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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코리아 스나이퍼-391화 (391/651)

제391화: 전쟁전문가(2)

권총수는 앞장서 걸어 나갔다.

한, 미 양쪽에서 자신을 불렀다.

물론 먼저 부른 사람은 맥보란이었지만 자신은 한국인이기에 대사관을 우선 찾았다.

잠시 후 일행은 두 대의 승용차에 나눠 타고 바그다드 대학병원으로 출발했다.

바그다드 대학병원 시체 안치실에 일단의 사람들이 모였다.

한국인들도 보였지만 거의가 백인들이었고 일부는 군복을 입은 미군들이었다.

맥보란의 설명에 의하면 바그다드 외곽에 근무하고 있는 미해병 23원정여단 소속 총기사고 분석팀이라고 했다.

다섯 구의 시신을 침대 위에 올려놓았는데 완전히 옷이 벗겨져 있었다.

정확한 사인, 즉 알려지지 않는 다른 무엇인가를 밝혀내기 위해 옷을 벗긴 것이다.

맥보란을 위시한 미군들이 얘기들을 했고 한국 사람들은 듣고 있었다.

“영어를 알아듣기는 하는 거야?”

오민철이 미군 장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한국 쪽 사람들을 보며 이마를 찡그렸는데 알아듣든 아니든 통역을 둬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피해자는 한국인이지만 자리를 만든 이는 미국이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 쪽에서 준비해야 한다.

“우리쪽도 자신 있으니까 통역을 데리고 오지 않았겠지.”

미군 총기분석 팀이라는 장교들이 돌아가며 설명을 했다.

그렇게 30여분 흘렀을 때 맥보란이 다가왔다.

“들었겠지만 우리쪽의 분석에는 새로운 특징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그럼 날 부른 이유는 뭐죠?”

권총수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맥보란 역시 웃는 듯 하며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 쪽 전문가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캡틴이 전문가이므로 우리의 분석에 힘을 실어 달라는 것이죠.”

피식!

권총수는 별 심심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 맥보란을 바라보았다.

“하실 말씀 있습니까?”

맥보란이 묻는다.

뒤에 빠져 있던 권총수는 시신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훑어보았다.

투명한 고무 장갑을 낀 손으로 상처를 만진다.

“상처를 보아 M4인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그건 미군 분석팀도 그렇게 말했다.

“한 가지 특이 한건 모두가 조준사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미군들이 깜짝 놀랐다.

자신들의 의견은 M4의 공격을 받았다는 정도였다.

조준사격에 사망했다는 말은 권총수가 처음 꺼내고 있었다.

“잘 보세요. 다섯 구의 시신 모두 명치를 중심으로 한 부위에 상처가 몰려 있습니다.”

그제서야 양국 관계자들 모두 눈을 빛냈다.

“쿠르드 민병대 시신 찍은 사진 한 번 올려주시죠.”

미군 하나가 재빨리 스크린을 내렸고 이들과 같은 현장에서 발견된 죽은 쿠르드 민병대들 사진이 나타났다.

“보십시오. 저들 상처부위는 여러 곳에 있습니다. 정상적인 교전을 벌였다는 뜻이죠.”

맥보란의 눈이 빛났다.

“허면?”

사우디 대사 장만석이 물었다.

“아미 이들은 죽기 전에 붙잡혔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항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총을 맞은 거죠.”

“민간인을 붙잡아 놓고 죽였단 말입니까?”

대령 계급장을 한 미군이 목소리를 높였다.

“미스터?”

“맥킬린 총기분석팀장입니다.”

“전장에서 한두 명도 아닌 다섯 명이 이렇게 똑 같은 신체 부위에 총을 맞고 죽을 확률이 몇 퍼센트 정도 된다고 생각 하십니까?”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죠.”

“맞아요. 이건 살인입니다.”

권총수는 살인이라고 결론을 내려 버렸다.

“살인이 아니라고 생각 하시는 분이 있으면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고개를 갸웃 하는 사람은 있었으나 입을 열어 정식으로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이들은 먼저 잡혔을 것입니다. 여길 보십시오.”

시신 한 구의 팔을 들어 손목을 가리켰다.

“여러분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피하 출혈이 있습니다.”

모두가 놀라며 다가와 시신의 팔목을 보았다.

하지만 멍 자국은 보이지 않았는데 권총수가 말했다.

“전문의 소견을 한번 들어보죠.”

말이 끝나자마자 미군 한 명이 밖으로 나갔다.

20여분여 시간이 흐르고 다시 들어온 미군은 흰색의 가운에 콧수염을 기른 의사를 데리고 다가왔다.

“피부과 전문의라고 합니다.”

의사는 시신의 오른팔을 유심히 보더니 주머니에서 만년필 같은 랜턴하나를 꺼내 팔목에 비췄다.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살피던 의사가 말했다.

“멍자국입니다.”

그러면서 당신 의견이 맞다는 듯 권총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단번에 멍 자국을 찾아낸 권총수의 능력에 놀라고 손이 묶였을 수도 있었다는 의사의 말에 당황하기도 했다.

“손이 묶였을 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멍자국 입니다.”

탁!

의사는 다시 한 번 분명한 자기 의견을 내 놓고 나가 버렸다.

사실이라면 사건은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

민간인을 묶어 놓고 총격을 가했다는 건 어마어마한 범죄인 것이다.

“여러분 진정하시고 잠깐 주목해주시죠.”

맥보란이 입을 열었다.

“의사의 소견이라고 하여 백 프로 맞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이들이 손을 묶임 당한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생포한 사람들이 누구죠?”

권총수가 툭 던지듯 말했다.

“그 지역에는 시리아 반군이 있긴 하지만 쿠르대 민병대 활동이 더 왕성하죠. 그들은 독립을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쟁범죄에 철저히 조심하고 있습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분명한 것은 도덕성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쿠르드 민병대는 민간인을 향해 총구를 겨누지도 않지만 이렇게 사살할 것이라면 손을 묶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쿠르드 민병대와 교전을 한 당사자는 가미카제라는 일본 보안업체였다.

맥보란은 심각한 표정으로 시신을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된거지’

의사의 진단이 틀릴 수 있으나 권총수의 안목은 현미경이고 망원경이라고 할 수 있다.

다섯 명 모두 누군가에 의해 포박을 당했다면 그들이 누굴까.

쿠르드 민병대라고 모두가 호의적이고 인도적 질서에 순응하고 따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직까지 쿠르드족 민병대가 비무장 민간인을 실수도 아닌 고의로 사격했다는 얘긴 없다.

시체 안치실은 묘한 긴장에 파묻혔다.

병원을 나와 오민철과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공항에 거의 도착했을 때쯤 국정원 직원 조동수라는 사람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잠깐만 개인적인 만남을 청했다.

권총수는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으므로 그러자고 했는데 조동수가 직접 공항까지 오겠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이상하게 그곳 자식들은 마음에 안 들어.”

오민철이 투덜거린다.

“형 국정원에 끌려가 쥐어 터진 적 있어?”

“그런 일은 없지.”

“그런데 왜 그렇게 그곳 사람들을 미워하는 거야. 사람 이유없이 미워하면 안돼.”

“군에서 무장공비 침투설이 있어 작전을 나간 적이 있어. 현장에 사복을 입은 친구들이 왔더라고, 그런데 우리 대대장이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이는 놈들한테 굽신 거리는 거야. 그 새끼들은 완전히 모가지에 힘주고, 나중에서야 그곳 사람들이라는 걸 알았지.”

딸칵!

권총수는 담배를 피워 물고 차장을 내렸다.

“CIA도 그렇게 목에 힘을 주고 폼을 잡나? 미국 사람들도 랭글리에서 왔다고 하면 겁을 먹을까?”

“글쎄, 어느 나라든 정보기관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갖고 있을 거야. 단지 강도의 차이일 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정보기관이 권력 유지에 이용당하고 앞장 서다 보니 부정적인 측면이 아직까지 강하게 기억되는 것이고.”

택시에서 내린 두 사람은 조동수가 말한 공항 내에 있는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에 앉아 이런 저런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조동수가 나타났다.

처음 만난 날 무게만 잡다가 권총수에게 한 방(?) 맞았고 조금 전 두 번째 만날 때는 약간의 예의를 차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세 번째에서는 제대로 허리가 구부러진다.

오민철이 흡족한 표정인데 마치 자식 이제 사람을 알아보는 군 하는 얼굴이었다.

“두 분께서 바쁘시니 용건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국정원이름으로 두 분에게 사건 의뢰를 하고 싶습니다.”

예상 못한 말에 권총수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오늘도 캡틴이 아니었다면 그들이 포로로 붙잡힌 뒤 살해되었다는 걸 몰랐을 것입니다. 저희 사장님(국정원장)께서 저에게 모든 것을 일임했습니다.”

권총수는 커피 잔을 들어 올렸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회사는 어느 정도 체계를 잡아가고 있었다.

어느덧 서울 사무실에 근무 인원이 25명이다.

뉴저지주 훈련장에 25명, 그리고 중동전지역을 다스리는 전진기지가 사우디에 세워졌고 거기에 또 다섯 명이 업무를 보고 있다.

완전한 기업의 틀을 갖추면서 한숨은 돌린 상태였다.

오민철이 권총수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현장을 떠난 탓일까 뭔지 모르지만 한 탕 해보고 싶은 표정이다.

권총수는 얼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우디로 돌아왔다.

3기 220명이 훈련을 끝내고 아프카니스탄으로 보내졌고 4기 350명이 4주째 훈련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원만했다.

아프카니스탄에서 처음 희생자 한 명이 발생했고 유해는 안정적으로 유족에게 인도 되었다.

또한 회사 내규에 의해 희생자 보상금 오십만 달러가 지급되었다.

“캡틴이오. 만나 좀 더 구체적인 얘길 해봅시다.”

상대는 조동수였다.

다음 날 조동수는 사우디 블랙잭 사무실에 나타났다.

조동수는 다소 놀라는 표정을 했는데 정문에 모랫주머니를 쌓아 만든 진지가 있고 미군의 제식기관총 M240가 거치되어 있었다.

웬만한 트럭도 들어올 수 없도록 여러 장애물이 설치된 것에 마른 침을 삼켰다.

금방이라도 총격전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된 분위기에 조금 놀란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고 곧바로 이번 일에 대한 구체적인 의논에 들어갔다.

“왜 국정원에서는 이번 사건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것입니까?”

권총수의 말인 즉 정부에서 여행자제 권고를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성지 순례를 강행한 사람들이다.

당사자 스스로의 책임이지 정부가 이렇게까지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런 의견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입니다. 하지만 우리 내부에서 나온 의견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의견이죠?”

“왜 하필 가미카제라는 일본 보안업체냐는 것이죠.”

“그게 무슨 말이오?”

옆에 있던 오민철이 물었다.

조동수는 힘주어 말했다.

“글쎄요. 저도 두 분께 시원하게 설명해 드릴 자료가 없습니다. 분명한 건 이번 사건이 굉장히 꺼림칙하다는 것입니다.”

오민철이 권총수를 돌아보았다.

어떤 증거도 없이 단지 꺼림칙하다는 이유로 많은 국가예산을 투입해 사건을 추적한다는 것이 애매하다.

“설마 피해자중 고위 관료와 관계된 사람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겠죠?”

오민철이 의심의 시선을 보냈다.

조동수는 단호했다.

“그런 일 없습니다. 다섯 명 모두 오천지라는 신흥 종교인들입니다.”

“2029년12월24일 날 예수가 재림한다고 떠드는 집단 아닙니까?”

조동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국정원 사람들은 일반인과 틀리다.

그들에게는 특유의 촉이라는 것이 있다.

보통 사람과는 다르고 특별하게 그 촉이 반응을 하는데 이번 사태가 그런 모양이었다.

확실한 증거보다 수사관의 촉이 사건 해결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때도 있다.

전쟁 중일지라도 군인의 총에 민간인 다섯 명이 죽었다면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권총수는 조동수로부터 여러 가지 지원책과 설명을 듣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봅시다.”

조동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민 권총수의 손을 잡고 확실하게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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