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95화 (395/651)

제395화: 행동(1)

소규모 전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특수부대의 효시는 영국의 SAS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들로부터 시작된 특수부대의 훈련과목과 방법은 네이비씰로 이어졌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권총수는 타마르가 왜 미행에 성공하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

서툴기도 했지만 그런 형태로 이동하다 보면 누군가에게라도 반드시 발각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타마르를 죽이면 그 배후에 있는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존재나 또는 정체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알면서도 방관한 것이다.

살짝 혼란을 야기해 미행을 따돌려 타마르가 포기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타마르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도 볼 수 있잖아?”

“전혀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

오민철이 흠칫했다.

그렇다면 자신들의 정체도 드러났을 수가 있기 때문이었다.

권총수는 씨익 웃었다.

“뭘 신경써!”

오민철이 깜짝 놀라며 웃었다.

“아, 쏘리쏘리! 등봉조극.”

권총수는 타마르의 집에 들어온지 30분이 훌쩍 넘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등봉조극의 경지에 올라선 권총수가 감시의 시선이나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타마르는 몰라도 자신들은 안전하다는 뜻이었다.

다음 날 다시 그 카페에 있었고 또 다시 기다렸다.

이미 어제 이들의 이동패턴을 간파 한 탓에 한결 여유가 있었다.

어제는 민원인들과 섞여 퇴근한 바람에 깜짝 속아 넘어간 오민철은 오늘 만큼은 두 번 실수를 않겠다는 듯 눈에 힘을 주었다.

“자식들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

민원인들 사이에 섞여 나오는 터번을 두른 남자를 보며 오민철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어제와 달리 둘은 인도로 내려가지 않았다.

어쩌면 저들 머릿속의 기억력은 보통 사람들과 다를지도 모른다.

기억력 훈련과정도 있다.

물론 심화과정은 아니고 기억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정도를 배운다.

한 번 지나가면서 자신들을 쳐다보거나 이상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복사하듯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두울!”

오민철이 창문을 내려다보며 세기 시작했다.

“자식, 저기 세 번째 놈 온다.”

주야간 4명씩 근무를 섰다.

세 번째 사내에 이어 네 번째가 지나자 재빨리 두 사람은 커피숍을 걸어 나갔다.

오늘은 차까지 준비했다.

어제와 같이 닛산 SUV가 나타나자 시동을 걸고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네 번째 사내부터 한 명씩 태우기 시작하더니 모두를 태웠다.

부우웅!

차는 속도를 높였다.

뒤를 따라가는데 권총수가 말했다.

“형 추월해!”

“벌써?”

눈치 챈 것 같냐는 질문이다.

발각 됐으면 추월할 필요가 없이 바로 공격으로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의 추월은 두 사람이 타고 있는 차량을 닛산 운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다.

자연스럽게 추월해 가는 일본 혼다 SUV를 보면 기분이 새로울지 모른다.

외국에 나와 우리 자동차가 굴러가는 것을 보면 괜히 반갑고 뿌듯 한 것처럼 그들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더구나 뒤를 따라오지 않고 앞으로 갔으니 미행차량의 움직임은 아니라고 볼 건 불문가지다.

부우웅!

닛산 SUV를 추월했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해 신호에 걸렸고 멈춰섰다.

닛산 SUV도 신호에 걸렸으나 두 사람의 차량과는 다섯 대의 거리를 두고 뒤에 있었다.

“계속가?”

“가야지!”

“미행은?”

앞서가는데 어떻게 저들을 따라 갈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형 이런 일 한두 번 해. 내전으로 시내 도로상태가 나쁘다고, 당연히 차량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설혹 우리가 앞서가도 뒤만 잘 살피면 그다지 간격이 크게 벌어지지 않을 거야.”

권총수의 말은 정확했다.

도로복구는 아직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차량통행은 많지 않으나 패이고 갈라진 도로로 인해 서행이 불가피했고 차량 정체가 곳곳에서 이어졌다.

닛산 차량과는 거리가 50미터 내외에서 왔다갔다 했다.

물론 권총수는 아예 뒤를 돌아보고 앉아 있었으므로 더욱 놓칠 위험은 없었다.

“오른쪽으로 가는데.”

오민철이 재빨리 백미러를 통해 닛산 SUV를 살폈다.

오거리 교차로인데 닛산이 1시 방향으로 있는 작은 도로로 진입하고 있었다.

차선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었다.

“무전기 잘 챙겨!”

신호에 걸렸을 때 재빨리 차에서 내린 권총수는 1시 방향의 도로를 향해 걸어갔다.

사람들 눈에는 걸어가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어쩌면 움직임이 너무 이상해 착시 현상으로 생각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본디 불영보는 그런 걸음이다.

어느새 권총수의 모습은 오민철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사이 신호가 바뀌었고 오민철은 한참을 더 달리다 차를 돌려 권총수가 들어간 왕복 2차선 도로에 접어 들었다.

지글 거리는 소리에 오민철이 무전기를 들었다.

“어디야?”

“쭉 길을 따라 올라오면 카페트 수선한다는 간판이 있어. 그 앞을 지나쳐 100미터 가까이 올라 와.”

오민철은 차를 몰아갔다.

교차로에서 2차선 도로로 진입하여 800여 미터 정도 이동했을 때 맞은편으로 카페트 수선집이 보였다.

오민철은 차를 계속 몰아 백 미터 가까이 올라갔고 길가에 서 있는 권총수를 발견했다.

벌컥!

권총수는 재빨리 차에 올랐다.

“어딘데?”

“카페트 수선 바로 옆.”

“골목?”

“저봐. 입구에 놈들 차.”

골목 입구에 닛산차가 있다.

두 사람은 잠시 차안에서 기다렸다.

1시간여를 기다렸으나 한 번 들어간 사내들는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그만 가고, 내일 아침 퇴근하는 야간 근무자들을 한번 보자고.”

두 사람은 현장을 떠났다.

아침 일찍 거리에 나왔다.

어제 야간 근무를 마치는 자들을 뒤따라가 볼 생각인 것이다.

예상대로 그들의 퇴근 방식도 주간 근무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똑같은 형태의 이동방법을 사용했다.

예상을 빗나간 것이라면 그들은 카페트 수선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는 것이다.

“그럼 뭐야? 주거형태가 집단거주도 아니고 개인 자취나 하숙은 더욱 아닌데.”

“팀별 공동거주로 보이는데.”

권총수가 말했다.

용병과 군대의 병력 편제는 다르다.

분명 군대식을 그대로 민간으로 끌어내 도용하지만 규모와 장비에서 가장 차이가 있다.

군대는 일반적으로 열 명 내외를 하나의 분대로 규정하는데 반해 용병시장에서는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여섯 명까지를 분대로 구분한다.

각 회사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그 숫자를 벗어나지 않는다.

“분대별 거주 형태를 선택하고 있다고 봐야겠군.”

아카데미는 개인거주를 선호한다.

철저히 민간기업의 근무 형태를 따르는 것이다.

정시에 출근하고 퇴근하는데 작전을 나가면 몇날 며칠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에 반해 다인코프는 집단 거주를 선호한다.

군대처럼 한데 몰려 있어야지만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밑바닥까지 명령 전달이 빠르다는 이점을 살린 것이다.

그 이외에도 여러 주거 방식이 있으나 대부분의 기업들이 두 회사의 형태를 따라하고 있었다.

“문화의 차인가?”

오민철이 툭 던지듯 물었다.

현재 용병시장의 70퍼센트는 미군출신들인데 생활방식을 보면 집단 아니면 개인 주거다.

두세 명 또는 대여섯 명 규모의 주거형태는 권하지도 않고 시행하지 않는다.

사고의 위험성 때문이다.

술과 마약, 동성간의 추행과 폭행 사고의 빈도가 세 명에서 다섯 명일 때 가장 많이 발생했다는 연구 보고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아시아권, 주로 인도와 네팔의 구르카 용병들이 많이 오는데 그들은 개인이든 집단이든 사고를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

그건 일본이나 한국도 비슷했다.

특히 한국은 군대를 거친 남자들이 많아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한국 군대는 일본군대를 많이 흉내냈다.

비록 상당부분 사라지긴 했지만 과거 일본군 편제가 곳곳에 남아 있음을 부인 할 수는 없다.

군대에서 가장 귀에 익은 단어가 ‘방침(方針)’인데 자위대를 나온 나카야마도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했다.

방침이라는 한 마디면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 한국과 일본 군대의 특징이다.

“두 곳 중 한 곳을 쳐봐야지?”

오민철이 바라본다.

“그건 안돼. 자신들의 정체가 노출됐다는 걸 인식하면 깊이 숨던가 아니면 경계가 강화되어 우리의 조사가 난관에 봉착 할 수 있어.”

“그럼 어떻게?”

“한 명, 딱 한 명을 잡아야 해.”

한 명의 실종은 상대로 하여금 추정이나 의심을 흔들어 버린다.

즉 어떤 사건인지, 납치인지 암살인지 단순 강도인지 종잡을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음 날 낮 근무자들이 퇴근했던 골목으로 향했다.

카페트 수선집 골목에서 한 사내가 걸어 나왔다.

회색 추리닝 바지에 반팔 티를 걸쳤는데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서 도로를 따라 걸어 올라갔다.

일백 여미터 정도 올라가자 구멍가게 하나가 나왔다.

10여분 후, 사내는 뭔가를 산 듯 묵직한 봉지를 들고 나왔다.

권총수는 어느새 차에서 내렸고 길을 건너가 사내를 향해 걸어갔다.

사내는 내려오고 권총수는 올라가는 것이다.

스윽!

옆으로 지나가는 듯 하더니 오른손이 사내의 옆구릴 스치듯 때렸다.

단번에 마혈이 제압되었고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아혈까지 제압한 다음 어깨에 둘러멨다.

사내를 짊어지고 길을 건넌 권총수는 오민철이 미리 열어놓은 트렁크에 사내를 던지듯 싣고 문을 닫았다.

쾅!

부우웅!

사내를 제압에 트렁크에 싣는데 단 이십 초도 걸리지 않았다.

권총수와 오민철은 나란히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유프라데스강이 흐르고 하늘에 별들이 하나 둘 떠오르고 있었다.

“깨울까?”

오민철이 물었다.

“깨어났어.”

홱!

오민철은 20여미터 떨어진 차량 쪽을 바라보았다.

“도망가면 어떡해?”

“마혈과 아혈을 풀어준 대신 환도혈(環跳穴)과 곡지혈(曲池穴)을 눌렀어. 손발을 움직이지 못해.”

환도혈은 엉덩이 좌우에 있는 혈도로써 제압당하면 두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고 곡지혈 역시 양 손을 사용하지 못한다.

마혈을 제압당해 온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도긴개긴이다.

툭!

피우던 담배 꽁초를 털어 버린 권총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숲속에 숨겨 놓은 차량으로 걸어갔다.

차가 좌우로 흔들거리는 것이 어떻게 탈출해보기 위해 상체를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었다.

딸칵!

오민철이 트렁크를 열었는데 사내는 차에 실린 HK-416총열을 입에 물고 있었다.

“지랄한다. 입으로 어쩌려고?”

오민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더니 사내의 한쪽 팔을 잡아 땅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꽈당!

사내는 그대로 나동그라졌는데 권총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살아있는 눈이 어떤 것이라는 걸 사내는 지금 보여주고 있었다.

양쪽 눈에 전구를 하나씩 박은 듯 올려다보는 눈이 형형했고 힘이 넘친다.

“이 새끼 봐라”

특수부대 출신답게 오민철 역시도 사내의 눈에서 뭔가 읽어 낸 모양이다.

“꼭 지옥주(Hell Week) 훈련 받은 놈 눈구멍이잖아.”

극한의 훈련을 받지 않으면 야수같은 눈은 가질 수 없다.

권총수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내 말 잘 들으셔야 합니다. 난 당신이 용병이 아니라 현역 군인이라는 걸 압니다.”

사내는 꼼짝하지 않았지만 눈은 가만있지 못했다.

마치 눈알이 튀어 나올 듯 기겁했다.

단지 손과 발이 제압되어 있어 움직이지 못했을 뿐 자유스러웠다면 신음까지도 뱉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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