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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501화 (501/651)

제501화: 누구나 살다보면 죽는다(2)

오늘 저녁은 아내와 외식을 약속하고 태우러 가는 길이다.

스윽!

통화를 하다 오른쪽 백미러를 보았는데 오토바이 한 대가 좁은 틈을 비집고 다가왔다.

오토바이는 자신과 나란히 섰다.

오토바이는 자신을 한번 쳐다봤는데 썬팅이 되지 않는 바이저였기 때문에 얼굴이 보였다.

하지만 헬멧의 두상을 덮고 있기 때문에 정확인 인상을 파악한다는 건 어렵지만 분명한건 상대가 자신을 향해 웃었다는 것이었다.

“그만 끊어요!”

전화를 끊은 능울력은 외교관 넘버를 보고 웃어주는 것이라 여기고 자신도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스윽!

오토바이 운전자가 잘가라는 듯 손을 들어 보이더니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신호가 바뀐 것이다.

늦었다 싶어 강하게 가속 폐달을 밟았고 차는 굉음을 내며 튀어나갔다.

조금전 자신을 향해 웃음을 지었던 사내의 오토바이는 순식간에 멀어지더니 안국동이 있는 방향으로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능울력도 율곡로쪽으로 우회전을 하기 위해 차선을 바꿨다.

차량이 밀리지 않아 차선 변경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백미러를 보던 능울력의 눈이 빛난다.

멈칫!

오른쪽 백미러를 보는데 차량 측면으로 뭔가 붙은 것 같았다.

능울력은 고개를 좀 더 길게 오른쪽으로 빼서 봤는데 트렁크와 뒷문 사이에 주먹 만 한 검정색 덩어리 하나가 붙어 있었다.

‘저게 뭐지?’

오른쪽으로 차선을 바꾸면서 계속 살폈다.

조그만 핸드폰 크기의 검정색 물체가 차에 달라 붙어 있었다.

일단 우회전을 한 뒤 안전한 곳에 차를 세우고 어떤 물건인지 확인하겠다는 생각을 하며 율곡로쪽으로 우회전을 했다.

차를 오른쪽으로 세우기 위해 비상 라이트를 켜고 고개를 돌렸는데 100여 미터 정도 떨어진 전방에 앞서갔던 오토바이가 서있었다.

사내는 오토바이를 인도 가까이 붙이고 오른발을 보도블럭에 올리고 있었다.

그때 오토바이 운전자가 다시 왼손을 들었는데 손에 뭔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반짝!

짧은 빛이 피어나는가 싶더니 엄청난 굉음이 울렸다.

콰아앙!

능울력이 타고 있던 승용차가 허공으로 십여 미터 이상 솟구쳐 오르며 불길에 휩싸였다.

길가 화단으로 떨어진 승용차는 화염에 파묻혔고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멈춰섰다.

어느 한 운전자가 차량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차로 달려갔지만 또 한 번의 폭발이 이어지면서 차는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어디선가 119가 출동하는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경찰 순찰차들이 몰려오면서 인근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렸다.

“세상에!”

누군가 놀라 소리쳤는데 타오르는 한 사람이 불타는 차안에 있었다.

폭발에 숨이 끊어진 듯 꼼짝하지 않은 채 불타고 있었는데 지켜보던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오토바이 운전자는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오늘이 아내 생일이라고’

헬멧을 썼지만 내공을 끌어 올려 충분히 아내와 능울력의 통화내용을 엿들을 수 있었다.

부우웅!

오토바이는 안국동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 사라졌다.

달리는 승용차 뒷 문에 자석식 폭발물을 붙였다.

그리고 충분한 거리를 확보한 뒤 원격 장치로 터뜨린 것이다.

모사드 요원들이 이란 핵 물리학자들을 암살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암살법이다.

오민철의 결혼식장에 친척으로 참석하여 신혼여행지를 알아낸 중국대사관 직원 능울력은 그렇게 숯덩이가 되어 사라졌다.

쭈욱!

권총수는 어군에서 소주잔을 넘기고 있었다.

맞은편에 오민철과 채명천이 앉아 있다.

대서양에서 온 냉동 참치로 만든 스시지만 주방장의 솜씨가 뛰어난 때문인지 맛이 좋다면서 채명천과 오민철은 술잔을 넘기는데 경쟁이 붙은 듯 했다.

“가만 뉴스 시간인데 텔레비전 좀 틀어봐.”

채명천이 말했다.

오민철이 구석 탁자 위에 있는 리모컨을 누르자 벽걸이 텔레비전이 켜졌다.

8시 뉴스가 한참이다.

예상대로 화면은 폭발한 승용차와 119가 달려와 소화기로 불을 끄는 장면이었다.

이어 모자이크 처리가 되면서 차안에 있는 시신을 옮기고 있었다.

앵커는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며 사망자의 신원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또한 모사드 요원들이 사용하던 암살 수법을 흉내 낸 놀라운 테러라면서 경찰은 전국에 갑호비상령을 내렸으며 국정원에서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오민철이 여기저기 채널을 돌렸는데 모든 방송이 광화문 사고를 보도하고 있었다.

“어쨌든 죽은 건 분명하군.”

오민철이 리모컨을 껐다.

“누구든 건들면 죽는거야. 자 한잔 하자고.”

세 사람은 소주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각자 잔을 비울 때 누군가 문을 노크했다.

술잔을 비운 세 사람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군의 사장 마석춘이 나타났다.

“사장님 아닙니까? 들어오십시오.”

“들어가도 될지?”

그러면서 오민철과 채명천의 눈치를 본다.

이윽고 슬그머니 들어와 권총수 옆에 앉았는데 오민철이 일어났다.

“오 이사 어디가?”

“담배 한 대 피워야겠습니다.”

“나도 같이 가. 그럼!”

재빨리 채명천이 따라나서면서 순식간에 두 사람이 자리를 비웠다.

두 사람이 편히 얘길 나눌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예측대로 부산 분위기가 심상치 않는 모양입니다. 성파 후배가 조금전 전화를 걸었는데.”

마석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마석춘은 사흘 전 권총수의 전화를 받았다.

국내에서 러시아 마피아와 가장 손이 닿는 조직은 아느냐고 물었다.

마석춘은 부산의 터줏대감인 오성파가 러시아마피아 ‘솔른쳅스카 브라트바’와 형제애를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권총수는 부산에 러시아 보따리상들이 많다고 들었다면서 혹시 믿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마피아 관계자가 입국하는지 알아 봐달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 솔른쳅스카 브라트바 조직원들이 들어왔다는 아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는 것이다.

평소처럼 여행이나 친목차원의 방문이 아닌 무척 진중하고 조직내에서도 간부 몇을 제외하고는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과 엮인 일 있습니까?”

짐작이 전혀 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궁금했다.

왜냐고 묻지 않고 알아봐 달라는 권총수의 부탁을 이행 했을 뿐이었다.

“이런 말 하면 마사장님은 이해를 못할 것입니다.”

“이해합니다.”

“네?”

“강호 얘기 하려는 것 아닙니까? 저도 나름대로 많은 공부를 해서 어느 정도의 대화는 될 것입니다.”

듣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다.

권총수는 빙그레 웃었다.

“내공이 육식귀원을 넘어 반노환동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반노 환동이면 흰머리가 빠지고 검은 머리가 난다는?”

“한마디로 모든 것이 바뀐다는 의미죠. 금강불괴라고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온 몸이 금강석처럼 단단해 진다는 뜻인데 사실 반노환동이 금강불괴로 진입하는 첫 단계죠.”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마석춘의 시선이 권총수의 술잔이 쥔 손에 멎는다.

그걸 보며 권총수는 웃는다.

“피부나 뼈 모두 일반인과 같습니다. 단지 근 골격계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충격에 버티는 힘이 강하죠.”

권총수는 잔을 비웠다.

“며칠 전부터 이유 없이 불편하더군요. 그래서 밤에 별자리를 보았습니다. 내 별자리인 운산성(雲山星)을 향해 희끄무레한 구름 같은 그림자가 다가오더군요. 누군가 날 노리고 조금씩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석춘은 입을 벌렸다.

하늘의 별자리와 땅의 인간과는 굉장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쯤 되면 천기를 읽고 자신의 생사화복을 간파하는 것이다.

“허면 그 기운이 북쪽에서 온 모양이군요?”

권총수는 빙긋 웃었다.

러시아면 북쪽이 맞다.

마석춘은 핸드폰을 꺼내더니 권총수에게 사진 두 장을 보냈다.

“보시죠!”

권총수는 옆에 놓인 핸드폰을 열었다.

두 명의 백인이다.

“목에 흰색 목도리를 한 친구가 지르코프란 녀석이고, 두 번째 금테안경을 낀 녀석은 조르닌이라고 합니다. 서울행 KTX를 탄 것 까지 확인이 되었다는 후배의 귀띔입니다.”

권총수는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았다.

보면 그냥 안다.

사진인데도 비린내가 흘러나온다.

사람을 밥 먹듯 죽이고 피를 묻힌 자에게서만 풍기는 시큼한 비린내가 난다.

드르륵!

그때 담배 피우러 나간 오민철과 채명천이 들어왔다.

두 사람의 눈치를 보았는데 마석춘이 빙긋 웃는다.

“왜요?”

채명천이 이마를 찡그렸다.

“아닙니다. 두 분께서 나가지 않으셔도 되는데.”

“별일 아닌 것인데 그럼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문을 두드렸단 말입니까?”

채명천이 이마를 찌푸렸다.

“내 표정이 그토록 굳어 있었단 말입니까?”

“우리 회사 부도난 그런 표정이었어요. 에잇. 장사꾼 아니랄까봐 연기 하나는 죽여주는구만.”

“뭔데?”

오민철이 고개를 내 밀고 보려하자 권총수가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한참을 보던 오민철이 물었다.

“이들은 또 누구야? 양키 같지는 않는데?”

권총수가 술을 마신다.

그러자 마석춘이 대답을 했다.

“솔른쳅스카 브라트바입니다. 러시아 마피아.”

러시아 마피아라는 말에 오민철이 깜짝 놀란다.

“설마 또?”

누군가 권총수를 죽여달라고 청부 한 것이냐는 질문이었다.

“아직 백 프로 분명하지는 않지만.”

마석춘이 말 끝을 흐리며 권총수를 바라보았다.

나머지는 권총수더러 하라는 뜻이다.

권총수는 입안에 참치 회 한 점을 넣고 우물거리며 씹었다.

“곧 날 찾아 올 놈들이야.”

이어 권총수는 또 한 번 요 근래 천기가 자신에게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어떤 위험이 닥칠 것을 알았다고 했다.

“확실해?”

채명천이 눈을 빛냈다.

“거의 맞을 듯 싶습니다.”

마석춘이 대신 대답했다.

“마사장님은 어떻게 그토록 잘 아십니까?”

“부산 후배들이 도와줘서.”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채명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러시아 마피아 얘기로 술좌석은 무거워졌다.

“사주한 놈이 누구야?”

오민철이 버럭 소릴 질렀다.

누구에게 묻는 다기 보다는 짜증이 난 것이다.

아무리 공격해도 권총수는 죽일 수 없다는 걸 모르고 있다는 것이 답답할 뿐이다.

이번 파리의 사건만 보더라도 권총수가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보여주었다.

“그건 그거고 마셔요.”

권총수가 오민철과 채명천을 향해 소주잔을 들었다.

“권대표 이런 얘길 들었는데 술이 넘어가냐?”

권총수는 히죽 웃었다.

“난 잘 넘어 가는데!”

“이걸 그냥.”

오민철이 인상을 쓰면서 분위기는 다시 훈훈해졌다.

객실 창문으로 많은 불빛이 흘러나왔다.

관광 성수기도 아닌데 투숙객이 많은 모양이다.

1001호 객실도 훤히 불이 켜져 있었으며 마흔 초반 가량의 러시아 사내가 샤워를 끝내고 걸어 나온다.

알몸으로 나와 거울 앞에 섰는데 등에 거대한 불곰 문신이 있었다.

사내는 깨끗하게 수건으로 몸을 다시 한 번 닦더니 옷을 갈아입었다.

이어 자신이 부산에서 가지고 온 가방을 꺼내 열었다.

탁!

스위치를 눌러 열린 가방 안에는 기관단총 MP5가 있었다.

러시아에서부터 가지고 나온 소총이다.

딩동!

누군가 벨을 울리자 재빨리 가방을 닫고 인터폰을 통해 방문자를 살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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