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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72화 (472/651)

제472화: 설표의 눈물(2)

숨어 있는 바위 오른쪽으로 10여 미터 떨어진 곳에 통신병 시신이 보인다.

중대 무전기라면 본대가 있는 20킬로 밖 학교까지 충분히 지금의 상황을 전달 할 수 있다.

물론 잉여병력이 없기 때문에 당장 어떤 도움을 받을 수는 없으나 유선을 이용해 바그다드 대대본부에 어떡하든 연락을 해야한다.

유일한 통신수단이다.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무전기가 생명 줄이다.

휘익!

번개처럼 몸을 날렸다.

드르륵!

몇 발의 총알이 쏟아졌지만 다행히 피했고 재빨리 무전기 송수화기를 들었다.

“흑룡중대, 흑룡중대 응답하라.”

학교에 통신병이 있다.

“여긴 본부 흑룡중대 무슨 일인가?”

“위기다. 위기다. 적의 함정에 걸렸다. 신속히 천궁에 도움을 요청하기 바란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했다. 천천히 말하라.”

“함정에 빠졌다. 많은 병력이 희생되고 있다. 천궁에 이 사실을 즉각 알려 달라. 이상.”

“알았다 오버!”

천궁은 바그다드에 있는 대대본부의 암호명이었다.

“생존자 보고! 생존자 보고.”

바로 그때 누군가 중대장 무전으로 병사들의 안부를 묻는다.

“누군가. 난 4소대장 염우 소위다.”

“2소대 곽갑철 중사입니다. 중대장님 무전기를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죽은 중대장 무전기를 자신이 확보 했다는 것이다.

“난 살았음!”

“허벅지에 총을 맞았으나 아직 교전 가능.”

여기저기서 생존자들의 무전이 흘러왔다.

염우 소위의 안색이 변했다.

목소리가 대부분 부상자들로 보인다.

추측컨대 부상자를 포함한 생존자는 채 열 명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천중사 퇴각 명령을 내려라.”

소대장 소유의 무전기는 소대원들만 소통한다.

4소대장인 염우 소위는 4소대원들만 무전을 주고받을 수 있다.

중대장 무전기는 소대장을 통한 보고만 올라온다.

중대장이 소대장에게 지시를 내리면 소대장은 곧바로 소대 무전기를 이용해 중대장 지시를 전달하는 것이다.

“4소대 염우 소대장님의 지시다. 퇴각한다. 반복한다. 퇴각한다.”

염우 소위의 퇴각 명령이 떨어졌다.

“저격수가 있으니 조심할 것.”

여기저기 엄폐물 뒤에 숨어 있던 병사들이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퍽!

퍼퍽!

염우는 유난히 크게 들리는 둔탁한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두 명의 병사의 머리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작렬하는 태양열 속으로 튕겨 나가는 핏방울이 붉은 진주처럼 반짝거린다.

쿵!

염우는 재빨리 엎드렸다.

염우뿐만이 아닌 병사들 또한 퇴각하지 못하고 일제히 몸을 숨겼다.

저격수는 가장 큰 무서움이다.

저격수가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는 전의를 상실한다.

이곳 흑룡중대에도 저격수는 있지만 사망하고 말았는데 처음부터 이런 무자비한 기습이 일어나리란 생각은 못했다.

방심했다.

즉 당당하게 저격 총을 매고 있었는데 적이 보고서 가만 놔둘 리 없었다.

한 가지 더 기억할 건 처음 중대장을 제거했고 두 번째로 통신병, 그리고 세 번째로 저격수를 잡았다는 건 상대 저격수의 전장 경험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저격수의 표적에는 순서가 있다.

가장 먼저 적의 지휘관이다.

두 번째는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도록 통신병을 없애고, 그 다음에는 가장 위협이 되는 화력을 궤멸시킨다.

“으흠!”

언제까지 엎드려 있을 수는 없다.

소대장 염우는 다시 조심스럽게 빠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더 이상 사격은 없었다.

트럭들이 세워져 있는 공터에 도착한 염우는 깜짝 놀랐다.

한 사내가 지프에 거치된 QJG-02 중 기관총을 잡고 있었는데 총구가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서툰짓 하면 갈기갈기 찢어 버릴 기세다.

그리고 자신의 명령을 듣고 퇴각하던 부하들 시신들이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주위를 둘러본다.

어디에도 살아서 자신처럼 두 다리로 서 있는 부하들은 보이지 않는다.

“난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이오. 유엔의 이름으로 평화를 수호하는 우릴 공격하면 그건 193개국의 공동의 적이 된다는 걸 아시오.”

유엔에 가입한 나라가 193개국이다.

사내는 가벼운 웃음을 웃더니 빠파앙 하는 소리를 내며 한 발을 쐈다.

퍼억!

QJG-02 한 발이 날아와 염우의 왼팔을 날려 버린다.

“윽!”

염우는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왼팔을 바라보았다.

아프다.

엄청나게 아프다.

하지만 그 아픔보다 더 놀라운 건 단 한 발로 자신의 왼팔만 잘라 버린 사내의 사격솜씨였다.

기관총은 제식 소총과 달리 정확성에서 떨어진다.

화력이라는 표현을 할 만큼 지원 화기인 것이다.

정확성 보다는 파괴력에 초점을 맞추는데 사내와 자신과의 거리는 50미터 정도 되었다.

그런데 소총으로 조준 사격하듯 완전하게 팔을 날려 버렸다.

특히 가늠자 가늠쇠에 눈을 맞추는 동작이 없었다.

그냥 자신을 쳐다본 채 쐈다.

우연히 맞았을까.

절대 아니다.

훌쩍!

사내는 차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유엔평화유지군,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죠.”

사내는 말을 하면서 다가왔다.

“그런데 말이오.”

사내는 염우 소위가 서 있는 오른쪽으로 커다란 올리브나무가 있었는데 그 아래에 주저앉았다.

윗주머니에서 말보로 레드 한 개비를 피워 물더니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사내가 오른쪽으로 자리를 잡았기에 염우는 45도를 돌아서야 했다.

마치 군에서 지휘관이 가는 방향으로 몸을 트는 부하 같은 행동에 속에서 뜨거운 게 치민다.

그렇다고 얼굴을 서로 돌리고 얘기를 할 수는 없으며 자신은 지금 무척 불리한 처지에 있었다.

“평화유지군 준수사항에 이런 내용이 있을 것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총기사용은 자제해야 하며 만약 발포를 할 경우 곧바로 상부에 연락을 취해 지휘를 받도록 한다?”

“맞소. 분명히 그렇게 적혀 있죠.”

“그런데 절벽위에 살아있는 사람을 목매달아 놓으면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평화유지군 이행 조항에 절벽에 목매달아 죽이라는 것도 있나보죠?”

화악!

염우의 눈이 커졌다.

사실 전혀 짐작을 하지 못했다면 거짓말이다.

어쩌면 블랙잭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확률은 낮다고 보았다.

첫째 동원된 장비였다.

중국 국가안전부(중국판 CIA)의 분석에 의하면 미군 보병의 주력화기중 하나인 GAU-19는 아직 용병 회사에 매매된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용병회사들의 전투가 있었지만 아직 그들의 전장에서 발견된 적이 없다.

블랙잭이 아니라고 확신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GAU-19였던 것이다.

그런데 절벽에 목을 매달았다는 사실을 말한다는 건 지금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내가 블랙잭 인물임을 말하고 있었다.

권총수의 지금 얼굴은 본인의 것이 아니었다.

아직은 샤이란의 얼굴이었다.

자신의 수첩에는 권총수의 복사된 사진이 들어 있다.

보지 않아도 기억 할 만큼 기억해 두었던 탓에 더욱 의심을 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우린 그런 일이 없다. 평화유지군은 절대 그런 잔인한 행동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염우는 단호히 부인했다.

“그래요!”

권총수는 담뱃불을 땅바닥에 비벼 껐다.

자리에서 일어난 권총수는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올리브 나무 가지를 잡으려고 했으나 일 미터 정도 더 높이에 있어 키가 닿지 않았다.

툭!

그런데 칼로 잘리듯 나무가 깔끔하게 베어졌다.

떨어진 가지를 잡고 오른손 날로 스윽 자르자 일 미터 조금 넘는 크기의 몽둥이가 만들어진다.

드르륵!

몽둥이를 질질 끌며 염우를 향해 걸어갔다.

그땐 이미 블랙잭 용병들 모두가 현장에 있었고 일부는 혹시 몰려올지도 모를 지원병력을 대비해 들어오는 길을 지키고 있었다.

샤악!

염우가 탄띠에 매달린 대검을 뽑아 들며 악을 썼다.

“네가 남자라면 당당히 겨뤄보자!”

씨익!

권총수는 미소를 지었다.

간단하게 끝내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될 것 같다.

휘익!

전광석화라는 말 말고는 어떤 표현도 필요 없었다.

뻐억!

왼쪽 어깨를 내리쳤다.

염우는 피하지 못했고 비명을 지르며 주춤 물러섰다.

“남자라면 당당히 겨뤄보자고.”

푸욱!

이번에는 몽둥이가 직선으로 파고들며 복부를 찔렀다.

크흑!

또다시 뒤로 주춤 거리며 물러났고 권총수의 몽둥이질이 무자비하게 가해지기 시작했다.

퍽!

퍼퍼퍽!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패자 급기야 염우는 몸을 돌려 달렸다.

빠아악!

하지만 뒤통수에 다시 몽둥이가 작렬하고 바닥으로 나동그라진다.

쿵!

소리를 내며 엎어진 염우의 등짝을 향해 다시 몽둥이질이 이어졌는데 순식간에 군복이 찢어지며 살갗이 드러나며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짝!

짜아악!

피부가 찢어진다.

등짝이 걸레조각처럼 너덜 거렸다.

“으으으!”

염우는 신음을 흘렸는데 저항을 하지 못했다.

지켜보던 블랙잭 용병들 표정이 굳어있었다.

사람을 죽여는 보았다.

조금 전에도 설표돌격대를 몇 명씩 쓰러뜨렸지만 눈앞에서처럼 사람을 가죽이 벗겨질 만큼 두들겨 보지는 못했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자신들이 저렇게 때렸다면 상대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무슨 일인지 염우는 머리까지 깨지며 마구잡이로 두들겨 맞았으나 죽지 않았다.

사람이 아니라 핏물에 담갔다 꺼내온 고깃덩어리였다.

콱!

권총수는 빈 담뱃갑을 구겨버렸다.

“형 담배 하나 줘.”

오민철이 다가와 담배를 내 밀자 한 개비 뽑아 입에 문다.

오민철이 불까지 붙여 주었고 권총수는 길게 연기를 내 뿜었다.

한참을 말없이 담배만 피우던 권총수가 염우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투투툭!

얼굴 근육이 출렁거리더니 권총수의 본 얼굴이 드러났다.

“탱크나 전투기가 동원 된다면 몰라도 총만 들고서 날 잡겠다는 생각은 무리한 욕심입니다. 염소위님.”

툭!

권총수는 담배를 던져 버리고 일어난다.

“가서 당신 지휘관에게 분명하게 전해주십시오. 여기서 물러서지 않으면 그때는 이라크에 있는 설표돌격대를 몰살시켜 버리겠습니다. 믿겨지지 않으면 한 번 해 보시든가.”

권총수는 정윤수를 향해 말했다.

“트럭이고 지프고 모조리 폭파해.”

“예!”

정윤수가 소리쳤다.

용병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트럭과 지프에 폭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 폭약이 설치되었고 엄청난 폭음이 산을 울렸다.

콰가강!

쾅!

지프가 허공 높이 날아올랐고 트럭 바퀴가 날아가 버렸다.

도요타 낡은 지프 한 대가 먼지를 날리며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오민철이 핸들을 잡았는데 권총수는 조수석에서 맥보란과 통화중이었다.

맥보란의 도움이 컸다.

지프에 거치하는 GAU-19가 없어서 바그다드 인근 미 공군기지에 있는 헬기용을 보내주었다.

GAU-19는 이런 조그만 전장에서는 그 자체가 엄청난 위력이고 상대에게는 공포이다.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에서 보병의 총기중 직사화기로서는 가장 강력한 화기인 것이다.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권총수는 전화를 끊었는데 나시리아에 다시 한 번 오겠다고 하자 그렇게 말한 것이다.

“뭐래?”

오민철이 물었다.

“중국이 가만있지 않을 거라는데.”

“가만있지 않으면 어쩔 건데.”

오민철이 빙긋 웃었다.

“당연히 공격이 오겠지?”

권총수를 흘긋 돌아보았다.

“만약 정말로 공격해 온다면 유학발 중령이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지휘관이 될거야.”

유학발은 바그다드 인근에 있는 중국군 파견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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