼 애연가들을 위해 항상 라이터를 준비하고 다니죠.”

박기자가 실실 웃는다.

“딱 한마디만 합시다. 나머지는 두 분이 알아서 칸 채우시고.”

“좋습니다!”

“권총수씨 아시죠. 블랙잭 회사 대표? 우리나라 최초 민간 보안기업?”

“알죠.”

“사막의 흑새.”

“오늘밤 누군가 권총수씨를 죽이기 위해 습격한 것입니다.”

“그들이 누굽니까?”

“조사해봐야죠. 여기까지입니다.”

채불수는 재빨리 담배꽁초를 던지고 걸어갔다.

“내일 봅시다.”

탁!

승용차에 오르고 차는 골목아래로 내려가 버렸다.

“이거 제대로 건졌는데.”

두 사람은 핸드폰으로 일단 내일 조간을 담당하는 야간 편집부에 전화부터 걸어 대략의 사건을 말해주며 차로 달려갔다.

병원 주차장으로 차량들이 몰려들었다.

하나 같이 블랙잭 직원들로 오민철도 보였다.

“오 이사님 대표님께서 어떻게 됐다는 겁니까?”

강순태가 역시 차에서 막 내리는 오민철을 발견하고 달려갔다.

“나도 몰라.”

“오이사!”

채명천이 빠른 걸음으로 온다.

“채 이사님까지 오실 것 없는데.”

어제 런던에서 귀국하여 아직 피곤할 것이다.

“큰 일은 아니죠?”

염려스런 표정이다.

권총수를 잘 알기에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말은 몹시 충격이었다.

“말 아낍시다. 세상일 몰라요.”

직원들 모두 권총수의 능력을 안다.

그런데 오민철이 세상일 모른다는 말에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했는데 도대체 얼마나 다쳤으면 그런 말을 하느냐는 의미였다.

세 사람은 부지런히 병원 로비를 향해 걸어갔다.

응급실 앞에 이르자 보안요원으로 보이는 검정색 조끼를 입은 사내가 앞을 막아섰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조금전 119에 실려 온 환자 안에 있죠? 권총수씨, 구기동에서 말입니다.”

“형 들어와!”

유리문으로 닫혀 있는데 안으로부터 권총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보안요원은 슬며시 옆으로 비켜 주었고 일행이 문을 열고 응급실 안으로 사라졌다.

보안요원은 안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고개를 갸웃했다.

환자가 출입문 두 개 너머에서 나누는 얘기를 듣는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이 이쪽에서 큰 소리로 말을 나눈 것도 아니었다.

보안요원은 계속 고개를 갸웃 거렸다.

권총수는 응급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타박상을 입은 머리에 소독약만 뿌렸을 뿐 외상 환자들이 가장 즐겨 붙이는 밴드도 보이지 않았다.

권총수의 말로는 자신은 괜찮다고 소독만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허벅지와 다리 어깨 부위에 약간의 멍이 들어 4주 진단서를 받았다고 했다.

채명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권총수가 많이 다쳐 누워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오민철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 특히 경리과장 강순태는 이마를 잔뜩 찡그렸다.

하늘을 날아가고 주먹 한 방에 벽돌로 쌓은 담장을 넘어뜨리는 권총수가 맞았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새처럼 날아갈 줄 알기 때문에 안 되겠다 싶으면 지붕으로 올라가 버린다던가 아니면 집밖으로 도망치면 끝날 일이다.

“강과장!”

채명천이 웃었다.

“나중 다 알게 될거야. 너무 무리해서 알려고 하지마.”

“예?”

무슨 말이냐는 듯 바라본다.

“한 가지만 가르쳐 주지. 자네가 판사라고 하지. 중형을 때리는데 피해자가 많이 다친 것이 좋겠나 아니면 멀쩡한 상태가 좋을까?”

“인지상정이라고 당연히 피해자가 많이 다쳐야 판사도 열 받아 확실하게 형량을 때리죠.”

“형량을 제대로 때려 달라고 맞지 않아도 되는 매를 맞았다고 생각하면 돼. 이제 이해가 가나?”

완전히는 아니지만 뭔가 잡힌다.

직원 몇 명이 더 몰려 왔다.

그러자 권총수가 오민철을 보았는데 이마를 찡그렸다.

뭐라고 했기에 일반 직원들까지 이 밤에 달려오게 만드냐는 뜻이었다.

오민철인 씨익 웃었다.

가타부타 사전 설명이란 없고 오민철은 과장급 이상들로만 이뤄진 단톡방에 대표님이 응급실에 실려 갔다고 올렸다.

이 한밤중에 그런 문자를 받으면 달려오지 않을 간부들이 없다.

“대표님!”

허겁지겁 계속 밀려드는 직원들을 보며 권총수는 급기야 고개를 돌려 버렸다.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그때 당직의사가 다가와 말했다.

“모두 돌아가세요. 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귀가들 해요.”

권총수의 말에 오민철까지 귀가를 종용하자 머뭇거리던 직원들은 하나둘 응급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안정이 필요한데 입원하시죠?”

“당연하죠.”

오민철이 의사를 보며 분명하게 대답했다.

“특실로 지금 당장 수속 밟아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입원 서류 작성해줄 테니까 원무과에 제출하십시오.”

의사가 돌아 나갔다.

강순태까지 떠나고 채명천과 오민철만 남았다.

“어떻게 된 거야?”

오민철이 물었다.

권총수는 피식 웃더니 나직하게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얘기를 듣고 난 두 사람이 소리치듯 말했다.

“제대로 걸렸네.”

이제 현미정은 빼도 박지도 못한다.

다른 건 몰라도 살인교사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다.

특실로 입원을 하고 오민철과 채명천이 떠났다.

두 사람이 떠나자마자 권총수는 오민철이 가져온 추리닝을 걸치고 뒤쪽 창문을 열었다.

아찔한 높이다.

창틀 위로 올라선 권총수는 문을 닫고 몸을 날렸다.

스으으!

캄캄한 밤 10층 높이의 병원 건물에서 가랑잎처럼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복도를 이용한 외출을 하게 되면 곳곳에 설치된 CCTV를 피할 수가 없다.

땅에 내려선 권총수는 택시에 올랐다.

정북동을 가자는 말에 택시기사가 멈칫했는데 가기 싫은 모양이었다.

산동네이고 부자들만 모여 사는 곳이기 때문에 자정이 되어가는 이 시간에 올라가면 빈차로 내려온다.

권총수는 미리 미터기를 누르기 전에 5만원권 한 장을 내밀었다.

“잔돈은 필요 없소.”

굳었던 택시기사가 하훼탈처럼 웃는다.

권총수는 어두운 창밖을 바라보며 다친 머리 부위를 조심스럽게 만져 보았다.

아프지는 않다.

택시가 멈추고 권총수는 내렸다.

사라진 택시를 잠시 바라보고 있던 권총수는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사방이 말 그대로 저택들이다.

담벼락이 높아 겨우 지붕만 살짝 보이는 이곳이야 말로 한국판 비버리힐스다.

서울시 무슨 동이 어쩌니저쩌니 해도 결코 이곳을 따라가지는 못한다.

여긴 졸부보다는 오래전부터 토박이처럼 부를 축적하고 살아온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

어느 택시기사가 하남동 펑창동이며 강남을 대표하는 석초동 앙재동 모두 손님을 태워 봤지만 이곳 정북동 손님들이 가장 매너가 있다는 말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담배를 물고서 도로가를 따라 천천히 현미정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공원을 향해 걸어갔다.

쫓기는 사냥감들은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다.

두 사람은 향후 대책을 숙의할 것이다.

권총수는 확신했다.

급하다.

그들에게 내일까지 미룰 시간적 여유가 없다.

툭!

권총수는 담배꽁초를 버리고 스으으 몸을 날렸다.

담배 한 개비 피울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목적지 도착 전에 내렸다.

채 20초도 걸리지 않아 불영보는 권총수를 길가 작은 공원으로 데려다 주었다.

공원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권총수는 손목의 시계를 보며 5분여 기다렸다.

하지만 그냥 기다리지 않고 내공을 끌어 올려 천리지청술을 전개했다.

멀지 않은 곳에 현미정의 집이 있기 때문에 그쪽의 동태를 살피려는 것이다.

그렇게 10분 지났을 때 권총수의 눈이 빛나며 불영보를 펼쳤다.

현미정의 집 대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사람이 드나드는 작은 문이 아닌 차량이 드나들 때 열리는 큰 대문 소리다.

스으으!

채 오초도 되지 않아 현미정의 저택 앞에 도착했다.

차량 한 대가 방향지시등을 켜고 멈춰있다.

그그그!

굳게 닫힌 대문이 열리고 있다.

이윽고 대문이 완전히 열리자 기다리고 있던 벤츠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천오필의 차였다.

천오필을 집으로 불러들이는 걸 보면 급하긴 급한 모양이었다.

권총수의 모습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CCTV를 피하기 위해 잠영술을 펼쳐 들어간 것이다.

“들어 오십시오!”

현관문이 열리고 정장을 한 마흔 초반 가량의 사내가 나타났다.

현미정이 운영하는 백상미술관 큐레이터로 있는 양조택이었다.

차에서 내린 천오필은 마당을 가로질러 현관 안으로 들어갔다.

실내는 환하게 불이 켜져 있었지만 전부 커튼을 쳐서 빛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 놓았다.

“앉아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은 현미정이 말했다.

천오필은 정중하게 허리를 구부려 인사하고 소파에 앉았다.

“자세히 얘기 해보세요. 경찰이 들이닥쳐 판이 깨졌다는 게 무슨 말이죠?”

천오필은 부하들로부터 전달받은 소식을 그대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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