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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05화 (405/651)

제405화: 복귀(2)

그렇게 되면 매우 홀가분해 질 것이라는 게 바닥의 생각이다.

전쟁은 일대일 경기가 아니다.

다수가 겨루는 구기 종목이다.

그런데 어떻게 뛰어난 선수 한 명이 경기를 리드해 갈 뿐 아니라 골을 넣고 완전한 승리까지 거머쥐어 버린다.

“잘됐어, 어쩔 수 없이 손을 잡았지만 버거운 친군데.”

아카데미 대표이사 프린스는 맥주 한 잔을 마셨다.

“캡틴이 진짜 죽었다면 앞으로 블랙잭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새로 온 아카데미 카이로 지사장 다비드가 물었다.

“올 일 년은 계약서가 작성되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대로 흘러야지. 하지만 내년부터는 수익 배분이 달라져야지.”

“블랙잭과는 계속 거래를 하겠다는 것입니까?”

“굴러들어온 복덩이들일세. 그들의 전투력이 이정도일 줄은 몰랐어.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성실함이야. 전쟁에서 성실함은 승리를 갖추는 최고의 조건이거든.”

프린스의 입가에 여유가 묻어난다.

온몸이 파도치듯 흔들렸다.

지켜보다 잠시 졸고 있던 오민철이 화들짝 놀라며 바라보았는데 권총수가 심하게 몸을 떨고 있었다.

벌떡!

오민철이 일어섰다.

“아저씨 왜 그래요?”

술탄 역시 처음 보는 광경에 무척 놀란 얼굴이었다.

“나무 관세음보살!”

권총수와 오랫동안 같이 있으면서 보고 느끼는 것이 적지 않다.

운기를 가로막는 막힌 경락이 뚫리면 온 몸을 떤다.

내공이 흘러가다 막힌 곳을 만나면 주춤한다.

즉 자동차를 몰고 가다 장애물이 나타나 급브레이크를 밟는 현상과 비슷한 것이다.

내기는 기어이 막힌 경략을 뚫으려 반복 충돌을 하면서 몸이 떨리는 것이다.

“좋은 거에요?”

“물론 아주 좋은 거지. 더 이상 우리 술탄이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다.”

“내가 무슨 걱정을요. 걱정은 아저씨가 했지.”

술탄이 배시시 웃었다.

몸의 떨림은 갈수록 잦아들었고 세 시간 정도 흐르자 꼼짝하지 않았다.

아직 정상은 아니다.

막힌 경락이 뚫렸을 뿐이다.

몇 주천이고 계속 운기를 하여 전신에 흩어진 내공을 단전으로 모아야 한다.

내공은 항상 단전에 기본으로 잠겨야 정상이다.

어떤 동작을 하기 위해 내공을 사용하면 그때 움직여야 맞는 것인데 폭발로 인해 통제가 불가능했고 온 몸에서 사분오열 흩어져 있었다.

“됐다!”

오민철은 더 이상 걱정할 것 없다면서 안심했다.

“오늘이 가만.”

오민철이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더니 씨익 웃는다.

“소림사 제자 아니랄까봐 정확히 백팔일만에 깨어나는군.”

오민철은 털썩 주저앉아 두 다리를 폈다.

그때 권총수가 감긴 눈을 떴다.

흔들림이 없는 눈빛이다.

그건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신호였는데, 그때 갑자기 결가부좌한 상태 그대로 날아온다.

부우우웅!

그 모습을 본 술탄이 소스라쳤다.

신비한 아저씨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땅을 밟지 않고 날아올 줄은 몰랐다.

일부러 술탄을 더 놀려주려는 듯 권총수는 면전에서 내려서지 않고 공중에 떠 있었다.

“아...아저씨!”

술탄은 재빨리 밑에 뭔가 받치고 있지는 않는지 허리를 숙여 살펴보는 것도 모자라 오른손으로 휘저어 본다.

휘이이이!

“뭐가 있니?”

권총수가 묻자 술탄은 아무것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권총수는 천천히 내려서서 술탄에게 말했다.

“고맙다. 술탄. 정말 네가 아니었다면 이 아저씨는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아니라 알라께서 지켜 주신 거죠.”

“그래 맞다. 알라께서 아저씨를 어여삐 여겨 그 자리에 술탄을 보내 주었구나.”

권총수는 술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할아버지는 어디 가셨니?”

“양들 몰러 가셨어요.”

세 사람은 나란히 술탄의 집을 향해 걸어갔다.

집안으로 들어선 권총수는 술탄을 향해 물었다.

“전화기 있니?”

“없어요.”

핸드폰이고 뭐고 모조리 날아가 버렸다.

몸에 남아 있는 건 아랫바지에 넣어둔 지갑뿐이다.

물론 지갑에 든 천달러는 모조리 술탄의 할아버지 에베르에게 답례로 주었다.

술탄의 집은 아부카말에서 동쪽으로 10킬로 정도 떨어져 있었다.

세 가구가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고 언덕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야트막한 산을 끼고 있었다.

그 산을 넘으면 끝없는 사막이 이어진다.

술탄과 나머지 두 가구는 강에서 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한다.

유프라데스강 유역이지만 작은 산이 가로막아 농지 형성을 가로막아 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산을 넘으면 사막이 나타난다.

우선 회사에 전화를 하여 자신이 무사하다는 걸 알려야 한다.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생긴다.

회사 자체가 휘청일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연락을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땅거미가 밀려 오는데도 술탄의 할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조금씩 불안해지는 듯 술탄은 자꾸 대문 앞을 서성거렸다.

“양떼를 어디로 데려가니?”

“나아마 산입니다.”

집 뒤 조그만 산의 이름으로 잠자는 산이라는 뜻이었다. 권총수는 오민철에게 말했다.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술탄, 우리 같이 할아버지에게 가볼까?”

오민철의 제안에 술탄은 고개를 끄덕이며 세 사람은 대문을 나섰다.

높지 않은 산이다.

또한 크지도 않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뒤지다시피 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술탄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형, 여기서 술탄과 잠시 기다려!”

말을 하고 난 권총수는 몸을 날려 순식간에 산 정상에 올랐다.

결가부좌를 하여 천리지청술을 전개했다.

산 정상이다.

한쪽은 사막이고 다른 한쪽은 강이다.

깊은 계곡이나 건물 사이에서 시전하는 것보다 가청거리는 훨씬 길어진다.

꿈틀!

눈을 감은 권총수 눈썹이 꿈틀했다.

‘들린다!’

권총수는 재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형, 술탄과 먼저 집에 가 있어.”

오민철에게 전음을 보낸 권총수는 사막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슈우우우!

마치 미사일 한기가 날아가듯 권총수의 몸은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하는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빠르게 날아가던 권총수는 작은 모래 언덕위에 내려섰다.

사방은 완전히 캄캄해졌다.

권총수의 형형한 안광은 어둠을 꿰뚫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려온다.

슈우우우!

다시 금강부동신법이 펼쳐지고 몸은 빗살처럼 어둠을 뚫고 쏘아간다.

척!

커다란 바위 뒤에 내려선 권총수는 전방을 바라보았다.

양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어둠 속에 30여 마리의 양들이 모여 있다.

그 오른쪽으로 조금 떨어져 일곱 명의 사내들이 모닥불을 피우려는 듯 나뭇가지를 쌓고 있었다.

또 다른 한쪽으로는 십여 마리의 낙타도 보인다.

‘에베르’

권총순의 눈에 술탄의 할아버지가 보였다.

그런데 뒤로 손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화르륵!

나뭇가지에 불이 붙었다.

사내들은 모닥불 주위에 앉아 차가운 사막의 냉기를 몰아내고 있었다.

그때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두 명의 사내가 더 나타났는데 놀랍게도 어깨에 양고기를 메고 있었다.

저녁거리로 양 한 마리를 잡은 모양이다.

모닥불 좌우 끝으로 말뚝을 세우고 날카로운 꼬챙이에 양을 통째로 끼워 걸었다.

천천히 고기를 돌려가며 골고루 익혀가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이 이런 생활에 꽤 익숙해 보였다.

“영감 왜? 기분 나쁘다는 건가?”

애지중지 키운 양이 사내들 저녁꺼리가 되어 가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에베르의 눈이 활활 타올랐다.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지만 부족한 것이 많다.

그런 가운데 양은 에베르와 술탄이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재산이다.

양 젖으로 우유를 만들고, 치즈를 만들며, 양털로 짠 양탄자는 상당한 고가로 거래 된다.

자신도 아직 한 번도 잡아먹지 않은 양이 눈앞에서 구워지고 있으므로 분노가 좀체 수그러들지 않는다.

“그만 죽여 버리자고, 양 만 몰고 가면 되지 영감은 귀찮잖아.”

에베르를 죽이자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동조한다.

그때 한 사내가 권총수가 숨어 있는 곳을 향해 걸어왔다.

한참을 걸어와 모래구덩이를 파더니 바지를 내리고 쭈그려 앉는다.

볼일을 보려는 모양이었다.

사내는 매고 있던 AK소총이 걸리적거리자 모래 위에 눕혀 놓고 본격적인 화장실 자세를 잡았다.

스으으!

불영보가 펼쳐졌다.

사내가 권총수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아혈이 제압되어 있었다.

사내는 말을 못하고 급한 나머지 벌떡 일어서려 했지만 권총수는 집어든 AK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찍었다.

사내는 자신의 배설물 위로 주저앉았다.

털썩!

툭!

오른발로 옆구리를 찼는데 마혈이 제압된 것이다.

권총수는 총을 겨누며 사내들에게 다가갔다.

열심히 떠들며 익어가는 양고기를 보고 침을 흘리던 사내들이 권총수를 발견하고 화들짝 놀랐다.

그중 한 사내가 재빨리 AK를 잡으려 할 때 타앙하는 소리가 들리며 머리가 부서진다.

정확히 날아간 동료의 머리를 본 사내들의 눈이 커졌다.

“에베르 풀어!”

권총수의 명령에 한 사내가 일어나 급하게 에베르의 손을 묶은 밧줄을 풀어주었다.

타아앙!

권총수가 잠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는 사이 다른 사내 하나가 총을 잡으려다 역시 머리가 날아갔다.

“오오! 알라시여.”

노릿하게 익어가는 양을 보며 에베르가 입술을 부들부들 떨었다.

“뭐하는 사람들인가?”

권총수가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

다시 방아쇠를 당겨졌다.

탕!

또 한 사내의 피가 모래위에 뿌려지자 그제야 입을 열었다.

“우린 베두인 장사꾼이오.”

“거짓말이오. 베두인은 맞지만 이 지역 사막을 무대로 약탈과 살인을 일삼은 마적들이오.”

휘익!

에베르의 말에 다른 한 사내가 총을 잡았다.

타아앙!

총알이 얼굴을 뚫으면서 머리가 으스러졌다.

조용했다.

아무리 지척이라고 해도 이토록 빠르고도 정확한 사격은 쉽지 않다.

사내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그냥 지나가다 에베르를 도와주기 위해 끼어든 그저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사내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에베르 양 한 마리 시세가 어느 정도요?”

에베르는 갑작스런 질문에 뜻을 헤아리지 못했다.

“글쎄 자세히는 모르지만 대략 이만 시리아 파운드 정도 할 것입니다.”

20,000시리아 파운드면 우리 돈으로 사만 원 가까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20,000파운드는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돈이 아니었기에 권총수는 이마에 사마귀가 있는 사내를 향해 말했다.

“고기 값을 내시오.”

사내는 머뭇거렸다.

“남의 양을 잡아 구웠으면 계산을 해야 하는 것 아니오?”

사내는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은 동전과 지폐를 합쳐 2천 파운드도 안됐다.

주위 다른 사내들도 주머니를 털었는데 모두 합해 18,000파운드 밖에 되지 않았다.

권총수는 에베르 더러 사내들이 쌓아 놓은 돈을 챙길 것을 지시했다.

에베르를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이라는 듯 망설이지 않고 동전 하나까지 챙겨 넣는다.

드르륵!

총구가 불을 뿜었다.

나머지 사내들이 모래위로 넘어졌고 정적이 흐른다.

권총수는 뒤로 돌아서서 마혈이 제압된 상태로 구덩이에 주저앉아 있는 사내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쪼그려 있던 사내는 뒤로 벌렁 넘어졌다.

권총수는 사내들 소총에 삽입된 탄창을 모조리 꺼내 회수했다.

또한 그들의 몸속에 있는 여분의 탄창까지 챙긴 뒤 두 자루의 AK를 양 어깨에 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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