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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400화 (400/651)

제400화: 습격(2)

무르시의 이 지역 방문은 벌써 세 번째 였다.

최측근이자 전 시리아 공화국수비대 대장 출신 무르시를 일 년도 안돼 세 번씩 보낸다는 건 오랜 내전으로 인한 국민들의 의식주가 절박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이번 주 안에 오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아직 정확한 날짜와 시간은 알지 못하는 듯 아사흘의 이마가 찡그려졌다.

“이번 주라고 해봤자 오늘이 목요일인데.”

사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다면 평일은 내일 뿐이다.

“내일일 가능성이 높군요.”

“주말과 휴일을 뺀다면.”

잠시 침묵이 흘렀다.

잠영술로 은신해 있던 권총수는 쿠루드 민병대가 무르시를 노리고 있다고 보았다.

무르시는 무자비한 인물이다.

사막의 공포로 불릴 만큼 알 아사드 밑에서 벌어지는 모든 피의 작전에 항상 앞장섰다.

공격 말고는 다른 생각을 않는 극단적 강경파로 10년 내전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계속 얘기를 나누었으나 대화에 힘이 없었다.

여러 상황을 보면 내일 올 가능성이 높지만 전쟁의 지도를 바꿀 만한 큰 작전을 백퍼센트 정확한 정보 없이 감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단 그렇게 알고 돌아가죠.”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잠시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반쯤 벌렸다가 닫아 버렸다.

그리고 몸을 돌려 가게를 나가 사라졌다.

아카시아 그늘 아래서 담배를 피우고 있던 오민철은 다가오는 권총수를 보며 물었다.

“아니야?”

사내의 정체가 알파이 아니냐는 질문이다

권총수는 털썩 주저앉아 길게 숨을 내쉬더니 가게 안에서 엿들었던 얘기를 해주었다.

“결국 알파이인지 아닌지는 확인도 못했다는 거잖아?”

그래도 일단 알파이인지 아닌지는 확인을 해보지 그랬냐는 말인데 권총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지금 건드릴 필요는 없다.

정보의 정확성이 분명치 않아 어떤 사태가 일어날지는 아직 모른다.

일단 내일을 지켜보기로 했다.

가게 집이 이 지역 쿠르드 민병대 비밀 거점 중 한 곳이라는 걸 알았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아사흘도 알파이로 추정되는 사내도 장악할 수 있다.

시청 경비를 하는 일본 용병들의 교대시간이다.

그런데 야간 근무를 할 교대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지?”

다시 그들의 뒤를 밟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문을 지키는 두 사내가 밤이 되는데도 떠나지 않았다.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던 권총수가 말했다.

“그곳으로 한 번 가보자고? 양탄자 수선집이 있는 골목.”

부르릉!

오민철은 차의 시동을 걸어 출발했다.

골목은 조용했다.

양탄자 수선집도 그대로 있고 골목 구석진 곳에 쌓여 있던 쓰레기도 보인다.

마스히토가 들렸던 구멍가게도 그 자리에 있었으나 정작 있어야 할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딸칵!

멀리 떨어진 길가에 세워둔 닛산 SUV문이 열리고 권총수가 내렸다.

오늘은 직접 탐문조사를 해 볼 예정이다.

“조심해!”

오민철은 긴장한 얼굴로 수선집 쪽을 향해 걸어가는 권총수를 백미러를 통해 바라보고 있었다.

권총수가 골목으로 사라졌다.

10여분 정도 지나 권총수가 다시 차에 올라탔다.

“사라졌어.”

그럴 것이라고 어느 정도 짐작은 했었다.

“놀라운 건 수선집 아주머니도, 구멍가게 노인도 그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거야. 시리아에 들어와 있는 일본 회사 직원들로 알고 있어.”

“쪽바리 새끼들 잔대가리 하곤.”

오민철이 코웃음을 쳤다.

부우웅!

차는 골목을 떠났다.

정말로 왔다.

단지 아침 일찍 왔다는 것이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 여섯시인데 육중한 헬기소리가 들리더니 러시아제 Mi-24공격헬기 한 대가 나타났다.

승무원 세 명에 보병 열 명을 태우고 공격기 겸 수송역할도 하는데 엄청난 바람이 시청 앞을 휘몰아쳤고 뿌연 먼지가 모래폭풍을 만들었다.

헬기가 내려앉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시리아 군들이 헬기를 둘러쌓았다.

헬기 문이 열리고 쉰 중반 정도 보이는 정장차림의 사내가 내렸다.

시리아 권력서열 2위인 무르시다.

무르시가 헬기에서 내려 시청 직원들의 영접을 받으며 안으로 걸어갈 때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며 박격포탄이 떨어졌다.

포탄은 절묘하게 헬기에 격중되었고 미쳐 내리지 못한 승무원들이 불길에 휘말렸다.

쾅!

콰쾅!

박격포탄은 시청 이곳저곳에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무르시는 직원들과 재빨리 지하 대피소로 사라졌다.

슈우우우!

그때 로켓포가 날아가더니 그나마 남아 있는 헬기를 완전히 폭발 시켜 버렸다.

콰아아앙!

근처 군인들까지 나동그라지며 사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일단의 민간인들이 나타났다.

두두두두!

드르륵!

쿠르드 민병대들이다.

헬기를 호위하던 군인들과 외곽을 지키고 있던 가미카제 용병들과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다.

“대단한 규모인데.”

권총수와 오민철은 시청이 훤히 바라보이는 무너진 모스크 담벼락 아래 차를 세우고 양쪽의 교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박격포와 로켓포를 동원해 헬기를 파괴한 민병대쪽이 우세해 보였다.

가미카제 용병들은 흥분하지 않았다.

그들은 쏟아지는 민병대의 총알 속에서도 안정된 몸놀림을 보였다.

“어!”

치열한 총격전을 보고 있던 권총수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저런!”

조금 있다 오민철도 입을 벌렸다.

“엄청나군.”

오민철의 눈이 번득인다.

틀리다.

가미카제 용병들의 사격은 시리아군과는 전혀 달랐다.

총알이 폭우처럼 쏟아지는 전장에서 고개를 내밀고 조준사격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엄폐물 뒤에 숨어 밀려오는 쿠르드 민병대들을 침착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원샷 원킬이다.

그냥 대충 갈기는 것이 없고 철저히 조준사격이다.

쿠르드 민병대 공격이 시작될 때는 여러 상황에서 우세했고 잘 하면 시청을 장악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는데 점차 저울추는 균형을 이룬다.

그리고 마침내 민병대쪽이 후퇴하고 있었다.

꿀꺽!

권총수는 침을 삼켰다.

가미카제 용병들은 전쟁에서 사격이 얼마나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었다.

흘긋!

오민철을 돌아보았다.

오민철 또한 매우 놀란 듯 꼼짝하지 않았다.

“믿어지지가 않아. 자위대 출신이 미국의 씰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사격 능력이라니.”

오민철의 목소리가 떨린다.

총성이 멎었다.

시간은 30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아주 짧은 교전이었지만 피해규모는 컸다.

헬기가 완전 파괴되었다.

박격포가 떨어지면 시청 건물일부가 부서지긴 했지만 붕괴 위험이 있다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민병대쪽에서 17명이 죽었고 이쪽 피해는 사격에 의한 사망보다는 박격포탄이 떨어지면서 시리아군 아홉 명이 죽었다.

가미카제 용병들은 한 명도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없었다.

무르시가 살아났지만 민병대의 기습으로 아부카말 곳곳에 시리아군이 깔렸다.

가미카제 용병들은 SUV를 타고 호령하듯 시내를 질주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해가 떨어졌다.

혼다 SUV가 멈췄다.

문이 열리고 모두 네 명이 내렸는데 사내들의 습관처럼 주위를 살폈다.

네 사람은 골목에 차를 두고 자주색 페인트가 칠해진 작은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들어가고 십분 정도 지났을 때 권총수와 오민철이 나타났다.

두 사람 모두 소음기가 끼워진 글록 19를 들고 있었는데 오민철이 히죽 웃었다.

“쪽바리 너희들은 뛰어봤자 내 손바닥 안이다.”

퇴근 전술은 전에 목격했던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단지 앞서서는 차량이 마지막 끝이었는데 이번에는 또 한 대의 차량이 따라 붙으며 미행이 있는지를 체크했다.

똑같을 것이라고 단정하여 앞서 했던 방식으로 미행을 했다면 꼼짝 못하고 걸려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보호차량은 어느 정도 안전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으며 두 사람은 계속 따라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대문이 따로 있지 않고 건물벽에 이런 식으로 붙어있는 구조의 주택이 침입하기 가장 어렵다.

대부분 이런 집들은 대문 아니면 다른 곳으로 들어갈 공간이 없는 것이다.

거주자는 대문 앞에 CCTV 한 대만 설치하면 방안에서 침입자를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이곳 역시 CCTV가 설치되어 있었다.

툭!

권총수는 CCTV각도를 벗어난 지점에서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밟아 껐다.

굳게 닫힌 문은 두꺼운 철판으로 짙은 자주색 페인트를 칠했다.

가미카제 용병들이 임대하면서 새로 단 모양이다.

권총수가 고개를 들었다.

지붕 처마 아래 작은 창문 하나가 붙어 있었다.

일반인들에게는 도저히 올라갈 수 없는 곳이지만 권총수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스으으!

권총수의 몸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창문높이로 솟구친 권총수는 가까이 붙었다.

창문은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검정색 비닐을 유리에 붙였다.

자신들이 직접 붙인 듯 울퉁불퉁 물 자국이 보인다.

평범한 집이라면 일 층도 아닌 처마 바로 아래 있는 다락방 창문에 외부 시선을 피하기 위한 이따위 검정색 비닐 따위는 붙이지 않는다.

권총수의 손바닥이 유리에 닿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리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는데 삼매진화였다.

유리창 한쪽이 완전히 사라지고 손을 넣어 가운데에 있는 잠금고리를 풀었다.

도저히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갈 수는 없었으므로 몸을 수평으로 만들어 날아가듯 천천히 들어섰다.

다락방 천장이 낮다.

바닥은 양탄자가 깔려 있었는데 이 층으로 내려가는 문인 듯 끈 달린 사각형의 판자가 눈에 들어온다.

권총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인기척이 있는데 두 사람이다.

내공을 좀 더 끌어 올리자 아래층에서 두 개의 기척이 더 발견되었다.

결국 차에서 내린 네 사람 말고 이 집에 다른 사람은 없다는 뜻이다.

무형의 강기를 만들고 손잡이 끈을 당기자 바닥이 열렸다.

덜컹!

하는 소리를 냈으나 강기의 벽에 막혀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한다.

나무로 된 계단이 있었는데 벽으로 붙었다.

계단을 안쪽으로는 화장실이 보인다.

슥!

권총수는 소리 없이 내려섰다.

스으으!

초상비로 날아가므로 소리가 날 리 없다.

권총수는 이 층 거실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두 사내를 향해 왼손을 뻗었다.

소림의 탄지신통이다.

파파팟!

마혈과 아혈이 동시에 제압되며 둘은 멍한 표정을 했다.

권총수는 가볍게 웃어 보이고 일 층을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달그닥 소리의 정체를 이제야 알았다.

두 사람이 오늘 식사 당번인 듯 일 층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권총수는 천천히 다가갔지만 요리에 집중한 두 사람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두 사람은 물이 끓고 있는 냄비를 보며 뭐라고 떠들었는데 말이 빨라 잘 알아듣지 못했다.

단지 약간의 웃음기가 있는 것이 중요한 얘기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잠시 서서 두 사내를 바라보던 권총수가 왼손을 들어 올렸다.

푸푹!

두 사람은 움찔하더니 그대로 굳는다.

마혈이 제압 된 것이다.

“엇! 왜 이래.”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자 당황한다.

“소...손이 꼼짝을 안 해.”

두 사내는 안간힘을 다했지만 움직이지 못했고 그때 철커덩 하며 오민철이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권총수가 안에서 열어준 것이다.

“어어어! 이게 무슨 냄새야. 이럴수가.”

오민철이 놀라며 부엌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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