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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60화 (460/651)

제460화: 채무회수(2)

지이잉!

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표시제한이라는 글자가 떴는데 마운트는 짚이는 데가 있어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 기다렸소.”

먼저 선수를 쳤다.

그건 이쪽이 약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심리전이다.

“곧 두 번째 선물이 갈 것이오.”

그것으로 통화는 끊어졌다.

두 번째 선물이라는 말이 걸린다.

두 번째 선물이라면 어떤 것일까.

아리조나에 부모님이 생존해 있고 뉴욕에 동생부부가 살고 있다.

올해 대학 1학년에 들어간 딸아이 매건과 아내 앨릭스, 그리고 자신이었다.

잠시 동안 구부린 채 있는 에드워드 제3국장의 시신을 내려다보던 마운트가 전화를 걸었다.

“국장, 에드워드가 우리 집에 있소. 아니오. 시신으로 왔소.”

“네에?!”

CIA국장 스티브가 소스라쳤다.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카이로 직항은 없고 일단 뉴욕 케네디 공항을 경유하여 가야한다.

맥보란은 공항 밖에서 사가지고 들어온 커피를 마셨다.

정치란 확실히 잔인하다.

그들에게 어떤 인간적인 감정을 기다린다는 건 정말 요원한 일이고 호랑이가 풀을 먹는 일이다.

지이잉!

핸드폰이 울린다.

액정을 보던 맥보란의 이마가 찡그러졌다.

국장 스티브였기 때문이다.

전임 국장과 달리 자기 색깔을 제대로 내지 못한다.

임명 전에는 몰라도 임명이 되면 누가 뭐라고 해도 CIA국장인 것이다.

자신의 철학을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현 스티브 국장은 그렇지를 못했다.

우유부단한데다 지나치게 백악관 눈치 보기로 일관한다.

“예 국장님!”

“빌어먹을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전화기속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왔다.

“당장 잡아들여 죽여놓던지 해야지. 사람의 시체를 택배로 보내는 놈이 어딨나?”

“예?”

“특수공작국 제3국장 에드워드가 죽었네. 그런데 이 미친놈이 마운트 실장에게 시신을 보냈어. 가방에 담아서 말이야.”

“누가?”

“누군 누구야. 사막의 흑새인지 뭔지 하는 놈이지. 즉시 ‘레드 킬’ 명령을 내렸네. 사막의 흑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자네가 좀 도와줘야겠네.”

레드 킬(Red Kill)은 암살작전이다.

국내든 국외든 활동하고 있는 모든 요원들에게 전달되는 절대명령으로, 중대한 작전 중에 있는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는 무조건 최우선적으로 선정된 표적을 제거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왜 아무 말이 없나?”

“후우!”

맥보란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국장님 레드 킬 명령 즉시 철회 하십시오.”

“택배도 택배지만 우리 요원이 죽었어. 그것도 고위 간부가 말이야.”

“사막의 흑새가 죽였다는 증거가 있습니까?”

“무슨 얼어죽을 증거야. 그놈이 아니면 누가 제 3국장을 죽인단 말인가?”

“그러니까 심증 말고 증거가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당장 레드 킬 작전부터 취소 하십시오. 공항입니다. 지금 갈테니 빨리 작전을 거두십시오.”

“자네 우리 요원 맞아? 무슨 헛소리야.”

맥보란은 몇 마디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피식!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자신이 겪어본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였다.

하나는 삶을 미리부터 조심하며 사는 사람이고 다른 부류 하나는 호되게 쓴맛을 본 뒤 정신을 차리는 사람이다.

자신을 불러 무슨 일을 시키려는 건지 알 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사막의 흑새에 관해서 만큼은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딱 한 가지뿐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마운트 실장더러 사과하라고 하십시오’

맥보란은 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갔다.

포드 익스플로러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는 빈 공간을 찾기 위해 천천히 통로를 따라 움직였다.

이윽고 오른쪽으로 자리가 보이자 앞으로 조금 지나간 뒤 후진으로 들어와 정확하게 멈춘다.

자동차의 시동이 꺼질 때 통로 건너편에 주차해 있는 벤츠 승용차 좌우 앞문이 열리더니 두 명의 사내가 내렸다.

그들은 M4를 갖고 있었는데 지금 막 주차한 포드 익스플로러 전면 유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르르륵!

포드 익스플로러는 순식간에 벌집이 되고 말았다.

드르륵!

사격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두 사내는 조금씩 접근했는데 탄창이 떨어지자 재빨리 새 탄창으로 교환하여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무자비하다.

무조건 갈긴다.

딱!

따악!

다시 두 사내의 사격이 멈췄고 빈탄창이 바닥에 떨어졌다.

30발들이 탄창을 두 개씩 비웠으니 차에 쏟아낸 총알 숫자가 120발이라는 뜻이다.

세 번째 탄창을 끼운 사내들은 천천히 차로 걸어갔다.

앞 유리는 거미줄처럼 깨져 있어 운전자가 보이지 않았으나 측면 유리는 완전히 주저 앉았다.

총구를 운전석 쪽에 정확히 겨누고 신중하게 다가갔다.

그 정도 쏟아 부었으니 백퍼센트 죽었겠지만 육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마음을 놓아서는 안된다.

팟!

운전석이 텅 비었다.

문을 열고 뒤쪽까지 살피지만 운전자가 없는 것이다.

슈슈슉!

갑자기 지하 주차장에 바람소리가 들렸다.

파파팍!

둔탁한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갑자기 두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으악!

컥!

두 사내는 소스라쳤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주차장 바닥으로 나이프 한 자루가 떨어졌다.

툭툭!

두 사내는 말을 잊지 못했다.

자신들의 손목이 저 앞에 떨어진 나이프에 의해 잘려나간 것이다.

양손이 총을 쥔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다.

저벅저벅!

핏방울이 떨어지며 바닥은 피로 흥건해 졌는데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다가와 떨어진 나이프를 들었다.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한 육십은 훌쩍 넘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그는 매우 투박한 나이프 날을 살피더니 고개를 들었는데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사람의 손을 뎅강 잘라놓고 아무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지금 그 상태로 20분만 서 있으면 과다 출혈로 사망할 텐데.”

자신들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하는 건지 모를 말이다.

단지 자신들의 양 손목을 자른 장본임에는 틀림 없었다.

“으으!”

참을 수 없이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어떻게 예리한 칼도 아닌 식사용 칼이 손목을 자른단 말인가.

그것도 두부를 자르듯이 아무렇지 않게 절단해 버린다.

손목뼈는 두껍다.

거기에 근육과 피부까지 더해지면 도끼로 찍어도 한 번에 자르기가 쉽지 않다.

이기어검(以氣馭劍)이라는 검의 한 단계가 있다.

강력한 내공으로 검을 조정하는 것이다.

내공의 깊이에 따라 위력과 거리가 달라지는데 주차장 안에서 내력을 이용한 핸들 조작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차는 진한 썬팅이 되어 있어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 볼 수 없으니 잠복하고 있던 두 명의 CIA요원이 운전자가 탑승했다고 생각하며 마구 총알을 퍼부은 것이다.

변체환용으로 완전히 얼굴을 바꾼 권총수는 주차장 곳곳에 설치된 CCTV를 보며 또 한 번 웃는다.

찍히고 또 찍혀도 모른다.

슥!

권총수는 쥐고 있던 나이프를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주차장을 걸어 나가 사라졌다.

그리고 얼마 후 누군가의 신고를 받은 듯 경찰차와 911 구급차가 지하 주차장으로 들이닥쳤다.

화악!

경찰은 물론 911요원들까지 눈이 커졌는데 주차장 바닥에 피가 낭자했고 두 사내가 엎어져 있었다.

재빨리 심장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두 사람 모두 사망했음을 확인한 구급요원이 경찰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일단 옮겨요.”

구급대원들은 이동 침대를 내려 두 구의 시신을 싣고 차에 실었다.

툭!

시신 옮기는 것을 도울 때 지갑 하나가 떨어지며 펼쳐졌다.

멈칫!

지갑속에 눈에 띄는 신분증 하나가 있었다.

경찰은 지갑을 주워들어 끼어진 신분증을 보며 중얼 거렸다.

‘랭글리’

랭글리는 CIA를 의미한다.

독수리 부리와 그 위에는 세계로 뻗어나가는 붉은 태양과 United States Of America 라고 빙 둘러 박힌 글씨의 신분증은 죽은 사내들이 정보기관원임을 말해준다.

부우우웅!

그때 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리고 흰색의 승용차 한 대가 들어왔다.

승용차는 주차장인데도 상당히 빠르게 들어와 멈췄고 두 명의 사내가 내렸다.

한 명은 맥보란이었고 다른 한 명은 안경을 낀 마른 체형의 사내였다.

경찰관 중 한 명이 물었다.

“어디서 오셨죠?”

사내가 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경찰들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예상했던 대로 CIA였다.

사건은 무조건 경찰의 몫이지만 사망자가 CIA 요원인 만큼 떠나는 게 상책이다.

이런 사건에 잘못 발 담그면 죽어라 고생만 할뿐 얻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떻게 된 것입니까?”

사내는 특수공작3국의 부국장 데미안이다.

그는 지금 사망한 국장을 대신해 3국을 리드하고 있는데 사망한 두 명 모두 특수공작3국 요원들이었다.

“사막의 흑새가 투숙하고 있는 호텔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죠. 사진을 돌리자 30분도 안 되어 이쪽 호텔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차량 넘버는 이미 CCTV에 찍힌 걸 토대로 확보했구요.”

“그래서 여기서 기다렸군요?”

“맞습니다.”

피식!

갑자기 맥보란이 웃었다.

“왜 웃으십니까?”

데미안이 바라보았다.

“하긴 누굴 탓할 것 없죠. 우린 여태 그런 식으로 작전을 벌여왔고 거의가 성공했으니까. 하지만 이 사람은 안 됩니다.”

“안 된다는 건 또 무슨 뜻이죠?”

“이런 방법으로는 절대 사막의 흑새를 잡지 못합니다. 내가 충분히 사막의 흑새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했고 서류를 만들어주기까지 했는데.”

“팀장님!”

“데미안 부국장, 다시 말합니다. 이런 식으로 사막의 흑새를 공격하지 마세요. 사망자만 늘어날 뿐입니다.”

“그럼 어떻게?”

“그건 내가 알 수 없죠. 나라면 절대 사막의 흑새와는 척을 지지 않죠. 그가 3국장님을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 증거도 없고 오로지 심증으로만 지금 추적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주차장 CCTV한번 볼까요? 찍혔을 테니까?”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갔다.

시신은 이미 911차량에 의해 옮겨졌고 호텔 청소부들이 치우라는 지시만 떨어지면 청소할 듯 한 기세로 세 명의 사내가 도구를 들고 서 있었다.

“치우세요.”

맥보란은 말을 하고 걸어갔다.

호텔 보안실의 영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총소리가 들리면서 조금전 CIA두 요원이 포드 익스플로러에게 집중 사격을 하고 있었다.

사격이 끝나고 두 사내가 차량에 접근하여 실내를 확인하는 장면이 나왔다.

운전자가 없는 것에 두 사람 모두 당황하는 표정인 가운데 파팟하는 소리가 들리며 허공으로 핏방울이 튀더니 두 사람의 손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나타났다.

맥보란이 화면을 당겨보라고 지시했다.

보안요원이 화면을 당겨주었고 맥보란이 손가락으로 노인의 얼굴을 가리켰다.

“보세요. 사막의 흑새입니까? 이 노인이?”

데미안 부국장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자신도 권총수의 진짜 얼굴을 알고 있다.

“최대한 당겨보세요.”

더욱 화면이 가까워졌고 맥보란이 말했다.

“변장으로 보이나요? 보세요. 내 눈에는 자연그대로 노화에서 오는 주름입니다만?”

아무리 변장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젊은 사람이 이렇게 늙은 노인의 피부를 만든다는 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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