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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19화 (519/651)

제519화: 병력증원(2)

한마디로 기본은 닦여 있으니 일반 보병출신들도 뽑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뉴저지주 훈련소에서 8주의 지옥훈련까지 거치면 자동적으로 특수부대 전역자에 가까워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권총수의 생각은 다르다.

두 달 동안의 훈련이 아무리 혹독하고 실전적이라고 해도 몇 년동안 특수부대에서 살아온 사람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많은 인원이 투입되면 회사 매출이 오르는 건 맞다. 하지만 대신 희생자가 자주 발생하게 되면 회사 브랜드에 악영향을 미친다.

돈도 벌고 목숨도 보존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아무리 몸값이 높다고 해도 사망률이 높으면 지원자는 줄어들고 회사가치는 하락한다.

삐익!

인터폰이 울리더니 남자직원의 음성이 들렸다.

“대표님 잠깐 와보셔야 겠는데요.”

“그러지!”

권총수는 곧바로 사무실을 나섰다.

블랙잭은 6층에서 9층을 사용한다.

지금 6층에서는 한참 면접이 이뤄지고 있었다.

본인이 작성한 이력서를 토대로 여러 가지 질문이 이어지고 외형적인 건강상태를 본다. 그리고 지정병원으로 보내져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 합격이 되면 각자 뉴저지주 훈련소로 떠난다.

사무실로 들어서자 면접관으로 앉아 있는 관리부 소속 오성치가 컴퓨터 화면을 권총수가 쉽게 볼 수 있도록 돌려주었다.

화면 속에는 한 사내에 대한 자세한 신상이 기록되어 있었다.

팟!

그런데 어느 한 곳에서 권총수의 눈이 커졌다.

‘폭행치사’

아무리 봐도 살인이었다.

“누굴 죽인거지?”

“사망자는 김권수라는 사람인데.”

오성치는 당사자인 전만석에게 들은 애기를 말해 주었다.

전만석의 아버지는 그가 대학 일 학년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경제적 기반이 약한 모든 가정이 그러하듯 아버지의 죽음은 어머니의 지독한 고생으로 나타났다.

전만석 역시 조금이라도 어머니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곧바로 UDT 부사관으로 자원입대 했다.

물론 이 또한 어머니의 경제적 버거움을 같이 나누기 위한 선택이었다.

엄격한 신체검사도 쉽게 통과했고 무사히 훈련까지 마친 전만석은 자대 배치를 받고 10개월 만에 청해부대로 해외 파견을 나갔다.

그렇게 꾸준하게 이어지던 군생활은 두 번째 파병을 마치고 돌아온 이틀째 암초를 만난다.

휴가를 얻어 어머니를 찾아간 전만석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어머니가 누워 있었는데 얼굴이 시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누군가에게 심한 구타를 당한 흔적임을 알고 추궁하자 어머니가 꺼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어머니는 식당일을 나간다.

그런데 같은 식당에 근무하는 지배인이 싫다는데도 끈질기게 쫓아다니고 심지어 한 밤중에 대문 벨을 누르며 집까지 찾아온다는 것이다.

그 날도 쉬는 날이었는데 지배인이 집으로 찾아왔다.

지배인은 어제 퇴근 시간에 문자로 오늘 북한산을 가자는 일방적인 제안을 한 상태였다.

당연히 어머니는 싫다고 거절했는데 시간에 맞춰 나오지 않자 집으로 찾아와 실랑이가 벌어졌고 급기야 주먹을 휘두른 것이다.

그런데 폭력을 휘두른 것이 이번만이 아니었다.

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걸핏하면 협박하고 때렸다.

경찰에 신고를 했으나 데이트 폭력 운운하며 별 효과가 없었다.

얘기를 듣고 있던 권총수의 눈이 좁아졌다.

“곧바로 식당을 찾아가 지배인을 한 대 쳤는데 그만 넘어지면서 머리를 탁자 모서리에 받히면서 사망했다는 겁니다.”

“통과 시켜.”

“네에?”

오성치의 눈이 빛났다.

원칙적으로 전과가 있는 사람은 서류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물론 범죄에 대한 사연이 부득이한 경우라고 판단되면 예외를 두긴 하지만 이건 사람을 죽인 것이다.

“대표님!”

“그런 친구를 쓰지 않으면 누굴 쓰란 말인가.”

“알겠습니다.”

오성치는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면접에 합격한 사람의 숫자는 백열다섯 명이었다.

그들 모두 비행기를 타겠지만 뉴저지주 훈련을 마치고 블랙잭 용병으로 정식 계약을 하게 될 사람은 결코 70퍼센트를 넘지 않을 것이다.

갈수록 지원자가 줄어든다.

아프카니스탄이 탈레반에게 장악되었다고 하여 세계 용병시장이 위축된다거나 줄어들지는 않는다.

용병시장은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은 아프리카와 중동과 남미다.

그런데 근래들어 유럽시장이 두 배씩 성장하고 있었다.

거액의 몸 값을 받는 프로스포츠 스타들이나 구단주, 또는 대기업의 총수들이 많은 테러에 노출되면서 그들은 최고의 경호원을 찾고 원한다.

돈은 부르는 게 값이다.

현재 블랙잭의 시장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며칠 전 채명천 이사를 포함한 세 명의 직원이 런던으로 출장을 떠났는데 보안시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이다.

거기다 올해 연말에 있는 제5회 국제 보안기업 전시회에 블랙잭이 초대를 받았다.

자신들만이 갖고 있는 경호철학과 방법, 사용하는 무기를 선보이고 직접 시범까지 보이면서 회사를 알리는 것이다.

“자 마시자고!”

오민철이 잔을 들어 올렸다.

저녁 겸 소주 한 잔 하는 것이었다.

“많이 불편하냐?”

오민철이 뭔가를 아는 듯 말했다.

“이해가 안돼!”

권총수는 자신의 빈 잔에 소주를 채우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과연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위기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온 몸이 주위에 죽음의 그림자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아우성을 친다.

문제는 그런 모든 걸 알고 있는 권총수의 마음이 무척 무겁다는 것이다.

권총수 입장에서는 그들 손에 자신이 사냥 당할 일은 죽어도 없다.

쓸데없는 희생자만 발생할 뿐이다.

한마디로 시체만 양산하게 된다.

권총수는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대략 20여명의 손님들이 앉아 술을 마시며 떠들고 있는데 모두가 평범한 사람들이다.

“형 딱 한 잔만 더 하고 오늘은 여기서 끝내자.”

“왜?”

오민철은 물으면서 주위를 살폈다.

권총수의 눈이 서서히 차가워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으로 오고 있어.”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일을 벌인단 말이야?”

일반적인 테러나 암살은 대중의 시선이나 감시를 피해 이뤄진다.

“목격자들을 만들려는 거야. 아무리 정당 방위라고 해도 내가 사람을 죽이게 되면 처벌을 피할 수가 없지. 더구나 저들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

오민철의 표정이 굳어졌다.

검찰과 경찰, 사법부까지 천왕그룹 장학생들이 적지 않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절대 싸워서 안 되는 이유다.

“화장실 좀 다녀올게. 형은 그냥 일어나 계산하고 가면 돼.”

권총수는 화장실이라고 쓰인 안쪽 복도를 향해 걸어갔다.

사내들이 들어섰다.

하나같이 정장을 갖춘 떡 벌어진 체격을 갖춘 이들인데 갑자기 십여 명이 들어오자 속 모르는 주인의 입이 커졌다.

“어서 오십시오. 몇 분이십니까?”

가장 앞선 사내에게 물었으나 대답대신 자리에서 막 일어나고 있는 오민철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권총수가 보이지 않는다.

그때 먼저 손님으로 들어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두 사내가 일행에게 다가왔다.

“화장실 갔습니다.”

낮은 소리로 말했다.

“화장실!”

우두머리 사내 고중천의 입가에 미소가 돈다.

그야말로 독안에 든 쥐다.

“가자!”

사내들 손에서 회칼이 나왔다.

순간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소스라쳤고 일부는 비명까지 질렀다.

와당탕!

화장실로 뛰어든 사내들 눈이 커졌다.

아무도 없다.

식당 화장실이 결코 고속도로 휴게실 화장실과 같을리 없다.

화장실이라고 해봤자 대소변을 볼 수 있는 변기가 한 개씩이니 넓지도 않았다.

아무리 문을 열고 들여다 봐도 누군가 조금 전까지 사용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다른 사내들이 옆에 있는 여자 화장실까지 훑었지만 권총수의 모습은 없었다.

“화장실 들어간 것 맞아?”

“그럼요. 제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그런데 왜 없어. 야 일단 나가.”

사내들은 우르르 식당을 빠져 나갔다.

사내들은 골목을 나와 대로에 모였다.

도망을 친 것이 분명했다.

혹시 근처에 있는가 싶어 두리번 거렸지만 권총수는 보이지 않았다.

“놈의 집으로 간다.”

사내들은 다시 우르르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안쪽으로 주차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3대의 승용차가 있었고 12명 모두가 올라탔다.

부우웅!

차는 시끄럽게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골목을 나가 대로에 접어든 차는 속력을 높였다.

도로의 차는 막히지 않았다.

“어!”

맨 뒤에 가던 차 안에서 누군가 깜짝 놀란다.

차안에는 모두 네 명이 타고 있었다.

핸들을 잡은 사내와 조수석 사내, 그리고 뒷좌석의 두 명이었다.

그런에 뒷좌석 오른쪽에 앉은 사내가 왼쪽 사내를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누구세요? 차 잘못 탄 것 아닙니까?”

사내의 말에 운전하는 사내와 조수석 사내가 돌아보았다.

“뭐야?”

그들 역시도 왼쪽에 앉은 사내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얼굴들이었다.

“아저씨!”

오른쪽에 앉은 사내가 이마를 찡그렸다.

당연히 같은 식구들인 줄 알았다.

그때 왼쪽 사내가 씨익 웃었다.

“어어! 왜 이래.”

갑자기 오른쪽 사내가 비명을 터뜨렸다.

온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내...내가!”

그때 조수석 사내까지 소스라친다.

온전한 사내는 운전자뿐이었다.

“왜들 그러는데?”

“몸이 말을 안 들어.”

“뭐라고?”

“목이 안돌아가, 팔도 움직이지 않고.”

당황한 목소리에 뒷좌석 사내 역시 호응했다.

“나도 그래.”

룸미러로 뒤를 보며 운전하던 사내가 자신의 목을 돌려 보았는데 잘 돌아간다.

핸들을 잡지 않은 오른손까지 움직여 보이며 자신은 이상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자네 이름이 뭐지?”

권총수가 핸들을 잡은 사내에게 물었다.

사내는 대답을 하지 않고 룸미러를 통해 바라보았는데 여전히 차안의 상황이 해석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당신 누구야? 어떻게 우리 차를 탄거야?”

“날 죽이러 왔다고?”

“권총수!”

세 사내가 모두 동시에 소리쳤다.

특히 운전하는 사내의 눈이 커졌는데 아무리 봐도 자신들이 기억하고 외웠던 권총수 얼굴이 아니다.

“자네가 전화를 하는 것이 좋겠군. 선두차 고중천에게 이렇게 전달하도록. 오늘은 그냥 용서하고 넘어가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귀찮게 할 땐 돌이킬 수 없다고, 난 자네들이 인천 최대폭력조직 마도로스 파라는 것까지 알고 있지. 내 말뜻 알아듣겠나?”

운전하는 사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 말 이해가 가? 현미정과 손을 떼라는 얘기지. 내 말 흘려 들으면 무조건 죽는 거야.”

스르르!

갑자기 창문 유리가 내려가더니 휘익하며 문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허흑!”

운전하던 사내는 너무 놀라며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순간 뒤따라 오던 생수 배달 트럭이 사정없이 들이 박았다.

콰아앙!

굉음이 울리며 승용차는 오른쪽 옆 차선으로 튕겨 나갔고 연이어 달려오는 시내버스와 부딪쳤다.

콰아앙!

승용차는 또다시 튕겨나가면서 멈췄는데 보닛에서 연기가 피어 올랐다.

다른 차량에서 내린 운전자들이 사고차량으로 몰려들었다.

한 남자가 차문을 열었지만 우그러져 꼼짝하지 않는다.

세 사람은 모두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의식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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