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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70화 (470/651)

제470화: 사냥(4)

어깨에 낫과 망치가 그려진 바탕에 노랑색의 브이(V:갈매기 표식으로도 불림)자가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하사 계급이다.

사내는 수풀 속으로 들어가 하의를 내리더니 쭈그리고 앉았다.

푸더덕!

오랫동안 참았던 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배설을 시작했다.

끄응!

사내는 엉덩이에 힘을 주다 멈칫했다.

등 뒤에 누군가 다가왔다는 걸 느꼈다.

고개를 돌리려는데 따끔하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는데 목덜미에 나뭇가지 하나가 박혀 있었다.

나뭇가지는 목젖이 있는 앞까지 관통되었다.

스으윽!

권총수는 사내의 목을 관통한 나뭇가지를 뽑았다.

상처를 본다면 총에 맞아 목이 관통됐다고 여길 것이다.

권총수는 조용히 현장을 떠났다.

휴식이 끝났는데도 동료 섭문천이 돌아오지 않자 장천린은 3소대장 등철휘에게 보고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볼일을 보러 갔는데...”

“데려와!”

등철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장천린은 재빨리 섭문천이 사라진 곳을 향해 달려갔다.

그다지 우거진 숲도 아니었고 나무들도 드문드문하여 수색하거나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사막지대에서 가장 잘 자라는 가시나무 넝쿨을 헤치며 가던 장천린의 눈이 커졌다.

살살이 풀(코스모스과)이 우거진 숲속에 한 사내가 엎어져 있었다.

“헉!”

가까이 다가가 살핀 장천린의 눈이 커졌다.

“주...죽었다!”

턱밑에 차고 있던 헤드셋을 당겨 말했다.

“소대장님 섭 하사가 죽었습니다. 총을 맞은 것으로 보입니다.”

“뭣이!”

소스라치는 놀람성이 터지고 잠시 후 등철휘를 필두로 소대병력 전원이 몰려왔다.

“사주경계!”

등철휘 명령에 모두가 자세를 낮추고 주위를 경계했다.

지독한 배설 냄새에 인상을 찌푸린 등철휘가 섭문천 하사를 끌어 당겼다.

살살이 풀 밖으로 끌어낸 등철휘는 쭈그리고 앉아 상처 부위를 보았다.

“총알이 관통했군.”

“소음기를 달았다고 해도 지척인데 왜 우리가 듣지 못했을까요?”

소음은 환경에 따라 데시벨이 달라진다.

그러나 이런 산악지역에서는 지척에서도 듣지 못할 수가 있고 소음기가 내는 소리인지 아니면 짐승이 내는 소리인지 정확한 구별이 어려울 때도 있다.

왜 죽였을까.

누가 죽였을까

등철휘는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해 추론했다.

누군가 설표돌격대의 훈련 모습을 살피고 촬영하다 볼일을 보러온 섭문천에게 발각되어 공격을 당했거나 아니면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블랙잭 측 행위일지 모른다.

물론 요즘 블랙잭의 움직임을 24시간 살피고 있는바 특별한 행동은 없다.

물론 백퍼센트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전자보다는 블랙잭일 가능성이 적었다.

전자라면 누굴까.

사실 중국에 총을 겨눌 집단은 거의 없다.

반미를 부르짖는 민병대나 시아파 강경 테러조직 헤즈볼라도 자신들에게는 우호적이다.

중국은 미국과 반대편에 서서 항상 자신들을 지지하고 돕는 발언을 유엔에서 쏟아냈다.

이라크 경찰이나 군은 무조건 아니다.

“각 분대 주목.”

“주목!”

무전기를 통해 소대원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우리 주위에 적이 있다. 3인 1개조가 되어 즉시 추적한다. 추적 시작.”

등철휘는 통신병과 함께 높은 바위에 올라섰다.

골이 깊고 봉우리가 높은 험준한 산이 아니긴 하지만 숲과 나무가 최적의 은신처를 제공했다.

타아앙!

바로 그때 총소리가 들렸다.

“어디야?”

등철휘는 곧바로 헤드셋을 당기며 외쳐 물었다.

“북쪽 절벽아래 입니다. 매난설 중사가 당했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어떤 놈이야?”

“얼굴을 전혀 보지 못했습니다.”

“쫓아!”

등철휘가 악을 썼다.

3중대 병력들이 일제히 절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드르륵!

두두두!

갑자기 사방에서 총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는데 등철휘 눈이 번들거린다.

지금 들려오는 총소리는 QTS-11이다.

즉 소대원들이 적을 발견했다는 뜻이었기에 다시 무전기 헤드셋을 당겨 외쳤다.

“몇 명이야? 놓쳐서는 안돼. 기어이 잡아!”

등철휘 역시 QTS-11을 들고 50여 미터 높이의 절벽이 보이는 정상 쪽을 향해 올라갔다.

피다.

핏자국이 떨어져 있었다.

그건 자신들이 쏟아낸 총알에 상대가 맞았다는 걸 증명했다.

핏자국은 끊어졌다가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스스로도 흘린 핏방울이 자신을 옭아매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듯 핏자국은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수시로 바뀌었다.

추적하는 입장에서도 왔다갔다 꾸불꾸불 찍혀 있는 핏자국이 던지는 의미를 모르지는 않았다.

추적자들을 골탕 먹이고 헛갈리게 만들려는 것이었지만 그저 발악일 뿐이었다.

등철휘는 웃었다.

독안에 든 쥐나 마찬가지였다.

무자비하게 뜨거운 이런 날씨에 부상을 입고 도주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순간 시신으로 변해 있는 적을 만날지 모른다.

등철휘가 걱정하는 건 살아 있는 적을 잡고 싶은 것이다.

어떤 놈인지 무슨 이유로 감히 인민해방군에게 총부리를 들이대는지 직접 확인할 것이다.

“소대장님!”

소대 무전이 날아왔다.

헤드셋을 당겨 묻는다.

“뭔가?”

“여깁니다. 절벽 오른쪽 끝으로 오시면 됩니다.”

등철휘는 재빨리 절벽 오른쪽 끝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거리는 대략 100여 미터다.

산길이 가팔라지면서 등철휘는 헐떡거렸다.

현장에 도착하자 소대원들이 일제히 동굴 입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장천린이 동굴로 이어지는 핏자국을 가리켰다.

등철휘는 날카로운 눈으로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핏방울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야 말로 잡았다.

스스로 독안으로 들어간 꼴이다.

갑자기 숨어 있는 적이 나타나 방아쇠를 당길 수 있었기 때문에 등철휘는 아주 낮은 자세로 핏자국을 따라 가다 동굴 입구에서 2미터 정도 떨어져 멈췄다.

등철휘는 바위 뒤에 몸을 숨긴 채 동굴을 향해 소릴 질렀다.

“자수하라. 넌 포위 됐다.”

동굴 안으로부터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10분의 시간을 주겠다. 우린 유엔 평화유지군이다. 두 발로 걸어 나오길 기대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입할 것이다.”

등철휘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10분을 기다리겠다는 행동이다.

“나올까요?”

장천린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

등철휘가 가볍게 웃는다.

“나오지 않으면 들어가야지. 놈이 호랑일 수는 없으나 불입호혈부득호자(不入虎穴不得虎子)라고 했으니.”

도망칠 곳도 없고 완전히 갇혔다는 사실에 등철휘는 여유가 넘쳤다.

등철휘가 헤드셋을 당겼다.

“전투준비!”

잠시 느슨해져 있던 소대원들이 다시 동굴입구를 노려보며 사격자세를 취했다.

“약속한 10분이 지났다. 투항하라.”

“흐흐흐!”

조용하던 동굴로부터 갑자기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깜짝 놀란 소대원 한 명이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륵!

“사격 정지!”

등철휘가 소리쳤다.

방아쇠를 당긴 소대원은 움찔하며 사격을 멈췄다.

“내 명령없이는 절대 쏘지마. 놈이 기어 나와도 쏘지 말란 말이야.”

등철휘의 목소리가 조용한 산정을 울렸다.

“누군가 소속을 밝혀라.”

“흐흐흐! 소속이라, 난 지옥에서 왔다.”

꿈틀!

등철휘는 인상을 썼다.

자신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중국 인민해방군이다. 우린 그대와 총부리를 겨누고 싸우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다시 말한다 투항하면 살려주겠다. 투항하라.”

“쓸데없는 소리, 자신 있으면 들어오라. 얼마든지 상대해 줄 것이다.”

등철휘는 결코 상대가 나올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진입해야 한다.

이미 두 명의 부하가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반드시 잡아야 한다.

나올 적이라면 지옥이라면서 이쪽을 우롱하고 자극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장 하사!”

장천린을 향해 말했다.

“수류탄으로 뒤집어.”

수류탄이 터지면 동굴이기 때문에 엄청난 먼지가 일어나면서 시야를 메울 것이다.

그때 진입하여 제압하면 된다.

“1,2,3 분대 수류탄 투척과 진입준비.”

3개 분대병력이 동굴 입구 좌우로 붙어 섰다.

“진입!”

무전을 이용한 등철휘의 명령이 떨어졌다.

툭!

투툭!

분대장들이 연거푸 수류탄의 안전핀을 뽑더니 안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모두가 입구 좌우 벽으로 붙었다.

쿵!

쿠쿠쿵!

엄청난 굉음이 울리며 절벽이 흔들거렸다.

강력한 먼지 폭풍이 동굴 밖으로 밀려 나왔는데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었다.

사막의 동굴은 종유석 따위는 없다.

약간 습할 뿐이고 박쥐나 빛이 없는 곳에서 사는 몇몇 파충류가 전부다.

대낮에 캄캄한 동굴을 들어가는 이런 작전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야시경을 준비하지 않았다.

작전도 아닌 주간 훈련인데 야시경 휴대가 필요 없기도 했다.

밝고 훤한 곳에 있다 들어가므로 인해 순간적으로 맹점이 되다시피 할 만큼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병사들은 가만히 서 있지 않고 일제히 자세를 낮추거나 크고 작은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어둠에 눈을 익혀갔다.

점차 적응이 되면서 동굴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세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윤곽들이 나타났고 특수부대원들답게 동굴안의 지형을 대충이나마 숙지했다.

드르륵!

누군가 돌멩이를 건드려 굴러갔는데 모두가 흠칫하며 일제히 엎드렸다.

하지만 더 이상 어떤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으므로 다시 이동하기 시작했다.

밖에 있던 등철휘는 마지막 4분대 병력과 대기하고 있었다.

4분대 또한 언제든지 명령만 떨어지면 진입하겠다는 듯 결의에 찬 표정이다.

슥!

등철휘가 손목시계를 보더니 헤드셋을 당겨 말했다.

“상황을 보고해야 할 것 아냐.”

하지만 응답이 없다.

“각 분대장들 뭐하는 거야.”

소대 무전기이기 때문에 근거리용이다.

상급부대와의 무전교신은 통신병이 지고 다니는 무전기로 가능하다.

“각 분대보고.”

여전히 응답이 없는 것에 장천린이 말했다.

“교신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동굴이다.

거리가 가깝다고 해도 깊이 들어가 버리면 통신 장애가 일어날 수 있었다.

“4분대 진입!”

“예!”

“반드시 잡아야 돼. 어떤 놈인지.”

장천린이 분대원들을 데리고 동굴로 진입했다.

남아 있는 사람은 이제 등철휘와 무전기를 지고 있는 통신병뿐이었다.

통신병도 무전기를 등에 지고서 눈을 번뜩였고 등철휘 또한 소총을 잔뜩 거머쥐고 있었다.

쿵!

갑자기 천둥이 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굉음이다.

쿠쿠쿵!

연이어 산이 울리고 주변 바위들이 들썩거린다.

쿠르르르!

기어이 동굴입구가 무너져 내렸다.

엄청난 바위들이 쏟아지면서 절벽 입구는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재빨리 뒤로 물러나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등철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자신과 부하들 사이에 거대한 벽이 생겼다.

“이런!”

등철휘는 얼어붙었다.

중대한 사태다.

30여명의 부하들이 동굴 안에 갇혔고 입구가 그대로 주저앉았다.

“뭣해, 빨리 대대에 무전 날려 지원 요청.”

지원 요청하라면서 고개를 돌리던 등철휘는 얼어붙었다.

통신병이 나무에 매달려 몸을 떤다.

굵은 나뭇가지가 목을 뚫고 들어가 뒤에 있는 우람한 나무에 박힌 것이다.

목이 관통하여 소리를 내지는 못하고 발버둥을 치는데 조금씩 동작이 수그러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아름드리 히말리야시다(거대한 소나무)에 걸린 무전병의 죽음은 등철휘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부하가 죽었지만 죽인 자가 보이지 않는다.

딸칵!

라이터 소리에 재빨리 몸을 돌렸다.

등 뒤로 10여 미터 떨어진 그늘 아래 한 사내가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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