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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24화 (424/651)

제424화: 개자식(2)

신고가 들어온 이상 3층 VVIP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대 경찰들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하면서 협조해 달라는 말에 지배인 차만대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 발 물러섰다.

네 명의 정복 경관들은 차만대의 안내를 받아 VVIP실을 향해 걸어갔다.

지구대경찰과 119가 동시에 들어섰다.

방안은 텅 비었고 머리가 깨진 여자 혼자 남았는데 알몸이다.

모두가 깜짝 놀라면서 구급대원들이 여자의 속옷부터 입히고 대충 몸을 가린 뒤 지혈을 했고 신속히 응급처치를 했다.

그리고 밀고 들어온 이동들것에 여자를 태워 나갔다.

경관 두 명은 룸 안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흔들었다.

“적당히 좀 놀지.”

“약한 것 같은데.”

동료 경관이 코를 벌름 거렸다.

“그만 가자고.”

두 사람은 룸을 나갔다.

한바탕 소란이 잦아들고 카운터 앞은 조용했다.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그만 돌아가 보시죠. 해장국 한 그릇씩 드십시오.”

지배인이 지구대 경찰들에게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않고 봉투를 받아 속주머니에 넣는다.

“뒷말 없게 해요.”

“물론입니다.”

경찰들이 사라지고 혼자 남은 차만대는 심각한 얼굴을 했다.

‘도대체’

지상식은 이곳 주주이며 황제다.

최소한 이곳에서 그는 법이고 그의 비위를 거슬려 살아남을 수 없다.

여자를 폭행한 것도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술이든 약이든 취했다 하면 여자들을 두들겨 패는 바람에 그에게 지명당하는 여자들은 공포에 떤다.

절대 같은 방안에 있는 사람이 신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자는 응급실에 누워 있었다.

의식은 있지만 워낙 충격이 큰 탓인지 거의 넋이 나간 상태였다.

아르바이트, 딱 한 번만 눈감고 나가면 백만 원을 벌 수 있다는 아는 언니의 말에 왔다가 이 사달이 난 것이다.

주르륵!

눈물이 흐른다.

도무지 멈추지 않는 눈물이다.

숨죽여 흐느끼는데 왜 이렇게 서러울까.

가난의 적은 돈이다.

돈 앞에서는 결코 당당해질 수가 없었고 아르바이트 자리라고 해봤자 중노동인 식당일 말고는 거의 없다.

누군가는 학생이 술집에 나간다고 손가락질을 한다.

허리가 휘어지고 손톱이 갈라지는 아르바이트만이 신성한 노동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고 사회는 못을 박는다.

모든 노동은 신성하다.

노동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결코 없으니까 말이다.

적게 고생하고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누구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피였다.

강제로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자신의 혈액검사에서 반드시 약 성분이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걱정 마세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홱!

고개를 돌렸다.

한 사내가 서 있다.

야구 모자를 눌러 쓴 사내는 빙그레 웃는다.

“세주씨를 때린 남자 쪽에서 손을 썼어요. 세주씨 혈액에서 약 반응이 나오고 경찰의 조사에서 조금 전 사건을 모두 털어 버리면 그 친구들 역시 상습적인 약쟁이로 몰려 골치가 아파지죠. 상당히 높은 선에서 무마 지시가 내려온 것 같습니다.”

“누구시죠?”

권총수는 빙긋 웃었다.

“세주씨를 폭행한 친구가 누군지 아세요?”

“몰라요. 그냥 손님이라고 했는데 눈치가 굉장한 VIP같았어요.”

“맞아요. 버닝홀 클럽 주주이기도 하고 악명 높은 건설사 다온의 상무 이사죠.”

다온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본 것 같기도 하지만 마땅히 형체가 보이지는 않았다.

“푹 쉬세요. 아 그리고 걱정 마세요. 제가 지상식 상무이사에게 오늘 치료비를 반드시 받아 드릴테니.”

커다란 건설사 상무이사에게 무슨 수로 치료비를 받아준다는 건가.

그리고 누구기에 이 일에 끼어드는 것일까.

“또 봐요!”

권총수는 손을 들어 보이며 병실을 나갔다.

정형외과 문이 열리고 세 명의 사내가 걸어나왔다.

버닝홀 클럽에 있었던 지상식과 부하 직원 둘이었다.

스르르!

벤츠 한 대가 다가오자 사내가 문을 열었다.

손목에 깁스를 한 지상식이 차에 올라 버럭 소릴 질렀다.

“그 년 어느 병원인지 알았다가 내일 아침 회사로 끌고 와. 알았어?”

“예 상무님!”

탁!

문이 닫히고 벤츠가 떠났다.

“야 빨리 가자.”

두 사람 또한 차량을 끌고 병원을 떠났다.

3시가 넘었다.

승용차 한 대가 병원으로 들어오더니 주차장에 멈추고 두 사내가 내린다.

응급실 밖 벤치에 앉아있던 권총수는 승용차에서 내린 두 사내를 바라보았다.

버닝홀 클럽에서 보았던 사내들이다.

“바쁘십니다.”

두 사내가 권총수 앞을 지나가다 멈춰섰다.

“어딜 그렇게 열심히 가십니까?”

“지금 우리한테 한 말이야?”

“지상식이 그 여자를 끌고 오라고 했나보죠?”

“경찰이오?”

빠악!

권총수 왼발이 왼쪽 사내 허리를 찍었다.

“우훕!”

사내는 비명을 지르며 꼼짝하지 못했다.

마혈이 제압된 것이다.

오른쪽 사내가 재빨리 회칼을 뽑아들었다.

얼마나 날을 갈았는지 어둠속에서도 새파랗게 빛난다.

“회칼을 휴대하고 다닌다는 건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라는 건데.”

“억!”

사내가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권총수의 오른손이 칼을 쥔 자신의 손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투툭!

하는 소리가 들리며 뼈가 부러졌고 손에 들린 칼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탁!

권총수는 왼손으로 사내의 옆구리를 쳤고 역시 마혈이 제압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툭!

이번에는 사내의 엉덩이쪽을 쳤다.

환적혈(環跡穴)을 찍어 걸음을 걸을 수 있게 했다.

“빨리 차에 타.”

어느새 채명천이 포드 익스플로러를 끌고 와 트렁크 문을 열어 놓았다.

“당신들!”

타탁!

권총수는 아혈까지 막아버렸다.

채명천이 엉덩이를 사정없이 걷어 차버렸다.

조기용과 백도군은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움직였던 다리도 다시 마비가 되었다.

상체와 팔은 물론 가장 답답한 건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짐짝 내리듯 트렁크에 실린 자신들을 땅바닥에 팽개친 채명천은 심부름을 가는 듯 떠났고 권총수 혼자 남았다.

파팟!

그때 허리와 턱 부근이 뜨끔하더니 몸이 자유로워졌다.

벌떡!

기다렸다는 듯 일어선 두 사람은 담배를 피우며 앉아있는 권총수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하지만 아주 잠깐이었을 뿐 두 사람의 눈빛은 재빨리 가라앉았다.

자신들은 절대 상대가 안 된다.

말이 필요 없다.

단 한순간 혀를 굳게 하고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도록 만든 사내다.

조기용은 눈앞으로 장면 하나를 떠올렸는데 중국영화였다.

천발마녀라는 영화에 나온다.

손가락으로 몸을 짚어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영화라면서 길게 한숨을 쉬었다.

툭!

담배공초를 한쪽으로 던져버린 권총수가 옆에 놓은 회칼을 들었다.

“조기용씨?”

“예!”

“사람 죽여봤어요?”

움찔!

작업이라고 하여 경쟁 조직의 인물이거나 사업에 방해가 되는 표적을 향해 연장질, 이름하여 칼로 찔러는 봤지만 죽여보지는 못했다.

누군가를 죽였다면 지금쯤 교도소에 있을 것이다.

뒷골목에서의 별(星)은 그야말로 스타이다.

절대 권위이고 동료와 선후배들에게 상당한 무게로 작용한다.

그중에 조직을 위해 별(전과)을 갖고 있다면 그건 더욱 힘이 되어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자신에게도 별은 있지만 살인에 대한 경험은 없다.

사람을 죽이면 조직에서 아무리 호화변호사를 선임한다고 해도 15년 이상은 기본이다.

칠광팔변(七光八便)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저지르고 칠 년 이내에 나오면 그야말로 어깨에 달고 다닐 수 있는 빛나는 별이 되지만 그 이상 형량을 받으면 거의 뒷골목 생활은 끝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칠 년이 넘으면 조직은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칠 년을 넘게 옥살이를 하면 출옥해도 자신이 설자리가 없는 것이다.

물론 형님이라는 호칭은 붙여주지만 진짜 형님이어서가 아니다.

조금 심하다 싶으면 ‘어이’, ‘씨발 형님이라고 해줬더니 보이는게 없나’ 하며 바로 치고 들어온다.

“난 조금 죽여 봤는데 살인이라는 것이 아주 이상합니다. 처음에는 살이 떨리고 마음이 흔들리고 영혼이 아프죠. 하지만 하나둘 자꾸 죽이다 보면 그때부터는 사람을 잡는 건지 닭을 잡는 건지 헷갈리죠.”

권총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어 걸음 다가오더니 똑바로 쳐다본다.

“명심하세요. 지금부터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을 잘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 분 모두 여기서 죽습니다. 난 사람을 죽이고 경찰에 잡히는 멍청이가 아닙니다.”

조기용과 백도군 모두 바닥에서 산전수전 겪었다.

철거민들에게는 ‘악귀’,‘짐승’으로 불렸고 경쟁 조직에서는 ‘다온의 청소부’로 알려져 있다.

어지간해서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지만 권총수는 다르다.

단순히 몸을 꼼짝 못하게 만들어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서는 느껴보지 못한 묘한 기운이 풍겨 나온다.

냄새가 나는듯 하면서 차갑게 쏘아오는 기운은 필시 살기리라.

살기에 냄새가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그런데 진짜 난다.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면 비릿하면서 시큼했다.

1900년대 초 영국은 식민지국 아프리카에 철도를 건설하기 시작했다.

그때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 사자들의 공격을 받아 죽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케냐의 차보 협곡이었다.

140여명의 노동자들이 사자에게 잡혀 먹혔다.

철도를 건설하던 영국 회사는 본국에서 유능한 사냥꾼을 불러 식인사자를 쫓게 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몇 달째 이어졌고 사냥꾼은 식인사자에게 한 가지 특징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건 바로 시큼한 냄새였다.

가벼운 식초 냄새와 표현할 수 없는 비린내를 풍기는 사자를 죽여 배를 가르면 열이면 열 뱃속에서 사람의 뼈가 나온 것이다.

왜 갑자기 차보의 사자들이라는 영화 생각이 난지는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건 권총수에게서 불쾌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움찔!

그런 선입견 때문인가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러면 안되는데’

쫄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가슴이 떨리면서 움츠려든다.

고양이 앞에 선 쥐가 이럴까.

“조기영씨 백도군씨, 난 두 분이 다온건설 직원이자 폭력조직 오성파 행동대장급의 간부라는 걸 알아요.”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다온건설 사장 지상식이 오성파의 실질적인 두목이라는 것도 말입니다.”

놀라는 두 사람을 보며 권총수는 빙그레 웃었다.

“말해보세요. 얼마 전 내가 아는 직원 두 명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두 직원의 상처가 말입니다...”

권총수가 주머니에서 사진 두 장을 꺼내 내밀었다.

“핸드폰 불빛으로 비춰 보세요. 전혀 낯선 상처는 아닐 것입니다.”

스으으으!

사진이 날아온다.

“으허허허!”

두 사람은 기겁했다.

느리게 날아오는 사진이다.

도무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지 눈을 뜨고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 기겁할 일이 생겼다.

두 사람 앞에서 빨리 받으라는 듯 사진이 우뚝 멈췄다.

꿈이냐.

현실이냐.

혹시 실이라도 달렸나 눈을 부릅뜨고 권총수쪽 사진 끝을 살폈지만 보이지 않는다.

결국 조기용은 핸드폰 손전등 기능을 움직여 불을 켰다.

없다.

실 따위는 전혀 없다.

권총수는 뒷짐을 지고서 두 사람의 당황하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슥!

두 사람은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잡았다.

그리고 각자 핸드폰 전등으로 사진을 본다.

흠칫!

두 사내 모두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들었다.

“아시는 모양이죠? 잘 보면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를 것입니다.”

두 사람은 다시 사진을 바라보았다.

얼굴은 딱딱해졌고 흘긋 거리며 서로의 시선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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