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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02화 (402/651)

제402화: 햇빛사냥(2)

그대로 꼼짝 않고 있었다면 들키지 않았었을 수도 있다.

순례객중 전직 일어강사가 있었는데 그의 입에서 일본군이라는 비명이 흘러나왔다.

일본군(日本軍).

그건 한국인이면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누구든 공포다.

과거 전범 일본제국군대의 공포를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앞다퉈 도망가다 잡힌 것이다.

“결국 비밀 유지를 위해 죽였군.”

권총수의 물음에 게이스케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다섯 명은 모두 총살됐다.

어차피 비밀 유지를 위해 죽여야 한다면 그냥 방아쇠를 당길 일이지 그들은 놀라운 실험을 계획한다.

그건 벌어져선 안되는 실험이었다.

총을 맞았을 때 살아있는 사람이 보이는 반응에 대한 실험이었기 때문이다.

다섯 사람을 이곳저곳 나무에 묶어 세운 뒤 한 명씩 총격을 가하며 반응을 살폈다.

“진짜 미친놈들 아냐?”

오민철의 눈에서 잡아 죽일듯 살기가 쏟아졌다.

“어떻게 민간인을 잡아 그런 실험을 할 생각을 할 수가 있지. 2차대전 때 한국인과 중국인들을 잡아다 생체 실험을 했니 마니 하는 얘길 들을 때마다 설마 했는데,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갑자기 그런 실험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IS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 이 쪽바리 새끼야.”

오민철은 금방이라도 권총을 뽑을 듯 노려보았다.

“아 진짜 돌아버리겠네. 칠 년 넘게 전쟁터를 돌아다녔지만 난 한 번도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던데 어떻게 너희들 대가리는 그러냐? 이쪽바리 새끼들 피는 빨간 것이 아니라 혹시 먹물 아냐. 더러운 흑피 말이야.”

권총수는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같이 생사를 넘나드는 동료를 죽인데서 오는 분노도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들과 맞서고 있는 시리아 반군이나 쿠르드 민병대도 아니다.

그들은 이 전쟁과 아무런 상관도 없고 피해도 주지 않은 민간인이었다.

오민철의 말처럼 저들의 피는 색깔이 다를까.

같은 인간인데 어떻게 살아 있는 민간인을 놓고 그런 연구를 할 생각을 할 수가 있을까.

파팟!

권총수 눈이 빛났다.

재빨리 창문 쪽으로 걸어가 어두운 밖을 바라보았다.

어둠을 바라보는 권총수의 이미가 깊게 패이며 주름살이 생겼다.

‘으음’

굉장한 살기가 다가온다.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데 권총수는 오민철을 향해 말했다.

“형, 일 층 현관 문 잠가.”

“알았어!”

오민철은 권총수의 감각에 좋지 않은 것이 잡혔다는 걸 간파하고 재빨리 계단을 내려가 두꺼운 현관 철문을 걸어 잠갔다.

다다다닥!

오민철이 문을 잠그고 올라왔고 권총수는 게이스케를 향해 물었다.

“총기 창고 어딨죠?”

게이스케 역시 자기편이 왔다는 걸 알아차린 듯 얼른 대답하지 않았다.

푸슉!

권총수는 옆에 있는 사내를 쏴버렸다.

게이스케가 대답하는데 좀 더 홀가분하도록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장교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지하실!”

다다다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오민철이 계단을 다시 뛰어 내려갔다.

일 층에 들어선 오민철은 바닥을 살폈다.

그러다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안쪽 벽으로 문이 하나 붙어 있었다.

덜컹!

문을 열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탁!

입구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켠 오민철은 계단을 살폈다.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내려갔는데 완전한 지하실이었다.

지하실에는 여기저기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었다.

오민철은 그중 국방색 페인트가 칠해진 긴 나무 상자로 다가가 뚜껑을 열었다.

안에 아직 한 번도 쓰지 않은 M4 십여 자루가 있었다.

실탄이 가득 들어 있는 탄알박스만 열 개가 넘고, M14 대인지뢰가 두 박스 있었다.

한 박스에 스무 개씩이니 모두 마흔 개가 있는 셈이다.

미군 제식 수류탄 MK.21도 있었다.

신관이 통합된 본체를 기준으로 어떤 가공을 거치지 않고서 나사처럼 돌려 세 개까지 연결사용이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다.

멈칫!

한쪽에 큰 상자가 있었으므로 뚜껑을 열었다.

둥글고 납작한 물건이 보인다.

M-15대전차 지뢰다.

산업용 다이너마이트가 한 박스 있으며 그 이외에 주목할 총기는 없었다.

오민철은 수류탄 십여 개만 들고 지하실을 나갔다.

그리고 1층 구석에 세워진 M4 네 자루중 두 자루를 챙겨 올라갔다.

지하실에 전혀 사용하지 않은 새 총이 있지만 길이 들지 않아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는 자칫 고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권총수는 창문 커텐을 쳐놓고 있었다.

“왜?”

오민철은 이마를 찌푸리고 있는 권총수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저거였어!”

한쪽을 가리킨다.

오른쪽 벽으로 전기 스위치처럼 생긴 것이 보인다.

“스위치 같은데.”

툭!

오민철이 잡아 당기자 뚜껑이 열리고 안에 오십원 짜리 동전만한 은색의 칩 하나가 붙어 있다.

“뭐야? 설마 인체 감응센서?”

“맞아!”

센서는 방안에 원래 있던 인원을 초과하면 가미카제 용병 지휘부로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 게이스케의 설명이었다

그래서 누군가 데려오거나 방문자가 있을 때는 지휘부에 연락을 취해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한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권총수와 오민철은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소리라도 미세하게나마 나는 기기였다면 권총수의 귀를 피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조금 전 중위에게 전화가 걸려 왔더군. 마지막 공격직전 확인해보는 절차이지.”

“누가 받았어?”

“여기까지 왔는데 피할 필요 없겠다 싶어 내가 받았지.”

“뭐라 그래?”

“한마디 말도 없이 끊던데.”

두 사람은 방바닥에 엎드린 상태로 약간 열린 커텐사이를 통해 밖을 보았다.

하지만 주택가인데다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와장창!

콰아앙!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창문이 박살나며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RPG!”

로켓 한 발이 날아와 맞은편 벽을 때리며 터졌다.

쿠쿠쿠쿵!

집이 무너질 듯 움직이며 실내 물건들이 날아가고 폭풍이 휘몰아쳤다.

우르르!

꽈당!

집안으로 들어온 로켓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단 한 방으로 방안은 초토화가 되었다.

다행히 엎드려 있는 관계로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빨리 피해야 한다.

슈욱!

또 한발의 RPG가 날아왔는데 이번에는 맞은편에서 벽에 충돌하며 터졌다.

콰콰아앙!

한쪽 벽이 무너져 내렸고 컴퓨터 본체가 날아와 오민철의 등으로 떨어졌다.

욱!

창졸간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피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괜찮은 듯 오민철은 컴퓨터 본체를 밀어내며 허리를 쓰다듬었다.

벽이 무너져 밖이 훤히 보인다.

바닥은 무너진 벽돌조각과 실내 물건들이 떨어져 난장판이다.

권총수는 위기임을 직감했다.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나가는 순간 어마어마한 사격이 가해질 것이고 그걸 피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한두 발이 아닌 수십 발이 몸을 때리면 호신강기 아니라 철판을 둘러도 목숨을 부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콰앙!

또 한 발이 들어왔다.

우르르릉!

강한 지진을 만난 듯 집이 흔들리면서 창문틀이 통째 떨어져 나갔고 지붕이 일부까지 무너지면서 기왓장들이 쏟아져 내린다.

아군이 와서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던 게이스케는 파편을 맞고 혼이 날아간 표정이다.

“형, 대전차 지뢰 있다고 했지.”

“응!”

“빨리 가져와.”

다다다닥!

오민철은 컴퓨터 본체로 맞은 등이 뻐근한지 그곳을 만지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잠시후 무게 13킬로짜리 대전차 지뢰를 가져와 바닥에 놓았다.

“뭐할건데.”

바깥으로부터 일체 사격 따위는 없다.

왜 사격을 하지 않는지 권총수는 알고 있었다.

사격을 할 필요가 없다.

사막의 흑새 정도를 죽이려면 RPG 정도 되어야 한다.

더욱이 집안에 있으므로 지금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

설혹 죽이진 못해도 RPG를 쏘다 보면 적지 않은 부상은 입을 것이고 운이 좋아 집이 무너져 잔해에 깔린다면 그야말로 땡큐다.

그것 뿐이 아니다.

집이 무너지기 직전 밖으로 나온다면 정상적인 몸은 아닐 것이다.

설혹 정상적인 몸이라고 해도 기관총과 소총으로 무장한 시리아군과 가미카제 용병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긴다면 결코 살아날 수 없다.

상대의 전략은 간단했다.

오로지 RPG로만 잡으려는 것이다.

그 방법이 더 분명하고 확실한 것이다.

사면초가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으로서는 총을 쏠 수도 없고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집안에 갇혀 있는 것 뿐인데 갑자기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그건 위험하고 무모한 일이지만 지금에서는 그 보다 더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길이 없어.”

권총수는 단호했다.

“자살행위야!”

권총수의 설명에 오민철의 표정이 굳어있다

“다른 길이 없다고 했잖아.”

권총수가 생각해낸 방법은 대전차 지뢰를 터뜨리는 것이다.

그때 발생하는 엄청난 폭풍에 몸을 맡기며 최대한 차력미기대법(借力彌氣大法)을 펼치는 것이다.

폭발풍의 속도만큼이나 신법이 빨라버리면 걱정될 건 없지만 결코 대전차 지뢰의 폭발속도를 맞출 신법은 없다.

그래도 해야 한다.

폭발에 휩쓸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시도해야 한다.

어차피 포위망을 뚫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슈우우!

쾅!

네 번째 RPG가 들어왔다.

이번에는 쇼파 뒤 벽이다.

사방에서 RPG를 쏜다는 건 집을 빨리 무너뜨리려는 목적도 있으나 직접 죽이는 쪽에 무게가 더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여기저기 고루고루 쏘다보면 걸리고 또 걸려 신체가 갈기갈기 찢어질 것이다.

다섯 번째 굉음이 울리면서 우지끈하더니 천장의 절반이 무너진다.

퍼어억!

권총수는 머리 위로 떨어지는 시멘트 덩이 한 개를 향해 우장을 뻗었다.

놔두면 자신의 머리를 칠 것이다

파아아!

시멘트가 산산 조각나면서 흩어졌다.

쫘악!

권총수는 커텐을 뜯었다.

“최대한 세게 묶어야 돼. 전번과는 전혀 달라.”

정강이 뼈에 문제가 생겨 등에 업혔을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때는 수중이었고 호흡에 장애가 있었을 뿐 빠르지 않아 업혀 움직이는데는 어려움이 없었지만은 지금은 다르다.

튕겨 나가는 속도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잘못하면 등에서 떨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으음!”

두꺼운 커텐을 단단하게 묶어 아이들 업는 포대기처럼 만들었다.

또한 등 쪽보다는 앞으로 안는 것이 오민철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적다. 권총수가 오민철에게 안쪽으로 어서 오라고 손진했다.

“그건 안돼!”

오민철이 주춤한다.

포위를 벗어나기 위해선 앞으로 날아간다. 그렇다면 등 쪽이 위험에 노출되는 것이다.

오민철은 자신이 등에 업혀 권총수가 조금 덜 위험해지길 바라는 것이다.

“지금 다툴 때가 아니야. 빨리 들어와”

“총수야!”

둘이 마주 보았다.

“뭐해? 어서 안 오고?”

이런 상황인데도 권총수가 히죽 웃는다.

그 모습을 보며 오민철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오민철은 가랑이를 벌리며 섰고 바닥에 놓은 커텐 묶음을 들어올렸다.

오민철의 양다리 사이로 커텐이 단단히 받쳐지면서 권총수는 그것을 목에 걸었다.

80킬로의 몸무게지만 이갑자의 내공 때문인지 전혀 힘든 얼굴은 아니었다.

오민철은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나란 놈은’

한 번도 권총수를 멋지게 돕거나 구해준 적이 없다.

매번 신세고, 다달이 적금 넣듯 한 번씩 권총수를 괴롭힌다.

갓난아이도 아니고 이게 무슨 꼴인가.

권총수는 부서진 천장 한쪽을 올려다 보더니 오른손을 빳빳하게 세웠다.

스으윽!

천장을 향해 줄을 긋듯 하자 시멘트가 두부처럼 반듯하게 잘려져 나간다.

좌장으로 뻗어 떨어지려는 잘라 놓은 덩어리를 지지했다.

대전차 지뢰가 폭발하는데 필요한 압력은 최소 120킬로 이상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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