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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51화 (451/651)

제451화: 비즈니스 맨(2)

오늘밤을 위해 사흘 전부터 캐시먼이 와있었다.

“그들이 누구요?”

권총수가 물었다.

“용병들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죠.”

“용병들이 그 별장을 왜 공격한단 말이오? 그리고 MS-13같은 갱단이 무슨 이유로 시장의 별장을 지키고 있고?”

“정확하지는 않소.”

“부담 갖지 말고 말하세요. 우린 지금 로이킨씨에게 뼈를 깎는 진실만 말할 것을 요구하지 않아요.”

오민철이 끼어들었다.

“이미 우리사이에는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도 서로가 믿어야 하는 겁니다. 로이킨씨가 하는 말은 언제나 정의롭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로이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하면 다시 분근착골을 가하겠다는 협박이다.

“시장님 별장에 누군가 머물고 있는데 그를 노리고...”

“그는 누구죠? 혹시 클레어 양 아닙니까?”

오민철이 눈을 가늘게 찡그렸다.

“여자라는 것만.”

권총수는 좁혀 뜬 눈으로 로이킨을 살폈다.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

분근착골은 결코 사람 입에서 거짓말이 나오도록 하는 평범한 고문술이 아니다.

분근착골에 걸리면 신의 경지에 이른 사람도 입을 연다고 했다.

‘여자가 맞고 클레어양 일 가능성이 높다.’

권총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수행비서에게까지 숨길 정도면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일이 상황에 따라 얼마나 큰 폭발력을 갖고 있는지 인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권총수는 담배를 꺼내 피워 물었다.

푸르스름한 말보로 레드 연기가 숲 사이로 빠져 가고 있었다.

‘트렌튼 시장 카펠로, 그리고 이곳 캔터키주 루이빌 시장 필 포든, 둘 모두 공화당 출신 시장이다.’

권총수는 이내 다른 사람 한 명을 떠올렸다.

상원 공화당 전 원내대표 맥클레인이었다.

맥클레인은 이곳 캔터키주에서만 무려 5선을 해낸 무게감 있는 정치인이자 현 대통령과 막판까지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자웅을 겨뤘다.

“형 갑시다!”

갑자기 권총수는 담배를 물고서 차로 걸어갔다.

조수석에 올라탄 권총수가 바라보고 있는 오민철을 향해 재차 말했다.

“뭐해. 가자니까.”

“어, 알았어.”

오민철이 운전석에 오르면서 말했다.

“안갑니까?”

로이킨은 허겁지겁 뒷좌석에 올랐고 차는 별장을 빠져나갔다.

포드 익스플로러는 조용한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차 안은 조용했다.

로이킨은 혹시라도 비위를 거슬려 무슨 화를 당할까봐 잔뜩 숨을 죽이고 앉아있었다.

오민철은 운전을 하며 조수석 권총수의 눈치를 살폈다.

“클레어 양은 살아 있어.”

오민철도 놀라고 뒷좌석의 로이킨도 눈을 크게 떴다.

“이번 사건은 맥크레인 전 원내대표와 대통령사이에 벌어진 권력 싸움 일환으로 일어난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그런 느낌이 들어. 내 예상이 맞을 거야.”

“클레어 양이 살아 있다면 우리에게는 아주 좋은 것 아니야?”

“당연하지. 유괴범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질을 살리는 것이 더 우선이고 관건인건데.”

살아 있는 클레어 양을 데려다 주는 그림이야말로 가장 완성된 작품이다.

미국 대통령은 4년 연임제다.

4년 임기가 끝나고 한 번 더 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속 사정은 몰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지금 대통령의 국제무대에서의 평판은 앞선 대통령보다 훨씬 좋다.

물론 미국내 여론도 60퍼센트가 넘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즉 권총수가 보기에 연임이 가능하리라고 보는 것이며 블랙잭이 좀 더 분명한 브랜드로 성장하려면 이번 일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것이다.

차가 루이빌 시청 앞에 멈췄다.

“그대로 들어갈 것입니까?”

오민철이 룸미러로 보며 물었다.

로이킨은 분근착골을 당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고 옷은 흙으로 범벅이다.

깨문 입술은 적지 않게 부어올라 누가 보더라도 무슨 봉변을 당했다는 걸 알 수 있는 행색이었다.

“오늘 하루 쉬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집으로 가겠다는 말이었다.

“아 맞아. 시장님께서 쉬도록 배려해 주셨지. 집이 어딥니까? 댁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여기서 내리겠습니다.”

로이킨은 잠시도 같이 있기 싫다는 듯 펄쩍 뛰며 태워다 주겠다는 제의를 단박에 거절했다. 두 사람에게 자신의 집까지 알려준다는 건 너무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럼 그러시죠. 내리세요.”

로이킨은 차에서 내렸다.

“가끔 전화 드리겠습니다.”

권총수는 유리를 내리고 인도에 서 있는 로이킨을 향해 말했다.

가끔 전화한다는 말에 로이킨의 눈이 커졌다.

부우웅!

권총수는 손을 들어 보이며 떠났다.

권총수의 차량이 사라지면서 로이킨은 휘청거렸다.

재빨리 길가의 가로등을 붙잡으면서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온몸의 힘이 쭉 빠졌다.

살아 나온 것이 기적이다.

‘부인 헬레나에게 안부 전하시죠’

으헉!

로이킨은 기어이 땅바닥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재빨리 주위를 훑어보았지만 권총수는 보이지 않는다.

혹시 귀에 문제가 생겼나 싶어 손가락으로 후볐지만 이상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말이 들리는가.

분명히 지금 귓속으로 권총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내 이름을 알고 있다는 건 서툰 짓 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권총수에게 몸도 마음도 완전히 저당 잡힌 것이다.

사내의 펜은 빠르고 부드럽다.

멈춤이 없고 수정이 없었다.

그냥 연필이 가는대로 사람의 얼굴 모습이 하나씩 선명하게 나타났다.

두 사람은 맞은편에 앉아 사내가 그리는 걸 바라보았다.

몽타주.

로이킨이 얘기한 팔카오 가게 레드윙에서 만났다는 캐시먼이란 사내의 얼굴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뚝!

잠시 연필을 멈추고 한참 자신이 그려 놓은 얼굴을 보더니 권총수에게로 돌렸다.

“보시오!”

권총수와 오민철은 사내가 그린 몽타주를 바라보았다.

직접 본 것은 아니고 로이킨에게 들었던 설명을 토대로 그린 것이기 때문에 실물과 거의 일치한다 아니다 말할 입장은 못 된다.

단지 권총수가 설명한 그대로는 그렸다.

“됐소!”

권총수는 백 불짜리 한 장을 꺼내 주었다.

“언제든지 연락주시오. 우린 애프터 서비스 하나 만큼은 확실합니다.”

“마음에 드는군요.”

사내는 화구를 챙겨 커피숍을 나갔다.

권총수는 그려진 몽타주를 핸드폰으로 사진 찍었다.

그리고 곧장 맥보란에게 전송했다.

‘용병으로 보입니다. 씰 출신이라니 해군 특수작전사령부 협조를 얻으면 더 빠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은 커피잔을 비우고 가게를 나섰다.

길가에 세워둔 차에 막 오르려는데 맥보란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받으셨습니까?”

권총수는 조수석에 올라타며 물었다.

“다른 정보는 없습니까?”

“전혀!”

권총수는 표정없이 말했다.

사진도 아니고 달랑 몽타주 한 장 보내 놓고 씰 출신이니 찾아달라고 하는 건 제아무리 빠른 정보력을 갖고 있는 CIA라고 해도 간단한 일은 아니다.

“캡틴!”

잠시 머뭇거리는 듯 하더니 말을 이었다.

“어느 정도 진척이 되고 있습니까? 범인의 윤곽은 조금 나왔는지?”

“아직은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이번 사건이 단순한 실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정치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음 그렇군요.”

맥보란도 어느 정도는 예측하고 있었던 듯싶었다.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결과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권총수는 전화기를 내렸다.

차는 이미 출발하여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차는 하얏트 리젠시 호텔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호텔이다.

쨍 소리가 들리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10층이다.

스윽!

엘리베이터를 나오자마자 권총수가 왼손을 들어 올려 오민철을 막았다.

오민철이 본능적으로 권총을 뽑아 들었다.

‘움직이지마!’

전음을 보낸 권총수의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스으으으!

푹신한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한 자 가까이 떠서 이동한다.

미끄러지듯 날아가던 권총수의 몸이 어느 한 곳에서 멈췄는데 객실 번호가 1009라고 쓰여 있다.

옆 방은 1010호이며 오민철의 방이다.

권총수는 두 개의 문을 번갈아 본다.

‘사람이 있다’

자신들 객실이다.

누군가 들어와 있으면 안 되는 것이다.

카드로 열고 닫는 객실 문이다.

구멍에 열쇠를 넣어 개폐하는 시스템보다 카드키는 외부인 침입이 훨씬 어렵다.

하지만 카드 키의 시스템을 잘 아는 이라면 이 또한 아주 간단하게 열고 드나들 수 있다.

‘여덟 명’

도둑이라면 하나의 방에 들어와야 정상인데 두 곳 모두 침입했다는 건 물건을 훔치기 위해 들어온 절도범 정도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몰려있는 살기’

객실 두 곳 모두 살기가 입구 쪽에 집중되어 있다.

그건 들어올 것을 대비해 총구를 입구에 겨누고 있다는 의미인데 권총수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

호텔 쪽 누군가와 손이 닿고 있다.

MS-13일까.

그들이라면 이런 호텔정도에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힘을 갖고 있다.

스으으!

권총수는 다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입구 쪽으로 물러 나왔다.

“뭐하는 놈들이야?”

오민철이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권총수는 말하지 말라면서 손가락을 입술에 세웠다.

‘우릴 노리고 있어. 여덟 명! 형 방에 넷, 내 방에 넷’

오민철의 눈이 좁혀졌다.

그들이 어떻게 특급호텔 객실을 손쉽게 들어갈 수가 있느냐는 눈빛이다.

‘호텔 관계자가 연루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일이지. 우리가 얼른 들어가지 않으면 필시 연락을 할거야.’

그럴 것이라며 오민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궁금증을 못 참고 문을 열고 나오면 그때?”

오민철이 눈을 빛냈는데 권총수는 그 방법은 위험하다고 손을 저었다.

‘방법은 한 가지 뿐이야. 내가 뒤로 들어가는 것’

오민철이 고개를 돌려 엘리베이터 오른쪽을 보았다.

커다란 통 창문으로 되어 있었는데 권총수가 다가가 유리창에 손바닥을 대고 내력을 끌어 올렸다.

스르르륵!

금방 달아올랐고 유리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내공을 끌어 올릴수록 녹아내리는 면적은 넓어졌다.

사람 한 명 빠져나갈 정도로 녹아내리자 권총수는 연기처럼 빠져 나가 사라져버렸다.

오랜만에 보는 삼매진화였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권총수는 1009호 베란다에 섰다.

베란다 안쪽으로 커텐이 쳐져 있어 객실을 들여다 볼 수는 없었다.

베란다로 내려선 권총수는 출입문을 슬며시 당겨보았는데 의외로 열렸다.

어느 누구도 허공이라 할 만한 베란다로 침입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못할 것이다.

권총수는 재빨리 총구에 소음기를 끼웠다.

유리문을 당기면서 내공으로 소음을 완전히 차단했다.

이어 커텐을 젖히고 객실 안으로 들어선 권총수는 입구에 있는 네 명의 사내를 보았다.

세 명은 서 있고 한 명은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아 있었는데 사내들 손에는 AK가 들려 있었다.

그런데 권총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AK-12’

언뜻 보면 HK-416을 닮았다.

AK-12는 기존의 AK와 부품 호환력이 50퍼센트가 넘는다.

앞선 모델과 여러 가지에서 부품을 공유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2018년 시제품이 최초로 나온 이후 급속하게 퍼졌으나 아직 러시아를 벗어난 총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런데 아직 사내들의 정체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만약 MS-13이라면 그들의 영향력이 국제적으로까지 뻗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60발들이 탄창’

플라스틱 와플로 된 탄창인데 드럼탄창은 95발까지 있다.

푸슉!

푸! 푹!

세 발이 발사되었다.

누구도 피하지 못했다.

AK-12를 들고 있던 사내들 뒤통수가 일제히 뚫렸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권총수가 경력을 발출해 쓰러지려는 세 명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그대로!”

의자에 앉은 사내가 고개를 돌리려 하다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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