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08화 (408/651)

제408화: 도륙(1)

두 사람은 성당 입구에 있었다.

다섯 시가 되려면 아직 5분 정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다섯 시 전후라고 했으므로 언제 들이닥칠지 알 수 없다.

오민철은 또 다시 총을 점검한다.

긴장했다는 뜻이다.

“오는데.”

“어느 정도야?”

“1킬로가 조금 넘어, 트럭 엔진이군.”

권총수는 1킬로 밖에서 오는 트럭엔진 소리를 들었다.

두 사람은 성당 입구에 있는 바위 뒤에 몸을 숨겼다.

바위는 사각형이었는데 과거 이곳 정교회 성당을 세울 당시 돈을 낸 사람들의 명단이 적힌 기념비였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쓰러지고 버려진 돌일 뿐이다.

쿠우웅!

마침내 오민철의 귀에도 트럭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몇 대야?”

“세 대! 선두에 지프가 있어.”

권총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육중한 철문이 한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쿠쿵!

문이 마지막까지 열리자 가장 먼저 미군 험비 한 대가 나타났다.

이어 궤도전차가 오는 듯 땅이 울리며 러시아제 우랄 4320 병력수송 트럭이 들어섰다.

트럭은 순서대로 들어와 나란히 멈춰 섰고 무장한 사내들이 내렸는데 각양각색의 복장이다.

젤라바를 입은 사람, 사막색 전투복을 걸치기도 했고, 얼룩무늬 군복 바지를 걸친 이도 있다.

드르르륵!

트럭에서 내린 사내들은 안도했다.

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사람들처럼 몸과 마음에서 완전히 경계심이 사라졌다.

밝아오는 새벽 공기의 시원함을 느낄 새도 없이 자동소총 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급작스러웠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성급한 사내들은 소총에서 탄창을 빼기도 했고 일부는 거꾸로 메고 있었다.

두두두두!

대충 갈기는 것이 아니다.

정확히 조준사격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많다고 대충 쏘면 맞을 듯 싶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분명하게 보고서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HK-416은 정확히 두 사람의 손에 통제되고 있었다.

탄창 한 개를 모조리 쏟아내고 두 개째 끼워 넣었을 때 타탕 하며 M4소리가 들렸다.

기습에 살아 남은자들이 공격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권총수는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자신의 총에서 20명이 쓰러졌다.

오민철 역시 워낙 속사에 능하기 때문에 그 만큼 날렸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략 육십여명이라고 했으므로 3분의 2는 죽었다.

남은 사람은 이십명이겠지만 최소한 대여섯 명은 부상일 것이다.

“형 RPG.”

오민철이 재빨리 등에 메고 있던 RPG를 어깨에 올렸다.

맨 마지막 끝에 있는 트럭 뒤에 다섯 명이 숨어 있어 포구는 그쪽을 겨누었다.

숨소리가 가장 왕성한 것으로 보아 정상적인 몸 상태이다.

슈욱!

불과 30여미터도 안된 짧은 거리에 불덩이 한 개가 날아갔다.

콰아앙!

트럭이 산산이 부서졌다.

으스러진 트럭이 불길에 휩싸이며 비명소리가 어둠을 갈랐다.

으악! 컥! 끄으으으으!

RPG에 트럭이 작살나면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쉬이익!

권총수는 대문을 향해 날아갔다.

대문에서는 트럭 뒤에 숨어 있는 사내들이 훤히 보인다.

드르르륵!

권총수의 사격은 너무 냉정했다.

신법을 펼쳤기 때문에 누구도 움직이는 걸 보지 못한데다 갑자기 등 뒤에서 갈기는 바람에 피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사내들이 털썩 거리며 여기저기 나뒹군다.

척!

권총수는 대문 기둥에 몸을 숨겼다.

탄창 교체 타임이다.

드르륵!

그 사이 M4십여발이 기둥을 때렸지만 파고들지 못했다.

두두두두!

맞은편에서는 HK-416이 쏟아지면서 트럭을 중심으로 숨어 있던 사내들이 연거푸 엎어졌다.

탁!

권총수 역시 세 번째 탄창을 끼우고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드륵!

드르르륵!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사격 중지!’

오민철의 귓속으로 권총수의 전음이 울렸다.

총소리가 멎었다.

권총수는 최대한 청각을 끌어 올렸는데 눈이 가늘게 좁혀진다.

‘셋!’

세 명이 숨을 쉬고 있다.

즉 생존자가 셋이라는 뜻인데 둘은 호흡이 거친걸 보아 부상을 입었고 한 명은 죽은 척 하고 있는 멀쩡한 놈이다.

‘형, 그대로 있어. 내가 처리할 테니까’

전음을 보낸 뒤 스윽 하는 순간 어느새 트럭 뒤로 다가갔다.

타타탕!

신음을 흘리는 두 명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휙하며 오른쪽으로 돌아서서 누운 사내의 목에 총구를 댔다.

죽은 척 하고 누워 있던 사내는 총구가 자신을 향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언젠가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봤는데 일본군들은 살았으면서도 죽은 척 하는 재주가 뛰어나더군요.”

살아있는 걸 알고 있다는 말이었으나 사내는 여전히 꼼짝 않는다.

파악!

권총수의 오른발이 사내의 팔목을 무자비하게 밟았다.

“꺼억!”

비명이 튀어 나왔다.

손목이 부러졌다.

“이런 싸가지 없는 쪽바리.”

어느새 다가온 오민철이 총구로 이마를 찍었다.

푸욱!

이마가 찢어지며 사내는 피를 흘렸다.

주르르!

피가 사내의 얼굴을 덮었다.

오민철은 혹시라도 권총수의 감각을 벗어난 놈(죽은척 하고 있는 사람)이 있나 일일이 총구로 눌러보고 찔러 보고 오른발로 옆구리를 차며 확인하고 다녔다.

빡!

퍼어억!

툭!

살아 있는 사람도 맞으면 죽을 만큼 오민철의 발길질은 강했다.

권총수는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후우!

권총수가 뿜어낸 담배 연기가 사내의 얼굴을 덮었다.

“깨끗하게 마무리 합시다. 나머지 병력이 있는 곳은 어디죠?”

사내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권총수는 다시 물었다.

“어디요?”

사내는 여전히 입을 다물었다.

퍼어억!

그때 사망자의 확인을 끝내고 돌아온 오민철이 사내의 옆구리를 찍었다.

끄욱!

사내는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이 쪽바리!”

오민철은 쭈그리고 앉아 싸늘하게 말했다.

“말하는게 좋을 거야. 난 인상만 이러지 생각보다 마음이 약하거든, 그런데 이분은 나와 틀려. 사막의 흑새라고 들어봤어?”

화악!

사막의 흑새라는 말에 사내의 눈이 커졌다.

***

햇빛이 강하다.

핸드폰 온도계가 43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걸 익혀 버릴 듯 뜨거운 태양속에 SUV 차량 한 대가 포도밭 옆으로 난 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었다.

포도는 검게 익어가고 있었고 농부들은 뙤약볕 아래 포도수확에 열심이다.

차는 한참을 달려 포도밭 길을 벗어났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길은 계속 이어졌고 유프라데스강의 지류로 보이는 작은 샛강이 나타났다.

강물은 거의 바닥에 고이다 싶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강을 건너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자 야트막한 산이 나타났다.

끼이익!

SUV가 멈췄다.

차문이 열리고 권총수와 오민철이 내렸다.

촤락!

권총수는 접힌 종이를 펼쳤다. 볼펜으로 서툰 솜씨의 지도가 그려져 있는데 그중 삼각형 점이 있고 찰합라마 산이라는 글씨가 쓰였다.

죽은척 하고 있던 사내가 그려준 약도였다.

“맞네!”

오민철이 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시리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란다.

분명히 사막성 기후와 지형을 보이고 있으나 주위 이라크나 사우디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지중해를 끼고 있어서인지 살짝 남유럽 분위기를 풍기며 유프라데스강을 중심으로 하는 곡창지대와 들판의 숲은 이곳이 중동인가 할 만큼 특별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잘 점검해!”

두 사람은 다시 한 번 총을 살피며 탄창을 주머니에 가능한 많이 넣었다.

이어 권총수가 앞장을 섰고 오민철이 뒤를 따랐다.

십여분 정도 산을 오르던 권총수가 멈칫했다.

왼쪽 11시 방향으로 작은 계곡이 있는데 평평한 곳에 국방색 25인용 텐트가 쳐 있었다.

다소 거리가 멀었는데 오민철은 권총수를 돌아보았다.

권총수는 한참 텐트를 살피는 것 같더니 말했다.

“사람 있어.”

“몇 명이야? 다쿠찌 놈 말로는 삼십여명 된다고 했잖아.”

“정확한 숫자는 세어 봐야 알겠지만 스무명은 넘을 것 같은데.”

권총수는 텐트속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을 듣고서 말했는데 한두 명이 아니다 보니 분명하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형은 기다려. 저놈들부터 처리하고 올테니까.”

능선을 따라 세 곳의 초소가 있었다.

최대한 주위 지형지물을 이용했다.

손으로 지은 초소라기 보다는 바위와 나무로 이뤄진 엄폐물에 위장망을 씌운 형태이다.

산 너머는 끝없이 푸른 들판이 이어지고 있는데 쿠르드 반군은 이곳 곡창지대를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총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

계곡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병력들이 깰수 있기 때문이다.

슈슈슉!

두 개의 돌멩이가 날아가 경계를 서고 있는 사내들의 목을 뚫어 버렸다.

두 사내는 다가오는 권총수를 바라보았지만 총을 쏜다거나 소리를 지를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대로 넘어졌다.

첫 번째 초소에 이어 두 번째 초소 근무자들도 권총수가 적엽비화의 수법으로 던진 돌멩이에 고꾸라졌다.

적엽비화는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돌멩이기 때문에 바람소리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부상 이전 보다 더 빠르면서 아무 소리 나지 않는 것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슈슈슉!

불영보로 다가가 커다란 바위 위에 숨어 있는 세 번째 초소 사내들에게는 꺾은 나뭇가지를 날렸다.

잎사귀까지 달린 나뭇가지 역시 정확히 목구멍을 뚫었다.

마치 사람의 몸에 나뭇가지가 자라는 형국으로 두 사내는 쓰러졌다.

쉬이이이!

권총수는 왔던 길을 돌아갔다.

땅을 고르고 돌멩이를 치운 흔적이 아직 남아 있는 걸 보면 이곳에 지휘부를 설치한지 오래 되어 보이지는 않았다.

야전 지휘부는 수시로 위치를 바꾼다.

오래 묵다 보면 위치가 드러나고 적으로부터 박격포 아니면 공중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능선의 초소 말고도 입구에 두 명의 경계병이 M4를 들고 서 있었다.

촤악!

뭔가 번쩍 하는가 싶은 순간 두 사내는 그대로 주저앉았는데 머리가 완전히 부서져 버렸다.

주먹만한 돌멩이가 머리를 으스러버린 것이다.

쉬이이이!

권총수가 초상비를 펼쳐 텐트로 접근했다.

날이 더운 탓에 입구를 열어 놨는데 스무명은 넘어 보이는 용병들이 잠을 자고 있으며 두 사내는 바둑을 두고 있었다.

권총수는 주머니에서 두 개의 수류탄을 꺼내더니 안전핀을 뽑았다.

이어 안전 손잡이를 놓았다.

안전손잡이를 놓으면 폭발 타임이 시작되는데 잠시 두 호흡 정도 하는 듯 싶더니 수류탄을 볼링공처럼 낮게 던지며 재빨리 오민철이 있는 입구로 날아왔다.

권총수가 모래 포대를 쌓아 만든 초소에 몸을 숨기는 것과 동시에 굉음이 울렸다.

쿵!

쿠쿵!

계곡이 흔들리면서 막사가 날아갔고 두 사람은 방아쇠를 당겼다.

드르르륵!

드드득!

수류탄 아래서 운 좋게 생명을 지킨 일부 용병들은 이어진 소총공격에 나동그라졌다.

20여초 가까이 이어지던 사격이 멈췄다.

탁!

타탁!

둘 모두 탄창을 바꿔 끼웠다.

그야말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25인승 군용텐트는 갈기갈기 찢어졌고 속옷 차림으로 잠을 차던 용병들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으으음!”

신음 소리가 들린다.

“어떤 새끼가 아직 안 뒈졌어?”

오민철이 신음을 흘리는 병사를 찾아 나섰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엉켜 있어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으으으!”

“기다려 임마. 지금 가고 있다.”

신음을 흘리는 용병에게 말을 붙이며 찾아가던 오민철의 걸음이 뚝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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