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62화 (462/651)

제462화: 그들의 네이비 씰(1)

2월 22일부터 3월 20일에 이르기까지 507 정비중대는 작전명 ‘이라크 자유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실시하게 된다.

이들의 임무란 중앙군 사령부(CENTCOM)의 전투 계획을 지원하는 제 52 방공포병(패트리어트) 5대대의 차량과 장비들을 수리하고 유지하는 임무를 준비한 것이다.

이들은 쿠웨이트에서 교전규칙 숙지와 부대 행동 연습(이동, 교전시 동, 매복 공격때 대응방법) 그리고 화기 및 차량 정비 등이 있었다.

이 기간 동안 전 병력은 개인화기에 대한 기본전투휴대 탄약을 수령했다.

M16A2에 대해서는 250여발을 받았고 미군의 제식 경기관총인 M249 분대지원화기에 대해서는 1,000여발을 M9 권총에 대해서는 50발이었다.

또한 만약을 대비해 조명탄과 수류탄, AT-4 대전차화기를 준비했다.

3월 20일 오후 2시 507 정비중대원 82명 중 64명이 33대의 차량을 타고 쿠웨이트에 있는 캠프 버지니아를 출발했다.

그날 저녁 9시에 507 정비중대는 이라크 국경 바로 남쪽에 있는 첫 번째 집결지 위치인 공격지점 도슨에 도착했다.

도슨에서 병력들은 자체 차량에 대한 주유와 정비를 실시했고 식사 및 휴식 절차를 실행했다.

대부분 병력들은 이 지점에서 약 10시간을 보내는 동안 다소간의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

다음 날 3월 21일 아침 7시 507 정비중대는 공격지점(이동하며 부대가 잠시 쉬는 장소) 도슨을 떠나 출발했다.

10시 무렵 이들은 이라크 국경을 넘었다.

차량 종대는 약 35 킬로미터를 이동하여 3월 21일 12시에 두 번째 공격지점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휴식을 취한 뒤 같은 날 저녁 6시 507 정비중대는 80킬로미터 북서쪽에 위치한 리자드를 향해 출발했다.

차량 종대는 계속 오프 로드로 이동 중이었고 일부 중차량들은 연약한 모래에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많은 운전자들이 어둠 속에서 혼란에 빠졌고 일부 차량들은 행군 종대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갈수록 교통 통제 능력이 감소하고 기계적 문제들이 발생함에 따라 507 정비중대의 차량 종대는 분리되어 2개 그룹으로 나뉘어지게 된다.

전쟁에서 부대가 갈라지는 건 위험하다.

부대의 리더는 중대장 킹 대위.

철야 행군 끝에 다음 날 새벽 5시쯤 리자드에 도착하게 된다.

킹 대위는 리자드에 도착하여 다우디 중사가 이끄는 또 하나의 갈라진 부대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대대장과 연락하여 507 정비중대의 상황에 대하여 보고하였다.

‘그다지 좋은 상태는 아니다. 큰 교전은 없었지만 혹독한 사막의 날씨에 지쳐 있다. 그러나 아직 전투는 충분히 할 수 있다’

3월 22일 오후 2시 무렵 다우디 중사는 킹 대위에게 자신이 이끄는 잔여 차량들이 자력이동 하거나 혹은 견인되어 이동 중이지만 큰 사건 사고는 없다는 보고를 한다.

그리고 오후 4시에 다우디 중사는 리자드에 도착했다.

다우디 중사가 507 정비중대의 잔여 차량 및 병력들을 리자드로 데려온지 3시간 반이 지난 뒤인 3월 22일 저녁 7시 30분쯤 킹 대위는 이 부대를 다시 정리하여 새로운 차량 종대로 구성 출발한다.

킹 대위 중심 아래 뭉친 새로운 차량종대는 33명의 병력으로서 리자드를 출발했다.

이 차량종대에는 18대의 차량으로 구성되었으며 이 중 2대는 엔진에 모래가 들어가면서 견인되고 있는 상태였다.

텍사스에서만 훈련 받았던 군인들이다.

낮에는 찌고 밤에는 얼어붙는 사막날씨에 병력의 체력은 급속히 떨어져 갔다.

그런데다 507 정비중대는 1차 공격지점 도슨에서 10시간 동안 휴식한 외에는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병사들 거의가 20일 아침 이후로 단 몇 시간 밖에는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다.

이틀 밤을 연속으로 이동을 실시하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강행군 끝에 이라크의 8번 고속도로와 1번 고속도로가 만나는 교차점에 도착했다.

동쪽으로 2킬로 정도 이동하면 도로 알파 지점을 만난다.

고속도로의 차량은 많았다.

전쟁은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공중공격이 쏟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실감하지 못했고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평소와 같이 차량통행이 많은 것이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상급 부대에서 교통통제를 해주기로 사전에 약속이 되었는데 통제 장교가 보이지 않았다.

약속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교통을 통제해줄 통제 장교로부터 다시 한 번 507정비중대가 통과하게 될 알파도로를 확인하라는 상부 지시도 있었다.

결국 통제장교도 없고 하여 지나가는 이라크 사람을 붙잡고 알파 도로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현지인은 교차로를 통과하기 어려우므로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면 지하 통로가 있다고 해주었다.

그곳을 이용해 빠져 좌회전하면 알파 지점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그대로 따랐다.

새벽 5시 30분 킹 대위가 전방의 불빛을 보게 되면서 차량 종대는 멈췄다.

대위는 저 불빛들이 공업지대 혹은 정유시설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다우디 중사와 잠시 협의한 뒤 속행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507 정비중대는 잘못 된 길인 줄도 모르고 도시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시내 곳곳에는 이라크 군은 물론 민병대까지 합세한 많은 병력들이 함정에 빠지기만을 기다리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라크 전쟁에서 단일 전투로는 미군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시리아 전투는 알고보면 507 정비대가 길을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킹 대위를 포함한 차량 종대의 병력들은 검문소를 만났다.

검문소에는 무장 시민들과 이라크군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차량 종대에 대해 사격하거나 적대감을 전혀 드러내지는 않았다.

심지어 이라크 병사들은 차량 종대에 대해 손을 흔들기까지 했다.

차량 종대가 도시를 통과하는 동안 무장 시민들을 태우고 기관총을 탑재한 민간 트럭들이 여러차례 마주쳐 지나갔지만 이들은 507 정비중대에 대하여 어떠한 적대감도 드러내지 않았다.

이라크 자유작전 교전 규칙은 적대적 의도를 드러낸 자에게 대해서만 발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또한 군복 혹은 민간복장의 인원이 무기를 들고 있는 것 자체로는 적대적 의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방아쇠를 당겨서는 안 된다고 교육받았다.

긴장하며 가던 킹대위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킹 대위는 차량 행렬을 멈추고 방어태세를 갖추게 했다.

‘전투 준비!’

무전으로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그러면서 GPS를 보았다.

GPS는 서쪽으로 도로가 있다고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도 현 위치에서 길은 존재하지가 않았다.

킹 대위는 차량 종대를 유턴 시켰다.

하필 이때 벅스 병장과 앙귀아노 일병이 운전하던 10톤 구난차의 연료가 바닥났다.

킹 대위는 전 차량을 정지시키고 구난차가 재급유하도록 조치했다. 유일한 연료트럭이 장기간의 행군으로 연료가 다 떨어진 것이다

그래서 비상용으로 갖고 있는 5갤런 통에 들어 있는 기름을 병사들이 직접 부어야 했다.

두두두!

그때 출처와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총알이 날아왔다.

퇴각하라는 명령을 내렸지만 이미 늦었다.

콰앙!

드르르륵!

RPG가 날아왔고 총알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거의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507정비대에서 11명이 사망하고 6명이 포로로 사로잡혔으며 5명은 실종되었다.

피해는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해병 특임대가 들어왔는데 그들도 무리한 작전을 전개하다 10여 명이 사망하고 3명이 실종되고 말았다.

아리크전에서 미군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기록되는 나시리아 전투의 결과였다.

박호명이 보낸 문자 메시지에 나타난 나시리아는 바로 그런 곳이다.

미군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악몽의 도시다.

이라크에서 활동 중인 블랙잭 요원들은 80여 명이다.

30명이 바그다드에서 이라크 경찰의 보안순찰을 지원하고 20명은 모술에서 역시 지역 경찰과 치안 유지를 맡고 있다.

나머지 30명이 나시리아에서 반미를 외치는 민병대 세력을 소탕 중에 있다.

오민철이 커피 두 잔을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셨는데 분위기가 밝지 못했다.

오민철도 근심에 젖어 있었는데 계속 서울과 통화를 하면서 상황을 파악해보려고 하지만 아직 정확히 드러난 것이 없다는 대답만 이어지고 있었다.

“여기 일은 이대로 끝나는 거야?”

오민철이 한숨을 쉬었다.

“클레어 납치는 그린우드 대통령과 맥크레인 의원 사이의 권력 싸움의 일환이라는 것이 드러났잖아. 둘 사이에 다시 비밀 회담이 시작되었다니까 어떤 해결책이 나오겠지. 회담 결과가 좋으면 클레어 양도 돌아갈 테고.”

“내 말은 그게 아니라 CIA와 맺은 계약 건이 진짜 무효화 되는 것이냐 아니면 계약서가 살아 있으니 이행되는 건지 말이야.”

“이행됩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돌렸다.

맥보란이 커피숍을 들어오고 있었다.

맥보란이 잘못 한 것이 없으나 그를 바라보는 두 사람 시선이 그다지 밝아 보이지는 않았다.

맥보란은 슬며시 오민철 옆으로 앉았다.

오민철은 못마땅한 얼굴로 슬쩍 일어나 엉덩이를 안쪽으로 옮긴다.

“마운트 실장이 실종됐습니다.”

“우린 이미 그 일에서 손 뗐습니다.”

오민철은 잔뜩 불만스런 표정이다.

“내가 보기에 마운트 실장은 두 번 다시 세상에 나오지 못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그러면서 권총수를 바라보았다.

권총수는 커피 잔을 들어 올린다.

맥보란이 품에서 봉투 한 개를 꺼내 내밀었다.

“국장님께서 보낸 것입니다.”

권총수는 봉투를 받아 내용물을 꺼냈는데 A4용지 하나가 접혀 있었다.

‘미안합니다. 우린 처음으로 돌아가길 원합니다’

권총수는 무슨 뜻이냐는 듯 바라보았다.

“내용 그대로입니다. 계약도 그대로 이행될 것이고 우린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마운트 실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우리의 예산을 간섭할 사람은 없죠.”

마운트가 실종되어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백 프로에 가까우므로 계약이 물거품 되는 일은 없다는 뜻이다.

“마운트 그 개자식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걸 어떻게 아십니까?”

오민철이 눈을 빛냈다.

맥보란은 다시 한 번 커피만 마시고 있는 권총수를 흘긋 보았다.

그건 권총수에게 물어보라는 뜻이었다.

맥보란은 약간의 미소도 지었는데 마운트 실종에 권총수가 개입했다는 것 정도는 상식 아니냐는 의미였다.

“캡틴 블랙잭에 무슨 일 있습니까?”

홱!

권총수의 고개가 번개처럼 돌아가자 맥보란이 반문한다.

“새삼스럽게?”

CIA 정보력을 잘 알면서 그렇게 놀라느냐는 뜻이다.

“아직 정확한 내용은 도착하지 않았지만 바그다드로부터 블랙잭 직원들이 어떤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얘기는 있습니다.”

권총수는 숨을 길게 내 쉬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최선을 다해 알아보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우리 요원 파견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권총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맥보란도 따라 일어났는데 권총수는 조용히 말했다.

“전화 주십시오.”

정보는 CIA를 이길 집단이 없다.

지구상의 모든 움직임을 그들은 속속들이 지켜보고 있다.

언젠가 맥보란을 따라 CIA를 방문한 적이 있다.

정문 로비를 들어서면서 두 가지가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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